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우수기술ㆍ제품
 

인 흡착·응집해 녹조발생 예방하는 ‘포스락’
             (P)                                                           (Phoslock)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서 개발…국내 ㈜정토산업이 수입해 공급
기존 수처리제·녹조제거제와 달리 수생태계와 인체에 유해성 없어


매년 여름이면 전국의 강과 호수가 녹조로 몸살을 앓는다. 녹조는 기온 상승과 연관이 깊다. 기온이 올라 수온이 25℃ 이상이고 일조량이 많아지면 수중에 영양분이 과다 공급되면서 녹조류와 플랑크톤이 활발하게 증식한다. 이에 관리가 잘 안 되는 작은 강이나 호수는 물 속에 인(P), 질소(N) 등 영양염류가 과잉 공급되어 자정능력(복원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녹조 현상이 심해지면 수생태계에는 문제가 생긴다. 물의 표면을 녹조가 뒤덮어버려 물 속으로 햇빛이 들어갈 수 없게 되고, 산소도 들어갈 수 없게 되면서 물의 용존산소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의 용존산소량이 줄면 수생생물들이 죽게 된다. 용존산소량은 강이나 호수 등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을 말하며, 수질을 나타내는 척도의 하나다.

사실 녹조는 녹색을 의미하는 ‘녹(綠)’과 물 속에 살면서 동화색소를 갖고 독립 영양 생활을 하는 하등 식물을 의미하는 ‘조류(藻類)’가 합쳐진 것으로 하나의 생명체다. 이 생명체를 죽이기 위해서는 독성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이때 독성은 녹조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현재 시중에서 쓰이는 녹조제거제인 알루미늄화합물은 수생태계 전체에 해를 끼쳐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서호주 산하 지방정부기관 과학자들이 개발한 친환경 녹조제거제 ‘포스락(Phsolock)’이 수질을 개선함은 물론 환경적으로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지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조류발생의 제한 인자인 인(P)을 ‘흡착과 침전’방식을 통해 제거하는 이 제품은 지금까지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중국 등 250여 곳에 적용되어 하천과 호소의 부영양화를 방지하고 녹조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현재 국내의 ㈜정토산업(antaeyong@daum.net·안태용 대표)이 포스락을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 호주에서 호수의 인을 제거하기 위해 ‘포스락(Phsolock)’을 살포하고 있다.

천연광물질 랍토판이 인 포집해 영양공급 차단

녹조를 없애기 위해서는 강이나 호소 바닥에 오랫동안 쌓인 퇴적물에 존재하는 인(P)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다.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녹조가 발생한 물에 녹조를 죽이는 제거제를 첨가하는 방법이다. 화학물질인 녹조제거제는 녹조를 죽이기 위해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독성물질이 녹조류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부분의 녹조제거제는 알루미늄(Al)이나 구리(Cu)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수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여러 선진국에선 식수로 사용하거나 사람의 통행이 잦은 공원 등에 알루미늄화합물 종류의 녹조제거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역시 녹조제거제 투입이 환경친화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포스락(Phoslock)은 ‘인(Phosphate)을 잡는다(lock)’는 의미로 인(P)을 포집해 영양 공급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포스락을 수체에 살포하면 구성성분의 하나인 란타늄(Lanthanum)은 1차로 물 속에서 인을 응집하고, 죽은 조류와 유기물이 호수나 강의 바닥에 침전·분해되어 생성된 인을 2차로 흡착하여 물 속 인의 농도를 90% 이상 낮춘다. 또 다른 구성성분인 벤토나이트(bentonite)는 납(Pb), 구리(Cu), 카드뮴(Cd), 아연(Zn) 등 중금속이나 조류, 비소(As), 부유물질(SS) 등을 흡착한다.

포스락을 뿌리면 구성성분 중 란타늄이 수체 속의 인과 이온결합하여 ‘랍토판’이라는 광물질로 변한다(기전 : Lan-thanum(La+3) + Phosphate(PO4-3) = LaPO4(Rhabdophane, 광물질)). 수체에서 인을 흡착한 이 랍토판은 가역 반응(可逆反應)으로 인(P)을 쉽게 분리·환원하지 않는다. 이것이 인을 분리할 수 있는 온도, 즉 랍토판의 용해도는 담수의 경우 -25.8∼24.5℃, 해수의 경우 -28℃ 이하다.

 
수원·담양의 저수·저류지서 테스트베드 실시

포스락은 살균약품이 아닌 응집을 이용해 조류발생을 예방하고 제거하는 제품으로 무엇보다 생태계에 무해하다는 것이 가장 특징적인 장점이다. 이미 호주를 비롯해 뉴질랜드, 영국, 중국, 미국 등 정부기관 및 연구소에서 수많은 독성검사와 수생태계 영향평가 등을 통과했고, 특히 최근 4년간 세계 100여 곳에 포스락을 시험 적용한 결과 수생 동·식물에 해를 끼쳤다는 보고가 없다.

인체 독성(Human-Toxicity) 평가에서도 주원료인 염화란타늄(Lanthanum Chloride)과 포스락 제품에 대해 호주, 미국, 유럽 등에서 적정량을 사용하면 인간에게 안전하다는 평가를 여러 차례 받았다.

▲ ㈜정토산업은 전남 담양 드론체험장 내 저류지 및 네덜란드 ‘Het Groene Eiland’(오른쪽)에 조류 발생 예방물질 ‘포스락’을 살포 후 수질변화를 조사했다.

호주,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 세계 20개국 250여 곳에서 사례 연구(case study)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수질개선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정토산업은 최근 국내에서 수원시와 담양군에 테스트베드 운영을 통해 이 같은 효과를 직접 확인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지난 2018년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간 담양 드론체험장 내 저류지에 테스트베드를 설치해 시험했을 땐 총인(T-P) 저감에 효과가 있었다. 포스락을 살포한 시험구에서는 1천432셀(cell)/mL에서 1천429cell/mL로 남조류 개체수가 감소한 반면 포스락을 살포하지 않은 대조구에서는 640cell/mL에서 36만4천cell/mL로 증가했다.

 
2019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수원시와 실시한 일월저수지 테스트베드 운영 결과에서는 총인과 클로로필a(Chl-a)의 증가율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오탁방지막(40m×20m)을 설치하고 포스락을 살포한 시험구에서 총인은 0.064cell/mL에서 0.084cell/mL로 28% 증가, 클로로필a는 76.8cell/mL에서 109.7cell/mL로 40% 증가했다. 반면 대조구에서는 총인이 0.064cell/mL에서 0.114cell/mL로 78%, 클로로필a가 76.8cell/mL에서 212.5cell/mL로 177% 증가했다.

 
이러한 성능 덕에 포스락은 2011년 수처리용 화학제에 대한 규격인 ‘NSF/ANSI 60’인증을 획득했으며, 2016년 중국환경과학연구원의 친환경 인증에 이어 2018년에는 우리나라 환경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조류제거물질’로 인정받기도 했다.

효율성 역시 탁월하다. 수면에는 일반적으로 ㎡당 250g의 포스락을 살포한다. 수처리 시설의 경우에는 유입량 기준으로 인 1g당 91g의 포스락을 적용한다. 특히 인 제거기능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수중에서 2∼3년간 작용하면서 유입되는 인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사용이 편리하다.

▲ ㈜정토산업은 경기도 수원 일월저수지에 오탁방지막(40m×20m)을 설치, 시험구에 조류발생 예방물질 ‘포스락’을 살포 후 시험구와 저수지의 수질변화를 조사했다.

가격 높아 국내에선 일부 골프장 등에서만 사용

이처럼 포스락은 물 속에 있는 인(P)을 지속적으로 제거하면서도 2차 환경오염 발생이 없는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기존 녹조제거제나 수처리제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것이 한 가지 흠이다. 사용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 정도 비싸다는 평가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골프장 등에서만 사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녹조 발생을 막기 위한 연구가 다수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지만, 이미 한계를 초과한 곳의 경우 불가피하게 포스락 같은 치료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스락을 뿌리면 1차로 수체의 인을 흡착하고 바닥에 가라앉아 2차로 인이 올라오는 것을 방지하는 등 녹조발생 예방물질이다. 

▲ 미국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에 위치한 한 호수의 포스락 사용 전과 사용 후(오른쪽) 모습.

안태용 ㈜정토산업 대표는 “최근 캐나다의 일부 대규모 호수에 사용해 좋은 성과를 내고 중국의 국가적인 수질개선을 위한 프로젝트에 대대적으로 사용되는 등 포스락은 세계적으로 녹조 발생의 예방과 제거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최근에는 유네스코 산하  정부간해양학위원회(Inter-governmental Oceangraphic Commission)가 발간한 『정책자를 위한 조류관리 솔루션(Solutions for managing cyanobacterial blooms)』 보고서에 조류관리 방안의 하나로 포스락이 소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골프장 연못 등의 녹조 방지 및 제거에 사용하고 있으나 대형 호수나 강에서는 비용을 이유로 도입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히며 “비용측면에서도 이들 제품이 결코 비싸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수처리제와 녹조제거제의 경우 일시적으로 인을 제거하더라도 다시 재용출되거나 물을 산성화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정토산업은 일부 연구기관 및 학계 등과 함께 석탄재 등을 이용한 녹조제거제 국산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현재로선 포스락이 최선이지만 비용 측면에서 꺼리는 것을 고려해 궁극적으로는 국산화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워터저널』 2020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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