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시대 걸맞은 노타이 멋쟁이

   
▲ 이규용 환경부차관
군자는 반드시 홀로 있을 때에도 삼간다(故君子必愼其獨也).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신독(愼獨)은 아무도 없을 때에도 항상 자신의 마음을 바로 다스릴 것을 강조하는 가르침으로 동양사상의 뿌리이다.

조선시대 5현(賢) 중의 한 분인 김굉필 선생은 평상시에도 반드시 갓을 쓰고, 방에 고요히 앉아 책을 보면서 밤이 깊도록 자지 않았다. 다만 갓끈이 책상에 닿아 소리가 나면 그 소리로 그가 아직도 책을 보고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에도 의관을 정제하고 단정한 자세로 독서를 하면서 더위를 잊었다고 한다. 더위를 피하려 하기보다는 자연현상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이를 즐기는 낙서(樂暑)를 선호했다.

이러한 문화유산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에는 한여름에도 긴 팔 셔츠에 넥타이를 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현상이 심각해지고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패션에도 ‘쿨비즈(Cool-Biz)’ 캠페인이 일고 있다. 이 캠페인은 여름철 넥타이를 매지 않고 양복 웃옷을 벗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냉방온도를 낮추자는 운동이다.

최근 일본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여름철 동안은 넥타이를 매지 않고 셔츠차림으로 출근한다고 한다. 또한 도쿄의 일본 환경성 청사는 겨울철 난방도 전면 중단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정부, 시민사회단체, 기업체 등에서 ‘쿨 라이프(Cool Life)’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실 넥타이를 풀면 실내 온도를 2℃ 낮추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지구온난화로 20세기 동안 지구평균기온이 0.6℃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효과이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3천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만큼 냉방기 가동이 줄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지난 3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2020년대에는 말라리아 등 열대성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최대 17억 명이 물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2080년대에는 지구 기온이 평균 3℃ 이상 높아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안가의 30% 이상이 유실되고, 전세계 인구의 20% 이상이 홍수로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UN은 이와 같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5일 올해 ‘세계 환경의 날’ 주제를 “Melting ice - A hot topic?”으로 정했고, 우리나라도 환경의 날 주제를 “생명, 환경 - 위기의 지구”로 정하여 다채로운 행사를 펼쳤다.

올 여름은 예년보다 심한 무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에너지도 절약하고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올 여름에는 넥타이를 풀어 버리자. 쿨(Cool)한 옷차림처럼 지구의 온도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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