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콩팥’ 산지습지 보호가 중요한 이유

   
▲ 허경태 산림청 산림보호본부장
습지는 물을 품고 있어 과습한 상태에서 초본·관목 또는 선태류 등으로 덮여 있는 토지를 말한다. 습지에서는 물이 고이고 흐르는 과정이 오랫동안 반복되어 다양한 서식 환경이 만들어지고 생명체의 생산과 소비가 균형 된 생태계를 형성한다.

습지는 많은 생물의 유전인자를 저장하고 동식물 서식처 역할을 함은 물론 물리·화학적 순환을 통해 오염된 물질을 정화시키고, 홍수 방지와 지표수·지하수의 수량 조절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환경의 보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습지를 ‘숨쉬는 자연’ 또는 ‘자연의 콩팥’으로 부르기도 한다.

습지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아름답고도 특이한 자연경관을 만들어 내며 심미적 효과가 뛰어나 최근에는 자연교육·생태관광·레크리에이션 및 각종 연구활동을 위한 장소로 제공되기도 한다.

이러한 습지 중에서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진 곳으로는 아산만의 갯벌 등 서해와 남해의 해안습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낙동강 하구, 대표적 내륙습지인 주남저수지와 창녕 우포늪, 고산습지인 대암산 용늪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습지가 많은 사람의 관심과 제도적 보호를 받는 것과는 달리 전국의 국유림에 산재한 작은 습지에는 관심과 보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작은 습지가 국유림에만 93개소 75㏊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것을 ‘산지습지’라고 한다.

산지습지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오랜 세월 동안 변천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지역 동식물의 터전이자 지역생태를 대표하는 환경의 보고이다.

이러한 산지습지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개발의 위험에 놓여 있다. 산지습지는 평탄하기 때문에 일반 산지보다 개발비용이 적게 들고 주변 경관이 좋아 개발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특히 고지대의 산림습지는 산나물 채취에 의한 훼손 및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위적 접근을 방지하는 감시와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

대형습지에 기울이는 관심의 몇 분의 일만 기울여도 산지습지를 효과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다. 산림청에서는 산지습지를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해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할 계획이지만, 보다 효과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제도 정비와 함께 충분한 예산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 번 훼손되거나 파괴된 산지습지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다시 살아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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