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자 / Ⅳ. 홍수피해 악순환, 대책은 없나? (김석봉 / 진주환경연합 상임의장)

홍수는 자연현상…피해 최소화 위한 시스템 개발 시급

토건세력, 정보·자본·전문가 독제국가계획마저 쥐고 흔들어
무너지고 오염되고 애물단지 되어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 김석봉/진주환경연합 상임의장

홍수와 치수는 크기와 부피가 시시각각 변하는 물질이 아니다. 집수면적이 늘어나지도 않고, 집수구역이 변경되지도 않는다.

또한 어느 정도 강수량의 편차는 발생하지만, 이 문제로 재해피해가 엄청나게 증가할 수는 없다. 즉, 이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아직도 홍수예방과 치수정책을 운운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하지만 건설교통부를 비롯, 이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은 기습폭우, 살인적인 강수량만을 내세우며 부피를 키우는 정책만으로 수리·수문 분야의 모든 정보를 독점해 왔다.

따라서 이제는 좀 더 명확한 평가와 검증이 필요한 때다. 토목공학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에서도 특급국가로 인정받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그 동안 선택한 정책이 아직도 홍수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를 꼭 밝혀내야 할 시기이다.

 잘못된 정책 책임추궁 ‘전무’

우리나라 치수정책의 문제점은 첫째, 토건세력이 정보독점, 자본독점, 전문가독점으로 국가계획마저 쥐고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4월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댐 건설 장기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댐 건설 장기계획은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댐법)」에 근거한 법정계획으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 제시되는 이수·치수, 환경적 측면의 물환경 비전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댐 건설 계획 및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것이다.

   
▲ 우리나라는 토목공학 분야에서만큼은 세계에서도 특급국가로 인정받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펼쳐온 치수정책이 아직도 홍수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중순 한강 상류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한강 잠실지역 고수부지가 침수된 모습.
다시 말해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나와야 그에 근거해 댐 건설 장기계획이 수립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댐 건설 장기계획 변경안’을 작성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4년 6월이고, 2005년 5월부터 댐 건설 후보지 현지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2006년 7월에 작성이 완료됐다. 이는 상위계획이라 할 수 있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댐 건설계획을 수립해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 댐 계획이 추진되려면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 댐 건설 예정지역에 물부족과 홍수피해에 대한 수치가 먼저 나와 주어야 하는 데, 그야말로 맞춤형 계획들인 셈이다.

건설교통부와 결탁한 수리·수문 분야 전문가들이 통제된 공간에서 추출한 수치가 나오는 것으로 누구도 문제라고 지적하지도 않고, 이 계획이 국가계획으로 확정되는 데는 결국 시간문제인 것이다.

둘째로 토건세력이 고무줄 정책으로 입맛에 맞게 조절해도 어느 누구도 문제를 삼고 있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1996년 댐 건설 장기계획 수립 당시, 전국에 12개 댐 예정지를 발표했다. 그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곳이 경남 함양군 문정댐(일면 지리산댐)이다. 그러나 이 댐은 전국적인 반대운동에 부딪쳐 2001년 계획에서 제외되었는 데 이번 변경 안에 다시 포함됐다.

그 동안 이 댐은 높이가 4m 낮아졌고 10m쯤 줄어든 채로, 여전히 하류지역의 물 사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시 만수위선을 아래로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또 용수를 공급하고, 홍수를 예방하고,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만으로 그 동안 달라진 하류지역 상황은 현실에 반영하지도 않았다.

   
▲ 효율적인 이수·치수, 환경적 측면의 물환경 비전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댐 건설 계획 및 정책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청군 관내에서만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3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주민 이주와 홍수터 확보사업을 시행했고, 한국농촌공사는 대규모 농업 용수댐 2개를 만들었다. 하지만 홍수문제가 어디에 얼마만한 규모로 발생하고, 이 댐이 조절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홍수를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
용수공급도 마찬가지이다. 산청군에는 용수부족으로 인한 농업피해, 생활용수 부족 등 관련자료가 전무했다. 전혀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농업용수가 부족하면 농촌공사가 농업용수댐을 만들면 되고, 용수가 부족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상수도사업을 하면 된다. 굳이 이런 대형 다목적 댐까지 건설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 발주자 입맛에만 맞춰

셋째, 토건세력과 야합하여 면죄부를 주는 전문가가 아직도 많다. 이제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행정과 정보가 하나로 모여야 한다. 그러나 예산확보 및 집행의 독립, 그로 인한 반사이익들 때문에 여전히 제 각각을 고집하고 있다.

관료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전문가 집단에 있다. 문제는 자본이 없는 쪽에는 거의 아무도 줄을 서지 않는 데 있다. 앞에서 지적한 문제는 어제 오늘에 제시된 문제만이 아니다. 또 어느 누구도 스스로 뛰어들지 않는 건 토건세력들의 눈치가 보이고, 돈도 되지 않을 뿐더러, 별로 좋은 자료로 취급해 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후영향평가 혹은 전략평가라고 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특히 토건세력이 주를 이루는 분야 가운데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업이나 정책은 더욱 그렇다. 도로, 항만, 댐 건설은 물론 매립, 택지개발 그리고 신도시정책, 골프장정책 등은 이미 수 십 년에 걸쳐 진행된 사업과 정책이지만 어느 것 하나 정확하게 모니터링된 자료가 없다. 그래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그대로 시행해 가고 있는 것이다.

넷째, 무너지고 오염되고 애물단지가 되어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사안에 따라 무섭게 책임을 추궁하기도 하고, 전혀 책임을 추궁하지도 않는다. 특히 정부정책과 토건사업에 대해서는 책임이 전무하다. 정책을 입안한 관료도, 정책을 검증하고 평가할 전문가도, 시공을 맡은 사업자도, 개발이익을 거래한 정치인도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당초 계획에 턱없이 모자라고, 당초 목표치에 전혀 접근하지 않고, 당초 예산보다 훨씬 많이 들고, 당초 기간보다 더욱 길어져도 관계자 모두는 책임을 회피한다. 정책변화도 없이, 반성도 없이 일사천리로 전문가에겐 전문 분야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토건세력에게 예속된 결과이다. 또한 이런 상황 속에서는 대안도 상식도 통할 수 없으며, 관례가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어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정책실명제·삼진아웃제 도입 필요

홍수 예방 혹은 방어의 개념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써의 제안이 아니다. 홍수를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에서는 정책실명제를 도입하고 삼진 아웃제도 포함해 관계되는 모든 그룹이 가급적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사후평가는 공정한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