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관리의 틀, 근본적으로 바꿀 때!

   
▲ 윤성규 국립환경과학원장
독일에는 루르공업지대를 관통하는 “루르 강이 위(胃) 7개를 거쳐 간다(Die Ruhr geht durch 7 Maegen)”는 속담이 있다.

루르 강은 유로연장이 230여킬로미터에 불과한 작은 지천이지만 라인 강에 합류되기까지 상류 사람이 먹고 배설한 물을 그 직하류 사람이 또 먹고 배설하는 식으로 일곱 번이나 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하류에 산다(Everyone Lives Downstream)”는 세계물의 날 1999년도 주제어도 그 연장에 다름 아니다.

상류 사람이 버린 물을 하류 사람이 먹고 사니 내가 마시려는 물인 듯 떠나보내는 물도 귀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경구들이다.

우리나라는 80년대부터 20여년 수질개선 노력을 경주해온 결과 하천·호소를 썩게 하는 유기물질의 과유입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한 상태여서 물 관리의 방향을 일대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환경선진국들의 사례로부터 첫째, 농약·의약품·중금속 등 유해물질의 안전관리, 둘째, 수생태 자연성의 복원·유지, 셋째, 수질과 수량 관리기능의 통합·일원화가 앞으로의 지향점이 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낙동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유역에 본격 도입된 수질오염총량관리제의 대상물질을 현재의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에서 모든 유해물질로 확대해야 한다. 환경선진국에서는 허용수준 이하로 위해성이 억제되도록 총량관리하고 있다. 공장 등 특정오염시설의 설칟운영 허가과정에서는 수질환경기준이 없더라도 필요하면 총량관리하는 선진국이 대부분이다.

유구한 지구역사에 있어 잘 유지되어 온 수생태의 자연성은 산업화 이래 훼손을 거듭해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각에서 ‘제방공화국’, ‘댐공화국’으로 운운할 정도로 수생태 환경은 극도로 열악해져 있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는데 수생태가 마치 이와 같다.

건전하지 못한 수생태에는 물도 건전할 수 없다. 이점에서 환경부가 2005년에 수립한 향후 10년간의 물 환경관리 기본계획에서 “아이들이 멱 감고 물고기가 뛰노는 수환경 조성”을 목표로 삼은 것은 “Swimmable & Fishable"이라고 하는 미국 청정수법(Clean Water Act)의 입법목적을 흉내 낸 측면이 없지 않지만 평가 받을 만하다.

직강화를 초래한 인공제방·콘크리트 옹벽·하천부지내 인공시설물 등을 철거해 육지와 수역간 연계지역의 자연성을 복원시켜야 하고, 햇빛의 수중 침투를 차단하는 등 수서생태계를 초토화하는 탁수(濁水)를 막기 위해 무분별한 산지훼손과 난개발의 억제도 매우 중요하다.

수질과 수량을 이원적으로 관리하는 우리나라의 물 관리 시스템은 비과학, 비효율, 비합리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후진적 행태의 전형이다. 물의 질과 양은 서로 떼어 놀래야 떼어 놓을 수 없는 하나임은 삼척동자라도 능히 알 수 있을 진데 여러 이해가 얽히고 설켜 수십년째 말만 무성하다.

미래세대에게 생존력과 국제경쟁력을 담보해줄 수 있는 수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수질과 수량의 통합관리시스템을 지체 없이 실현시켜야 한다. 소리(小利)와 불신을 떠나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먼저 생각하면 해법은 의외로 가까운데 있다.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