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한반도 기온 3℃ 상승땐 연 58조 피해

   
▲ 고윤화 환경부 대기보전국장
기후변화 대응활동은 크게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으로 구분된다. ‘완화’란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기온이나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 폭을 줄이는 것을 말하고, ‘적응’이란 현재 진행중이거나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 현상을 예측하고 그로 인해 자연환경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고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활동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각종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경우 2004년 5억9천만 톤CO²로 세계 9위(이산화탄소 배출량만 따지면 세계 10위)로 전세계 배출량 490억 톤CO²의 1.2%를 차지한다. 이는 세계 GDP의 1.6%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비교할 때는 다소 적은 수준이나 세계 인구의 0.76%를 차지하는 인구 비중과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증가율, 세계 최고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국제사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3억1천만 톤CO²에서 5억9천100만 톤CO²로 늘었다. 증가율은 무려 90.1%로 세계 평균 증가율 24%를 크게 상회한다. 1인당 배출량 증가율도 69.5%로 OECD 국가 중 1위이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는 연평균 7∼8% 고속 성장해 GDP가 2.8배 증가했다.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외국의 경제성장률과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추이를 함께 비교해 보면 그 증가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온실가스 감축 모범국가로 평가되는 영국의 경우 같은 기간 GDP가 2배 증가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14.3% 감소했다. 또한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도 같은 기간 GDP 증가율이 102.5%를 기록하는 등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15.8%에 불과했다.

   
이러한 까닭에 국제사회는 2013년부터 시작되는 제2차 온실가스 감축기간에 우리나라가 의무감축국에 편입돼야 한다는 압력을 점차 늘리고 있다. 전세계 300개 이상 기후변화 관련 NGOs의 모임인 CAN(Climate Action Network, NGO)이 56개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 수준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8위였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정책부문은 6위인 반면, 온실가스 배출수준은 31위였으며, 배출추이는 56위로 평가대상국 중 가장 최하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책수단은 많이 개발되어 있는 반면에 정책수단을 통한 실질적인 감축은 미흡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의무감축국 편입가능성 높아

지난 3월 온실가스 배출 시장 분석기관인 Point Carbon이 전세계 전문가 2천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차기간 동안 감축 의무가 없었던 비부속서1 국가 중 교토의정서 이후 체제에서 의무감축국 편입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 국가는 바로 우리나라였다.

또한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대기업 125개 사와 중소기업 6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역시 응답자의 48.6%가 우리나라가 2013년부터 의무감축국에 편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가 장래에 어떤 식으로든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의 감축압력을 완화하고 협상에 우리의 입장이 유리하게 반영되도록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기업 등이 스스로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모멘텀을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제협약의 이행 측면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온실가스 감축은 매우 시급한 과제다. IPCC 4차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까지 지구 기온의 상승분을 2℃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추세로 전환해야 하며, 2030년까지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30% 이상 줄이고 2050년에는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절실

우리나라가 현재와 같은 에너지 다소비 경제구조를 유지하면서 1인당 GDP 3만 달러 내지 4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감한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나아가 친환경-저탄소형 사회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압력에 대응하고 우리 세대의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평가해 적절한 적응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생존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할 경우와 기후변화 적응에 실패할 경우 예상되는 피해의 성격과 규모를 비교해 본다면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중요성은 명확해진다. 온실가스 감축 실패의 경우 비록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이는 국제시장에서의 배출권 구입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 그러나 기후변화 적응에 실패할 경우 그 피해는 대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규모도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의 적응대책이 필요한 이유는 기후변화 현상의 속도와 이에 적응하는 속도의 차이(gap)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한 식물의 죽음은 기후대의 이동 속도와 식물의 이동속도간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기후변화 완화 뿐 아니라 적응도 중요 목표

지난 빙하기 동안 유럽과 북미의 나무 이동속도는 년간 300m였다. 식물의 세대당 최소 확산거리는 10㎞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기후변화가 빠른 경우에는 연간 약 80㎞ 정도, 느릴 때에는 연간 약 3㎞가 예상되므로 이동에 제약이 많은 고산식물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경우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러한 격차는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적용되는데 사회경제적인 적응능력이라 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사회 간접자본의 대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사회경제적인 적응속도가 물 부족, 태풍·호우 등 기상 재해, 작물생육환경의 변화 및 식량생산의 감소, 열대성 해충과 전염병의 창궐 등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우리 사회는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예측능력을 향상시키고 기후변화가 자연생태계와 사회 전반에 끼칠 부정적 영향과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분석해 적응대책을 수립, 적응속도와 기후변화 사이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최초의 심층 분석자료로 평가되는 영국의 Stern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세계 GDP의 1% 비용이 소요되나, 대응이 늦을 경우 연간 피해비용은 세계 GDP의 5∼2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100년 한반도의 기온이 약 3℃ 정도 상승할 경우 연간 약 58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나, 기후변화 적응정책이 당장 실시된다면 그 피해를 47조 원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예측하였다.

기후변화는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가장 중대한 도전이며, 그 응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더 늦어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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