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재경부·건교부 등 16개 기관 ‘설계·시공 일괄입찰과 대안입찰 제도 운용 실태’감사결과

정부공사, 획일적 공사 낙찰방식 때문에 로비 등 부작용
입찰 규정 모호·설계 시공시 불공정 가격경쟁 등 문제

감사원 “조사결과 일괄입찰 46개 공사서 2조원 절약가능”

매년 전체 공공발주 물량의 40%(12조9천억 원)를 차지하고 있는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입찰) 제도가 예산 낭비, 로비 의혹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어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이 지난해 6월 26일부터 10월 24일까지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 등 16개 기관을 대상으로 ‘설계·시공 일괄입찰과 대안입찰 제도의 운용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공사 선정기준 △낙찰자 결정방식 △입찰가격 평점산식 △설계평가 방식 등에서 18건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일괄입찰제도는 낙찰 사업자가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담당해 공사기간이 단축되는 이점과 더 많은 사업비가 소요되는 단점이 있지만 건교부의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기준’이 모호해 각 부처가 자의적으로 일괄입찰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하수관거정비사업, 경부고속철도공사 등 정부 부처에서 발주하는 공공 공사 중 상당수가 설계·시공 일괄 및 대안 입찰제도를 남용해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안입찰제도는 발주청이 작성한 원안설계보다 비용과 기능면에서 유리한 대안을 제시하는 업체와 계약토록 하는 제도이지만, 현행법엔 원안작성 전 입찰방법을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어 대안이 필요한지 여부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안입찰을 실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감사원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 14개 기관이 일괄입찰공사나 대안입찰공사로 결정한 137건을 분석한 결과 39%(53건)는 공기단축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공사인데도 최저가 낙찰제를 선택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최저가 낙찰제를 선택했다고 가정할 경우 발주가 완료된 19건의 공사에서 7천여억 원을, 발주하지 않은 27건의 공사에서는 1조2천951억 원을 절약하는 등 모두 2조 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감사원은 또 각 부처가 공사특성과 발주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설계점수와 가격점수, 수행능력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낙찰자를 결정해 과잉설계, 대기업 수주 편중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입찰업체들은 일정기준만 충족하면 되는 단순한 공사에도 설계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공사비가 많이 드는 공법으로 과잉설계 하거나 설계평가위원들에게 로비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건설기술심의위원회 평가위원들의 설계심의시간이 평균 4∼5시간에 불과하고, 평가의 전문성도 떨어지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요약했다.

■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기준
감사원은 건설교통부의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기준」의 입찰방법 관련 규정이 모호하게 규정돼 각 발주청이 최저가 낙찰제 발주를 피하기 위한 목적 등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일괄·대안입찰에 부적절한 공사를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 14개 기관에서 일괄·대안입찰 공사로 결정한 137건의 공사를 분석한 결과 53건의 공사가 공사기간 단축이 필요하지 않거나 단순 공사 등으로 일괄·대안입찰로는 부적절 한데도 이를 발주하거나 발주할 예정이어서 최저가 낙찰방식으로 수행했을 때보다 사업비가 더 소요될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했다.

지난해 7월 25일 입찰공고를 낸 수원시 하수관거정비사업(공사비 722억 원)의 경우 수원시에서는 단순 공종이고 관거 연결문제로 인한 민원 발생이 잦을 것으로 예상, 기타공사로 심의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품질보증’을 사유로 일괄입찰공사로 입찰방법을 결정했고, 2003년 12월 15일에도 노후된 기존 관로의 매설경로 파악의 어려움 등 지역적 특수성과 타 사업과의 연계 필요성 등을 들어 재심의를 요청하였는데도 일괄입찰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이라는 사유로 재심의를 기각했다.

또 2005년 8월 9일 입찰공고한 부산 신항 남컨테이너 부두 준설토 투기장 건설(공사비 2천441억 원)과 아직 미발주한 부산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준설토 투기장(공사비 980억 원) 및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공사비 1천50억 원) 건설공사도 “신기술·신공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일괄 또는 대안입찰공사로 입찰방법을 경정했으나 호안 철거, 호안 축조, 연약지반 처리 등 주요 공정이 단순하여 원안 설계와 유사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기대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건설교통부장관에게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해양수산부장관 등에게 발주되지 않은 27건의 일괄·대안입찰로 선정된 공사에 대해서는 입찰방법을 재검토하도록 통보했다.

■ 대안입찰공사 결정시기 규정
감사원은 대안입찰의 결정시기와 공구분할 규정이 불합리하여 최저가 낙찰방식으로 발주해야 할 공사를 낙찰률이 높은 대안입찰공사로 발주함으로써 예산 낭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입찰제도는 발주청이 작성한 실시설계(원안설계)보다 기능·비용·공사기간 등에서 유리한 설계(대안설계)를 제시하도록 하는 제도이므로 발주청이 실시설계를 하기 전에는 대안입찰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또한 발주청이 실시설계서를 작성·검토한 후 대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데도 재정경제부 등에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의 입찰방법 결정시기를 기본설계도 하기 전에 입찰 방법을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이로 인해 대안 필요 여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입찰방법이 결정됨으로써 실시설계 과정에서 노선이 변경되는 등 대안입찰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 부산 신항 부두 남컨테이너 및 서컨테이너 준설토 투기장 건설,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건설공사도 “신기술·신공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일괄 또는 대안입찰공사로 입찰방법을 결정했으나 호안 철거, 호안 축조, 연약지반 처리 등 주요 공정이 단순하여 원안 설계와 유사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기대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안구간과 대안구간이 같이 있는 ‘부분대안입찰’의 경우 원안구간은 정부가 설계한 원안 실시설계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으로 대안입찰공사로 포함해 발주할 필요성이 미미하다. 또 시·종점 부에 위치해 분할이 가능하고 나머지 원안구간의 공사규모가 최저가 낙찰공사에 해당하는데도 전 구간을 대안공사로 발주할 경우에는 낙찰률 차이로 예산낭비가 우려된다.

그런데도 건설교통부의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기준’에 따르면 특수교량 등의 시설물이 총공사비의 40% 이상이 되면 전체구간을 대안 입찰공사로 발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각 발주청이 이 규정에 따라 최저가 공사로 발주가 가능한 원안구간까지 대안입찰공사에 포함해 발주함으로써 예산이 더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감사원은 재정경제부장관 등에게 대안입찰방법은 실시 설계 후 대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결정할 수 있게 「국가계약법」등 관련규정을 개정토록 권고 및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원안구간은 분리하여 최저가 공사로 발주하도록 관련규정을 개정하라고 통보했다.

■ 낙찰자 결정방식
감사원은 공사특성·발주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낙찰자 결정방식이 획일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과잉설계, 대기업 수주편중 등 부작용이 발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괄·대안입찰제도의 낙찰자 결정방식을 정하면서 각 공사의 특성에 맞게 도로, 방파제 등 설계기준이 명확하고 시공경험이 많은 공사는 가격을 중심(기준 적합 최저가 방식)으로, 원자력발전소나 특수건축물 등 성능과 미관 등이 중요한 공사는 설계를 중심으로 낙찰자를 결정(확정계약금액 최상설계 방식)하는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현행 「적격심사기준」(재경부 회계예규)은 1995년 7월부터 설계점수와 가격점수, ‘당해 공사수행능력점수’를 합산해 최고점수를 얻은 입찰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식(가중치 방식) 하나만을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각 입찰자는 일정기준만 충족하면 되는 공사의 경우에도 설계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공사비가 많이 드는 공법으로 과잉설계를 하거나 설계평가위원들에 대한 로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감사원이 밝힌 이와 관련된 예를 들어보면 원안 설계 시 경제성이 없어 제외된 사장교 등을 대안으로 설계한 업체가 설계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낙찰되거나 설계 평가와 관련하여 공무원, 대학교수 등이 골프접대와 금품수수로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한 현행 ‘가중치 방식’은 기술점수 1점과 가격점수 1점을 같은 가치로 인정하는 단순합산 방식으로 등가성을 판단하기 곤란하여 미국 감사원(GAO)에서는 사용을 권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런데도 입찰가격이 높은 경우 그 설계가 비싼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증명하는 ‘가치교환 해석’등의 보완 대책이 없이 단순합산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설계 품질에 별 차이가 없는 데도 가격이 훨씬 높은 입찰자가 낙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례로 공사비가 340억 원 가량 비싼 업체에 대해 설계내용이 가격이 비싼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 없이 설계평가 점수가 높다는 사유로 낙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공사 특성에 맞는 다양한 낙찰자 결정방식을 도입하는 방안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가중치 방식’에 대해 가격이 높은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증명하는 ‘가치교환 해석’방법 등을 마련토록 재경부장관에게 통보했다.

■ 입찰가격 평가방법
감사원은 추정가격의 70∼75% 이하로 입찰할 경우 가격점수에 이점이 거의 없도록 입찰가격 평점산식을 불합리하게 규정해 가격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재경부의 「적격심사기준」의 낙찰자 결정방식은 가격점수, 설계점수, 당해 공사수행능력점수는 공동도급 등을 통해 대부분 만점을 받아 낙찰자 결정에 변수가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과잉설계나 실제평가위원들에 대한 로비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가격경쟁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입찰가격 평점산식 마련 및 저가심의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괄입찰 70%, 대안입찰 75% 미만으로 되어 있는 현행 규정으로 입찰할 경우 가격을 낮게 하면 평가점수가 일괄입찰은 이득이 별로 없거나 대안입찰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입찰자들이 입찰가격을 일정비율로 고정한 채 설계점수로만 경쟁하게 되어 가격경쟁이 제대로 되지 않음은 물론 과잉설계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5월(가격산식 개정전)이전 조달청에서 발주한 500억 원 이상 대안입찰 공사 49건 중 39%에 해당하는 19건이 위와 같이 낙찰률 80%에 고정된 경우가 있다.

한편, 감사원은 재정경제부장관에게 가격을 낮게 입찰함에 따라 평가점수는 높게 되도록 관련규정을 개정하도록 통보했다.

■ 총생애주기비용 산정기준
감사원은 설계평가 시 경제성을 검토하기 위한 ‘총생애주기비용’의 산정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입찰자마다 각각 산정하고 있어 설계평가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비경제적 설계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총생애주기비용의 주요 구성요소인 초기투자비·유지관리비 등은 공사비 산정방법, 각종 자재의 교체주기와 단가 등 적용기준에 따라 다른 산정결과가 나오므로 구체적인 산정기준을 마련해 입찰자가 동일한 기준으로 산정·제출하도록 하고 발주청은 제출 내용의 적정성을 검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행 관련규정인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에서는 구체적인 산정기준과 발주청의 검증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설계평가에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입찰자들은 설계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사장교 등 고가 구조물의 총생애주기비용이  강박스 교량 등 일반구조물보다 높은데도 오히려 적은 것으로 사실과 다르게 작성·제출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검토 없이 그대로 평가에 활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공사비가 비싸고 유지관리비용도 많이 소요되는 사장교는 주요부재인 케이블 보호 파이프,  댐퍼 등의 교체 및 보수비용이 연간 건설단가의 0.6∼1.0%, 일반교량은 0.09%가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서해대교의 경우 교통관리 5명, 점검 9명 등 14명의 유지관리 전담인원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총생애주기비용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발주청이 입찰자들이 제출한 총생애주기비용의 적정성을 검증한 후 설계평가에 활용토록 통보했다.

■ 건설심의위원회 운영기준
감사원은 건설교통부에서 「건설기술개발 및 관리 등에 관한 운영규정」(건교부 훈령)의 설계평가 규정이 불합리하여 평가위원들의 설계평가가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설계평가 심의 부실 운영사유를 살펴보면, 설계심의시간의 평균 4∼5시간에 불과해 설계검토서 작성이 설계의 장단점이 드러나지 않게 작성되어 평가위원들의 심도 있는 평가가 곤란하다.

또한 단순히 항목별로 막연히 평가사유서를 작성하고, 전공분야와 관계없이 평가항목 전체를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최고·최저 점수를 배제하는 등의 보완대책 없이 평가 점수를 단순히 합산하여 2003년 7월 이후 설계 평가한 총 138건 중 33건(23.9%)에서 1∼2명의 평가위원에 의해 낙찰지가 결정됐다.

한편 감사원은 건설교통부장관에게 내실 있는 설계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평가사유서 작성 개선 등의 합리적인 건설기술심의위원회 운영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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