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푼 한 개 분량도 안 되는 극미량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거대 하수처리시설의 가동효율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첨단기술이 ‘환경부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3일 동위원소이용연구센터 정성희 실장팀이 개발한 ‘46Sc-EDTA 착물 추적자를 이용한 하수처리시설내 혐기성 소화조의 유효체적 진단기술’이 환경부 신기술 인증서(제 209호)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감마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하수처리시설의 소화조(오폐수 분해 탱크)에 투입, 동위원소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소화조의 효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동층의 크기와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해 하수처리시설의 가동효율을 파악하는 신기술이다.

전국 242개 하수처리시설에서는 미생물을 이용해 오·폐수에 포함된 유기물을 분해하는 소화조를 설치,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 소화조를 장기간 운영하면 소화조 내부에 유동성이 낮은 부동층이 형성돼 오폐수가 잘 섞이지 않고 미생물의 분해효율도 떨어지게 된다.
육안으로는 밀폐형 구조인 소화조 내부를 관찰하기 힘들어 지금까지는 메탄가스 생성량의 변화나 운전원의 경험으로 막연하게 이를 추정해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성 추적자’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감마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46Sc(스칸디움) 10㏄를 소화조에 투입한 뒤 소화조 외벽과 오폐수가 유입/유출되는 관에 설치된 방사선 검출기로 이를 측정하는 것이다.
동위원소가 소화조 내에 머무르는 체제시간과 내부 유동특성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이를 분석하면 소화조 내부에서 혼합에 의해 실제 반응이 일어나는 유효체적과 소화조 효율을 저하시키는 부동층 영역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 하수처리시설 소화조(외부)

이 기술은 3천500∼1만4천 ㎥ 에 달하는 소화조를 진단하는데 50mCi의 46Sc를 단 10㏄만 투입하면 되고, 해당 동위원소의 반감기가 83.7일로 짧아 주변 환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감마선의 높은 투과력을 이용하므로 하수처리시설 운영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아 현장 적용성이 매우 높은 것도 장점이다.

   
▲ 소화조내 부동층의 위치와 분포를 예측해낸 결과
이 기술을 활용하면 소화조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도 소화조 가동효율과 부동층 생성량을 측정할 수 있어 부동층 제거작업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고, 소화조의 향후 유지보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부동층 제거가 필요한 상황을 제때 짚어냄으로써 하수처리시설의 운전효율을 극대화하고, 추가적인 환경오염 예방과 운영비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정성희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이용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국내 하수처리시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데다 FCCU(중질유 유동상촉매 분해공정)와 같은 초대형 고부가 정유플랜트는 물론, 대형 석유화학공정에도 응용이 가능하므로 앞으로 이 기술에 대한 잠재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환경부 신기술 인증으로 공공환경시설 관련 입찰시 가점이 부여됨에 따라 기술의 실용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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