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물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자 / 김범철 교수(강원대 환경과학과)

소양강 탁수발생 1990년대 후반부터 매년 증가 
여름 홍수 후 중증탁수대 형성…장기간 댐 하류 방류현상 되풀이 
근래 발생 탁수, 인(P) 농도 높아 소양·팔당호 부영양화 유발

   
▲ 김범철 교수(강원대 환경과학과)
소양호 유역을 포함한 한강 상류의 탁수발생은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매년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1996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탁수로 인해 매년 여름 홍수 후에는 중증탁수대가 형성되어 장기간 댐 하류로 방류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전에는 여름 홍수 후에도 소양호의 탁도가 40NTU 이하를 유지했으나 근래에는 200NTU를 넘는 고탁도의 탁수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06년도에는 강도 높은 폭우로 인해 탁수의 발생량이 많았으며, 탁도도 예년보다 높아 최고 500NTU 이상의 탁도층이 호수 중층에 형성되기도 했다.

소양강으로 유입하는 탁수는 소양호의 표층보다 수온이 낮아 수심 2m 이하의 심층으로 유입해 중층탁수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중층의 탁수층은 표층으로 확산되지 않기 때문에 표층의 플랑크톤과 동물상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표층은 맑은 물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1984년과 2006년에는 탁수의 유입량이 많았고 탁수가 11월까지 완전히 배출되지 못하고 잔류했다. 그 결과, 표층의 수온이 냉각되는 수직순환기(turnover)에 중층의 탁수가 표층으로 확산되어 호수 전체가 탁수로 채워지게 되었고, 표층의 플랑크톤 및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특히 2006년 11월 24일 소양호의 표층 탁도는 38NTU로서 이는 부유물질(SS) 40㎎/L에 해당하며, 호수 수질등급으로는 4급수인 것으로 판정됐다.

소양·팔당호 인(P) 농도 증가

■ 탁수발생 원인  탁수발생의 증가는 1996년경부터 시작됐으며 주로 농업활동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근래에 소양강 탁도 증가의 주요 원인 지역은 양구군 해안면과 홍천군 내면 자운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 1996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소양호 유역을 포함한 한강 상류에 발생한 탁수로 인해 매년 여름 홍수 후에는 중증탁수대가 형성되어 장기간 댐 하류로 방류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양강댐 여수로를 통해 방류된 흙탕물이 하류로 흘러 내려가고 있다. 사진 내 건물은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관리단.
특히 해안면은 농업활동이 집중된 지역으로서 많은 탁수를 배출하고 있는데, [표 1]은 이들 지역의 3∼4급수 하천수질을 나타낸 것이다. 이곳은 고랭지 채소재배가 활발한 곳으로 경사가 큰 경작지가 많고, 객토를 많이 하는 지역으로 농업활동이 토양침식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생각된다. 2006년도에는 산간 계곡에서 발생한 산사태도 탁수발생의 두 번째 주요 원인으로 탁도를 가중시켰다.

한편, 근래에 발생하는 탁수는 높은 총인(TP)농도를 가지고 있어 소양호뿐만 아니라 하류의 팔당호에 이르기까지 표층 부영양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북한강에는 많은 댐이 건설되어 있어 탁수가 바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기화 현상이 있으므로 다른 지역보다 강우시 비점오염원 유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호수의 인 농도는 부영양화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데, 강우 시 탁수와 함께 하천의 인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매년 나타나 강우 후에 호수의 중층에는 매년 총인 농도가 높은 수층이 형성되고 있다. 예년에는 가을 혼합기 이전에 중층 탁수가 모두 방류되므로 소양호의 표층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도에는 탁수의 유입량이 많아 가을 혼합기까지 탁수가 모두 배출되지 않았고 이 층이 표층으로 확산됨으로써 표층의 인 농도가 증가했다. 소양호의 표층 인 농도는 가두리 양식장 설치 이전에 10㎎P/㎥ 이하의 낮은 농도를 보이다가, 가두리 양식장의 생산량이 컸던 1990년대에는 20㎎P/㎥까지 증가했다. 가두리 양식장 이후 총인 농도는 감소하는 추이를 보였으나 2006년 홍수발생 후 가을 혼합기에는 약 50㎎P/㎥까지 증가했다.

의암호에서도 탁수발생으로 인한 인의 증가가 나타났다. 의암호의 인 농도는 예년에 30㎎P/㎥ 수준이었으나 소양호의 탁수방류가 시작된 후 100㎎P/㎥ 까지 증가했고 수개월간 고농도의 인이 관측됐다.

수중식물 성장 저해·수질악화 유발

■ 호수 생물상 영향  호수 내 탁도의 증가는 수중식물의 성장을 저해함으로써 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2006년도에도 탁수로 인해 의암호와 청평호, 팔당호에서는 침수수초가 크게 감소하고 생물상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또 탁수 발생 시작 후 2주 내에 침수 수초가 거의 사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해 탁수로 인해 의암호와 청평호(사진), 팔당호에서는 침수 수초가 크게 감소하고 생물상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됐다. 또 탁수 발생 시작 후 2주 내에 침수 수초가 거의 사멸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수식물의 사멸은 이에 의존하는 저서동물과 어류의 은신처 및 산란처를 소멸시켜 동물상의 감소와 단순화를 초래한다. 또한 쏘가리와 같이 시각에 의존해 먹이를 취하는 어류는 혼탁한 물에서는 먹이를 잡을 수가 없으므로 특히 앞으로 밀도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탁수는 식물플랑크톤의 증식에 서로 상반된 효과를 동시에 나타낸다. 하나는 빛 투과도 감소로 인한 광합성 속도의 저하이고, 다른 하나의 감소요인은 clay입자가 조류세포 표면에 흡착함으로써 침강속도를 증가시켜 식물플랑크톤의 사멸속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은 오래 전부터 밝혀져 왔으며 해양에서는 적조를 제거하는 데에 황토를 뿌리는 방법으로서 활용하고 있다. 호수에서도 탁수가 유입하면 조류세포의 표면에 흡착해 조류의 침강속도를 증가시키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에 탁수는 인의 함량이 높기 때문에 식물플랑크톤의 밀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탁수는 농경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비료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인은 토양입자에 잘 흡착하므로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clay입자에는 인의 함량이 높고 이 입자들은 호수에서 인을 재용출 시켜 식물플랑크톤의 증식을 유발한다.

식물플랑크톤은 clay에 흡착된 인을 이용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탁수에서는 용존무기인(DIP)의 농도도 높기 때문에 식물플랑크톤의 증식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 탁수가 유입하는 호수에서 표층의 식물플랑크톤 밀도가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5년에는 폭우가 없었기 때문에 소양호와 파로호에 탁수가 유입하지 않았는데, 식물플랑크톤의 최대밀도를 보면 소양호에서 4×10³cells/mL, 파로호에서 9×10³cells/mL인데 비해 탁수로 채워져 있던 도암호에서는 90×10³cells/mL로 탁수호수에서 월등히 높은 밀도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2006년도에는 한강 상류유역에 심한 폭우가 내리고 많은 산사태가 발생해 소양호와 파로호에도 탁수가 많이 유입했다. 그 영향으로 소양호와 파로호의 식물플랑크톤 밀도가 크게 증가해 소양호에서 130×10³cells/mL, 파로호에서 80×10³cells/mL에 달했으며 도암호에서는 260×10³cells/mL에 달했다.

탁수는 단기적으로 식물플랑크톤 세포의 침강속도를 저하시키는 감소효과를 가지지만, 장기적으로는 식물플랑크톤 가운데 clay의 부착에 내성이 있는 종으로의 천이를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clay입자에 흡착된 인의 공급에 의해 식물플랑크톤 현존량의 증가를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양호와 파로호의 동물플랑크톤 현존량은 탁수의 유입이 없었던 2005년에 비해 탁수가 유입한 2006년에 증가했다. 이는 탁수가 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므로 탁수의 유입으로 인해 부영양화 됨으로써 먹이인 식물플랑크톤의 증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점종을 비교해 보면 탁수가 유입한 2006년에는 윤충류의 우점도가 증가했다.

탁수가 어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간에 걸쳐 피해가 나타나므로 단기간 내에 그 영향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호수의 어류는 군집의 크기를 정량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단기간에 발생하는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하지만 탁수 발생이후 의암호의 어획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근래 잡히는 어류에 병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매우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탁수의 발생은 생태학적 피해 뿐 아니라 수자원의 이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탁수는 퇴비와 농작물에 기인하는 부식질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강우 시 DOC도 증가하며 부식질의 함유비율도 높아진다. 부식질은 생분해성 유기물에 비해 수돗물의 염소 소독 부산물을 더 많이 생성하므로 상수원 수질악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탁수, 하천·호수 부영양화 초래

■ 소양강 상류 부영양화  일반적으로 부영양화는 정체 수역에서 문제가 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하천에서도 부영양화가 심각한 수질악화와 수중생태계 위협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상류하천의 부영양화는 부착조류의 증가로 나타나며, 유속이 느린 하류 하천에서는 식물플랑크톤의 증가로 나타난다.

   
▲ 소양호 상류 지역 고랭지 채소밭 등에서 빗물에 쓸려 내려온 토사와 탁수는 인(P) 농도가 높아 소양호는 물론 하류 팔당호의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강원도의 하천은 저수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하천이다. 따라서 부영양화의 영향은 부착조류의 증가로 나타난다. 부착조류 밀도는 인의 농도뿐 아니라 유속의 영향도 받는 데 유속이 적절히 빠른 곳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크다. 여름에 탁수가 발생할 때는 부착조류가 깎여 나가기 때문에 밀도가 감소하고, 겨울과 봄의 갈수기에는 물이 맑고 유속이 부착조류의 성장에 적당해 크게 증가하기도 한다.

또한 갈수기에는 하수에 기인하는 인의 부하량이 상대적으로 커지므로 인의 농도가 증가하는 것도 부착조류 과잉 번식의 원인이 된다. 강원도 하천수의 인 농도는 대게 10∼50㎎/㎥의 범주에 드는 데 비해 하수처리장 방류수는 하천수의 수십 배에 이르는 1천∼2천㎎/㎥의 높은 인 농도를 보인다.

따라서 유량이 작은 갈수기에는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하천의 인 농도가 크게 증가한다. 그 결과 갈수기에 부착조류의 양이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편, 하천의 부영양화는 용존산소(DO)의 큰 일주기 변동을 초래한다. 부착조류의 번성은 밤에는 용존산소가 크게 감소하고 낮에는 광합성으로 인한 용존산소의 과포화가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가하므로 어류와 자사동물의 생존에 장애가 된다.

또한 하수에 의해 부영양화된 하천에서는 하수에 기인하는 암모니아의 농도가 1㎎N/L 이상으로 증가해 어류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으며, 이러한 부영양화현상이 근래 강원도에 많은 하천에서 어류의 집단 폐사가 발생하는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천의 부착조류 밀도는 10㎍Chl/㎠ 이상이면 미관상 불쾌감을 주는 밀도로서 부영양상태로 판정되는데, [표 2]에서 보면 소양강의 한 지류인 북천, 가아천 등 부착조류 밀도가 10㎍Chl/㎠을 초과한 것을 볼 수 있다.

갈수기에 하천부영양화의 주원인은 가정하수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근래 수세식 화장실이 보급되면서 갈수기인 겨울에도 하수가 배출됨으로써 유량이 작은 하천에서 인 농도가 증가하는 원인이 되었으며, 하수처리장은 인을 제거하지 않는 생물학적 처리 공법을 사용하므로 방류수의 인 농도가 높고 유기물을 무기화 하여 오히려 조류의 성장을 촉진하는 형태로 배출하므로 하천부영양화 방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량이 많은 시기에는 비점오염원이 하천 인 부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갈수기에는 비점오염원의 유출이 없고 가정하수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부영양화의 주원인이 되는 것이다.

하천의 부영양화는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많은 하천에서 인이 증가해 부착조류가 과잉 번식하는 부영양화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4대강의 하류에서는 식물플랑크톤의 밀도가 부영양 호수보다도 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하천의 부영양화는 전국의 공통적인 문제이며 수세식 화장실 보급, 퇴비 사용량의 증가, 하수처리장의 보급 등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지역의 사례로서 한강물이 유입되는 청계천에서 부착조류의 밀도는 평균 11.2㎍Chl/㎠로서 소양강과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

울산의 태화강에서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배출되는 하류수역 갈수기에 부착조류의 밀도가 약 60㎍Chl/㎠에 이르는 높은 밀도를 보인 것은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하천의 부영양화에 미치는 영향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하상 준설도 하천생물상 파괴 원인

■ 하상 토사 영향   탁수와 함께 유출되는 입자가 큰 모래는 유속이 빠를 때는 하천 바닥을 따라 흐르다가 유속이 느릴 때는 머물러 있으면서 하상에 쌓이며 이는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하상의 자갈틈은 저서동물이 살고 어류가 산란을 하는 중요한 서식처이다. 모래는 돌 사이를 메워 이들 수중 동물의 서식과 번식을 방해한다.

저서동물의 감소는 이를 먹고사는 어류의 먹이를 감소시킴으로써 간접적으로 어류의 감소를 초래한다. 강원도 내 탁수가 발생하는 많은 하천에서 토사의 퇴적으로 인한 생물 상 파괴가 발생하고 있으며 다른 어느 요인보다 동물상 파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탁수는 또한 정수장에서 응집제의 소비량을 증가시키는 피해를 주며, 관광지의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하락시켜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피해를 고려해 미국에서는 탁도를 20∼40으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유역의 토양교란행위를 규제한다. 따하서 우리나라도 탁도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하상 준설도 하천생물상 파괴의 큰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청정지역에서 강우 시 탁수발생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비가 그치고 물이 맑아지면 저서동물과 어류상이 곧 다시 회복된다.

하지만 하상을 긁어내는 수해 복구공사, 준설 등은 장기간 탁수를 발생시키고 자갈 등의 서식처를 교란하며, 어류의 산란에 장애를 주어 홍수보다도 더 큰 피해를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천생태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홍수 후 복구작업을 하더라도 하상은 교란하지 말고 꼭 필요한 주변의 구조물만 보수하여야 한다.

즉, ‘하천의 자연은 홍수에 의해 자연히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하천생태학의 원리를 지키는 것이 자연경관을 살리고 하천의 생물을 살리는 진정한 친자연형 복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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