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붉은 수돗물 사태 긴급 토론회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시민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의 실패”

노후관은 이번 사고와 무관…관리인력 업무 미숙·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원인
시민의 요구 외면한 채 정책 펼쳐온 게 근본문제…환경부, 이제라도 중심 잡아야

Part 04. [전문가토론] 붉은 수돗물 사태 해결 방안

국회물포럼(대표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지난 5월 30일 인천 서구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赤水)’ 사태와 6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수돗물에 나온 혼탁수(混濁水)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7월 2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노후 상수도 문제와 해결방안’을 주제로 ‘붉은 수돗물 사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 국회물포럼이 지난 7월 2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노후 상수도 문제와 해결방안’을 주제로 열린 ‘붉은 수돗물 사태 긴급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인천 및 서울의 수돗물 사태는 관리 인력 업무 미숙·정부의 안일한 사태처리가 원인으로 시민의 요구를 외면한 채 정책 펼쳐온 게 근본 문제”라고 해결책을 촉구했다.

이날 전문가토론에서는 오현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고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최계운 인천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 오정례 바른미래당 수석전문위원,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 등 6명의 전문가가 패널로 참석해 상하수도사업의 노후화, 수도사업 관리규정 등 수도사업 전반의 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 토 론 자
•오현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좌장)
•염형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
•최계운 인천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
•오정례 바른미래당 수석전문위원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천 사태, 매뉴얼 숙지 못해 발생”

■ 오현제 선임연구위원(좌장)   문제는 인천의 사례가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사태는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 문래, 경기 김포·평택·안산, 강원 춘천, 그리고 부산 동구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상수도 관리의 제1차 책임자인 지자체의 부실한 대처도 문제지만 안전한 물공급을 책임지는 상하수도국을 폐지한 환경부와 상수도시설 유지보수에 충분한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당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오늘 이 토론은 이번 사태에 대한 국회차원의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재발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염형철 이사장, 구자용 교수, 최계운 교수, 김경민 입법조사관, 오정례 수석전문위원, 김영훈 국장을 패널로 모시고 토론을 진행하고자 한다.

▲ 염 형 철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
“수계 전환 과정서 업무 부실히 한 탓”

■ 염형철 이사장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돈으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라고 판단된다. 이번 사태는 예산이 부족해 벌어진 사고가 아니다. 예산 문제라면 왜 하필 서울과 인천에서 터졌나. 그 후에 문제되고 있는 곳도 안산, 춘천, 부산 등 대도시들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수계 전환 과정에서 업무를 엉망으로 하여 발생한 인재이다. 지난 6월 18일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계 전환을 하려면 10시간 정도 준비시간이 걸리는데 10분 만에 밸브를 열어 압력을 2배까지 올리고 두세 시간 만에 물을 다른 방향으로 보냈다. 탁도 역시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부유물질을 빼내는 것도 대응 가능한데 그 모든 것을 다 놓쳤다. 100% 인재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노후상수도 문제와 해결방안’이라고 오늘 토론회 부제를 단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인천 서부 지역은 20년 된 신도시이고, 서울 문래동의 경우 노후관로를 통해 수돗물을 공급 받는 지역 중 일부에서만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노후관로 교체를 외면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사고가 터진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인천과 서울은 여전히 관로 안 녹물을 부분적으로 제거하는 수준의 조치만 취하고 있다. 안일한 사태처리로 일을 키운 정부에게도 책임이 크다. 환경부는 인천 사고 10일이 지날 때까지 현장에 접근조차 하지 못 했다. 20여 일 지나 발생한 문래동 사고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사태 파악에 나서지도 못 했다. 환경부는 인천시를 질책할 자격이 없다. 오히려 부끄럽게 여기고 심각하게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

“수돗물 정책의 대대적인 혁신 시급”

한 때 수도정책과였던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에는 수도 분야에서 2년 이상 종사한 전문가가 없다. 그 사람들이 지금껏 그 많은 수도계획을 작성해 왔던 것이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 환경부의 수돗물 정책은 너무 비현실적인 정책이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뼈아프게 자성하고 수돗물 정책에서 대대적인 혁신을 이뤄나가야 한다.

우선 시민들의 선택과 사회적 합의를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시민들은 필요할 때 공급받을 수 있는 수돗물, 안전하고 품질 좋은 수돗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원한다. 따라서 무작정 인프라 공급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시민이 진정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기존 수돗물 정책에 대해서는 한계점을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해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이고 사람의 문제다. 관리인력에 대한 교육과 매뉴얼 숙지, 수돗물 관리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며, 위기상황 발생 시 소통과 관련한 매뉴얼을 작성하는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제 역할을 찾아 시민과 동떨어진 정책을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한다. 다만 수십년간 비뚤어진 수도정책을 다시 세우기 위해 너무 성급하게 진단하고 대책을 내놓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전국적인 조사를 통해 서울과 인천과 같은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조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 최 계 운
인천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정부·지자체·시민 모두에 책임 있어”

■ 최계운 교수  환경부나 인천시는 이번 사태가 수계전환을 하면서 역류하는 수류의 적정 유속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운영자의 잘못만으로 모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고 판단된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각종 시설과 관망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와 관계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제도상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구조적·제도적 문제점은 비단 인천만의 문제라기보다 전국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수돗물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데에는 상수도 운영자의 운영 미숙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예산을 다루는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관심 부족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사실을 오래 전부터 인지해 왔던 전문가들이 상수도운영자 또는 관련 기관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점과 평상시 시민들의 관심 부족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더 나은 물을 공급받겠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크고 이러한 열망이 정부나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됐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수돗물 공급 패러다임 전환해야”

이처럼 전국적으로 재발할 수 있는 사태를 철저히 방지하고 더 나은 수돗물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환경부는 우선 수돗물 공급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수돗물 공급 목표를 ‘깨끗한 물’에서 ‘건강한 수돗물’로 바꾸고 수돗물 공급 시설의 운영과 유지관리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해나갈지 제시해야 한다. 

둘째, 상수도사업본부 인력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직원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운영결과가 상당히 달라진다. 왜 우수인력이 상수도 분야 근무를 꺼리는지, 왜 관리자와 운영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지 등에 대한 대점검이 필요하다.

셋째, 노후관에 대한 획기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현재 20년 또는 30년으로 되어 있는 노후관을 단순히 교체만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선진국과 같이 노후관 갱생을 보다 적극 추진하여 단기간 내 우수한 관망을 유지해 나갈 것인지, 평상시 또는 비상시 노후관 또는 신설관에 대한 점검과 유지관리를 구체적으로 해나갈 것인지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의 정비, 투자의 활성화 또는 효율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넷째, 수돗물 인프라 시설의 개·보수, 대체, 운영·관리, 수돗물 수질개선, 대시민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꾸준히 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필요한 시설의 구비 없이 완벽한 수돗물 서비스를 이뤄나갈 수 없다. 이를 위한 재원은 수돗물 값을 통해 조달하거나 정부나 지방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이번 인천 사태를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게 되면 앞으로 더 큰 수돗물 공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패러다임을 확실히 바꾸겠다는 국민적 다짐과 함께 행정부, 입법부,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개선안을 도출해 바꿔 나가야 한다.

▲ 구 자 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
“관로 유지관리 비용, 노후도와 비례”

■ 구자용 교수  국내 상수관로의 문제점은 크게 △상수관로 사고 증가 △노후 상수관로 누적에 따른 유지관리 비용 및 개량 비용 증가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의 한계 등으로 구분된다. 전국적으로 노후 상수관로에서 발생하는 누수와 단수사고를 보면 점차 피해 규모와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인천 서구·영종 지역에서 발생한 적수 문제 역시 인천시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불러일으켰고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 또한 떨어뜨렸다.

상수관로가 노후화될수록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점차 증가한다. 10년 미만의 신규 상수관로의 단위연장 당 유지관리비용은 723만6천 원/㎞/년인 반면 30년 이상의 노후 상수관로의 단위연장 당 유지관리비용은 2천351만3천 원/㎞/년으로 약 3.25배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의 원인은 관로 진단과 유지관리 시 소요인원 증가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노후 상수관로의 적정 개량시기 실기 시 관로 개량비용도 노후화된 관로 연장 누적 및 물가상승률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기준 18조9천억 원이었던 것이 2030년이 되면 51조8천억 원으로 약 2.74배 증가할 전망이다.
아울러 2017년부터 진행 중인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은 일부 소규모 지방상수도를 대상으로 우선 적용되어 사업대상으로 반영되지 못한 전국 노후 상수도시설로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

“상수관로 자산관리시스템 도입 필요”

현행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의 지원대상 규모는 경과년수 초과 규모 대비 5.3%에 불과한 실정으로 노후 상수관로에 관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업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것이 일회성 사업이 아닌 장기적 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포스트(post) 현대화사업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다.

노후 상수관로의 정확한 개량·투자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상수관로의 전 생애에 걸친 위험요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관리함과 동시에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 수준을 최소비용으로 제공하는 자산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상수관로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사전예방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소규모`` 지자체의 개량 투자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재정 확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환경부 자체 예산 조정을 통해 노후 상수관로 개량·교체에 투자하거나, 지역발전특별회계보조금과 같이 나눠주기식 소액 균등 배분 방법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포스트(post)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과 같은 국고 지원이 필수적이다.

상수관로 유지관리의 의무화도 필요하다. 수도꼭지에서도 안심할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후 상수관로 개량 및 적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상수관로 유지관리의 의무화를 앞당겨 「수도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도법」 개정을 통해 수도 분야 위기대응 매뉴얼, 가령 식·용수 분야 위기대응 매뉴얼 등을 구체화하여 활용가치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 김 경 민
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
“순환근무 특성상 전문성 결여”

■ 김경민 조사관  상수도 운영 인력체계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정수시설 운영인력의 자질향상을 목표로 정수시설운영관리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수시설운영관리사는 수돗물 공급, 수도시설 관리, 수도 관련 통계자료 관리, 수질관리 및 긴급조치, 수도시설 운영요원 교육 등 정수장의 총괄업무를 수행한다.

과거와 달리 안전하고 맛있는 물을 원하는 수요자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정수시설운영관리사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지만, 현 제도상 정수장에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인원이 없어 자격시험제도가 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또 정수장에서 근무하는 인원 대부분이 공무원 신분으로 순환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격을 갖춘 자가 지속적으로 근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요구되는 숙달도에 비해 전문직으로도 대우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격수당 또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정수시설운영관리사 자격수당의 지급은 관련 규정에 근거하여 지급하고 있으나 이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실제로는 지급되지 않거나 타 자격과 중복 지급되고 있지 않다.

“관리사 자격취득 활성화 필요”

정수시설운영관리사의 자격취득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우선, 자격을 취득한 자에게 인사가점, 전문관 제도 도입, 수당 지급 등의 유인책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방공무원평정규칙 제23조제1항제2호에 따라 지자체 규칙에 따라 자격 가점을 정할 수 있는데, 일반직 공무원의 가점대상 자격증 구분표에 정수시설운영관리사를 포함시켜야 한다.

정수시설 운영관리의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구직 공무원으로 전직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마련하거나 전문관 제도를 도입해 전문직위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전문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7조의3에 따라 지자체 장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위를 전문직위로 지정하고 경력평정 우대 및 수당 지급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수시설운영관리사를 전문직위로 지정해 전문직위 수당을 별도로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수시설운영관리사를 전문직위로 지정하는 것 또한 지자체 장의 재량이므로 수도사업자 평가에 정수장운영관리사 확보여부 항목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정수시설운영관리사 전문성 확보실적을 추가 신설하는 등의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오 정 례
바른미래당 수석전문위원
“정부가 수돗물 안전 방치·외면”

■ 오정례 위원장  이번 인천 수돗물 사태에 앞장서 분노하며 일어선 사람들은 다름 아닌 엄마들이다. 인천의 검단·검암 맘카페 엄마들은 한 달 동안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으며 인천시는 왜 수계전환 지침을 지키지 않았는지, 수계전환 시  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는지, 그동안 상수관망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한 것인지 등의 질문을 정부와 지자체에 계속해서 던졌다.

이번 사태로 수돗물 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완전히 추락했다. 환경부는 5월30일 사고발생일로부터 일주일 후인  6월 7일 원인조사반을 구성하고 이주일이 지난 6월 13일에 공동대응에 착수했다. 그리고 20여 일이 지난 6월 18일에서야 비로소 원인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행안부의 ‘식·용수 분야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르면 환경부는 식·용수 분야 사고 시 국민행동요령에 따른 매뉴얼을 작동시켜야 했다.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수돗물 안전에 대해 정부는 그 심각성을 전혀 모르거나 지자체의 사무라고 방치하거나 외면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믿고 먹으라는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

“국민 눈높이 맞춰 정책 전반 혁신 필요”

여당은 지난해 6월 어렵게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물 복지가 향상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통합물관리를 한다면서 오랫동안 수도사업을 책임져 왔던 상하수도국과 수도정책과를 없앴다. 이는 다소 편향된 처사라고 판단된다.

또한 1년이나 걸린 산하기관 기능개편은 조직이기주의에 밀려 현 기능유지로 끝나고 말았다. 국회에 약속한 국가물관리위원회 출범과 사무국 구성은 6월 시행을 약속해 놓고도 감감무소식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소통과 거버넌스에 심각한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더 이상 정부 대책만으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거버넌스와 소통의 원칙 아래 정수장부터 수도꼭지까지, 위기대응, 예방정비, 서비스 혁신 등 수돗물 정책 전반을 새롭게 혁신해야 한다. 국민이 안심하고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이 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국민이 참여하는 수돗물 혁신단을 구성하여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단순 노후 상수관 유지관리 계획이 아니라 국민이 믿고 음용할 수 있는 수돗물이 될 수 있도록 혁신안을 만들어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법과 정책, 예산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 김 영 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
“수도업무, 정부 주도 사무 되어야”

■ 김영훈 국장  환경부는 상수도 업무가 지방사무라는 이유로 그간 노후관의 개량·교체 사업을 지원하지 못하다가, 지난 2017년부터 지원을 시작했다. 유수율이 70% 이하인 군 단위나 시 단위 지역을 우선 지원하고 특·광역시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이것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유지관리 부문과 관련하여, 수도관은 사실 매설된 지 오래됐다고 해서 반드시 노후하거나 불량해지지 않는다. 청소와 세척만 주기적으로 해도 관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이번 인천 사태는 관의 노후화 때문이라기보다 매뉴얼 숙지가 미흡해 발생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전문가들께서 지적하셨듯이 상수도관이 대부분 지하에 매설되어 있어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관망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이다.

7월 말까지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나, 사실 정부만의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러 전문가께서 지적해 주신 내용들이 곧 정부가 해나가야 할 것들이다. 다만 이러한 방안들이 정책이나 예산으로 반영되려면 수도업무를 지방사무로 몰아버린 현행법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환경부는 수도관망의 유지관리 의무화, 즉 상수관망의 청소, 관리, 정비 등에 관한 사항을 법제화할 방침이며, 관련 법안이 현재 발의된 상태다. 이와 동시에 상수관망 관리인력의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에게만 맡겨두는 것에도 한계가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에 컴퓨터 시스템 상으로 철저히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워터저널』 2019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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