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에 생명을

하천(강)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수자원확보를 위한 이·치수의 대상인가? 아니면 인간의 목적에 맞게 이용되어야 하는 단순한 자연의 일부인가?

하천과 인간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 왔다. 하천은 생명의 근원이자 문화가 번성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었음은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황하, 인더스, 이집트만을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보면 중앙에서 파견된 지방관은 농업을 흥하게 하고,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기 위하여 하천의 이·치수를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우리 조상의 이·치수는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다. 우리조상에게 있어 하천은 경외의 대상이자 체념의 대상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하천이라는 자연에 무리하게 대항하지 않고 타협하면서 살아왔다.

또한 하천은 사람의 정서를 키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장소로 여겨 우리조상은 하천의 형태를 인위적으로 바꾸거나 자연과 부조화를 일으키는 지나친 인공 건축물 등을 조성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하천을 이·치수 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부터 1940년대 중반에 걸쳐 수력발전을 위한 대규모 댐 개발과 평야지대 관개를 위한 저수지 축조가 본격화되면서이다.

그리고 해방이후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하천개수사업, 도심 소하천의 복개 등 이·치수 위주의 하천정비관행이 198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어 오다가, 서울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게임 개최를 계기로 친수기능을 강조한 하천종합개발사업이 시행되었다.

이와 같은 이·치수사업과 지나친 친수공간 조성 목적의 하천정비관행 그리고 급격한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우리의 하천은 직강화, 무분별한 보축조, 콘크리트 호안조성, 둔치의 공원화 등으로 하천 본래 모습은 사라지고, 도심과 산업시설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로 인해 하천의 수생태계가 변하면서 도시의 애물단지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1987년 하상정비 및 퇴적오니 준설 위주의 오염하천정화사업을 실시하였으나 기존의 하천정비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자 1990년대 말부터 수질개선과 생태계복원을 목표로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한 예로 2001년 자연형 하천정화사업 우수사례 선정된 전주천(전주시)의 경우 사업시행으로 수질개선과 함께 하천생태계가 복원되어 이전에 자취를 감췄던 쉬리 등의 물고기가 다시 찾아오고, 조류 등 야생동물이 4계절 찾는 자연형 하천으로 변모하면서 그 동안 오염하천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었다.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이 그 효과를 발휘한 사례이다.

하지만 아직도 하천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개발되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현재 전북지역에서는 8개 시·군에서 11개 하천을 대상으로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들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과거의 하천정비사업과는 많은 면에서 달라졌다지만 둔치에 산책로와 운동시설, 조경시설 등 시민들이 하천을 찾고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을 설치해 줄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형 하천정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나친 친수공간 조성은 하천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천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보자! 하천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하천은 분명 우리 인간에게 위해를 입힐 수 있기에 이·치수의 대상이자 친수공간 조성으로 인간이 하천에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임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하천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며 인간은 잠시 주인에게서 빌려 그 혜택을 누리고 있음을 자각할 때 우리가 하천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하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멱 감고 놀 수 있는 하천을 만들 수 있도록 지역주민과 관계기관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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