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북한 물환경 현황과 남북 물 분야 협력방안


“북한, 심각한 전력난으로 원활한 물공급 차질”

상수도 보급률 85% 과다 추정…1인당 하루 물사용량 60L로 국내 1960년 수준
도시지역, 시설노후·기술부족 등이 문제…그 외 지역은 인프라조차 못 갖춰

▲ 최 용 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Part 02. 북한의 물이용 실태

북한, 생활용수로 주로 지하수 사용

2013년 환경부가 발표한 ‘북한의 수자원 이용현황’에 따르면 북한의 수자원 총량은 2천277억㎥로, 이 중 36%는 손실되고 64% 정도만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하천수나 저수지, 지하수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바다로 대부분 유실되고 실제 이용되는 양은 8%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저수지 의존도가 낮고, 취수용량이 적은 양수장과 지하수 관정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단위 소규모 수리시설이 많으며 양수장은 농업용 관개용수로, 지하수는 생활용수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저수지는 대부분 관개를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지하수 의존도는 전체 용수 사용량의 15% 정도이며 절반 이상이 생활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2009년 기준, 북한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용수는 농업용수로 나타났다. 행정구역별로 평양남도와 평양시에서 용수 사용량이 가장 많았으며, 그 중 생활용수는 수도인 평양에서 사용량이 가장 많았다. 공업용수 사용량은 함경도에서, 농업용수 사용량은 곡창지대인 평안남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천수질, 통계보다 오염 훨씬 심각

공개된 자료상 북한의 주요 하천 수질은 대동강을 제외하고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이나, 실제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국제구호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수질오염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동강은 오수나 분뇨의 절반 가량이 정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입되고 있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 주민들이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 성천강은 함흥의 염료·가죽공장의 폐수와 가정의 생활하수가 유입되어 회복 불능의 강으로 전락해 버렸다.

두만강은 무산탄광, 희령 제지공장, 중국 개산둔 펄프공장 등으로부터 탄광폐수와 각종 표백제, 생활오수 등이 유입되어 수질오염이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탄광이 한창 운영될 때는 강물 색깔이 까맣게 변해있는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나빠진 수질은 수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압록강은 두만강보다 훨씬 큰 강이지만 혜산과 중강, 만포, 신의주, 중국의 장백, 남강, 집안, 단동 등에서 산업폐수와 생활오수 등이 그대로 유입되고 있어 식수로 사용하기 곤란한 하천 3급수 이하의 수질을 보이고 있다. 연근해 수질 역시 동서부의 산업폐수로 많이 오염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산 앞바다는 해마다 5∼8월이면 적조현상이 빈발하여 어패류와 해조류가 멸종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당적 지도 따라 데이터 왜곡 심한 편

환경부는 북한의 상수도 보급률을 85% 정도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는 관리 부실 등의 문제로 과다 추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북한 주민의 물 사용량 조사(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하루 상수 실사용량은 60L 정도로 우리나라의 1960년대 모습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북한의 수자원 조직체계는 크게 전력(에너지)과 관개(농업용수), 상하수도로 구성된다. 전력 부문은 전력공업성에서, 농업용수와 관련된 관개 부문은 농업성에서, 그리고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상하수도 부문은 도시경영성에서 관리하고 있다. 도와 시·군 단위로 내려가면 도 인민위원회 혹은 시·군 인민위원회 산하의 도시경영부서에서 물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수자원이나 물이용 실태에 관한 데이터는 오래되었거나 부정확한 자료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자료들이 경제난 이전에 만들어진 데다 경제난 이후 실시된 통계들은 부족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상당 부분 재조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또한 북한은 국가 자체적으로 데이터 왜곡이 심한 편이다. 당 국가 체제 특성상 사회의 모든 기관 자체가 당적 지도를 받게 되는데, 당적 지도와 방침에 따라 자원 배분에 왜곡이 심한 편이다. 한 때 유엔(UN)에 종사했던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이 국제기구에 제출한 자료는 신뢰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물 이용, 결국 에너지 문제와 직결

북한의 물이용은 국가관리 측면에서 크게 △전력 △관개(灌漑) △상하수도 등 세 부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전력생산 문제는 북한이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문이다. 수력발전의 경우 대규모 발전설비는 산악이 많은 북부에 위치해 있다. 발전소의 건설과 설계를 담당하는 수력건설사업소의 제1사업소가 태천, 제2사업소가 강계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시설 노후화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물이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는 수풍댐도 발전기들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증언이 있다.

관개 부문은 식량생산과 직결되는 중요한 부문으로, 평야지대인 평안도와 황해도의 관개는 북한이 정권 수립 이후 지금까지도 추진해 오고 있는 핵심 과제이다. 특히 평안남도의 관개시스템을 위한 연풍호·태성호 건설은 한국전쟁 전부터 착수해 1960년대까지 줄곧 추진한 것으로 경제난 이후에도 시스템 정비를 거듭해 오고 있다. 북한이 자랑하는 대동강 하류의 남포갑문 역시 농업용수 확보(관개)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평남 관개망을 자연수로식 관개시스템으로 구축하여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망을 만들었으나, 현지인의 증언에 의하면 전체 길이가 100㎞가 넘는 이 수로에 1m도 채 되지 않는 낙차를 만들다 보니 실제로는 물이 잘 뻗어 나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간에 펌프라도 만들어 전기를 이용하여 물을 퍼올리는 기양식 접목이 불가피한 실정인데, 만에 하나 전력공급에 문제라도 생기면 시스템 작동이 멈춰 버리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상하수도 부문은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부문이나, 시설이 전반적으로 낙후되고 전력이 부족하여 우물이나 지하수에 의존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수질오염 매우 심화

2001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건설관계 장관회의 당시 북측 참가자의 말에 따르면, 북한은 1994년까지만 해도 86%에 달했던 상수도 보급률이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1996년 53%로 떨어졌다. 또 국제적십자연맹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2004년 대홍수 이후 물공급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었고 하수와 폐수로 인한 수질오염이 심화되고 있다.

사실 북한은 도시를 설계하는 데 있어 빗물을 담는 우수망과 폐수를 담는 오수망의 분리설계 원칙을 우리나라보다도 먼저 도입해 실시한 국가다. 그러나 경제난 이후에 만들어진 단지들에 빗물이 들어가는 우수망에 오수망을 직접 연결하는 경우가 늘면서 이때부터 수질오염이 기하급수적으로 심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공급 제한 또한 간헐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상수도가 마비되는 사태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한 북한 이탈주민은 북한의 물이용 현황에 대해 “상수도 시설은 다 갖추어져 있으나 전력 부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들어서면서 전력 부족으로 문제가 생겼다. 자연유화로 정수장으로 보내줄 수 있는 지역은 계속 급수가 가능하지만, 펌프를 이용해야 하는 지역은 문제가 많다. 그래서 아파트마다 우물을 팠는데, 주변에 공동화장실이 등이 있는 경우 수질이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탈북 주민은 “아파트에서는 전력이 자주 끊기기 때문에 저수조를 크게 만든다. 그러나 저수조를 크게 만들면 자주 청소하고 소독해 주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기 때문에 2차 오염이 발생하게 된다. 하수도는 더 심각하다. 평양에 있는 통일거리도 처음에 만들 때에는 우수망을 따로 설치했는데 식당이나 상점 등 개별 건물들이 들어서면서부터 여기서 나오는 오수를 바로 우수망으로 꽂아버렸다. 대동강 오염이 심각한 이유가 이게 바로 대동강으로 흘러들기 때문이다”라고 증언했다.

컨선월드와이드, 신계군에 식수 지원

그간 북한은 국제구호단체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수자원 지원을 받았다. 그 예로 국제 인도주의 기구인 컨선월드와이드(Concern Worldwide)가 북한 신계군에 식수를 지원한 사례가 있다.

황해북도 신계군의 대송리와 신흥리 주민들은 우기에는 빗물을 받아 사용하고 겨울철에는 물 한 대야로 온 가족이 씻고 빨래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물 부족을 겪어 왔다. 매일 아침 물동이를 이고 9㎞를 걸어 물을 길러가는 것이 일상이었고 오염된 지하수와 우물물, 빗물 등을 식수로 사용한 결과 주민들은 각종 수인성 질병에 자주 시달렸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기양수기를 통해 마을에 물을 공급했으나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전력난으로 물공급이 어려워졌다.

이에 컨선월드와이드는 수 킬로미터(㎞) 떨어진 호수의 물을 각 마을에 공급하는 ‘중력이용공급장치(Gravity-fed system)’를 설치하여 수돗물을 각 가구에 공급했다. 그 결과 주민들은 매일 물을 길러 먼 곳까지 오갈 필요 없이 편리하게 식수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설사 등 수인성 질병이 줄고 농업 수확량 또한 늘어났다.

 
도시·농촌간 하수처리 인프라 격차 커

이처럼 탈북자들의 증언, 수자원 관련 대북지원 국제구호단체 등의 자료들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북한 내 수질 악화는 지역과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고 전체적인 수질오염 수준은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도시지역은 하수처리시설을 갖추고는 있으나 시설 노후, 부품과 기술의 부족, 전력난 등이 문제시되고 있으며, 농촌지역은 적절한 하수처리시설 부재로 미처리 하수를 하천으로 그대로 방류하는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하천오염, 삼림 황폐화로 유출된 토사, 지표수와 지하수에 침투된 화학비료 등이 수질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환경영향평가시스템을 구축하여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오염물질의 배출허용시스템을 도입하여 수질오염을 국가환경표준에 맞추고자 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다. 또 수질오염을 보다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수질오염에 대한 측정지표를 확대하고 이를 국가계획경제 내 수질관리계획에 포함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

북한은 전국적으로 수질을 측정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청정기술 개발, 지역의 폐수 정화, 산림 복구, 퇴적물질의 제거 등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유엔환경계획은 2012년 압록강 오염방지사업, 대동강 통합수질오염 모니터링시스템 구축사업, 도시 폐수 처리시스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물 보존 워크숍을 개최할 것을 북한에 제안하기도 했다.

가뭄·홍수 등 재해 대비 역량 강화 필요

최근 ‘유엔 전략계획(UN Strategic Framework) 2017∼2021’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사회개발 서비스 분야에서 ‘가정, 교육기관, 의료시설, 특히 취약집단에 대한 적절하고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물·위생시설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특히 결론 부분에서 북한의 물·위생 분야는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 수준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위생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시설의 질도 좋지 못한 실정이다. 주민의 77%가 상수관을 통해 물을 공급받고 있지만 학교와 보건의료 시설은 대략 50%, 탁아시설은 62%만이 상수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20%의 주민들은 적절한 오수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적절한 위생시설에 대에 대한 접근도 제한적이다.

이에 더해 북한은 2004년부터 2015년 사이 56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 피해를 당했다. 기상이변에 대한 취약성을 감안할 때, 향후 북한은 재난대비, 취약지역 조사, 국가 위기대처관리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워터저널』 2019년 4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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