온실가스 감축 국가적 과제

   
▲ 이규용 환경부 차관
황사가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됐던 4월이 지나고 어느새 거리에는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주변은 온통 초록빛으로 빛나는 5월이다.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봄을 만끽하기도 전에 올해는 이 달 중순부터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며 이번 여름은 100년만에 가장 더울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실 이미 지난 몇 년 전부터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한겨울에나 느낄 수 있었던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 100년간(1906∼2005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섭씨 0.74도, 우리나라는 그 2배에 이르는 섭씨 1.5도 상승했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달 지구온난화로 2020년께 최대 17억 명이 물 부족에 직면하는 등 인류가 심각한 생존위협에 처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러한 위기 의식 속에 지난 4월23∼25일 아시아와 유럽의 환경장관들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여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각료선언문을 채택함으로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지속할 것임을 약속했다.

주최국인 덴마크는 풍력, 바이오메스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등을 통해 지난 25년간 경제가 70% 성장했으나 에너지 소비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음을 언급하며 개도국들이 지속적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감축하는 계획을 발표했고 영국은 2050년까지 60% 감축, 독일은 2020년까지 40%를 감축하는 등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달성기간(time schedule)을 소개하며 중국, 인도, 한국 등 주요 배출 개도국들도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할 것을 한 목소리로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2013년 이후 기후변화 체제 논의에서 EU국가들의 주요 배출 개도국들에 대한 의무 감축의 파고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 또한 더욱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이에 한국대표로 참석한 필자는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시각에서 개도국들이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온실가스도 동시에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2013년 이후 기후변화체제는 온실가스 감축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체제여야 하며 국가별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는 유연하고 탄력성 있는 참여방안들이 다양하게 논의돼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비용 효과적이고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온실가스 저감 기술의 개발과 확산이 매우 중요하며 기술 및 자본이 부족한 개도국 입장을 고려해 유럽과 아시아간 기술 협력체를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교토의정서상 의무감축국은 아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2위 등 국제사회에서 선진개도국에 속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어 2013년 이후 기후변화 체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할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해 에너지 효율성 향상, 매립지 메탄가스 자원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종합적인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영국 재무성이 발표한 스턴 보고서(Stern Review)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을 지연할 경우 피해 비용은 세계 GDP의 5∼20%에 이른다.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더 이상 지연시킨다면 더 큰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음을 명심하고 정부부처, 민간기업, 전문가 등이 손을 잡고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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