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Seminar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어떻게 만들 것인가
 

“‘물순환’ 고리 잇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해야”

모든 물의 시발점인 빗물부터 지하수·하천·상하수·도시계획 등 고려 필요
실질적 물 이용자이자 물 수요자인 국민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목표 담아야


Part 03. [전문가토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바람직한 수립 방향

이날 전문가토론에서는 최승일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고려대 교수)이 좌장을 맡고 한무영 국회물포럼 부회장,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 이창희 한국물환경학회 회장, 이은수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공동대표, 오정례 바른미래당 수석전문위원 등 5명의 전문가가 패널로 참석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수립 철학과 개념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 토 론 자
•최승일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좌장)
•오정례 바른미래당 수석전문위원
•이창희 한국물환경학회 회장(명지대 교수)
•한무영 국회물포럼 부회장(서울대 교수)
•이은수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공동대표
•김영훈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장

“시야 넓혀 종합적인 계획 만들어주길”

■최승일 회장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우리나라 최상위 물관리 계획으로 하나의 물관리 철학이자 원칙이다. 국가의 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처음이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또한 계획을 수립한다고 해서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그만한 각오와 감수가 필요하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전국수도종합계획, 국가하수도종합계획, 물재이용기본계획, 지하수관리기본계획을 기본으로 작성돼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물관리가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구축될 수 있다. 지금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구상 중인 환경부와 이를 수행하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시각과 개념에 많은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다. 가급적 다양한 분야서 전문가 인력을 모아 시야를 넓힌 상태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기존 계획 뛰어넘는 발상 전환 필요”

■오정례  수석전문위원   국가물관리위원회 출범이 늦어지는 가운데,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 「물관리기본법」에 따르면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물관리에 관한 중요사항을 의결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이며, 관계 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한 물관리 관련 계획과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의 부합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환경부장관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수립 주체가 장관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순서상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하고 나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옳다.

또한, 공식적인 국가계획이 수립되기 전인데도 주요 정책이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환경부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하기도 전에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일반 용역 발주하듯이 진행한 결과, 환경부와 국토부, 농식품부 등 산하기관에 맡겨졌다.

물 관련 혁신을 기대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의 기득권도 혁신 대상이다. 「물관리기본법」 제19조에 따르면 ‘물관리 정책결정은 국가와 지자체 관계 공무원, 물 이용자, 지역주민, 관련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참여와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부 장관이 바라는 물관리가 아니라, 실질적 물 이용자인 유역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물관리 계획이 되도록 수립방식부터 상향식 참여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존 계획의 통합과 정비를 뛰어 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에 미래위원회(가칭)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물관리기본법」에 따르면 국가물관리위원회 산하에 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 물수요 관리 강화, 유역관리 등 새로운 물관리 전략을 직접 관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종 물 관련 법령의 통합과 64개에 이르는 계획의 조정은 부처 간, 산하기관 간 조정과 맞물려 있는 사안이므로 직접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물환경 정책 기본목표 명확히 해야”

■이창희 회장   물 관련 학계는 물관리 정책의 기본목표 및 추진방향을 정립하는 데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팀과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선 「물관리기본법」에서 제시한 12가지 기본원칙의 범위와 위상, 성격, 연계성을 고려해 체계화·단순화하여 물환경 정책의 기본목표를 설정하고 추진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기존 계획에서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건전한 물순환, 유역관리, 통합물관리, 협력과 연계관리 등은 향후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서라도 어느 수준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 심도 있는 연구와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내용이 완성된 이후에 자문,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보다는 분야별로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넓혀 현실적인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향후 시행의 책임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물산업 육성과 경쟁력 강화’ 부문은 물산업 기업을 대표하는 협의체의 참여를 통해, 시행령에 반영된 ‘물관리 관련 조사 연구 및 기술개발 지원’에 관한 사항은 관련 연구기관과 학회 등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계획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와 계획 수립 팀과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물관리 기본계획이 정책·전략 계획의 충실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실질적인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연관되는 분과를 설치해 기본계획의 유사한 내용을 묶어 관련 문제를 함께 다루며, 계획 수립 팀이 해당 분과에 관련 내용을 주기적으로 보고·협의하고 필요하다면 함께 연구를 추진하는 방법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물관리 필요”

■한무영 교수   홍수, 가뭄, 수돗물 불신, 수질오염 등과 같이 과거부터 끊임없이 이어져 온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전문가들이 연구에 매달리고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기존의 방법에 근본적 문제가 있어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된다.

첫째, 빗물을 버리지 말고 모으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수(水)토불이 물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후특성, 문화에 적합한 철학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의 70%가 여름에 집중돼 있어 매년 홍수를 겪고 국토의 70%가 산지라 물을 관리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자꾸 해외 선진국의 기술이나 제도를 벤치마킹을 시도하는데, 우리와 똑같은 고충을 가진 나라는 없다.

셋째, 물관리 대상을 모든 물로 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하천수만 물로 인식하지 말고 하천으로 유입되는 빗물, 지하수, 그리고 토양수, 식생수, 대기수까지 모두 관리해야 한다. 관리주체는 물 수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한다. 관리목표는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모든 물을 관리하자(manage all water, by all, for all)’가 되어야 한다. 

넷째, 빗물로 물순환의 고리를 이어야 한다. 「물관리기본법」의 기조는 ‘물순환’이다. 물순환 고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물의 시발점인 빗물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섯째, 수요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1인당 1일 물 사용량은 282리터로 독일이나 호주 주요 도시의 두 배에 달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물 사용량을 줄일 것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여섯째, 세계 최고의 물관리를 목표로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열악한 지리적 여건을 잘 극복해내며 물을 관리해 왔다.

일곱째, 통합물관리 시대에 물관리의 파이(영역)는 넓어진다. 이 좋은 기회를 잘 살려 법을 만드는 사람이든 시민이든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액션 플랜(Action Plan)이 필요하다. 「물관리기본법」의 제일 기본적인 내용은 빗물관리와 수요관리다. 그런데 이것은 최상위 계획이자 전략 계획이라는 점에서 내용이 다소 포괄적이고 종합적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2020년까지 1인 1일 물 사용량을 200L로 줄일 것을 제안한다.

“국민이 실천 가능한 목표 설정 중요”

■이은수 공동대표   물관리기본계획에는 물에 대한 철학이 담겨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국민들의 행동이자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물관리도 결국엔 국민이 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토부와 환경부로 물관리가 이원화되어 있던 것을 단일화하려 상당히 애를 썼다. 지금까지 20년 넘게 각계각층의 여러 전문가들이 그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어 온 결과, 지난해 물관리 일원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막상 1년이 흐른 지금 마땅히 일궈낸 성과라곤 없다. 지난해 환경부로 일원화를 한 것은 물순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물순환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국민이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이때 환경부는 ‘물은 자원’이라는 철학을 국민들에게 계속 알려주면서 국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달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캠페인이나 운동을 전개해, 국민과 같이 이야기하고 합의점을 도출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국민들이 물순환 회복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하고 있다는 긍지를 불어넣어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다목적 물관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홍수와 가뭄, 수질오염, 지하수위 저하, 산불관리 등 따로따로 다루던 영역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또한 산기슭에 빗물웅덩이를 만들어 놓으면 비가 내렸을 때 웅덩이의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숲속에 습기가 차 산불을 예방할 수 있고 숲 생태계를 살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물이 갖고 있는 고유한 성질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전략계획”

■김영훈 국장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어떤 내용을 어떤 수준까지 담느냐는 문제 제기와 관련, 「물관리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과 범위에 따를 것이다. 「물관리기본법」의 정신을 배제한 채 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아울러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다. 전문가들께서도 부디 여기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주시길 바란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전략계획이고 최상위 계획이다. 이것이 생긴다고 해서 하위에 있는 계획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리고 이 방향성에 따라 하위계획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담게 되는 것이다.

만약 물관리기본계획에 모든 내용을 다 다루려 한다면 다른 계획들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이 부분을 환경부가 직접 작업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각 전문가 그룹들이 주제별로 참여해서 의견을 내고 정하는 것이 좋을지 방식을 좀 더 고민해 보겠다.

실질적인 결정주체는 국가물관리위원회로 정해져 있고, 이 과정을 진행하는 용역으로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문서화 및 구체화 작업을 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KEI가 직접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이제 삼가해 주셨으면 한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현행법 상 2021년까지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가능한 한 내년 중에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현재 그러한 일정에 맞춰 진행하려 한다. 설사 진행 도중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더라도 법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2021년까지 수립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상 압박은 없을 것이라 판단된다.

[『워터저널』 2019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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