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주년 특집] 물산업, 황금알 낳는 유망산업 급부상

‘물’ 서비스시장, 개방화·국제화 가속화

EU 등 환경선진국, WTO·FTA 통해 물시장 개방압력 강화
GE·지멘스 등 다국적 기업들 M&A 통해 세계 물시장 참여

삼성경제연구소(소장 박종식·www.seri.org)는 지난달 17일 ‘세계 물산업의 구조변화와 시사젼이라는 보고서에서 세계무역기구(WTO)와 FTA를 통한 물시장 개방압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EU와의 FTA 체결로 국내 물산업 시장의 개방이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상하수도 서비스의 국제표준화도 진행되고 있어 국내 물산업이 최소한의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 개혁과 정책지원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 세계적으로 물 부족과 수질악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물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정수처리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나노여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메르와즈 정수장 막여과 시설.
연구소는 특히 베올리아와 수에즈 등 물산업 선도기업들이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인수합병(M&A)에 의한 시장진입이 수월해졌고, GE나 지멘스 외에도 다수의 기업이 물산업에 새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이 물산업에 들어오기에는 지금이 적기라는 것.

하지만 상하수도 서비스업 분야는 신규 진입이 어려운 분야로, 해외시장의 경우 민영화율이 9%로 낮고 기존 경쟁 기업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여서 추가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고, 국내시장 역시 상하수도는 지역별 소규모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형사업화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처리 제조업 분야를 기반으로 한 진입전략이 필요하지만 국내 수처리 산업은 두산중공업을 제외하면 소규모의 설비부품 공급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자체 산업기반이 취약하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이 보고서 내용을 요약했다.

물부족·수질악화로 물산업 급부상

■   물산업 구조변화  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 및 급격한 인구증가로 물 부족 문제가 가속화되고 있다. UN은 세계 물 부족 인구가 현재 10억 명에서 2025년에는 30억 명, 2050년에는 50억 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선진국의 물 인프라 노후화와 개도국의 산업화 진전으로 인한 수질악화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 베올리아, 수에즈 등 다국적 물기업들은 개발도상국의 물 수요가 급성장하면서 경제환경이 안정적인 중국, 호주, 한국 등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은 베올리아와 삼성이 합작투자로 건설한 인천 송도하수처리장의 유입펌프 배관.

특히 세계 대도시의 물 인프라 노후화는 수도관 부식에 의한 중금속 오염 등의 손해 규모가 대도시 평균 2천만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중국, 브라질과 동유럽 국가들의 산업화에 따른 생활하수, 산업폐수의 증가로 수질악화가 급격하게 진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정부, 기업, 시민의 관심이 물에 집중되면서 세계 물산업은 향후 연평균 5%의 안정적 성장으로 2010년에는 3천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세계 물시장은 신규 기업들의 진입과 성장 속에서 구조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2000년 이후 대형 M&A(인수합병)를 통해 물시장에 뛰어들은 GE(General Electric)와 지멘스(Siemens)는 설비·기기에 집중하면서 물산업 제조업 분야 주도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양사는 공격적 대형 M&A를 통해 시장에 빠르게 진입, 최근 제조업 영역에서 사업구조 계열화에 박차를 가하며 고속 성장을 이루고 있다.

GE는 이오닉스(Ionics)를 2005년에 11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산업용 수처리 설비와 기기 부문에 진입해 현재 산업용 수처리 설비, 상하수도 설비, 기기, 화학약품, 필터 등을 향후 물산업의 주력부문으로 결정하고 관련 역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멘스는 2004년 베올리아(Veolia)의 장비사업 부문인 US Filters를 인수하면서 수처리 장비 부문에 진입, 제조업 전 부문에 위탁운영을 포함한 사업구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기존 주도기업인 베올리아, 수에즈(Suez) 등은 제조업 경영환경 악화로 비핵심 제조업 분야에서 철수하며 안정적인 시장 대상의 서비스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 국내 수처리 산업은 현재 담수플랜트 건설부분 세계 1위인 두산중공업을 제외하면 소규모의 설비부품 공급업체가 대부분으로 자체 산업기반이 극히 취약,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사진은 두산중공업이 독도에 설치한 해수담수화 시설.
베올리아는 2004년 장비 부문 미국 자회사인 US Filters와 서비스 설비업체인 스페인 FCC를 매각했으며, 수에즈는 1999년 인수했던 자회사 Nalco(2003년 수처리 화학약품 부문 1위)를 부채경감을 위해 매각하고 각각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상하수도 서비스, 산업용 수처리 서비스, 위탁운영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사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베올리아와 수에즈는 남미, 중동 등 개발도상국 시장의 비중을 줄이고 유럽과 중국 시장에 비중을 높이는 등 안정적 시장 중심의 선별적 국제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M&A를 통한 기업들의 물산업 신규 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제조업 부문 기업에서는 GE, 지멘스에 이어 3M과 소매업 기업인 Home Depot와 같은 비연관산업  기업의 진입도 시작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물, 전력 등 다수의 공공재를 단일기업에게 공급받는 멀티-유틸리티(Multi-utility)경향이 유럽에 확산되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물산업에 신규 진입하고 있으며, 물산업의 성장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고 금융자본들의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통합 물 솔루션 제공에 초점

■   구조변화 배경·특징  세계 물시장은 신규 물산업 수요가 대부분 전체 물순환 과정(Full water cycle)에 대한 통합관리역량을 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어 통합적인 물 솔루션 제공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상하수도 서비스업의 경우 상수공급에서 폐수처리까지의 전체 시스템을 계획, 설치, 운영하는 전과정을 단일업체에게 위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상하수도 사업 민영화율이 높은 영국, 칠레 등은 단일사업자에 의한 수자원의 통합관리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추세다. 수처리 제조업 분야도 설비, 기기, 화학약품, 정보시스템 등의 각종 구성 요소를 전체 시스템으로 통합되고 있다.

   
이에 따라 GE와 지멘스는 산업용을 중심으로 통합 물 솔루션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기존의 베올리아 및 수에즈 등은 물 서비스 부문과 시너지 효과가 낮은 제조업 부문에 철수하면서 상하수도와 산업용수 서비스업 솔루션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 GE는 지난해 3월 필터 부문 기술선도업체인 제논(Zenon)과의 신속한 M&A를 통해 설비, 기기, 화학약품, 필터, 산업용수 서비스 등으로 구성된 사업 체계를 구축, 산업용 통합 물 솔루션 제공에 가장 유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지멘스도 화학약품 분야를 제외한 모든 제조업 사업부문을 포괄하는 업체로 성장하며 통합 물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베올리아와 수에즈는 건설, 시멘트 등 물 서비스와 관련성이 낮은 사업부문을 포함하고 있던 기기, 장비업체들을 매각, 제조업 부문에서 철수하며 이부문의 사업역량을 고객의 필요에 따라 시스템의 계획, 설치, 운영, 관리의 부분적 조합에서 통합 솔루션까지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목표로 다양한 물 서비스 솔루션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개도국 물사업 진출기업 경영위기

2002년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해 개발도상국 경제가 붕괴하면서 개발도상국 물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던 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 물산업 주도기업들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베올리아는 개도국 물사업 적자폭 확대로 인해 순이익률이 2004년 0.9%까지 떨어지고 매출이 2001년의 75% 수준으로 감소하는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됐으며, 수에즈도 아르헨티나 정부와 1993년부터 1997년까지 5년 동안 수에즈가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전체 규모의 25%에 해당하는 35억 달러의 대형 상하수도 사업계약(3건)을 30년 장기 양여계약으로 체결했으나, 2002년 세계경제 침체로 폐소 가치가 종전의 1/4로 폭락하는 등 아르헨티나 경제가 붕괴되면서 수에즈는 2002년에만 5억 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이에 따라 물 전문기업들은 거시경제환경이 불안한 개도국에서의 사업비중 축소에 대한 인식 확대 및 20∼30년에 걸친 상하수도 사업 장기 양여계약의 문제점을 인지하면서 민간기업이 위험부담을 모두 짊어지는 사업모델을 지양하게 됐다. 따라서 개도국의 거시경제환경이 불안하거나 정부와 갈등요인이 발생하는 경우 신속하게 양여계약을 파기하고 철수하는 방식을 구축하고, 정부와 민간부문이 위험을 분담하는 형태의 양여계약 및 리스 형태의 사업모델 비중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위험관리 기법을 도입,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로 자기자본 투자비율을 20%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 발생을 막기 위해 해당국가 정부의 지급보증,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험가입 등의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또한 경제가 불안정적인 개도국보다 안정적인 유럽지역에 시장기반을 강화하는 등 해외시장에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보수적 국제화 전략을 추구하며, 개도국 시장은 물 수요가 급성장하면서 경제환경이 안정적인 중국, 호주, 한국 등의 시장만을 공략하게 된다.

베올리아는 2005년, 매출에서 내수시장인 프랑스의 비중을 50%로, 기타 유럽지역 30%, 개도국 13%로 설정, 개도국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였으나, 예외적으로 중국시장에 대한 비중을 크게 확대해 중국 상해의 푸동수도회사 50% 지분을 20억 위안에 낙찰했다. 푸동수도회사 50% 지분의 시장가치는 7억6천만 위안으로 낙찰금액은 시장가치의 2.6배에 해당되나 베올리아라는 일시적 손실을 감수하고 중국시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 이후 중국 내 20여 개 상하수도 사업계약을 베올리아가 독점하게 되었다.

저비용화 수처리 기술혁신 가속화

급속한 물시장의 성장으로 물 전문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 시장에서는 수도요금 인상이 어렵기 때문에 상하수도 서비스의 저비용화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상하수도 요금은 유럽의 25% 수준으로, 이 지역의 신규사업 계약에 단가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물 서비스 업체들의 저비용화를 위한 사업구조 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물 제조업 분야 기존업체와 신규진입 기업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비용화 첨단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M&A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나노필터링(Nano-filtration), 생체막(Bio-membrane) 등 BT, NT를 이용한 저비용 수처리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3M은 필터 분야 첨단기술을 보유한 CUNO를, ITT는 UV(Ultraviolet)필터에 첨단기술을 보유한 베데코를 인수했다. GE도 사업구조 계열화 과정에서 저비용화 기술보유업체들과 M&A를 체결, 지난해 GE가 인수한 제논은 막(Membrane)분야의 선도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물산업, 국제경쟁력 확보 시급
 
■   시사점 및 제언  물산업의 구조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국내 물기업의 세계 물시장 신규 진입의 적기로 판단된다. 베올리아, 수에즈 등 선도기업들이 사업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M&A에 의한 시장진입이 수월한 상황으로 GE, 지멘스 외에도 다수의 기업들이 물산업에 신규로 진입 중에 있다. 그러나 상하수도 서비스업 분야는 9%라는 세계시장 민영화율과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신규 진입이 어렵다. 특히 기존 경쟁기업이 시장을 선점한 경우 추가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기존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상하수도는 지역기반이 강하기 때문에 지역별 소규모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수도·하수도의 통합운영, 제도개혁 및 정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한다. M&A가 신규 진입의 손쉬운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독일 RWE는 2000년 테임즈워터(Thames water)를 인수, 업계 3위로 부상했으나 경영악화로 지난해 Macquarie에 매각된 사례가 있다.

   
특히 수처리 제조업 분야를 기반으로 한 국내 물기업의 세계 물시장 진입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세계 물시장에 신규 진입한 GE, 지멘스, 3M 등은 모두 제조업 분야 M&A을 통해 진출했으며, 국내 수처리 산업은 현재 담수플랜트 건설부분 세계 1위인 두산중공업을 제외하면 소규모의 설비부품 공급업체가 대부분으로 자체 산업기반이 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올 10월을 목표로 한 국제표준화기구(ISO/TC224)의 상하수도 서비스 국제표준화에 따라 물시장의 개방화, 국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이 주요 세계 물 기업이 대거 포진한 유럽연합과의 한-EU FTA 체결 시 국내 물 서비스 시장 개방압력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물 서비스 사업의 조속한 국제경쟁력 확보가 절실히 요구된다.

상하수도 분야에서는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부의 제도개혁 및 정책지원이 시급하다. 또한 전 세계적 추세인 계획·설칟운영의 전체 물순환 과정에 걸쳐 통합된 물 서비스 솔루션을 저가에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경영혁신과 효율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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