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도사업자, 수돗물 불신에 대한 과학조사.자료 축적 필요/먹는물 인식의 현주소와 개선방안 /최열(환경재단 상임이사)

*본 글은 환경재단 최열 상임이사가 지난 2월 24일 강릉시청에서 열린 ´2005 물종합기술연찬회´에서 특강을 한 내용임.



1. 들어가며

수돗물은 국민들을 수인성 전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하며 실제 사망률을 크게 줄여 20세기 인간에게 공헌이 큰 과학기술중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에겐 여전히 마시기에 꺼림직한 물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의 전국 수돗물 수질검사결과에서 수돗물 수질이 먹는 물의 법정기준을 초과하는 비율이 0.1%에 불과했지만 환경부가 실시한 전국 3천500여개소의 약수, 우물, 샘물의 수질검사결과는 15.3%가 기준을 초과했다. 이와 같이 정부자료는 생수나 약수 혹은 정수기물보다 수돗물이 훨씬 안전한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한 조사결과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물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6.4%만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것으로 조사돼 미국의 75%보다 훨씬 낮았다. 음식물을 만들 때 수돗물을 사용하는 비율도 78.5%로 미국의 91%에 비해 낮았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최근 수십 년간 페놀사건과 같은 여러 차례에 걸친 수돗물 오염사고로 수돗물 신뢰가 매우 낮은 상태다.

한편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농어촌 지역의 주민들은 광역상수도, 지방상수도를 사용하는 대도시나 지방도시 주민들과 달리 먹는 물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서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미급수 인구는 550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12.3%다. 이 중 간이상수도, 소규모급수시설, 전용상수도로 공급되는 급수인구는 294만명으로 전체의 6%를 차지한다(2003년).

대부분 농어촌 지역으로 도시에 비해 물이 맑은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경주시 외동읍에서 지하수와 간이상수도 오염에 의한 세균성이질 발생, 경기도 용인시 간이상수도 오염으로 세균성이질 감염가능성, 부산시 금정구 간이상수도 오염으로 파라티푸스 발생과 같은 간이상수도 급수시설에서 수질오염으로 전염병이 발병한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환경부의 2003년 전국 간이상수도 수질측정결과는 먹는물 수질기준 초과율이 2.5%로 농어촌 식수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최근 3년간 간이상수도 수질기준 초과율이 1.8%(2001년), 2.05%(2002년), 2.5%(2003년)로 계속 늘어나고 있어 적절한 대처가 매우 급한 실정이다.
얼마 전 환경재단과 시민환경연구소가 조사한 농어촌 간이상수도 수질검사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알려진 강원도내 간이상수도 수질기준 초과율이 55%였다.

간이상수도 수질기준 초과항목은 대부분 일반세균, 대장균, 질산성질소 등으로 소독시설이나 여과시설만 제대로 갖춰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법으로 간이상수도 수질검사는 한해 4회 즉, 분기마다 한 번씩 가장 기본이되는 14가지 항목만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농어촌 지역의 주민들이 노인들이라는 것이다. 노인들은 마을의 식수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따라서 해당관청에 문제해결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가수도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수질검사가 법정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먹는물 안전이 의심스러울 때 조차도 개인이 직접 자비를 들여 검사를 의뢰해야 하는데 수질검사비용도 만만치 않아 상당수 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한 번도 수질검사를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농어촌 지역에 산업시설의 입지 혹은 축산, 비료·농약사용은 지하수나 지표수를 식수원으로 하는 많은 주민들이 먹는 물 오염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2. 수돗물

2-1. 수돗물 인식 현황

2003년 정부의 수도예산은 4조 8천755억원으로 국민 한 사람당 약 10만원 꼴이다. 수도 보급률이 88.7%, 유수율 77.2%, 정수시설용량은 하루 2천850만톤이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수도사업에 쏟고 있지만 국민들의 수돗물 인식은 향상되기 힘들어 보인다.

수돗물관련 민간단체인 수돗물시민회의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전국 수돗물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은 수돗물이 마실 수 있는 물이라는 인식이 매우 낮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6.4%만이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75%보다 훨씬 낮았다<그림 1 designtimesp=8652>.

음식물을 만들 때는 수돗물을 사용하는 비율이 78.5%로 이것도 미국의 91%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도에서 직접 음용비율이 40%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강원도가 28.1%였다. 반면에 서울이 4.2%, 부산이 1.3%로 가장 낮았다. 수돗물을 이처럼 바로 마시지 않는 이유는 안전 우려 때문이었다. 수돗물 안전을 염려하는 응답이 전체의 60.8%이고 서울이 가장 높았다.

수돗물을 마시는 방법은 다양한데,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는 국민이 61.2%, 정수기나 여과기로 걸러서 마시는 비율이 42.7%, 생수를 구입해서 마시는 비율이 28.7%이였다.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지 않고, 여타 대체 방법으로 물을 사용하는 이유로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가 80.1%로서 가장 높았다. 기타 녹물이나 이물질 때문이 54.4%, 냄새, 맛, 색깔 때문 51.4%, 수질오염에 관한 언론뉴스 때문 50.7%, 수돗물 공급자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 50.4% 순이었다.

2003년 미국 갤럽의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민의 37%는 가정에서 수돗물을 여과하거나 정수해서 마시며,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비율은 20%였다. 하지만 미국민들의 56%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을 바로 마신다.

일본은 대도시에서 수돗물을 항상 마시는 비율이 35%, 가끔 마시는 비율이 20%, 전혀 마시는 않는 비율이 45%라는 보고가 있다. 외국도 수돗물 불신이 점차 높아지고 정수기나 생수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수돗물을 마실 때 수도꼭지 물을 바로 마시는 비율은 외국은 절반이상으로 한자리수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환경부 조사에서 수돗물을 바로 마시지 않는 이유는 막연한 불안감 32.2%, 냄새 31.2%, 부적합하다는 언론보도 11.2% 였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시민들이 수돗물에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의 실체는 수돗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위해도 인식이며, 이 인식은 녹물과 같은 이물질 목격, 불쾌한 맛 혹은 냄새와 같은 직접 경험이나 언론에서 수돗물 오염관련 정보접촉과 같은 간접 경험보다 오히려 수돗물을 생산·관리하는 기관의 신뢰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보고가 있다(장재연 2003).

수돗물시민회의 조사에서 수질 정보 제공처 중에서 환경사회단체(69.7%)와 의사 및 보건의료전문가(64.5%)가 가장 높은 신뢰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TV·라디오·신문·잡지 등의 언론매체(63.8%)였다. 하지만 중앙정부(신뢰: 42.4%, 불신: 49.3%), 지자체(신뢰: 45.3%, 불신: 47.3%)는 신뢰보다 불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수돗물 불신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되어온 녹물의 발생빈도는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돗물에서 녹물을 자주 경험하거나 가끔 경험한 비율이 10.9%, 아주 드물게 경험한 비율이 13%였다.

2-2. 수돗물 문제의 개선방향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가장 먼저 개선 전략이 필요하며 이는 우선 문제의 근본 원인 파악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돗물 직접 음용 비율이 한자리수이고 수돗물 안전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수질문제라면 정수장에서 수돗물의 생산과정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혹은 정수처리가 불가능한 원수오염 문제라면 상수원을 바꿔야 할 것이다.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의 수질이 문제가 없는데 각 가정에서 수돗물 수질이 문제가 있다면 급수과정에서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수돗물 오염과 관련된 오염보도가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이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면 언론대책 혹은 정보제공 창구관리가 주요한 대책이 될 것이다.

지난 1월 수돗물시민회의는 수돗물 문제해결의 단초를 제시할 수 있는 사업결과를 발표했다. 수도사업자, 시민,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수돗물 개선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서울시 아파트단지 수돗물 개선 시범사업은 시민단체가 주관하고, 시민이 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서울시가 지원한 사업으로, 사업 후 수돗물 직접 음용율이 5.5배 증가했다. 이 사업은 서울지역 일부 아파트단지(강동 명일 LG아파트, 마포 공덕2차 삼성래미안아파트, 종로 옥인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수돗물 불만요인을 조사하고 수돗물을 개선하는 시범사업으로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됐다.

사업결과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수돗물 직접 음용비율이 사업 전 2.4%에서 11.5%로 5배 이상 늘어났다. 지금까지 정부와 수도사업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돗물 음용비율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을 고려해보면 매우 큰 의미가 있는 변화다. 이러한 성과는 사업과정에서 확인한 수돗물 수질검사 결과와 주민교육 등 주민들의 수돗물 이해를 높이고, 수도행정에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이들 아파트단지에 공급되는 각 단계(직수, 옥상수조, 가정집 수도꼭지)에서 검사한 수돗물 수질은 모두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했다.

먹는 물의 법정 채수방법과 항목에 들지는 않지만 주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수돗물 초기수(녹물)와 가정집 정수기물의 수질검사를 실시했다. 종로 옥인아파트는 건축 후 30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로 수돗물 초기수(녹물) 검사결과 세 가구 중 두 가구에서 탁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가정집 정수기물을 조사한 여덟 가구 중 한 가구에서 일반세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종합해 보면,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공급되는 수돗물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용자의 관리 소홀에 따라 수질기준이 부적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아파트주민들 10명 중 6명이 수돗물 수질이 먹는 물로 적합하다는 판정결과로 수돗물신뢰 향상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답했으며, 수돗물과 관련한 신뢰를 향상시키는데 가장 필요한 것으로 시민참여의 폭 확대를 꼽았다. 사업을 계속 진행할 때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주민들은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주민 10명 중 3명은 수질검사에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주민들이 이 아파트 수돗물개선 시범사업에 바라는 것은 빈번한 수질검사, 시민참여의 저변확대, 폭넓은 홍보와 같이 대체로 상수도사업자와 주민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수도정책이었다.

이 사업이 이전의 수돗물 수질검사제도나 행사와 다른 것은 시민단체가 사업을 주관했다는 것과 주민들이 사업주체로 참여하여 사업 진행 일정과 내용을 잘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수돗물 신뢰회복에 가장 우선하는 것으로 꼽은 적절한 의사소통과 수도정책에 시민의 참여확대를 가장 잘 반영한 사업이다.

이 사업이 시사하는 것은 주민들의 참여가 확대된 민주절차를 따랐다는 것과 수질검사 전 주민들의 수돗물 인식을 조사하여 불만사항을 미리 점검하여 수질검사를 실시하여 주민요구의 핵심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수도사업자는 주민들의 요구조건을 이해하고 사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신뢰감을 형성했다. 환경단체, 주민과 함께 수질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정직하게 공유했다. 사업 결과 주민들의 수돗물직접 음용 비율과 신뢰는 향상됐다. 그리고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이 사업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

3. 농어촌지역의 먹는물 현황

3-1. 간이상수도 현황

간이상수도는 급수인구 100명 이상 2천500명 이하이며, 하루 공급량이 20톤 이상 500톤 이하로 전국에 1만1천여 곳이 있고 이보다 규모가 작은 소규모급수시설이나 전용상수도까지 포함하면 모두 2만4천여 곳에 달한다. 대부분 농어촌지역의 급수시설로 1970~80년대에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당시에는 수질이 양호해서 여과시설을 생략한 간단한 급수시설인데 농어촌도 산업의 발달로 토양과 수질이 안전할 수 없게 됐다. 간이상수도 주변 산업시설, 축산시설의 입지, 농약과 비료사용으로 지하수나 지표수를 원수로 하는 간이상수도의 수질오염 가능성이 매우 커졌는데도 시설개량이나 관리가 부실한 상태에서 농어촌 주민들의 건강은 위협당하고 있다.

실제 1990년대 이후 경주시 외동읍 지하수 및 간이상수도 오염으로 세균성이질 발생, 경기도 용인시 간이상수도 오염으로 세균성이질 발생(추정), 부산시 금정구 간이상수도 오염으로 파라티푸스 발생과 같이 간이상수도를 포함한 소규모급수 시설에서 수인성 전염병 발생사고가 끊이지 않고 보도되고 있다 <표 1 designtimesp=8695>.

특히 2004년 3월 경남 창녕군 장마면 신구리 마을에서 있었던 손가락 관절변형·구토·복통의 원인으로 간이상수도 수질을 의심하고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2003년 상반기 간이상수도 부적합률은 2.4%이다. 대부분 대장균군 등의 미생물과 질산성질소, 탁도 등으로 간이상수도의 주요 문제인 소독시설미흡과 같은 시설부적합 혹은 수원 수질의 오염이다. 더구나 최근 3년간 간이상수도 수질 부적합률은 지난 2001년 1.8%, 2002년 2.05%, 2003년 2.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관리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지역에 따라 대전, 인천, 경기가 수질기준 초과율이 높았는데 경기지역은 지난 1999년부터 2001년 상반기까지 8천730건의 간이상수도검사 중 약 12%가 부적합이었다 (2001년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 자료).

2003년도 4/4분기에 김포시는 총 58개소 간이상수도 수질검사결과 부적합이 30개소였다. 2004년 지난해 환경재단과 시민환경연구소가 실시한 간이상수도 수질검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지역으로 알려진 강원도 지역 내 간이상수도 수질 부적합율이 55%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간이상수도 수질이 이처럼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간이상수도 관리 부실이 가장 크다. 도시에 공급되는 대규모 상수도는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간이상수도 관리는 매우 소홀하다. 대규모 상수도는 달마다 55개 항목에 걸쳐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정수시설도 혼화, 응집, 침전, 여과 (고도정수), 소독의 단계를 포함하고 있지만 간이상수도는 14개항목만을 한해 4회 실시하며 정수시설이라고 취수와 소독이 전부다. 그나마 소독도 거의 하지 않는다. 간이상수도 관리책임은 지방자치단체의 시장이나 군수에게 있다.

소규모 급수시설은 지역 대표자협의회를 구성하여 관리하거나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대부분 70~80년대 설치되어 시설이 낙후되고 원수 수질이 악화됐지만 처리시설보완은 거의 없으며, 마을의 이장이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시설관리는 한해 2~3번 저수조 빗질청소와 소독제인 염소덩어리를 간혹 저수조에 집어넣는 것이 전부다. 전문 지식이 없는 마을 이장이 수질문제를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체로 간이상수도를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간이상수도 수질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도시지역 주민들도 고향의 물은 언제나 맑고 깨끗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부모님이 계시는 곳의 먹는 물이 실제 여러 요인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가수도는 어떨까? 2002년 여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실시한 강원도 한 지역의 식수원 조사 결과 간이상수도보다 지하수를 수원으로 하는 자가수도의 수질이 나빴고, 계곡물과 같은 지표수보다 지하수의 수질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지하수를 개인 목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하는 가구 실태파악이나 수질검사는 없다.

지난해 실시한 간이상수도 무료수질검사 사업당시도 신청자 절반이 자가수도 사용자였다. 이들은 수질안전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지만 자비로 수질검사를 할 여력이 되지 않아 이 사업에 신청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 사업에서도 자가수도 수질검사를 하지 못했다. 수도개발을 한 개인이나 단체가 맡을 영역을 넘어서 정부차원에서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음용수를 목적으로 개발한 자가수도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3-2. 간이상수도 문제의 개선방향

간이상수도 관리부실의 뒤편에는 사회의 무관심이 있다. 농어촌 지역의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인구는 실제 노인들이 대부분이며, 급수인구도 많아야 몇 백명에 불과하다. 관리책임이 있는 단체장은 크게 표나지 않는 사업에는 무관심하며, 해당 지자체는 예산이 없다고 한다. 또한 광역·지방상수도는 중앙정부가 상수도시설 보완에 재정지원을 하고 있지만 간이상수도는 아니다. 한 예로 지난해 말 간이상수도 지원 국고 보조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간이상수도 문제는 농어촌 지역 주민의 먹는물 안전의식 부족과 사회의 무관심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정부는 더 이상 간이상수도 문제를 지방자치단체 고유업무로만 보지말고 재정지원을 늘려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고려하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어 시설개선과 관리 예산이 없다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예산의 우선 배정을 대형사업 위주로 편성할 것이 아니라 가장 소외되고, 방치된 문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농어촌 주민들도 도시민들처럼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깨끗한 물을 마셔야 하며 수인성 질병과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간이상수도 수질기준항목과 횟수를 늘려야 한다. 현재 설정된 14개 항목은 너무 적다. 산업시설 입지와 농약, 비료사용 등 농어촌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염여건을 고려하여 수질기준항목을 설정해야 한다. 검사도 대도시처럼 달마다 실시하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둘째,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여 정수처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농어촌지역 실정에 맞는 처리시설을 도입해야 한다. 부락단위로 형성된 간이상수도 처리시설을 어떻게 재편하고 관리해야 할지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전문지식이 없는 마을 주민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먹는물 안전과 관련하여 주민들의 일상점검과 함께 상수원 보호와 관리부분도 포함해야 한다.

4. 총 론

우리나라 먹는물 현황을 크게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으로 나누어보면 상황이 많이 다르다. 대도시에서 수도사업자는 수돗물을 여러 단계의 정수처리로 달마다 55개 항목에 걸친 수질검사를 하여 공급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쏟는 한해 예산도 막대하다. 하지만 수돗물을 바로 마시는 비율은 한자리수이다.

대부분의 도시민들은 수돗물을 바로 마시면 건강에 해로울 것으로 생각해 끓여 마시거나 정수기 혹은 여과기로 걸려 마신다. 정부와 수도사업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돗물 직접 음용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해마다 정수기와 먹는 샘물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농어촌 실정은 사뭇 다르다. 대부분의 농어촌 주민들은 수도꼭지 물을 바로 마신다. 농어촌 물은 깨끗하고 맛이 좋다고 알려졌고, 여전히 그렇게 알고 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자료를 보면 농어촌 수질이 안전하지는 않다. 달마다 55개항목에 걸쳐 수질검사를 실시하는 대도시보다 분기별 1회 (한해 4회)에 14개 항목만을 검사하는 농어촌 간이상수도 수질의 기준 초과율은 더 높다. 더구나 수질은 해가 갈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환경이 예전과 달리 산업시설의 입지와 축산 농가의 증가, 농약과 비료 사용증가로 점차 나빠지고 있는 데다, 간이상수도 시설도 대부분 70~80년대 설치되어 매우 낙후됐고, 관리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관리책임이 있는 단체장은 무관심하며, 대다수의 마을 주민은 노인들로 강력한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라며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다. 주민들은 대장균 몇 마리 먹어도 죽지 않는다며 물을 마신다. 하지만 수인성 전염병 발병사례는 끊이지 않고 보고 되고 있다.

물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다. 도시 주민처럼 농어촌 주민들 나아가 누구도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 모든 인간이 공통으로 마시는 물이지만 대도시와 농어촌의 먹는 물 해법은 다르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셔야 한다는 근본 전제는 같지만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시민들이 수돗물을 바로 마시지 않는 데는 수돗물 안전에 대한 불신이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사회는 끊임없이 수질사고를 들어왔다. 그러면서 형성된 불신은 좀처럼 가실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정부와 수도사업자는 수돗물 불신에 대한 과학 조사, 자료 축적, 추세 파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정기적으로 전국 조사가 필요하며 수도정책과 행정의 목표를 수돗물 불신 해소와 결과로 음용 형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정량화, 구체화해야 한다. 더불어 수돗물 불신해소를 위한 정보제공 창구를 다양화해야 한다. 간이상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의 관심이 절실하다.

농어촌 주민들은 수돗물을 마시고 있지만 수질은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무관심하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내 고향 부모님이 마시는 물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해결은 쉬울 수도 있다.
중앙정부는 간이상수도 문제를 더 이상 지방자치단체 고유업무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정의 차원에서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중앙정부의 재정지원만을 바라보지 말고 예산 배정의 우선 순위를 바꿔야 한다.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쳐야 한다.









[ 참고문헌 ]
1. 간이상수도 문제점과 개선대책, 시민환경연구소, 2004, 시민환경연구소 제7차 시민환경포럼 자료집
2. 간이상수도 무엇이 문제인가?, 이정학, 2004, 한국정책지식센터 환경정책포럼 제9회 세미나 자료집
3. 수돗물 국민의식조사, 수돗물시민회의, 2004.
4. 아파트단지 수돗물개선 시범사업, 수돗물시민회의, 2004.
5. 환경이아프면몸도아프다,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보건위원회, 2004
6. 수돗물신뢰구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방안 연구, 아주대학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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