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Ⅰ. ‘물산업진흥기본계획’ 공청회


“물산업 진흥 4대 전략과제·12개 세부과제 도출”


우리나라 물산업 진흥 비전으로 ‘글로벌 물산업 5대 강국으로 도약’ 설정
기술혁신·시장창출·인력양성·인프라 지원체계 구축 통해 비전 달성 목표


▲ 윤 주 환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연구 연구책임자
Part 01. [연구보고서]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연구

예산·정책·사업 등 기본방향 제시

한국물환경학회는 「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물산업진흥법」)이 통과됨에 따라 환경부가 취해야 할 정책과 계획을 조사하고, 지원행정부서인 물산업협력과가 담당해야 할 예산과 정책방향, 사업수행의 우선순위 검토가 가능하도록 기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6개월간 ‘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약칭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물산업진흥법」은 국내 물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내 물산업 시장의 규모는 세계 시장의 1.7%, 국내 GDP의 2.1%에 불과하고, 국내 1만1천35개 물기업의 70%가 종업원 10명 미만의 소기업으로 대부분 영세해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여건이 취약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물관리기술의 체계적인 발전기반을 조성해 물산업 진흥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한 물순환체계를 구축하고자 이 법을 제정했다.

한국물환경학회는 이번 연구를 통해 법제도의 분석과 인력, 예산 운용의 기본이 되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각 목표에 따른 기초적인 단위(單位) 이행과제를 제시하고자 했다. 주요 연구내용은 △기본방향 및 목표 설정 △물기술 및 물산업의 국내외 환경 분석 △물관리기술과 물순환체계의 연계방안 검토 △물관리기술 개발과 보급 활성화 방안 △전문인력 양성 및 일자리 창출방안 △해외진출 지원방안 △실증화시설 및 집적단지의 효율적 활용방안 등이다.

법안 내 물 관련 용어와 기능 재정의

「물산업진흥법」에는 물 순환계, 물 기술, 물 인프라, 물산업, 물기업, 물기업과 물산업의 매출, 규모 등 물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와 개념이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이번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서 용어와 그 기능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우선 ‘물 순환계’는 지표수나 지하수, 해수 등 수자원으로부터 용수를 만들어 사용한 다음 사용한 물은 재생 또는 처리를 해서 내보내는 전반적인 물의 순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물 관련 3법을 보면 수자원부터 생활용수, 기껏해야 산업용수까지만 다루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수량의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농업용수는 다루지 못하고 있다. 수질 및 경관보전, 생태계보전 등을 위해 공급되는 환경용수(environmental flow) 또한 물 순환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어디에도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물 기술’은 농업용수부터 댐과 하천, 먹는물, 하·폐수, 물재생·물환경 복원, 약품·멤브레인 등 제품, 생수, 정수기에 이르는 모든 분야가 가지고 있는 기술 영역을 의미하나, 「물산업진흥법」은 이에 대해 ‘수량과 수질, 수생태계를 균형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라고 다소 모호하게 정의하고 있다. 수량과 수질이라는 말은 언론에서 만들어 놓은 편의적인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 이를 ‘물 순환계에서 물의 공급(water supply)과 이용(utilization), 순환(recycle)과 보전(conservation)에 사용되는 직·간접적인 기술로 재정의했다.

 
국내 물산업 규모 32조원 선

‘물 인프라’는 저수지, 관개시설, 하천, 댐, 제방, 수로, 간척, 정수시설, 방재시설, 하수처리장, 수생태시설, 위락시설 등 물환경(담수, 지하수, 해수 등)과 관련한 물적 자산이다. 즉 물 인프라는 건설과 유지, 관리가 필요한 물 관련 모든 시스템을 의미한다.

‘물 기업’은 업역(嶪域)에 의해 존재한다. 업역은 ‘business area’와 같은 의미이다. 예를 들어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설계, 용역, 건설, 유지관리, 운영, 제품, 부품, 약품 등의 시장을 관장하는 경우 업역은 기업을 규정하여 등록하는 법제도를 의미한다.

또한 인력을 고용해 관리하는 일을 ‘인력 관리’라고 하며 이는 기업의 업역과 관련된 기술인력 규정 등에 의해 규제를 받는다. 현재 업역과 인력관리는 국토부가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기술진흥법」을 통해 규제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물산업진흥법」이 이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아울러 ‘물산업 규모’는 공공물산업 규모와 민간물산업 순규모, 해외수출액을 합한 값으로 산정하나, 대개 공공 부문 물산업 규모만 갖고도 산업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물산업 규모는 공공 23조1천억 원, 민간 9조 원으로 총 32조 원이다. 공공 부문에서 행안부가 14조 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썼고 환경부(4조6천억 원), 국토부(3조 원), 농식품부(1조5천억 원)가 그 뒤를 이었다.

기술 영역별 비중은 하·폐수와 상수도 비율이 각각 40%, 30%로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그 외 수자원 분야가 10%, 최근 들어 물환경 분야가 10%대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고 기타 분야가 약진하고 있다.

민간 물산업 침체 악순환 반복

분야별 산업적 성장성은 앞으로의 국내 물환경 수요를 고려할 때 하·폐수 부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 추세 또한 그렇다. 상수도와 용수공급 분야는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더 크게 성장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물환경이나 수자원 분야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성장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물산업 인력은 환경·토목·화공·기계·생명공학·이학계·사회과학 등 학부전공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전문분야가 상당히 다양한 한편, 타 산업 인력에 비해 지식수준의 편차가 큰 편이다. 

기술의 주기는 타 산업, 예를 들어 건설산업과 비교하면 짧을 수 있으나 통신이나 전기산업에 비하면 굉장히 긴 편이다. 특히 통신 인프라의 경우 2G에서 5G로 넘어가는 데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물산업에서 하·폐수 분야는 10∼15년, 수자원과 상수도는 30년의 주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사자들의 평균연령이 높은 편이고 역동성이 낮아 젊은 층은 더욱 외면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물산업은 공기업 위주의 산업으로 공공 부문이 지배적이고 임금도 높아 민간에서 공공으로의 이직율이 높은 편이며, 이에 따라 민간 물산업이 침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지난 4월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연구 정책공청회’에서 윤주환 고려대 교수가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안)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국내 물산업, 정체 내지 감소 위기

수출현황은 이보다 더 암담하다. 2015년 기준 한국플랜트협회, 한국건설협회, 환경부 등이 각각 조사한 수출현황에 따르면, 수주규모는 각각 7천900억 원, 1조600억 원, 1조2천700억 원으로 조사기관별로 제각기 다르게 조사됐다. 이는 수출현황에 대한 통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물산업 전반의 실태를 보여줄 수 있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물기업의 주요 진출무대는 선진국이 아닌 후발개도국 위주의 후진적 시장으로, 건설산업과 마찬가지로 물산업의 수출이 정체 내지 감소하고 있는 위기의 상황에 다다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물산업 시장의 규모는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16년 32조 원에서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나, 상하수도 발주 저하, 시장 규제 등으로 성장이 점차 정체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또한 물기업 매출액 중 수출액 비중은 4.5%에 불과하고 내수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조사되고 있다.

기술수준 또한 저조한 실정으로 우리나라 기술은 해외의 최고기술국 대비 7년 정도 뒤쳐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저조한 데 따른 결과로, GDP 대비 정부의 R&D 투자율은 1.2%인 반면 물산업의 경우 0.2%(662억 원)에 불과한 형편이다.

산업구조 또한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물기업들이 자체 성장하기에 어려움이 큰 편이다. 더욱이 국내 물기업의 85% 정도는 종사자 20인 미만의 영세 기업으로 기술혁신과 해외진출을 위한 자체 역량을 확보하기가 곤란한 형편이다.

미국, 전 세계 물시장의 4분의1 차지

한편 글로벌 물시장 조사기관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은 선진 시장의 노후 인프라 교체 수요 등으로 매년 4.2%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이에 따른 경쟁 또한 치열해져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 물시장 규모를 보면, 미국이 1천519억 달러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편이고 중국(1천57억 달러)과 일본(882억 달러), 프랑스(256억 달러)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는 12위(129억9천만 달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선진 시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은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이탈리아 정도로, 우리나라는 사실상 그 다음에 위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의 경우 시장의 규모는 크지만 대표적인 독재적 사회주의 국가로 경영과 자본의 투명성이 없어 후진 시장으로 보는 게 맞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미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을 물산업 5대 강국으로 판정했다. 미국은 전 세계 물시장 규모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물시장이며 첨단 물기술의 집결지이다. 우리나라 물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같은 선진 시장에 제품을 수출해온 덕분이다. 후진 시장과 다르게 선진 시장은 품질과 가격, 납기 등 세 가지 요건만 갖추면 수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수출 시 큰 부대비용(overhead cost)을 지불하지 않고 납품할 수 있었다. 일본은 제조 분야 강국이고 프랑스는 수에즈와 베올리아 등 다국적 물기업을 보유한 물기술 강국이다. 독일은 전통적 물 분야의 강소 제조기업 보유국이고 영국은 19세기 물기술(소독, 수처리 등) 혁신의 발상지이다.

 
물관리, 환경부 품으로 다시 돌아와

앞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물산업 5대 강국으로 진입하려는 비전과 꿈을 가져야 한다. 이에 앞서 국내 물산업정책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05년에 처음으로 ‘물산업’이라는 용어가 등장, 2007년 환경부에 ‘물산업육성과’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적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물산업육성과는 신설된 지 2년만에 폐지됐다. 이후 다양한 물산업 육성책이 만들어졌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는 내지 못 했다. 당시 물산업육성과를 없앤 것이 우리나라의 물산업 발전을 저해한 결정타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 물산업클러스터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할 때 학계는 지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환경부에 ‘물산업클러스터추진기획단’이라는 부서가 신설됐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정부의 조직기구에 ‘산업’이라는 말이 붙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환경부는 규제만 열심히 하면 산업이 부흥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규제만으로 녹조를 해결하고 환경을 보전하려고 보니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있으려면 기술을 사고 팔 시장이 있어야 하고 시장은 다시 산업이 되어야 하며, 산업에서 만들어진 기술은 다시 물환경을 보전하는 일련의 순환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순환과정을 만드는 데 기본적인 역할을 해 준 것이 물산업육성과였다.

다행히 지난해 우리나라는 물관리 일원화를 주요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물관리기본법」과 「물산업진흥법」 등 물 관련 3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물관리 분야에서 환경부의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물산업 진흥의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물관리 일원화는 1948년 내무부에서 시작된 물관리가 환경부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1994년 이후 24년간의 물관리를 분산시킨 행정적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함께 통과된 「물산업진흥법」은 물기업 지원체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 관련 기본계획들 하나로 통합해야

사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10년이 넘도록 매년 새로운 계획과 정책, 전략을 만들며 물산업을 육성시키겠다고 해 왔으나 번번이 실패에 그쳤다. 타 부처의 것은 차치하고 환경부의 것만 세어도 15개에 이른다.

기존의 물산업육성책이 실패를 거듭한 가장 큰 이유는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관리가 여러 부처로 흩어져 이뤄지다 보니 행정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간한 기술개발(R&D)은 진행될 수 없었다. 이 밖에 내수시장 확대, 민간 물기업 육성 실패, 과도한 공기업 주도, 과다한 수출목표, 분절된 해외진출 지원, 비효율적인 R&D 정책 등도 물산업 발전을 가로막은 주요 요인들이다.

 
이번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은 향후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하위계획의 하나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현재 환경부 관할 아래 운영되고 있는 물 관련 기본계획으로는 △하천기본계획 △수자원장기기본계획 △수도정비기본계획 △하수도정비기본계획 △물재이용기본계획 △지하수관리기본계획 등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하위계획들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이들은 효율적인 물순환계획 수립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이 많은 법들을 감당할 능력도 안 된다.

다만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은 타 계획들과 달리 물산업 기업과 종사자들을 북돋아 주기 위한, 산업 진흥 목적의 계획이라는 점에서 법 자체가 가진 의미가 크다. 다른 계획들은 규제-관리(Regulatory-Management)적 계획, 다시 말해 ‘하지 말라’는 계획들이며 기업들을 옥죄는 계획들인 반면,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은 진흥법(Promotional Act) 체계에 따른 기술 및 산업 진흥 육성 계획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물산업협력과’(가칭)는 「물산업진흥법」의 관련 법 조항에 의거, △물산업 기본계획·정책 수립 및 네트워킹 △물 클러스터 운영·관리 △물기술인증원 관리 및 지원 △물기업 지원 △물관리 기술개발 △전문인력 양성 지원 △물기술종합정보시스템 운영 △해외진출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물산업·환경산업 육성에 미흡

한편 기술이 있어야 산업이 발전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기술을 개발시킬 R&D 정책이 상당히 중요하다. 물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부터 물기술 R&D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6년 환경산업기술원(KEITI)의 예산이 4천200억 원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8년 「물산업진흥법」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환경부가 그동안 물기술과 관련된 R&D를 환경산업의 일부로 보고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환경산업과 물산업은 완벽하게 다르다. 환경산업이 유치산업(幼稚産業)이고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산업인 반면, 물산업은 농업용수 시장부터 각종 약품시장까지 분야별로 100년 이상 전문기술이 개발되어 시장과 산업생태계가 구성되어 있는 산업이다.

그동안 환경부가 물산업과 환경산업 각각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미흡했다고 판단된다. 그 예로 환경신기술과 건설신기술이 있다. 이들은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환경과 건설 분야의 R&D를 진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이 인증을 취득한 기업들에게 발주 시 PQ에 가점을 줌으로써 연구개발을 촉진시키려는 의도에서 만든 유인책이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국내 PQ용으로 전락해 버렸다. 즉 해외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기술이 되어 버렸다. R&D 정책으로 보면 죽은 정책이나 다름없다.

 
물산업 통계 분류 재구축 시급

게다가 우리나라는 R&D에 대한 모든 것을 국가과학기술분류체계 아래 관리하고 있는데, 환경부와 국토부에서 20년간 이를 동시에 관리해 오다 보니 중복으로 인한 왜곡과 오류가 심각한 실정이다. 따라서 R&D 예산이 시작부터 잘못 할당되어버린 경우도 있다. 이제 물관리 일원화가 됐으니 환경부에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 실제로 이번 연구를 통해 환경부에 국가과학기술 분류체계부터 바꿀 것을 요청했다.

국가과학기술분류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다 보니 물산업 분류체계에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물산업 통계로 통계청의 국가표준산업분류, 환경산업특수분류, 물시장종합정부의 물산업 분류 등 세 개가 혼재해 있다. 그러나 동일 산업에서 세 가지 분류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통계 분류의 재구축 및 전문기관화가 시급하다. 아마 환경부가 곧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진출도 현재의 지원방식으로는 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비영리단체와 공공기관별로 수출 및 해외진출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 덕분에 지금까지 상당수의 기업들이 기술 발전, 시야 확장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았다. 문제는 시대가 바뀌어 이러한 분산·분절된 지원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이러한 지원체계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선택과 집중, 전문화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 분야 3개 학회 대상 설문 진행

이번 물산업 진흥 기본계획 연구에서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물산업 진흥 비전을 ‘글로벌 물산업 5대 강국으로 도약’으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목표로 △물기술(물기술 5대 분야 강소기업 육성) △물시장(물산업 총 규모 50조원·해외수출 10조 원 달성) △인력(물산업 일자리 20만 개 창출),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기술·시장·인력 지원체계 선진화)를 설정했다.

또한 전략목표에 따른 4대 전략과제와 전략과제별로 3개씩 총 12개의 세부과제를 도출했으며, 이 12가지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수자원학회·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소속 이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시간과 자금의 제약으로 설문은 다소 제한적으로 진행됐다.

4대 전략과제는 △물기술 혁신 및 역량 강화 △신(新)시장 확대 및 해외진출 활성화 △물관리 전문인력 양성 및 일자리 창출 △물산업 진흥 전략체계 마련 등이며, 이에 따른 12가지 세부과제는 △R&D 확대 및 성과 제고 △혁신기술 성능확인 및 실적확보 지원 △우수제품 사업화 및 이용·보급 촉진 △유망 융·복합 물산업 육성 △물기업 해외진출 진입장벽 해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진출 △현장 중심의 수요맞춤형 인력 양성 △물산업 인적자원 활용 및 관리 △물산업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 △법·제도·인프라 개선 △물산업클러스터를 물산업 허브로 구축 △협력 및 소통 강화 등이다.

 
 
정부의 물기술 R&D 투자규모 부족

우선 연구진은 「물산업진흥법」의 제정 목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를 꼽으라는 설문부터 진행했다. 그 결과 ‘물기술 혁신과 R&D 지원’ 및 ‘시장 확대와 해외진출 지원 활성화’가 각각 67.3%, 61.4%로 가장 높은 응답을 받았다. 이어 ‘전문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지원’이 45.5%, ‘물 클러스터 및 물기술인증원 활성화’가 14.9%, ‘우수제품 우대제도 및 혁신 물기업 지원’이 10.9%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첫째, R&D 확대 및 성과 향상을 위해 몇 가지 성과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4대 분야 12대 중점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국가 간 협력의제 발굴 및 공동기획을 통해 응용·실증연구 중심의 국제 공동연구를 활성화하며, R&D와 수출 실적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혁신형 물기업으로 지정해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말 환경부는 ‘물관리 기술 및 R&D 로드맵 2030’을 만들었는데, 이 로드맵에 의하면 앞으로 5년간 물관리기술 R&D에 최대 7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여기서 연구진은 정부의 현재 물기술 R&D 투자 규모의 적정성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다.

우리나라의 물산업 규모는 30조 원이 넘지만 환경부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통해 R&D에 투자하는 예산은 2014년 기준 9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산업규모 대비 0.02% 밖에 투자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응답자의 90.1%는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현재가 적당하다’는 응답이 8.9%, ‘모르겠다’는 응답이 1%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R&D 투자액이 얼마여야 합당할지 물었다. 그 결과 ‘GDP 대비 정부 R&D 투자율인 1.2% 수준으로 투자해야 한다(연간 3천800억 원)’라는 의견과 ‘GDP 대비 정부투자율인 2%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연간 6천400억 원)’라는 의견이 각각 44%로 동일하게 나왔고 ‘환경산업의 R&D 투자규모에 상응하는 만큼 투자해야 한다(연간 1천300억 원)’라는 의견도 12% 있었다.

물 관련 인증제도, 국제표준으로 개선

둘째, ‘혁신기술의 성능확인 및 실적확보 지원’을 위해 물산업클러스터 실증화시설을 활용해 물기업의 성능확인 및 기술자문을 지원하고, 지자체·공공기관의 물 관련 인프라를 활용해 물기술·제품의 운영실적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올 하반기부터 운영되는 한국물기술인증원이 인·검증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세계적 수준의 검인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국내의 물기업 제품 인증제도는 11개로, 미국(4개), 중국(3개), 일본(1개) 등 선진국에 비해 개수도 많고 기준도 상이하며 해외수출 시 별도의 검·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문제가 많은 실정이다. 이에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증제도를 국제표준으로 개선’하자는 응답이 48.5%로 절반 가까이에 달했고, ‘국내 물 관련 인증제도의 통·폐합’이 25.7%, ‘전문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한 물기술인증원 관리’가 20.8%, ‘현 제도 유지’는 2%로 나타났다. 특히 인증제도의 국제표준화는 산업계와 학계보다 공공기관에서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셋째, ‘우수제품의 사업화와 이용·보급 촉진’을 위해 물산업 우수제품 지정품목을 2023년까지 12개로 확대하고, 도입 우수지자체에 보조사업 우선 지원 또는 보조율 우대 적용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스마트시티 등에 혁신 물기술 시범사업을 실시함으로써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필요 시 해외현지화 사업으로 연계 발전시켜야 한다. 나아가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국제 표준·인검증기관과 공동으로 표준을 개발해 이를 상호인정 해주는 지원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선진국의 검·인증 등 취득 지원 필요

넷째, 신시장 확대에 있어 유망 융·복합 물산업 육성은 상당히 의미 있는 부문이다. 스마트워터시티(Smart Water City)·스마트워터그리드([Smart Water Grid) 등 물관리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물관리, 해수담수화와 물재이용, 상하수도-에너지회수시설 등과 같은 에너지자원 연계기술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들은 부서 간 ‘칸막이 행정’에 가려 실질적으로 육성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향후 물산업협력과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라고 판단된다.

다섯째, 해외진출 진입장벽의 해소를 위해 해외 물시장 동향이나 물 관련 프로젝트 입찰·수주현황 등 해외진출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조사·분석해 기업에 제공해야 한다. 또한 물기업의 해외시장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WER-LIFT 등과 같은 인·검증 프로그램의 기술평가를 지원하고 해외 테스트베드를 확대 구축해 나가야 한다. 물기업에 대한 마케팅 지원은 한국물산업협의회나 물산업클러스터 내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한 물산업 해외수출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액수와 건수 측면에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이에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물산업진흥정책에 대해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33.7%가 ‘해외인증 취득지원(선진국의 검·인증)’을, 29.7%가 ‘기술개발 지원(물클러스터 시설 및 연구소 연계 활용)’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해외진출을 위한 재정지원’(16.8%), ‘전문인력 훈련’(10.9%), ‘시장정보 제공’(8.9%) 등이 꼽혔다.

여섯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진출을 위해 국제기구나 국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MOU를 체결하거나 후속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사업 추진 시 마스터플랜, 타당성조사, 시범사업 등 초기 투자비용을 지원해 사업발굴의 기회를 확대하고, 민·관 협력 플랫폼을 확대해 민·관의 동반 해외진출을 꾀해야 한다.

「물산업진흥법」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메인 협력 플랫폼으로 물산업협의회(KWP)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해외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점을 고려해 연구진은 물산업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방안으로 어떤 방안이 가장 좋을지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68%의 응답자가 물산업협의회에서 통합위탁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고, 21.8%는 기존 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그룹을 형성한 후 지원, 9.9%는 국내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편이 좋겠다고 답했다.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답변을 제외한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현장 중심의 수요맞춤형 인력 양성

인력육성 지원책과 관련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었으나, ‘물 기술에 특화된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61.4%로 가장 많았고, ‘현장 위주의 산·학 인턴십 교육’과 ‘해외 전문인력의 확보 및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각각 14.9%를 차지했다. 이 밖에 ‘최신 선진 물기술의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7.9%)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일곱째, 현장 중심의 수요맞춤형 인력 양성을 위해 물산업클러스터의 실증화시설과 워터캠퍼스를 기반으로 물기업(인력확보), 대학(교육), 학생(취업) 수요 연계 인턴십 과정을 개발해 나갈 필요성이 있음을 제시했다. 또한 수료생들의 취업률 제고를 위해 산·학 협력 네트워크를 2023년까지 35개 대학, 30개 기업으로 늘리고, 국내외 시니어 전문가와 국내 신진인력으로 기술지원단을 구성해 전문인력 양성 및 개도국의 물문제 해결을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덟째, 물산업 인적자원의 활용과 관리를 위해 선진국, 해외거점지역의 국제기구나 민간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 물기술·산업 동향 분석 및 협력사업을 발굴하고, 개도국의 전문인력 및 공무원 초청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국내 사업역량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야 한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해외의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물기업 해외진출 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아홉째, 물산업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청년 예비창업 공모전 등을 통한 스타트업 발굴, 공공기관·물산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창업기업 육성, 공공 분야의 물산업 창업벤처 투자펀드 조성(2023년 40억 원으로 확대) 등을 제시했다.

물산업 지원 법·제도·인프라 개선

열째, 물산업 진흥전략의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법·제도·인프라의 개선 부문에서 물기술·산업의 실태조사가 중요한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물시장 정보 제공, 물산업 우수제품 지정하는 등 온라인 정책지원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고, 2023년까지 안정적인 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열한째, 물산업클러스터를 협업 단지화 하여 기업 지원은 물론 글로벌 플랫폼으로 개발시켜 나가야 한다. 물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랩(lab) 운영을 통해 개발된 제품에 대해 인증브랜드를 부여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협업연구와 해외 기관들과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등 물산업클러스터의 브랜드를 개발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열두째, 협력과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현재 환경부 물산업팀에서 상당히 잘 해 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물기업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외교부, 조달청 등과 범부처협의체 구성을 추진 중에 있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물을 다루는 부처가 여러 곳이니 큰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범부처적인 협의회를 구성하고 정례화하여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이 밖에 산·학·관 간 소통이 상당히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환경부가 미흡했던 부분 중 하나가 정책이슈를 발굴하고 홍보·공유하는 일이었다. 이제 상하수도뿐만 아니라 수자원까지 환경부의 주 업무가 됐으니 이 모든 분야를 포섭할 물전문가 포럼 형태의 소통을 정례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워터저널』 2019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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