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물의 통합관리 내지는 물관리체제 일원화해야”

모두의 물…물에 대한 개인·집단·지역적 소유권 주장 허용될 수 없어
수자원 확보·분배 업무의 효율적 수행 위해 전문인력과 전문기관 필요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우리나라 물관리체제의 통합

우리나라 물의 중요성

우리는 자원을 자연자원과 인공자원으로 나누고, 자연자원을 다시 물질자원과 에너지자원으로 구분한다. 인공자원은 곧 인력자원을 말한다. 물질자원으로는 수자원, 광물자원이 대표적이고, 에너지자원으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수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이 있다. 이들 자원 중 가장 중요한 자원은 수자원과 인력자원이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자원과 우수한 인력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 ‘산밖에 없는 나라’, ‘삼천리금수강산은 개뿔!’이라는 과거 우리나라의 자연조건에 대한 비하적인 생각과 말은 진정 무식의 소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190여 개국 중에 경제력 10위권 안팎을 드나드는 경제대국이 된 것은 순전히 ‘삼천리금수강산’이 제공해 주는 수자원, 심신을 정화해주는 푸른 산과 풍성한 강물, 높은 교육수준으로 인한 우수한 인력자원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자연자원 중에서 가장 귀중한 수자원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관리하기에 따라 넉넉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수자원 부국’이다.

물은 모든 생물체 생존의 기본이다

물은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 모든 생물체 생존의 필수적인 자연자원이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는 말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물의 최소량은 생활용수다. 인간의 생활이 좀 더 윤택해지려면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이 있어야 하고 생태계의 유지, 번성을 위한 하천유지용수 등이 필요하다. 인간이 생존하려면 먹고 마시는 생활용수뿐만 아니라 공산품 생산을 위한 공업용수, 식량자원을 생산하는 농업용수, 생태계를 유지·번영하게 하는 하천유지용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참상은 그 제일의 원인이 물부족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공업용수나 농업용수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먹고 마실 물조차 부족하다. 그마저도 비위생적인 물이다. 석유부국인 중동의 여러 국가들은 돈은 있지만 물부족으로 세탁이나 샤워 등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얼굴색을 보면 항상 회색을 띄고 있다. 정신이 흐릿하다는 표시다.

▲ 물은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 모든 생물체 생존의 필수적인 자연자원이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는 말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물은 모든 국민의 공유자연자원이다

물은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똑같은 양과 질을 향유할 천부적인 권리가 있는 자연자원이다. 물은 곧 생명이고, 생명에는 귀천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편재성이 가장 큰 자연자원 중 하나가 물이다. 물이 거의 없는 사막지역부터 연간 강우량이 수천㎜에 이르는 열대우림지역까지 물의 지역적인 편재성은 매우 크다.

온대지역에 속한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적인 강우량을 가지고 있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강우량이 1천㎜ 이하인 해도 있고 1천500㎜ 이상인 해도 있다. 같은 해에도 지역에 따라 강우량 편차가 큰 경우도 많다. 이와 같은 강우량의 시간적·공간적 편차는 곧 때와 장소에 따라 우리나라 내에서도 물부족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시간적·공간적인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강우량이 여유 있는 지역에서 강우량이 부족한 지역에 그 여유의 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즉, 전국에 도수로망을 건설하는 것이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지역에 따라 물부족 문제가 발생할 때 물의 여유가 있는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는 것은 물이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자연자원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물이라고 해서 그것이 ‘내 소유’, ‘우리 소유’의 물이 아니다. 물은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골고루 잘 살라고 하늘에서 내린 것이지, 거기에 ‘우연히’ 살고 있는 특정 사람이나 집단의 소유물로 내린 것이 아니다.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물에 대한 개인이나 집단, 지역적인 소유권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

물은 인간을 포함한 땅 위의 모든 생명체가 골고루 필요한 만큼, 아니면 부족하더라도 공평하게 나누어 사용해야 할 공유자연자원이다. 물에 대한 개인이나 집단, 지역의 소유권 주장은 이러한 천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물은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일단의 사람들이 주장할 수 있는, 특정집단의 소유권 주장 대상이 아니다.

물 거버넌스?

거버넌스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의 제약 하에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를 말한다’고 정의된다. ‘물 거버넌스란 물관리가 계층적 위계 조직이 아니고 상당한 자율성을 가진 물 관련 이해당사자가 상호 간 전문적 지식, 신념을 바탕으로 비공식, 공식의 상호 연결 체계를 만들어가며 정부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공적 연계망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정부, 비정부 조직의 협력체계를 의미한다’라는 정의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물관리는 중앙집권적이 아닌 지방분권적, 좀 더 세밀하게는 물에 대한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의 특정 개인, 단체, 기관 등이 참여하여 그 분배, 사용방법 등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 거버넌스 정의 중 이해당사자의 ‘전문지식’, ‘신념’이라는 개념은 이해하기 힘들고 상당히 비현실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우리나라 물의 발생, 수요, 공급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전문지식을 가진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강유역 상류의 어떤 마을 사람들이 우리나라 전체 물관리에 관한 전문지식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물관리 현황을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해당사자들에게는 물에 대한 이해관계는 있어도 전문지식이나 신념 같은 것은 없다. 설령 전문지식이나 신념과 같은 것이 있어도 이해관계 앞에서는 헌신짝처럼 버려질 것이다.

또한 ‘신념’이나 ‘책임감’과 같은 개념이 물 거버넌스 정의에 왜 포함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물관리의 근본은 물의 ‘과학적인’ 관리다. 물공급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깨끗하고 충분한 물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공급하는 것이다. 물이 부족할 경우에는 부족한대로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공급하는 것이다. 여기에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 특정기관의 신념이나 책임감은 필요하지 않다.

물 통합관리체제

우리나라의 물은 모든 국민들의 공유자연자원이고 누구나 물에 대한 천부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 지역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 지역보다 더 많고 더 깨끗한 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그러한 물관리를 위해서는 물의 통합관리 내지는 물관리체제의 일원화가 필수조건이 된다.

물관리체제의 일원화란 수자원의 확보 및 분배를 위한 의사결정, 그 시행계획의 수립, 추진방법 등 모든 것이 단일의 의사결정체 및 시행주체에 의해 물이 관리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A지역의 물은 여유가 있고, B지역은 물부족을 겪고 있을 경우 A지역의 여유 수량으로 B지역의 부족수량을 보충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물 거버넌스’ 정의처럼 A지역 사람들이 전문지식이나 신념, 책임감을 팽개치고, 이해관계에만 눈이 어두워 물이 부족한 B지역에 여유 물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최소한 소극적이거나 심할 경우 반대할 수 있다. 그러한 예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물정의(water justice)’를 실현하기 위해 강력한 통합관리체제나 물관리체제 일원화가 필요하다. 물관리 거버넌스가 정작 필요한 경우는 수질오염 방지를 위한 수계별, 유역별 ‘수질관리 거버넌스’다. 다양한 수질오염물질의 발생과 발생량은 개인, 집단, 지역 등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생활용수를 절약하면 하수발생량이 감소하고, 하수로 인한 하천 등의 오염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생활용수 취수량이 줄어들면 하천유지용수가 그만큼 증가하여 하천의 수질이 개선되고 하천생태계가 풍부해질 수 있다. 이것은 가정하수를 발생시키는 개인의 협조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경우 ‘물 거버넌스’라는 말이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다.

수자원의 확보와 분배

일반적으로 물관리는 2개 분야인 수자원 확보와 수자원 분배로 나뉜다. 수자원 확보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하천유지용수 등을 위해 적정한 수질의 물을 가능한 한 충분하게 확보하는 것이고, 수자원분배는 가능한 한 깨끗하고 충분한 물을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자원 확보는 1차적으로 강우량에 달려있다. 강우량이 평년보다 작은 해에는 물부족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2차적인 수자원 확보대책은 빗물을 사람이나 생태계가 사용하기도 전에 바다로 유실되지 않게 육지에 모아두는 것이다.

땅에 떨어진 빗물 중 일부는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고, 나머지는 지표수로 땅 위를 흘러 하천 등 육상수로를 거쳐 바다로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질학적으로 대수층의 발달이 빈약하여 강우로 인한 지하수의 함양이 어렵고 여름철 집중강우로 인한 홍수로 많은 양의 수자원이 바다로 유실된다. 수자원의 바다유실에 대해서는 댐, 저수지 등 인공저수시설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 두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가용수자원 양을 늘리는 다른 하나의 방법은 물의 재활용이다. 생활하수, 산업폐수 등 오염된 물을 깨끗이 정화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사람과 생태계가 다시 그 물을 사용할 수 있다. 그만큼 가용 수자원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다.

사람과 생태계에 대한 수자원의 공평한 분배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여유분이 있는 지역의 물을 물이 부족한 지역에 공급하는 체제에 의해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분배체제는 시설의 설치와 과학적인 운영을 필요로 한다. 시설은 전국의 강과 호수를 연결하는 도수로망을 말하고, 과학적인 운영은 전국의 모든 지역,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깨끗하고 충분한 물을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와 같은 수자원의 확보와 분배업무의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전문인력과 전문기관이 필요하다. 그 한 가지 방법으로 가칭 ‘물관리청’ 설치를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의 중요성과 물관리 전문성 및 효율성을 위해 물관리 전문기관 설치의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수질과 수량관리의 일원화 완성을 위해서는 수자원의 과학적·전문적·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 중 하나가 정부차원의 물관리 전문기관 설치다.

[『워터저널』 2020년 6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