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붉은 수돗물 사태 긴급 토론회


“현 수도사업 문제점 해결 위해 수도통합 필요”

서울·제주 사례 참고해 전국 17개 수도사업자가 통합본부 형태로 수도통합 이뤄야
정부, 통합에 참여하는 지자체에 보조금·인센티브 제공 통해 원활한 통합 도모해야


한국수도경영연구소 소장
Part 03. 수도 형평성 현황과 개선방안

노후관·유수율 통계 적정성 검토 시급

2017년 환경부 상수도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관로 중 30년 이상 된 노후관 비율은 4∼10%이다. 행정단위별로 보면 세종과 제주를 포함한 특·광역시의 경우 5만3천976㎞ 중 5천123㎞로 9.5%, 시 단위급(75개 시)의 경우 10만531㎞ 중 6천305㎞로 6.3%, 군 단위급(77개 군)의 경우 4만9천193㎞ 중 1천762㎞로 3.6%이다. 다소 의아한 결과이다.

특광역시는 노후관 비율을 경년별로 체계적으로 조사해 온 반면에 시·군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소규모인 일부 지자체의 1998년 이전 노후관 비율이 0%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도시와 군소도시 간 노후관 조사도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노후관의 비율은 전반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유수율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통계상 85%라고 추산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대도시와 달리 소규모 시·군들은 유수율을 측정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상수도통계는 신빙성이 없으며 이 통계를 기준으로 마련하는 상수도 정책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환경부는 하루빨리 노후관과 유수율 통계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지역간 수도 생산원가·요금 격차 극심

우리나라는 또한 지자체 규모에 따른 수도 생산원가 및 요금의 격차가 심한 편이다. 2017년 기준 특·광역시의 평균 수도 생산원가는 745원/㎥, 평균 요금은 655원/㎥로 요금현실화율이 87.9%로 높게 나타난 반면, 시 단위급(75개 시)의 경우 평균생산원가 918원/㎥, 평균요금 768원/㎥로 요금현실화율이 83.7%, 군 단위급(77개 군)의 경우 평균생산원가 1천941원/㎥, 평균요금 907원/㎥로 요금현실화율이 46.7%로 낮게 나타났다. 즉 지자체의 규모가 작을수록 생산원가와 평균요금이 높고 요금현실화율은 낮다.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수도요금도 대도시와 군소도시 간 차이가 심한 편이다. 가령 3인 가족이 대도시인 서울특별시와 군소도시인 평창군에서 각각 한 달 평균 16㎥의 물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수도요금이 얼마인지 계산해 본 결과, 상수도 사용료만 적용한 수도요금(하수도 사용료와 물이용담금은 제외)은 서울특별시의 경우 6천840원, 평창군의 경우 1만1천180원이 나왔다. 즉 같은 양의 수돗물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창군민이 월 4천34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를 1년치 요금으로 환산하면 5만2천82원이 된다.

군 단위 영업손실 지자체 비율 97.2%

수도사업 재정이 열악해 시설의 유지관리도 곤란한 상황이다. 행안부의 2017년 지방공기업 결산자료에 따르면 지방공기업 161개 중 120개만 공기업 회계 결산을 하고 있다. 나머지 41개 기업은 결산 자체가 안 되고 있으며 이들이 적자인지 흑자인지 알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또 회계 결산을 하는 120개 지자체 중 무려 95개 지자체(80%)가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영업손실 지자체의 비율은 대도시보다 군소도시에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17년 지자체 규모별 영업손익 현황에 따르면 특광역시 9곳 중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곳은 5곳으로 전체의 55.6%인 반면 시 단위급의 경우 75곳 가운데 55곳으로 73.3%, 군 단위급의 경우 36곳 가운데 35곳으로 97.2%에 달한다. 

이 밖에 수도종사자 인력의 전출 및 기피운영으로 수도운영의 전문성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종사자의 고령화와 순환보직제로 인한 잦은 인사이동이 전문성 약화의 가장 큰 이유이며, 기능직 폐지로 인한 전문인력 확보 곤란, 정수시설운영관리사 제도 정착 미비, 장기근속 인원 감소로 인한 담당공무원 전문성 결여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경향은 대도시보다 군소도시에서 두드러지는데, 2017년 정수시설운영관리사 정원미달 지자체 현황을 보면 특·광역시의 경우 미달인 지자체가 한 군데도 없었으나 시 단위 급에서는 48개 지자체가, 군 단위급에서는 36개 지자체가 인력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사업의 통합운영 필요

이처럼 우리나라 수도사업은 △수도사업의 영세성 △경영 비효율화 △지역간 불균형 △전문성 부족 △미래변화 대응력 부족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광역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의 경우 소규모 지방시설을 개별적으로 운영한 결과 운영비가 상승해 재정여건이 악화됐다. 열악해진 재정은 급수보급률 하락, 요금현실화율 감소 등의 문제로 이어졌고 이는 일반회계 보조수입에 계속해서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행정구역 중심의 운영체계는 지역 간 서비스 불균형을 초래했으며 요금 원가 격차도 계속해서 심화시켰다. 게다가 순환보직 체계로 인한 잦은 인사이동은 업무의 연속성을 저해해 수도사업 전반의 전문성을 떨어뜨렸다. 이러한 문제는 최신 상수도 기술을 발빠르게 도입하여 기존 시스템에 적용하는 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인구감소, 기후변화 등으로 변화하는 미래 여건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도사업의 효율화를 위해 수도사업의 통합운영이 필요하다. 수도사업을 통합운영할 경우 운영규모 확대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고, 운영조직의 통합 및 확대로 사업추진능력이 증대되며 운영인력의 전문화로 운영능력 개선, 기술개발 등 전문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 지방상수도를 이끄는 전국의 17개 수도사업자(17개 시·도)가 하루빨리 수도사업을 통합운영해야 하며 여기에 환경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통합본부 형태가 이상적

수도통합을 이뤄낸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시와 제주도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기존에 25개 구청이 제각기 수행하던 상수도 행정 업무를 시장의 업무로 통합시킨 후 산하사업소로 수도사업소, 정수사업소, 연구소, 수도시설관리소 등을 두어 적극적인 시설투자, 수도직렬 신설 등을 추진한 결과 유수율 상승, 원가절감(규모의 경제) 등의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20년 동안 서울시의 원가 상승률은 군 지역 상승률의 절반 미만을 달성했다.

제주도는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하기에 앞서 서귀포시, 제주시, 남제주군, 북제주군 등 4개 지자체와 협력해 상수도 통합을 이뤄냈다. 과거 지하수의 무분별한 사용과 군 지역 상수도 공급 불균형 등의 문제를 겪어온 탓에 이를 해결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상수도 통합을 진행한 결과,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상수도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밖에 여타 지자체의 통합사례를 종합 검토해본 결과, 지방상수도의 안정적인 공급과 수질 격차 해소, 요금 형평성은 물론 장기적인 효율성 개선을 위해서는 ‘통합본부’ 형태가 이상적이다. 통합본부 형태는 전문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강력한 행정력을 수반한다. 단, 통합 후 효율성 개선 및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므로 원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 재정과 급수 공급이 열악한 시·군 지역은 통합 전과 동일한 재정 지원을 유지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상향식 광역 도 단위 통합이 합리적

현재 충청남도가 시·군 통합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수도경영연구소에 위탁하여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관내 15개 시(市)를 도(道)로 통합할 예정이며, 통합으로 약 3천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수도통합과 관련하여 도는 최근 15개 시·군의 시장·군수와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지자체별로 의견이 달라 향후 통합을 중재할 환경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광역 도 단위 통합은 △지자체 통합 설명 및 의견 조사 △도·지자체 협의체 구성 및 사업계획 수립 △통합 운영형태 결정 및 의견 조정 △중앙부처와 협의 △주민설명회 및 공청회를 통한 주민의견 수렴 △도·지자체 의회 승인 절차 △통합 지자체 자산 실사 △수도사업권 통합 및 운영 개시 순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한편 광역 도 단위 수도통합의 유형으로 통합의 실질적 주체인 지자체가 참여하는 상향식 점증모형과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합리모형이 있다. 상향식 모형은 지자체의 실질적인 의견을 수용할 수 있으나 지자체별 업무역량, 요금차이, 기존 운영체제 차이 등 통합 장애요인이 존재한다.

반대로 하향식 모형은 정부 주도의 추진으로 실현가능성이 높지만 지자체의 실질적 의견을 수용하지 못 한다. 어느 모형이든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지만 상향식 모형을 채택하되 통합 장애요인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점진적 통합이 보다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인력 양성 위한 지자체 권한 커져

수도사업의 선진화를 위해 지자체와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자체는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한 예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급수부, 시설안전부, 요금관리부 등 중요도는 높은데 기피되고 있는 일부 부서에 전문직위제를 신설해 종사자의 3년 이상 장기 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2014년 내부공모를 통해 10명의 전문관을 최초 선발한 이래 2019년 1월 기준 39명의 전문관이 근무하고 있다.

마침 지난 6월 18일에 「인사관계법」령이 개정되어 지자체의 인사 자율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정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치단체장의 권한이었던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이 시도에 한해 의회 의장에게 부여된다. 지금까지는 시·도 의회 의장의 추천을 거쳐 지자체장이 의회 소속 공무원을 임용해왔다. 또한 지자체는 지자체 조례로 새로운 직류를 신설해 지자체가 원하는 인재를 기용할 수 있으며, 직류 신설 시, 시험과목 등 채용 관련 사항은 자치단체장이 조례로 정할 수 있다. 인력 운영에 있어서도 전문경력관 직위 지정 시 행안부와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즉 수도사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지자체의 자구노력이 중요해졌다.

통합운영 형태에 따라 법 개정 필요

정부는 통합운영 실현을 위해 필요 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수도통합 운영형태는 크게 △도 직영기업 △상수도조합 △지방공사 △공기업 위탁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도 단위로 통합하여 도지사의 책임 아래 운영되는 도 직영기업 형태의 경우, 도와 시·군이 수행하는 지방상수도의 사업 관할권을 조정(「지방자치법」 시행령 제8조)하고 도의 수도사업자 법적 지위를 명시(「수도법」 제2조)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두 개 이상의 시·군이 공동으로 지방상수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하는 지방공사는 상수도 조합의 형태보다 업무 수행에 있어 강한 독립성을 가지며, 책임경영에 기초한 신속하고 균형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광역지방공사의 수도사업자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수도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시설소유권의 현물출자가 불가능하고, 공무원의 신분전환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정부는 수도 통합을 위해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통합운영의 시행 사전단계에는 통합운영의 기본 및 실행계획 수립비용과 통합 및 지역관리센터 건립비용을 보조해야 하고, 통합운영 시행 이후 단계에는 손실이 발생하는 지자체 또는 통합본부에 요금통합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통합에 참여하는 지자체에 현대화사업 등 정부지원사업 대상지로 우선 선정하거나 통합 신규시설 건설 시 국고보조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원활한 수도사업 통합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워터저널』 2019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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