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물관리 과학화 기반 통합물관리 추진 필요”

통합물관리란 깨끗한 물 확보해 모든 사람의 경제적·사회적 복지 극대화하는 것
물관리 일원화는 통합물관리 목적 달성키 위한 정부부처 수준의 의사결정 일원화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올바른 통합물관리

최근 ‘통합물관리’라는 용어가 전문가들의 토론회 등에서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통합물관리는 전문학술용어로, 영문으로는 ‘Integrated Water Resources Management(IWRM)’로 표기된다.

지구물연합(Global Water Partner-ship, GWP)에 따르면 통합물관리의 정의는 “Integrated Water Resources Management(IWRM) is a process which promotes the coordinated development and management of water, land and related resources in order to maximise economic and social welfare in an equitable manner without compromising the sustainability of vital ecosystems and the environment”이다(GWP, 2018).

즉, 통합물관리란 핵심생태계와 그 주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물, 토지 그리고 자원의 조화로운 개발과 관리를 통해 모든 사람의 경제적·사회적 복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물관리라는 말은 인간이 그들의 경제적·사회적 복지를 위해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인간의 물 사용은 당연히 자연 상태의 수리, 수문, 생태계 등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과도한 물 사용과 물 오염으로 핵심생태계가 파괴되면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통합물관리란 핵심생태계와 그 주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물, 토지 그리고 자원의 조화로운 개발과 관리를 통해 모든 사람의 경제적·사회적 복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깨끗하고 충분한 물 확보

통합물관리의 목표는 깨끗하고 충분한 물을 확보하여 모든 사람들의 경제적·사회적 복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물을 오염시키지 않아야 한다. 물의 사용과정에서 발생한 수질오염물질이 자연계에 들어가기 전에 정화해야 한다.

다음은 충분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충분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하나는 강수량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수량은 자연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다. 충분한 강수량을 전제로 할 때 또 다른 하나의 조건은 강수량을 시간적·공간적으로 연중 고르게 저장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강수량이 연중 고르게 분포하고 지질학적으로 대수층이 충분히 발달한 경우에는 강수량의 최적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충분한 강수와 잘 발달된 대수층을 갖춘 지역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평균 강수량은 1천300㎜ 내외이지만, 지역에 따라, 그리고 연도별로 편차가 있다. 이러한 지역별, 연도별 편차를 해결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물 저장시스템의 구축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산지가 많아 지표면의 경사가 심하고 대수층의 발달이 빈약하여 강수의 지질학적인 저장용량이 작다. 특히,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어 있어 수자원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빈약한 대수층과 집중 강우 문제에 대한 대책이 바로 댐, 저수지 등 인공저수시설의 설치다.

1950년대 우리나라의 산은 나무 한 포기, 풀 한 포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한 붉은 빛깔의 민둥산이었다. 한발과 홍수로 흉년이 거듭되었다. 산림생태계와 하천생태계는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황폐한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살린 것이 산지 조림과 댐 등 인공저수시설의 설치였다. 1960년대부터 대대적으로 진행된 조림과 소양댐, 충주댐, 대청댐, 안동댐 등 많은 저수시설의 건설로 물을 다스려 한발과 홍수를 방지하고, 많은 물을 연중 고르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적·사회적 복지의 초석이 되었다. 깨끗한 물은 많을수록 좋으므로 앞으로도 규모에 관계없이 물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우리나라 물관리의 최우선 과제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물의 자연상태 수질 유지

지구상의 물은 사람이 사용하는 인간용수와 자연생태계가 사용하는 생태용수로 나눌 수 있다. 사람은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위락용수 등 그들의 경제적·사회적 복지를 위해 물을 사용한다. 이러한 용수들은 생활하수, 산업폐수, 축산폐수 등의 점오염원과 농업용수 등 비점오염원이 되어 그대로 자연에 유입될 경우 자연생태계가 사용하는 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

생활하수에는 유기물과 총인, 총질소 등 영양염류, 기타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산업폐수에는 독성물질과 중금속, 유해미량물질 등이 포함되어 있다. 농업용수에는 농약, 비료 등 수질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인간용수의 사용 결과 오염된 물은 자연생태계에 유입되기 전에 적정하게 정화 처리하여 방류해야 한다. 정화처리수의 수질은 최소한 유입 수역의 자연상태의 수질과 같아야 한다. 정화처리수의 수질이 유입 수역의 자연상태의 수질보다 나쁘면 유입 수역의 생태계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오염된 인간용수의 정화처리수의 수질은 그 정화처리수가 유입되는 수역의 자연상태의 수질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현행 정화처리수의 수질기준은 유입 수역의 자연상태의 수질보다 모두 오염물질 농도가 높게 설정되어 있다. 공공하수처리시설,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분뇨처리시설, 개인하수처리시설 등 모든 처리시설의 정화처리수의 수질은 Ⅵ등급 ‘매우 나쁨’을 넘어 ‘등외’의 수질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화처리수의 수질기준은 유입 수역의 자정능력을 고려하더라도 오염물질의 농도를 과도하게 높게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유입 수역별로 정화처리수 수질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통합물관리의 둘째 과제는 인간용수를 적정하게 정화 처리하여 유입 수역의 자연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다.

인간용수 사용량 최소화

물은 사람의 생존 그 자체와 경제적·사회적 복지의 필수요소다. 그러나 한계효용체감법칙에 의해 과도한 물 사용으로 얻는 경제적·사회적 복지보다 자연생태계의 건강을 해쳐 잃는 손실이 많을 때는 한계효용이 균등하게 되는 점에서 물 사용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인간용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연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물 사용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간용수 사용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자연생태계가 풍요로워진다. 풍요로운 자연생태계는 곧 인간에게 풍요를 안겨준다.

인간용수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예를 들어, 생활용수의 경우 절수기기의 사용, 개인의 물 사용 습관의 변경 등으로 물 절약을 할 수 있고, 상업용수나 공업용수의 경우 물 재이용에 의해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농업용수의 물 절약은 사용된 농약과 비료의 성분들이 농작물에 완전히 흡수되도록 그 사용시기와 사용량을 선택해 달성할 수 있다.

인간용수 사용량의 최소화는 자연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증가시켜 자연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며, 인간용수의 사용이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의미도 있다. 인간용수의 사용량 결정은 인간복지의 극대화와 자연생태계의 건강성 유지라는 두 개의 명제를 동시에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통합물관리란 물에 대한 인간의 수요와 자연생태계의 수요를 동시에 만족하는 물관리를 말한다.

물관리 일원화, 통합물관리 하나의 수단

물관리는 크게 수질관리와 수량관리로 나눌 수 있다. 수질관리는 인위적인 원인에 의한 수질오염을 방지하는 것이고 수량관리는 사람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물의 확보나 홍수의 통제와 같은 물의 양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수질과 수량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질오염물질의 양이 일정할 경우 수량이 2배가 되면 그 물의 수질오염물질의 농도는 2분의 1로 떨어진다. 반대로 수량이 2분의 1이 되면 수질오염물질의 농도는 2배로 증가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수질오염물질 농도를 낮추기 위해 희석수로 대량의 맑은 물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대구시의 다사취수장이나 부산시의 물금취수장의 수질오염물질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그 상류의 안동댐이나 임하댐, 합천댐과 남강댐 등의 물을 현재보다 더 많이 흘려보낸다는 것은 수자원의 수급상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한 것은 물의 각종 용도 간의 최적 배분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용수, 공장용수, 발전용수, 농업용수 등을 관장하는 주체가 다를 경우 한정된 수자원에 대해 각 주체들의 경쟁 때문에 물의 최적배분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환경부로의 물관리 일원화는 이러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사결정의 정부부처 수준의 일원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일원화는 그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종전과 같이 수질관리와 수량관리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로 나누어져 있을 때도 대통령 수준에서는 물관리 일원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부처수준에서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가 되었지만 환경부 내에서는 수질정책국과 수자원정책국이 따로 설치되어 있어 부처 내의 실국 수준에서는 아직도 물관리 이원화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행정조직적인 측면에서의 물관리 일원화는 담당 주체 간의 협조의 어려움을 좀 더 합리적으로, 쉽게 해결하는 것으로 물관리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부처 간, 물 사용 주체 간 물관리 관련 협조만 잘 되면 지금과 같은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통합물관리와 물관리 일원화는 다른 개념이다. 물관리 일원화는 통합물관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의사결정 일원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부 차원의 의사결정 일원화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사용 주체 간의 이해관계의 조정과 유역 간, 지역 간 주민, 단체 등의 이해관계도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조정과 통합물관리를 위해 해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물관리를 과학화하는 것이다. 물관리 과학화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의 물환경에 대한 정확한 현황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근거로 앞으로의 물환경 변화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물환경에는 우리나라의 수리수문, 자연생태계의 물사용과 인간의 물사용 현황 및 전망 등이 포함될 수 있다.

▲ 물관리 과학화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의 물환경에 대한 정확한 현황조사가 필요하다. 사진은 동진강 수로.

[『워터저널』 2019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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