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주년 특집] 33조원 하수관거 국책사업 개선방안/박창근 교수(관동대 토목공학과)

불명수 저감 위해 정량적 평가 도입 필요
  특혜시비·부실공사 우려·계획 함양 미달 등 사업 정당성 상실
‘하수관거평가협의회’ 구성 현안문제 심도 있게 검토 시급

   
▲ 박창근 교수(관동대 토목공학과)
우리나라는 2005년 말 기준으로 그 동안 294개의 하수처리장을 건설했지만, ‘맹물처리장’이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했다. 이는 관거 8.6m당 1개소에 ‘불량’이 있음에 기인하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02년을 ‘하수관거 특별정비 원년’으로 선언하고,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 동안 환경부의 하수정책이 잘못되었음을 시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하수처리장 건설과 하수관거 정비사업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사업인 데, (물론 예산문제도 있지만) 가시적인 실적위주의 하수정책을 펼쳐 왔다. ‘바늘만 있고 실이 없는’ 하수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부는 맹물처리장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대대적인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진행되어온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살펴보면, 시공업체들에게 특혜를 주는 듯하고 또한 부실공사를 조장하는 듯한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하수관거 정비사업은 ‘준비가 덜된 국책사업’이라 할 수 있다.

평가 없이 관거정비사업 전국 확대

■  추진과정 문제점   먼저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선 시행사업과 한강수계 1단계 시범사업의 경우 향후 전국적으로 진행될 정비사업에 대한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조차도 없이 전국으로 정비사업을 확대시켰다.

둘째, 준공지표 변경을 둘러싼 정책의 혼선을 들 수 있다. 맹물처리장의 근본원인이 불명수(유입수와 침입수, I/I)의 과다유입이므로, 이를 줄여 하수처리 효율을 높인다는 것이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고, 사업추진의 타당성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성과지표는 사업 후 ‘불명수를 어느 정도 줄였는갗이어야 한다. 즉, I/I 지표가 준공지표로 계약서에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감사원은 ‘I/I 지표가 불확실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준공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했다. 이러한 감사원의 지적과 재정경제부의 질의회신자료를 근거로, 지난 4월 환경관리공단과 선 시행 사업자는 I/I 지표에서 시공품질검사(QA/QC) 지표로 준공조건을 변경하는 재계약을 했다.

   
▲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성과지표는 사업 후 ‘불명수를 어느 정도 줄였는갗이어야 한다. 즉, I/I 지표가 준공지표로 계약서에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시범구간의 경우는 지난 1월에 재계약을 했으며, 2005년 BTL의 경우 환경관리공단과 사업자간가 합의해 일괄적으로 준공조건을 소급해 변경할 계획이다. 즉 준공기준을 I/I 지표에서 QA/QC 지표로 완전히 변경하겠다는 의도이다. 여기서 시공품질검사(QA/QC)는 연기검사, 육안검사, CCTV 검사, 수밀시험, 염료시험 등으로 시공상태(품질)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시공품질검사로는 공사의 가시적인 효과인 불명수의 저감 정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만들어진 품질을 정량적인 방법이 아닌 정성적인 방법으로 검사해 합격여부를 판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객관성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준공기준이 QA/QC로 바뀐다면, 불명수를 저감시키겠다는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당초 목표가 상실되는 심각한 국면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준공기준은 토목공사에서 품질확인을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한다면, 준공조건의 완화는 분명히 특혜이고 부실공사를 부채질 할 여지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불명수를 잡겠다는 하수관거 정비사업은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준공조건조차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졸속사업이라는 평가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I/I 지표 통해 사업 중간평가 가능

■  불명수(I/I) 지표 중요성  2005년 10월 환경관리공단에서 작성한 ‘관거정비 후 성과보증조건 I/I량 산정방안 연구’에 의하면, I/I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계획단계에서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도구로 I/I 지표가 이용되고 있고, 환경부 역시 2001년 우리나라 하수관거를 일제 조사할 때도 사용된 지표이다. 시공과정에서도 I/I 지표를 통해 사업의 중간평가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I/I 지표는 하수관거 정비공사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이고,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또한 I/I 지표는 하수관거 보수(Rehabilitation)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인자라고 할 수 있으며, I/I 저감 정도에 따른 경제성 평가를 통해 하수관거 정비공사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이 I/I 지표는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계획, 평가, 유지보수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이다.

 I/I유입량 10%, 현실적 보장 무리
 
■  QA/QC 도입 배경  선 시행사업, 시범사업, 2005년 BTL 사업에서 준공조건으로 도입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유입수질은 처리장으로 유입되는 계획유입 수질농도의 90% 이상이고, I/I 유입량은 계획 일일최대 오수량의 10% 이하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I/I 유입량 10%는 현실적으로 보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조건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환경관리공단에서는 어쩔 수없이 준공지표 완화 또는 대안준공지표의 도입이 필요하게 되었다.

환경관리공단은 준공지표의 완화를 추진하다가(선 시행사업) 대안준공지표를 도입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고, 그것은 시공품질검사(QA/QC) 방법이다. 준공지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환경관리공단이 내세운 논리와 그에 대한 반대논리는 첫째, I/I 산정에 임의성이 내재된다는 감사원의 지적이 대안준공지표 도입의 가장 유력한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 등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I/I 산정에 있어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은 공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다.

   
▲ 하수관거 정비사업은 BTL 형태로 진행되더라도 궁극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이용되는 공공사업이다. 이러한 공공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준공조건과 같이 중요한 항목을 변경시키려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사진은 진천군 하수관거정비 BTL사업 장면.
둘째, I/I의 저감목표량이 성과보증에 관한 객관적인 기준으로 미흡하다는 이유이다. 이는 I/I 산정의 객관성을 확보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항이다. 셋째, QA/QC는 I/I와 상호 보완적인 연계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QA/QC는 정성적인 평가기법이고 I/I는 정량적인 평가기법이므로, QA/QC와 I/I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지표이다. 즉, QA/QC가 ‘나무’라면, I/I는 ‘숲’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환경관리공단은 I/I 지표가 정상적으로 활용되기 위한 선행조건으로 △유량계 측정값의 신뢰도 확보 △I/I 산정 방법론의 객관성 비교 및 통일성 확보 △각 산정밥법론에 대한 기초자료의 객관성 및 근거 △유입수와 침입수를 구별할 수 있는 구분 근거 △I/I 산정에 요구되는 검증기간 △기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조건은 I/I 지표에 대하여 기본적인 내용만 알고 있다면, 사전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만약 현재 선행조건이 충족되어 있지 않다면, 예산과 의지만 있으면 일본과 미국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다섯째, 환경부가 수행하고 있는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2001∼2010년)’에 의하면 I/I관련 연구개발 결과로 제시한 대표적 성과기술은 △실시간 수질 및 유량 자동분석 기술 △누수 및 I/I 탐지기술 등이다. 두 기술은 2004년에 완료된 과제에서 개발된 기술임을 감안한다면, 개발된 기술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생긴다. 만약 그렇다면 환경부는 대형국책 연구사업을 졸속으로 진행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준공조건 변경, 신중 기해야

■  바람직한 준공지표  하수관거 정비사업은 BTL 형태로 진행되더라도 궁극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이용되는 공공사업이다. 이러한 공공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준공조건과 같이 중요한 항목을 변경시키려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환경관리공단에서는 2005년 BTL 사업에 있어 시공자와의 동반자적 입장에서 상호 합의 아래 일괄적으로 준공조건을 I/I 지표에서 QA/QC 지표로 소급해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특혜의 시비가 있을 수 있고, 준공조건의 완화로 부실시공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하수관거 정비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환경관리공단에서 주장하는 당사자(공단과 시공사)들만의 합의로 준공지표를 변경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고, 그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기존의 I/I의 허용치(상한치)가 현실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면, 또한 그러한 사실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면, 이에 대한 정밀검토를 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원칙이 있다. 즉 하수관거 정비사업은 국민의 세금을 이용하는 공공사업이므로, 공사효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객관적인 성과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부실공사를 방지하고 사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QA/QC와 같은 정성적 평가방법은 적절하지 않고 정량적 평가방법이 바람직하다.

또 하수관거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관거정비 또는 보수의 우선 순위 결정에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지표를 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정비사업 당초에 도입한 준공지표인 I/I 지표를 이용하는 것이 타당하고, 현재 10% 수준의 I/I 허용치를 공사현장 여건에 적합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완료 후 유지관리체계 구축 안돼

■  하수관거 BTL 평가  환경관리공단의 발표자료(2007년 7월 5일, 제주도 하수관거 워크숍)에 의하면 하수관거 BTL 사업의 당면과제는 다음과 같다. 성과준공지표를 I/I에서 QA/QC로 소급해 변경계약을 추진하고, 하수관거 유지관리 범위가 신설·개보수 관거로 국한돼 있는 협약을 향후 공사구간 내 기존 관거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협약을 변경할 계획이다. 그러나 성과준공지표를 QA/QC로 변경시키는 것은 부적절한 선택이고, 유지관리범위에 기존의 관거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한 사항인 데, 누락되어 있었다면 사업계획단계에서 세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관거정비사업이 완료된 후 하수관거 유지관리체계가 아직까지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은 사업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BTL 사업의 지속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첫째, 기본계획 및 사전조사가 철저해야 하고 둘째, 객관적인 평가방법에 의한 가시적인 사업의 운영성과가 제시되어야 한다라는 두 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BTL 사업의 준비부족을 시인한 바 있다. 현재 환경관리공단은 2008년도 하수관거 BTL 사업을 신청한 상태이다. 이 사업은 16개 지자체를 대상을 1조5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만약 환경관리공단이 준공지표, 유지관리 등에 대해 전향적인 개선대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KDI는 하수관거 BTL 사업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I/I를 준공지표로 다시 도입해야

■  개선방안  환경부는 하수처리장과 관거정비사업을 국책사업으로 분리해 시행하는 과정에서 ‘맹물처리장’을 양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근거해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야심차게 진행하는 것은 타당했으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비사업에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준공지표로서 그리고 운영지표로서 I/I는 미국, 일본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당초 준공지표 상한치(10%)를 현실에 부합되지 않게 설정해 준공 과정에서 혼선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I/I 지표 대신 QA/QC 지표를 선택, 준공조건에 대해 재계약을 실시했고 일부는 준비중에 있다.

   
▲ 환경부가 하수관거 BTL 사업을 지속사업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1조5천억 원 규모의 2008년도 사업을 신청 중에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준비부족, 성과지표의 부적절 등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다. QA/QC와 같은 정성적인 준공지표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으로 객관성을 상실한 지표이다. 그러한 지표는 특혜시비를 일으킬 수 있고, 부실공사를 조장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준공지표로서 QA/QC는 정량적인 사업의 성과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하수도 요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가중될 것이다. 따라서 준공지표에 대한 잘못된 선택으로 사업의 정당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환경관리공단은 I/I를 준공지표로 다시 도입하고 현실에 부합되지 않는 부분(예를 들면 10% 상한값)은 합의에 의해 수정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I/I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I/I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환경부가 수행하고 있는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2001∼2010년)에서 성과로 제시된 I/I 관련 연구결과가 실용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환경부가 하수관거 BTL 사업을 지속사업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1조5천억 원 규모의 2008년도 사업을 신청 중에 있다. 사업에 대한 준비부족, 성과지표의 부적절 등과 같은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다는 점을 KDI은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수관거 BTL 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지난 5년여간 진행된 하수관거 정비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한 후 바람직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 ‘하수관거평가협의회(가칭)’를 구성해 하수관거 관련 현안들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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