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바람직한 물복지를 위한 통합물관리 방향

 
“통합물관리, 물순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시작”

기후변화 대응, 모든 물의 시발점인 강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관건
4차 산업혁명 기술 등 고도화된 기술, 환경부 제도·정책과 연계 중요


Part 04. [전문가토론] 바람직한 물복지를 위한 통합물관리 방향

환경부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국지적 홍수, 가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바람직한 물복지를 위한 통합물관리 방향’이라는 주제로 ‘제22차 물환경정책 포럼’을 지난 11월 5일 양재동 엘타워 지하1층 루비홀에서 개최했다.

이날 김이형 한국물환경학회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토론에는 권영철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본부장, 유철상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고려대 교수), 신경훈 한국하천호수학회 회장(한양대 교수) 등 3명의 전문가가 패널로 참석해 물복지를 위한 수자원 예측·관리와 통합물관리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 김 이 형
한국물환경학회 부회장(좌장)
“국민들, 물복지 누리고 있는지 고민해야”

■ 김이형 부회장(좌장)  오늘 토론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통합물관리, 그리고 물복지이다. 영어로 ‘welfare’라 불리는 복지는 누구나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통합물관리를 통해 국민들의 물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현재 그것을 방해하는 물 관련 문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오늘 이 자리는 물로 인해 국민들이 불행한 부분이 무엇인지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이며 토론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도출할 때 진정한 의미의 물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물관리 패러다임은 통합물관리로 변화하고 있고 물관리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변혁의 때일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경영되는 국가로 국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을 복지로 되돌려받길 원한다. 혜택의 대상은 첫째가 자신, 둘째가 우리, 셋째가 모두의 순이며, 혜택의 형태는 1순위가 현금, 2순위가 현물, 3순위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길 바란다.

물 분야에서 국민의 복지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부분은 물환경 인프라다. 그런데 물환경 인프라는 일차적으로 자연에 좋고 사람에게는 후일에 좋을 것이라고 인식되어 투자 우선순위에서 늘 뒤로 밀려나는 실정이다. 이것이 우선순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면 된다. 이러한 방향으로 제도와 정책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분산형으로 관리 패러다임 전환해야”

과거에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집중형 물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센싱기술이나 사물인터넷(IoT),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측정·분석과 예측이 모두 가능해졌다. 다시 말하면 이제는 분산형 관리로 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따라서 환경부의 제도와 정책도 이에 맞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과거의 물관리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집중형 관리에서 분산형 관리로, 단일 관리에서 복합 관리로, 기술 위주에서 기술·사회, 경제적인 부분까지 연계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때 시설 이용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실현하는 물관리를 해나갈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환경부의 제도와 정책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기술들이 시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으로 반영해줘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국가 물산업 경쟁력도 올라간다.

▲ 권 영 철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본부장
“불규칙성 때문에 강수 예측 어려워”

■ 권영철 본부장  통합물관리의 기상 분야 중 특히 강수예보 부문에서 미래의 강수량을 예측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물관리는 육지의 물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닷물을 제외한 육지 상의 수자원 중 가장 중요한 수자원은 빗물이다. 따라서 강수량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에 따라서 물관리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섬진강 등 각 수계로 유입되는 강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한국농어촌공사 이광야 센터장께서도 발제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강수패턴의 변화를 언급하셨는데, 향후 기상학회 등에서 관련 정보를 잘 제공해야 물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수는 말 그대로 떨어지는 물이다. 이것이 액체면 비인 것이고 고체면 눈이나 우박의 형태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듯이 기상 분야에서는 강수예보가 가장 힘들다. 강수현상과 다른 기상현상의 중요한 차이점은 강수는 시간적·공간적으로 불규칙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잠깐 오고 그칠 수도 있고, 공간적으로 작은 지역에 호우가 내릴 수 있다. 서울과 천안을 예로 보면 기온은 2∼3℃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천안에 홍수가 날 때 서울엔 보슬비조차 오지 않을 수 있다.

“2020년부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도입”

정확한 기상예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치예보모델이다. 수치예보모델은 기상 관측데이터를 활용해 앞으로의 대기 움직임과 날씨를 시간대별로 예측해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이는 과학적인 법칙에 따라 공기의 기상 현상을 설명하는 일종의 역학 방정식과도 같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중국산 수치예보모델을 수입해 쓰고 있지만 2020년부터는 국산 모델을 자체 개발해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수치예보모델을 자체 개발해 사용하는 나라가 된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도입되면 날씨 예보가 보다 정확하고 정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관리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수치예보모델은 기상청이 예보하는 날씨 외에도 강수량이나 강수 유무 등 보다 넓은 범위의 자료까지 제공하므로 정보를 제공받으려는 자가 필요에 따라 자료를 가공해 활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효율적인 물관리 대응책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 유 철 상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
고려대 교수
“물값 상승 이뤄야 물산업 진흥 가능”

■ 유철상 부회장  물관리일원화가 본격 실행되어 환경부 내부에 조직개편 등의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 수량과 수질의 통합관리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우려되는 사항을 몇 가지 말씀드리면, 환경부가 추구하는 물 복지에 사람을 고려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겠다. 과거 국토부가 추구한 물복지의 대상은 오직 사람이었다. 그런데 환경부는 조금 다르다. 환경부는 사람 말고도 물속의 생물, 육지의 식물, 동물 등 환경에 꽤 많은 비중을 둔다. 이것들이 향후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가 관건이라고 판단된다.

우리 정부가 현재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긍정적으로 추진된다는 가정 아래 추진할 수 있는 첫 번째 사업은 댐 사업이다. 물산업에서는 댐 관련 사업이 규모 면에서 가장 크다. 북한의 발전, 용수공급 측면을 고려해봐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만한 사업은 댐 사업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국내에서 더 이상 댐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환경부가 물산업을 진흥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물값이 너무 낮아 추진력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세, 물값, 교통비 등을 상당히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음에도 실제 이윤창출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물값이 너무 낮아서 그렇다. 제도경제라고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제도가 잘 뒷받침될 때 경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물산업 진흥도 상하수도 분야에서 물값 상승을 이뤄내야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가뭄, 산업계에 더 막대한 피해 입혀”

기후변화, 그 중에서도 가뭄은 환경부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과거 가뭄은 남한보다 북한에서 아주 극심했다가 점차 중부지방으로 내려오고 있다. 현재 소양강댐 저수율은 30%대로까지 떨어졌으며 충주댐, 보령댐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앞으로의 이상기후에 대비해 남부 지방도 가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가뭄은 사실 댐 대책과 관련이 있는데 환경부가 더 이상 댐을 짓지 않겠다고 하여 대비에 보다 철저를 기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가뭄으로 물공급에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국가적 차원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 10년에 해당하는 가뭄에 쌀 농사를 짓는 데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농민보호를 위한 기준만 있을 뿐이다. 홍수는 대하천의 경우 300년에 한 번씩, 도시의 경우 30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대홍수에 범람하지 않게 하겠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하루빨리 가뭄에 대한 국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가뭄의 경제적 피해는 농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막대하다. 가뭄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농업계에 미칠 피해를 우선적으로 걱정하지만 실상은 산업계에 따르는 피해 규모가 더 크다. 실제 가뭄 발생 시 산업계에 물공급을 10%만 줄여도 조 단위의 막대한 경제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가뭄이 났을 때 농업계보다 산업계에 물공급을 먼저 중단한다. 환경부가 부디 이러한 문제를 뼈아프게 인지하고 해결해 나가야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물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 신 경 훈
한국하천호수학회 회장
한양대 교수
“통합물관리에 수생태 분야도 고려 필요”

■ 신경훈 회장  그간 수생태 분야는 수생태계 중심의 건강성 위주로만 다뤄져 왔는데 물복지를 위한 통합물관리 차원에서 수량, 수질 등 다른 물 분야와 동등한 입장에서 고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질·수생태계 측면에서 볼 때 녹조 문제로 보(洑)와 댐에 물을 가둬두고 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댐과 보의 물을 이용 불가능한 물로 보고 있어 이 물을 내보내면 수처리 비용이 많이 들고 처리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도 크다. 그래도 녹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댐·보의 물을 내보낼 필요가 있다.

통합물관리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물의 순환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물은 비가 온 후 증·발산, 이용, 재이용, 방류 순으로 순환하며 물순환의 시발점인 강수가 제일 중요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패턴이 바뀌어 정확한 강수 예측이 안 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상분야에서 더 관심을 갖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노력해야 한다. 오는 2020년부터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이 개발되어 도입된다. 이를 통해 정밀한 기상 측정이 가능해지면 정확한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관련 분야에 활용해 나가야 한다.

“녹조문제 해결 위해 더 많은 연구 필요”

태풍의 빈도는 줄고 있지만 강도는 점점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더 강해진 태풍은 수질과 수생태계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특히 집중호우는 비점오염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상수도 쪽으로 유입될 경우 지금보다 수질관리가 어려워지고 녹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

녹조발생, 그 중에서도 남조류 발생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환경 이슈다. 지구 기온은 지구온난화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수온도 함께 오른다. 수온이 약 25℃ 이상이 되면 대부분의 조류들은 성장할 수 없지만 남조류는 계속해서 성장한다.

결국 남조류는 여름에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조류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다만 집중강우가 여기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으며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여러 논문이나 발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외국은 강우의 출처를 자료해석을 통해 매우 정밀하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강우패턴의 변화는 증·발산되는 소스(source)의 변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강우가 시작하는 부분이 곧 물순환의 시발점이다. 국내에서도 강수 예측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료를 반영하면 강수 예측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터저널』 2020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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