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과 물산업

   
▲ 이규용 환경부차관
누구나 한번쯤은 조선시대 대동강물을 한양 상인들에게 판 ‘봉이 김선달’에 대한 일화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도 교묘한 말로 다른 사람을 속이고 이익을 얻는 사람을 빗대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말한다.

그가 희대의 사기꾼이라 불리는 데에는 이 이야기의 바탕에 물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유재(自由財)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샘물, 미네랄워터 등 돈을 주고 물을 사먹으며 우리 생활에 하나의 기호품으로 자리 잡았다. 얼마 전에는 대형마트에서 먹는 샘물의 매출이 탄산음료를 추월했다는 보도가 나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우 일찍부터 먹는 샘물을 사서 마시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지질특성상 물에 석회질이 많이 포함돼 있어 그대로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비앙(Evian)은 이미 18세기 후반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물은 자유재가 아니라 경제재(經濟財)라는 인식 때문에 1853년부터 전문기업이 물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1, 2위의 물 기업인 베올리아와 수에즈가 프랑스 기업인 것은 이렇게 오래된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물이 석유보다 귀한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20세기가 석유의 시대(Black Gold)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Blue Gold)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와 포천지도 21세기는 물을 공급하는 기업, 즉 물 산업이 최고의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물 산업은 상하수도와 해수담수화, 먹는 샘물사업 및 이와 연관된 건설·설비생산·약품제조 등을 포괄한다. 2004년 현재 세계 물 시장 규모는 886조원으로 2015년에는 1천579조원 규모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물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데에는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 산업화 등이 가속화되면서 심각한 수질오염과 물 부족 현상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UN 통계에 의하면 2002년 현재 11억 명이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26억 명은 하수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연간 36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블루골드(Blue Gold)라 일컬어지는 물 산업을 우리나라의 신(新)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물산업에 대한 패러다임부터 바뀌어야 한다.

즉, 물은 자유재가 아니라 비용을 지불하는 경제재로서의 성격 때문에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전문기업에 의해 질 좋은 서비스가 공급되어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수도 등의 서비스 관리와 취약지역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기업은 해외시장 개척과 고용창출 등 물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기업간의 관계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달 ‘물산업 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 을 발표, 지자체와 공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상·하수도사업에 민간참여를 확대해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높여 서비스의 품질은 높이되 가격은 낮추는 등 물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계획이다. 또한 2015년까지 국내 물산업 규모를 20조원 이상으로 성장시킬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의 사례를 들며 상·하수도사업의 민영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공급과 가격결정, 소유 등의 감독권한은 정부가 지니면서 운영 측면의 효율화 등을 위하여 전문사업자에게 운영 등을 맡기는 것이기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산업화 과정에서 물 부족, 수질오염을 극복해 오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그 동안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로 성숙된 연구인력과 기술개발의 기반도 갖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물 시장인 아시아 지역에 대한 지리적·문화적 접근성이 유리해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지금부터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친다면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 불리며 물 좋기로 소문났던 명성에 걸맞게 우리도 세계적인 물 기업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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