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를 다녀와서 / 류재근 박사

해외 견학기

뉴질랜드, 깨끗한 물 그대로 간직한 청정 국가 
 
국내 최초 뉴질랜드 만년설 수질분석…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
수질오염 막으려 포플러나무 등 수질정화식물 심어 자연친화적 처리


▲ 류 재 근 박사
· 전 국립환경과학원 호소수질연구소(현 한강물환경연구소) 초대 소장
· 전 한국환경분석학회 초대 회장(현 명예회장)
· 전 한국물환경학회 9대 회장(현 고문)
· 전 한국자연보전협회 회장(23~24대)
· 전 국립환경과학원 10대 원장(현 자문위원)
·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 회장(현)
12월 31일∼1월 8일 뉴질랜드를 다녀와서

미세먼지 없어 천혜의 자연환경 가져

테카포 호수, 쿡 산 만년설의 물, 로토루아 호수의 수질을 분석하기 위해 지난 12월 31일부터 1월 8일까지 9일간 뉴질랜드를 다녀왔다.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위치한 나라로 우리나라와 적도를 사이에 두고 약 9천500㎞ 떨어져 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만 꼬박 열두 시간이 걸린다.

뉴질랜드는 전 국토의 52%가 농경지와 목장, 24%가 자연림으로 구성되어 있고 미세먼지가 없어 천혜(天惠)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울창한 숲부터 강과 호수, 화산과 온천, 빙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신비로운 대자연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화산과 지진 영향으로 호수와 계곡 등 발달

뉴질랜드는 화산과 빙하가 공존하는 섬 나라다. 뉴질랜드 지형은 크게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는데 북섬은 루아페후 산(Mount Ruapehu)과 같이 수십 개의 화산으로 이뤄져 ‘불의 섬’이라 불리고 남섬은 빙하 지형이 발달했다고 하여 ‘얼음의 섬’이라 불린다.

그 영향으로 뉴질랜드 곳곳에는 호수와 계곡이 자리잡고 있다. 화산이 폭발하며 만들어진 북섬에는 호수들과 온천, 간헐천(間歇泉) 등이 만들어져 곳곳을 이루고, 지진 변동으로 지질대가 육지로 변동된 남섬에는 뉴질랜드의 최고봉이자 서던알프스산맥의 주봉인 쿡 산(Mount Cook)을 중심으로 빙하 계곡이 사이사이를 이루고 있다. 쿡 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Aoraki / Mount Cook National Park)에 있다. 국립공원은 면적이 700㎢로 40%가 빙하에 덮여 있다.

특히 섭입(攝入) 현상으로 바닷물에 잠긴 피오르드(빙식곡)가 아름다운 절경을 만들어낸다. 섭입 현상이란 지구의 표층을 이루는 판이 서로 충돌해 한쪽이 다른 쪽의 밑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말한다.

▲ 화산이 폭발하며 만들어진 북섬에는 호수들과 온천, 간헐천(間歇泉) 등이 그 여파로 형성되어 곳곳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뉴질랜드 간헐천의 모습.

만년설 녹은 물, 백두산 천지 수준의 청정수

쿡 산 주변에는 해발 3천m가 넘는 산이 8개 있고 만년설(萬年雪)이 산 정상을 덮고 있다. 쿡 산 만년설이 녹아 형성된 계곡에는 1급수에서만 산다고 알려진 뱀장어와 송어들이 살고 있다. 이 계곡 물을 1L 병에 채수하여 분석한 결과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을 만날 수 있었다. 

 
시료분석 결과, 일반항목 수치가 매우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총유기탄소량(TOC)이 각각 0.6㎎/L, 0.4㎎/L으로 청정한 호소수 수준이고 탁도(NTU)는 0.15로 깨끗한 생수의 수질과 같다. 총질소(T-N)는 0.08㎎/L으로 우리나라 호소수보다 깨끗하게 나타났다. 특히, 암모니아성 질소(NH4-N)가 불검출되어 분뇨가 흘러들어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총인(T-P)은 0.005㎎/L으로 백두산 천지의 것과 같은 수준이다.

음이온 항목 분석결과, 불소(F)가 불검출돼 먹는샘물(생수) 기준에 아주 적합한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백두산 천지의 물보다도 적은 수치다. 질산성질소(NO3-)는 0.1㎎/L로 아직까지 만년설의 물에 유기물질이 혼입(오염)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인체 건강과 연관이 있는 미네랄 항목 검사에서는 칼륨(K) 0.19㎎/L, 칼슘(Ca) 1.12㎎/L, 나트륨(Na) 0.5㎎/L, 마그네슘(Mg) 0.13㎎/L 등 이온이 골고루 들어있고 먹는샘물 기준에 매우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중금속(17항목) 함량 조사 결과, 모든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았다.

태고의 원시림(原始林)이 어우러진 만년설의 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렇게 청정한 쿡 산의 만년설이 최근 지구온난화로 녹고 있어 머지 않아 볼 수 없을까봐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속도라면 만년설이 30년 후에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 쿡 산의 만년설이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고 있는데 지금의 속도라면 만년설은 30년 후에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사진은 쿡 산의 만년설.

암모니아성질소 불검출…분뇨 유입 없어

▲ 사진은 테카포 호수(왼쪽)와 로토루아 호수(오른쪽)의 모습.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호수로 남섬의 캔터베리 지방자치지역에 위치한 테카포 호수(Lake Tekapo)는 면적 1천463㎢, 평균수심 69m(최고 120m)로 많은 칼슘을 함유해 옥색빛을 띠고 있다.

북섬 로토루아시에 위치한 로토루아 호수(Lake Rotorua)는 면적 78㎢, 평균수심 11m로 북섬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호수 주변에 나무가 많고 청명한 푸른빛을 띠고 있다.

남섬의 테카포 호수와 북섬의 로토루아 호수에서 각각 1L의 물을 채수해 분석기관에 수질분석을 맡겼다. 먹는물수질공정시험기준 분석결과, 테카포 호수의 물은 수소이온농도(pH) 7.7, 탁도(NTU) 6.68, 질산성질소(NO3-) 0.1㎎/L로 나타났다.

불소(F), 비소(As), 붕소(B), 암모니아성 질소(NH4-N), 크롬(Cr), 망간(Mn), 구리(Cu), 철(Fe), 셀레늄(Se)은 검출되지 않았다. 탁도가 로토루아 호수에 비해 월등히 높았지만 수질은 깨끗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토루아 호수의 물은 수소이온농도 7.7, 탁도 2.0, 불소 0.15㎎/L로 나왔고 질산성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크롬, 망간, 구리, 철, 셀레늄은 검출되지 않았다. 중금속 중에서는 불소가 0.15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여느 호소보다 청정한 것은 물론 백두산 천지의 물과 같은 수준이었다. 특히 두 호수 모두 암모니아성질소가 검출되지 않아 분뇨를 잘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수질오염공정시험기준 분석결과,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테카포 호수 1.0㎎/L, 로토루아 호수 2.0㎎/L, 총유기탄소량(TOC)은 테카포 호수 0.6㎎/L, 로토루아 호수 1.0㎎/L로 나타났다. 총질소(T-N)는 테카포 호수 0.10㎎/L, 로토루아 호수 0.12㎎/L, 총인(T-P)은 테카포 호수 0.019㎎/L, 로토루아 호수 0.020㎎/L 등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두 호수 모두 주석, 안티몬, 바륨, 니켈 등 유해성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다.

미네랄 항목(KS I ISO 11885) 분석결과, 테카포호수는 칼륨 0.53㎎/L, 칼슘 7.78㎎/L, 나트륨 1.44㎎/L, 마그네슘 0.48㎎/L, 로토루아 호수는 칼륨 2.13㎎/L, 칼슘 6.55㎎/L, 나트륨 14.9㎎/L, 마그네슘 2.66㎎/L의 결과가 나왔다. 두 호수 모두 아예 나오지 않은 항목도 있었다. 코발트(Co), 몰리브덴(Mo), 베릴륨(Be), 바나듐(V)은 검출되지 않았다. 한편 KS I ISO 17294 표준 분석결과 테카포 호수, 로토루아 호수 모두 게르마늄(Ge)과 은(Ag) 등의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다.

▲ 남섬에는 뉴질랜드의 최고봉이자 서던알프스산맥의 주봉인 쿡 산(Mount Cook)을 중심으로 빙하 계곡이 사이사이를 이루고 있다. 사진은 만년설에 덮인 쿡 산(Mount Cook)의 모습.

국민들의 자연보호 의식으로 만들어 낸 청정 환경

▲ 쿡 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을 병에 채수하는 류재근 박사.
뉴질랜드의 청정한 환경은 자연을 보호하려는 국민들의 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자연친화적인 사고를 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환경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뉴질랜드의 아이들은 하루살이, 다슬기, 장구벌레 등으로 수질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지렁이를 통해 음식물쓰레기를 양분이 있는 유기비료로 만들고 식당 등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가축 사료로 활용하고 있다. 하수처리시설이 없는 농촌에서는 양이나 소 등 가축을 기르는 초지에 1년 내지 2년에 한 번씩 휴식년제를 시행,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있다.

하천에서는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포플러나무 등 수질정화능력이 있는 식물을 심어 자연친화적 오염물질 처리를 하고 있다. 도시는 소규모 단위로 하수처리 후 내보내는 데 하수처리수는 초지나 나무 밑에 토양 트랜치로 처리한다. 일반 국민들 뿐 아니라 기업체들도 폐기물 배출과 수질·대기오염을 억제하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석탄자원이 풍부하지만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공해가 적은 대체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수력발전으로 전력의 80%를 생산하고 나머지는 지열발전, 태양광, 풍력 발전 등으로 생산하고 있다.

타우포 호수(Lake Taupo) 부근의 와이라케이 지열발전소(Wairakei Geothermal Station)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프레온가스로 불리는 염화불화탄소(CFC) 사용을 억제하고 무연 휘발유만 사용하는 등 뉴질랜드의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가 하나되어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워터저널』 2020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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