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자 / Ⅳ. 홍수피해 악순환, 대책은 없나?

장마 시작됐지만, 복구 안된 지역 수두룩

집중호우시 피해 재발 우려…수해지역 주민들 안절부절
정부·지자체, “비상대응체제 돌입 수해예방에 만전”

   
▲ 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들었지만 수해지역과 상습 침수지역은 예산부족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

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연례행사처럼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재해지역과 상습 침수지역에 대한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지역 수마 상처 여전히 남아

■ 비상 걸린 지자체  올해 비 피해가 어떤 양상을 띨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해 수해가 발생한 지역의 복구작업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곳이 많아 집중호우 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에 내린 집중호우로 무려 1조5천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강원 수해지역은 이 달 중순이면 1년이 되지만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상처는 아물지 않은 채 여전하다.

   
▲ 수해지역 하천 복구현장.
수해로 19명이 숨지고 현재까지 10명이 실종되는 등 모두 29명의 인명 피해와 564가구 1천444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인제지역은 주택의 경우 신축이나 집단이주 터가 마련되면서 어느 정도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하천 등 공공시설 복구대상 사업 1천260건 중 69.8%인 880여 건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 수해지역 하천 복구현장.
여름철이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한계령의 한계천은 수려함을 자랑했던 절경은 오간 데 없이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굴착기와 공사차량 등이 뒤섞여 한계천을 가득 메운 토사와 돌무더기를 파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군데군데 파헤쳐진 도로 사이로 인부들이 쉴새없이 흙과 돌을 퍼 담고 있다.

지난해 마을 진입 다리의 유실로 임시 가교가 놓인 한계2리는 처마를 맞댄 가옥이 여전히 앙상한 뼈대만 드러내고 있고 인근 급류 하천을 따라 식생매트 등 둑을 쌓느라 요란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 지난해 7월에 내린 폭우로 인제지역에서는 산사태가 여러 군데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인제지역에서 제일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리산리, 덕적리, 덕산리도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도로 옆으로 보이는 덕산천 돌무더기는 마치 자갈밭을 연상시켰고 깊게 패인 산기슭에는 거의 마무리되는 사방댐 건설공사와 장마철을 대비한 수방자재 설치 중이었다.

또 피해액만 5천705억 원에 달하는 평창지역은 복구대상 1천556건 중 복구율이 29.3%인 456건에 불과하고 1천100건이 공사 중으로 이곳 또한 인제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경기지역 30개 하천 수해 위험

이 같은 사정은 강원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이 비슷하다. 경기도는 예년보다 빠를 장마철을 앞두고 지난 5∼6월 도내 542개 지방하천에 대해 일제 점검을 실시한 결과 30개 하천에서 수해 위험요인을 발견했다.

평택시 방림천의 경우 기능을 상실한 채 물 흐름을 저해하는 보(洑)가 하천바닥에 놓여 있고, 안성시 진위천에는 하천바닥에 토사가 길이 50m, 너비 15m 규모로 쌓여 있다. 또 파주시 문산천은 배수문 덮개와 보호 난간이 없고, 남양주시 월문천에는 가설건축물 1채가 방치된 채 있었다.

   
▲ 정부는 2010년까지 홍수조절을 위한 다목적댐과 용수 전용댐 등 23개댐에 대해 치수능력 증대사업을 벌인다. 올해에는 소양강댐(사진) 등 10개 댐 공사와 안동댐 등 2개 댐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여주군 연양천은 하천 바닥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는 가운데 상수관이 방치되고 수문의 작동이 불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현재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용인 경안천, 안산 반월천 등 14개 하천은 각종 공사용 자재나 가설도로, 토사 등으로 수해발생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례는 충청지역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장마기간 동안 하천 붕괴, 도로 유실, 산사태, 교량 파손 등 122건의 공공시설 피해가 발생했으며, 현재까지 천안시 광기천 등 2곳의 하천과 3개의 교량이 복구 작업 중이다.

이 가운데 병천천은 지난 5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광기천은 지난 4월 설계 작업에 착수, 여름철이 지나서야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어서 장마를 앞두고 또 다시 수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1월 착공, 현재 2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천안 수신면 장산교는 2009년 4월 준공 예정이어서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완공까지 도강을 위해 수백여m나 우회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지난 2005년 수해를 본 천안 지압천, 아산 약봉천, 예산 산성천 등 3개 하천은 올 여름이 지나서야 복구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의 복구 작업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해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무려 1581건의 피해가 발생한 충북지역은 5월말 현재까지 무려 405건(25.6%)이 복구공사를 진행 중이다.

충북도는 6월말까지 공사에 박차를 가해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양군 영춘면 동대리 하천 보강공사, 진천군 덕산면 용몽리 하천 정비 등 10여 곳은 연말에나 완전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호천과 한천천이 합류 상습침수가 발생하는 진천읍 삼덕리, 초평면 오갑리와 중석리 등 3개 마을 31가구에 대한 이주사업 역시 대체 택지조성 사업이 늦어져 내년에나 이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올 장마철 침수 재발이 염려된다.

충남도와 충북도 관계자는 “수해 발생 이후 예산확보, 보상 협의 등 각종 절차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착공이 늦어졌다”며 “수해 취약 지구나 재발 예상 지역 등에는 인력과 장비를 집중 배치해 수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낙동강 유역 12곳도 홍수 무방비

낙동강 유역의 국가하천시설물과 하천공사현장 등 12곳도 다가올 장마철 홍수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정희수 의원(한나라당·영천)이 지난달 4일에 밝힌 ‘건교부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일제 점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유역 시설물·공사현장에서 45건의 취약한 곳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33건은 장마철 전에 응급조치 및 보수·보강계획이 있지만 나머지 12건은 장마철 이후에 조치할 예정이라는 것.

12곳의 취약지역은 성주 용신제 등 하천공사현장 6곳과 낙동강 도요제 등 국가하천 시설물 6곳으로 제방 침하와 균열, 유실 등이 심각한 상태이며 제방이 홍수위보다 낮은 곳도 있어 홍수발생 시 범람을 막을 수 없는 상태다.

정 의원은 “장마철로 접어들었지만 낙동강 유역 취약요소 12곳은 장마철 전에 손도 쓰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수해를 입어야 할 실정”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또 “경북도내의 하천 총연장 길이가 4천662km로 전국에서 가장 길지만 이 가운데 1천185km가 홍수조절과 수로정비를 위한 하천개수가 아직 안돼 홍수조절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복구지역 대형사고 위험 상존

광주·전남지역도 상습침수지역 등 일부 재해위험지역에 대한 재해방지 공사가 예산 부족으로 완료되지 못해 대형 사고의 위험도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전남지역에서 발생했던 수해 복구공사 가운데 일부 대형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피해 재발이 우려된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장마와 집중호우 등으로 도내에서는 모두 1천138건의 공공시설 피해가 발생, 이날 현재까지 모두 548억 원의 복구비를 들여 1천130건에 대한 복구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비교적 공사 규모가 큰 공사는 공기(工期) 부족 등으로 장마철이 지나서야 완공될 예정이어서 집중호우에 따른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오는 12월 완공 예정인 보성군 칠동저수지 수해복구 공사를 비롯, 여수 부영여고 뒤 시도·쌍봉천 복구는 11월 중순까지, 여수 덕개천 복구사업은 10월에나 끝나도록 계획돼 있는 등 모두 8개 대형 복구사업이 장마철이 지나야 마무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피해 규모가 커 모두 95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가는 여수 연등천 수해복구 사업은 발주조차 되지 않은 상태여서 장마철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또 다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는 지난해 발생한 5건의 수해 피해에 대한 복구를 모두 끝냈지만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대책은 예산부족으로 손을 놓고 있다. 상습침수지역인 광주시 북구 용봉동 일부 지역과 호우시 상습적으로 토사가 무너져 내리는 남구 방림동 비탈길 등 일부 재해위험지구에 대한 정비가 예산 부족(국비 미확보)으로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북구 용봉동 일대에는 폭우로 인한 농경지의 침수를 막기 위해 펌프장이 필요하지만 10억 원의 예산(국비 60%·시비 40%)을 확보하지 못해 공사를 끝내지 못했으며, 방림동의 비탈길은 태풍이나 폭우시 흘러내린 토사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역시 24억 원의 예산이 없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전남도 관계자는 “10억 원 이하의 소형 복구사업은 이미 99% 완공한 상태”라면서 “문제는 10억 원 이상 대규모 수해복구로 절대 공기가 부족해 복구공사를 마치지 못했지만 재해위험이 있는 지역의 공사를 먼저 시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올해 740km의 하천정비

■ 수방대책  건설교통부, 소방방재청 등 중앙부처와 광역시·도는 지난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를 ‘여름철 자연재난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여름철 풍수해대비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이 기간동안 중앙과 지자체의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본격 가동하고 태풍·호우 등 여름철 재난 대응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게 된다.

특히 정부는 홍수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총 1조647억 원을 들여 740km에 하천정비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부실 판정을 받은 201건의 국가 하천시설물에 대한 보수작업에 착수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이 같은 내용의 ‘2007년 수해대비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오는 2011년까지 하천개수율 100%를 목표로 하천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하고, 올해 740㎞의 하천을 정비키로 했다. 또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 방지를 위한 굴포천 임시방수로를 단계적으로 확장할 방침으로 현재 방수로 폭 40m를 내년까지 80m로 넓힐 예정이다.

또한 도시에 인접한 하천으로 홍수 가능성이 있는 유역을 도시홍수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빗물 침투를 저해하는 행위 규제와 저류지 시설을 의무화하는 특별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2010년까지 홍수조절을 위한 다목적댐과 용수 전용댐 등 23개댐에 대해 치수능력 증대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올해는 소양강댐 등 10개 댐 공사와 안동댐 등 2개 댐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중·소형 신규댐으로는 화북(경북 군위)과 부항(경북 김천), 성덕댐(경북 청송), 군남홍수조절지(경기 연천) 등의 건설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광역시·도도 산하 시·군·구청 및 재해관련 유관기관과 일사불란한 협조체계로 단계별, 권역별 사전대피계획을 수립, 태풍영향권과 기상특보에 따라 한발 앞선 재해예방을 위한 대응태세에 임하는 등 재해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강원 지역에서 해마다 ‘물난리’가 되풀이되는 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눈가림식 점검과 땜질식 복구, 부실한 예방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일자, 올해에는 사후복구보다 예방에 힘쓰는 등 수해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도 감사관실은 지난달 11∼14일 감사요원 3개반 8명을 투입, 수해피해의 사전예방과 지난해 피해지에 대한 재해 예방을 위해 도내 시·군의 재해대책 준비태세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또 재해예방 사전대비로 산간계곡, 하천변, 해안가 등의 행락객과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위험지역에 대해서는 상황발생 시 30분 대피계획과 사전대피계획을 통합한 인명피해 최소화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어린이, 노인, 거동불편자 등 재해약자에 대한 특별대피 체계 는 물론, 대피 안내표지판 등을 설치하여 인명피해 ZERO화 실현을 위해 적극 대처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본격적인 장마철을 맞아 다각적인 점검을 통해 수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혹시 만의 하나 수해 발생 시에는 신속한 구조·복구에 나서 지난해처럼 많은 인명·재산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배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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