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바람직한 물복지를 위한 통합물관리 방향
 

“정보에 기반한 과학적 농업용수관리 필요”

기후변화로 가뭄피해 매년 심화…농업용수, ‘관리하는 물’로 인식해야
단편적·사후적 대응 아닌 지역별 종합가뭄대책 마련해 사전대비 중요

 

▲ 이 광 야
한국농어촌공사 농업가뭄센터 센터장
Part 02. 물복지 소외지역 해소를 위한 농업용수의 이해와 용수관리

통합물관리를 실행하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전체 수자원의 41%를 차지하는 농업용수의 역할과 기능이다. 농업용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 통합물관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국민 물복지를 한층 향상시키기 위한 패스트트랙(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빠른 길)이 될 것이다.

농업용수 측면에서 물복지 소외지역이란 기후변화, 농업 내부 문제 등으로 정부의 가뭄 및 수해 피해 예방대책을 받지 못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1950년대부터 정부가 농업시설기반정비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가뭄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일례로 지난 2018년 8월 전국적인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 가축폐사 등 피해액이 230억 원에 달했고 2017년 10월 충남지역 가뭄 피해액은 489억 원에 달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패턴의 변화로 농업용수 이용체계가 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 장마기간은 보통 6∼7월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2∼10월까지 상시 집중호우가 내리는 형태로 강우기간이 증가하고 강우패턴이 변화했다. 강우강도도 과거 대비 9.5% 증가했다. 아울러 강우지역 편중 현상이 심해져 서·남해안 지역 20개 시군은 매년 상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저수율이 78%에서 65%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수해 피해가 반복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용수, 수자원 이용량의 41% 차지

미국 국립가뭄경감센터(NDMC)에 따르면 강수 시 이수와 치수, 수질과 수량, 수생태 등이 모두 잘 돌아가 국민들은 수량, 수질, 수생태 서비스에 모두 만족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비가 장기간 내리지 않는 가뭄 때에는 물부족으로 근심하고 그 근심이 사회적 패닉 현상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이러한 가뭄의 순환에 따라 시기별로 농업용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수자원 이용 현황을 보면 전체 수자원 이용량 372억㎥ 중 농업용수가 152억㎥(41%)로 가장 많고 이어 유지용수 121억㎥(33%), 생활용수 76억㎥(20%), 공업용수 2억㎥(6%) 순이다. 농업용수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이용량이 정체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국가 수자원정책 수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이 중 78%인 119억㎥가 논 용수이고 30억㎥(20%)는 밭 용수이다.

기후변화는 농업 분야 용수공급체계의 취약성을 증대시킨다. 가뭄을 예로 들면 가뭄발생 주기가 변화해 10년 빈도 가뭄기준 저수지의 이수(利水) 안전도가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뭄발생 주기는 1904년부터 2000년까지 96년간 35회에서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5년간 10회로 변화했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0.36회에서 0.67회로 발생 빈도가 약 1.8배 증가했다.

농업 분야,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

농업용수는 사람이 아닌 작물이 이용하는 물로서 강우의 질에 민감하고 재이용과 공동 이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작물이 소비해야 하는 수량은 굉장히 제한적이며, 관개를 통해 물을 많이 준다고 해서 작물이 더 잘 자라거나 하지는 않는다. 관개로 공급받는 양과 유효강우량의 균형(밸런스)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밖에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공급량과 수요량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작물이 물을 공급받는 경로(루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하늘에서 내리는 강우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주는 물이다. 그런데 강우는 가뭄 등 기후변화로 태양의 복사에너지가 증가하면 증·발산량은 커지고 비가 줄 수 있는 유효 강우량이 적어지니 가뭄상태가 되면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게 된다.

농업용수의 수요가 가장 큰 부문은 농업 부문이다. 4월말∼5월초에 모내기를 하고 6월에 장마가 시작되면 수임기가 되고 9∼10월이 되면 곡식이 여문다. 모내기를 4월 말에서 5월 초에 하는 이유는 6월에 비가 오면 수자원이 충분히 공급되어 용수관리가 쉽고 농업생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약 7년 동안 장마기간이 줄다 보니 물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농업용수 배수로, 수문관리 어려워

2016년에 수립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는 2030년이 되면 농업용수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것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관행에 머물러 있을 때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첫째, 과거의 물관리 지식을 현대에도 적용하는 경우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금은 과거와 장마 양상이나 기온, 강우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

둘째, 농업용수가 논 면적의 감소와 비례하여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용수 공급량 100, 용수 회귀수량 40인 논의 면적이 20% 줄어든다고 가정할 때 농업용수 또한 용수 공급량이 80, 용수 회귀수량이 32로 20%씩 줄어들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이상적인 생각이다. 농업용수는 논의 면적이 줄어드는 것에 비례해 줄어들지 않는다. 실제 용수 공급량 95, 용수 회귀수량 50과 같이 산발적으로 줄어든다.

셋째, 농촌과 농지가 미국처럼 바둑판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는 경우다. 우리나라는 지역적 특성상 계곡이나 하천을 따라 농촌이 형성됐고 산지 외 평야에 농지가 구성돼 있다. 저수지 하나가 공급하는 농수로의 길이가 길고 농업용저수지는 다목적댐처럼 크지 않다. 농업용저수지는 100만㎥ 규모가 대부분이고, 용수로에 길이를 합하면 20㎞ 정도이다.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의 수로는 관의 형태로 땅에 매장돼 있지만 농업용수의 수로는 개방되어 있다. 또한 생활·공업용수 수로는 수조에 물을 모아 수도꼭지를 통해 공급하는 시스템이지만 농업용수 수로는 중간에 수조와 같은 시설이 없다. 이는 동남아 국가와 비슷하다. 농업용수 수로는 배수로이기 때문에 수도꼭지와 같은 시스템이 없어 수문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설치된 지 30년 지난 수리시설 61.4%

우리나라 논의 총 면적은 85만5천 헥타르로 한국농어촌공사가 전체의 56%를 관리하고, 시·군에서 26%를 관리하고 있다. 국내 수리시설은 총 7만3천656개소로 △저수지가 1만7천289개소 △양·배수장이 8천384개소 △방조제가 1천674개소 △취입보 등이 4만6천309개소이다. 이 밖에 용수로와 배수로가 약 19만1천㎞(토공 10만1천㎞, 구조물 9만㎞)이다. 개소수가 많고 규모는 작은 것이 우리나라 수리시설의 특징이다.

지난 2016년 말을 기준으로 수리시설 노후화 현황을 살펴보면 설치된 지 50년 이상된 것이 32.3%, 30년 이상 50년 미만인 것이 29.1%로 30년이 지난 시설이 61.4%(4만5천213개소)에 이른다. 이들은 자연재해에 특히 취약해 기상이변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30년 미만인 시 설들도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므로 지속적인 비용 투자와 유지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300만 농업인구 중 들판에서 작업하는 종사자가 줄고 있어 물꼬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이 부분을 자동화 또는 정보통신기술(ICT) 장치를 활용해 유보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농업종사자들의 비용 지불의사가 아직까지 충족되지 않고 있다. 또한 농민의 고령화와 노동 투입시간 감소 등으로 관개 부문에 한계도 발생하고 있다.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관리에 비해 농업용수 관리가 어려운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지금까지 농업용수 물관리가 경험과 사람 위주였다면 앞으로 통합물관리 시대에는 정보화를 통해 농업용수 관리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4대 전략·16대 과제로 3대 목표 실현

물복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했으면 관리가 잘 되어 가뭄과 홍수 피해가 없어야 하지만 여전히 기후변화(가뭄)에 따른 물복지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가뭄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수리안전답(水利安全畓)은 도시화 진행으로 증가하지 않고 있어 여전히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 강우 편차가 점점 심화되어 지역별 농업용수 공급의 안정성과 형평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경기 서부, 충남 서부권 지역을 중심으로 연속적인 극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농업가뭄 피해가 빈번해짐에 따라 농촌용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기 위해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가뭄종합대책’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다. 농업가뭄종합대책은 △‘그냥 쓰던 물’에서 ‘관리하는 물’로 전환 △단편적 가뭄대응에서 지역별 종합가뭄대책 추진 △사후처방에서 사전 가뭄대응체계 구축 등 3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적·다각적 용수 개발 △물복지 소외지역 용수관리 △물이용 효율화·시설개선 △상시 가뭄대응 체계로 재편 등 4대 전략을 세웠다.

또한 4대 전략을 뒷받침 해줄 △농업용수 지속개발 △저수능력 증대·수질 보전 대책 △하천수 활용용수원 다각화 △대체수자원 개발 △가뭄 상습지역 밭용수 공급 △관정·밭용수 체계적 관리 강화 △천수답의 밭 전환 유도 △산간·오지 지역 용수공급대책 △용수이용의 과학화 △노후·기능 저하 수리시설 개·보수 △수계단위 광역수리시설 개·보수 △저수지 준설 최적 시행 △상시 가뭄대응 시스템 구축 △농업가뭄지도·가뭄상황 판단 △부처 간 협업 강화 △농업인 절수교육 등 16개 가뭄대책 과제를 수립했다.

 
농업기반시설 확충해 기후변화 대응

농업용수의 문제는 저수지로부터 먼 지역이나 가까운 지역이나 모내기 시기가 같아 용수 공급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농업기반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재해에 취약한 수리시설 개·보수 작업을 2018년 3천453개소에서 2030년까지 5천842개소로 확대하고, 상습 침수를 해소하기 위해 배수시설을 2018년 18만6천 헥타르에서 2030년까지 30만3천 헥타르로 확충한다. 또한 수리안전답을 54만6천 헥타르에서 69만2천 헥타르로 확대해 물부족 해소에 힘쓸 예정이다.

이상기상에 대비해 도별로 2∼3개소의 기후변화 대응센터를 구축하고, 2020년까지 지역별·유형별 재해지도 구축과 2025년까지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업인안전보험과 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자를 현재 63.3%에서 홍보와 교육을 통해 더 확대시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또한 가뭄에 대응해 농어촌공사는 2016년부터 물절약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농업 종사자들은 농수공급의 구조적인 이해와 물절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러한 부분은 「물관리기본법」의 수혜자 부담원칙이라는 제도와 농어촌 공사의 지속적인 동영상, 게임 등을 통한 농민대상 현장 교육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더불어 선제적 대책을 위해 내년도 가뭄 의심지역을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맞춰 물관리 교육을 수행할 예정이다.

관계부처 합동 가뭄 예·경보 신뢰 높아

아울러 농업가뭄 취약지구 기준을 정립하고 농업가뭄 취약지도를 작성해 가뭄취약성 평가를 할 계획이다. 또한 △1단계 기준정립 △2단계 모형개발 △3단계 체크 리스트 △4단계 진단 키트 △5단계 시범 적용 등 단계별 가뭄진단을 시행할 예정이다.

 
가뭄 예·경보 시스템은 행안부, 농식품부, 환경부, 기상청,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가 같이 매월 10일 발표하고 있다. 이는 가뭄 예·경보 분석데이터를 공유하고 있어 미국의 마이더스 시스템보다 현재 우리나라 행안부, 농식품부, 환경부, 기상청,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테스크포스(T/F) 체계가 더 훌륭하다.

 
농업용수는 특성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통합물관리에 접근해야 한다. 통합물관리 시대로 가려면 농업용수에 대한 정보량 자체가 부족해 농업용수 정보화가 필요하다. 또한 농업용수에 대한 물관리는 사전에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식 비구조적인 대책이 구조적인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워터저널』 2020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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