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의날 특집    Ⅰ. 코로나19, 기후변화와 그린뉴딜


 “그린뉴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과제”
  (Green New Deal)                  (Post corona)                                             

화석연료 기반 좌초위기산업 많아 산업대전환 진행 시 난관 예상
국내 환경에 맞는 그린뉴딜 대안 찾고 선제적 대응체제 구축 필요

▲ 김 재 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전문위원

Part 02. 코로나바이러스와 그린뉴딜

세계 곳곳서 기후변화 대책 마련 촉구

기후변화로 지구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인류의 생존기반은 붕괴되고 생물들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생태학적 위기는 IPCC, 교토의정서, 파리협정 등 정부 간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오산이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며 파리협정을 탈퇴했고 1천 개소가 넘는 석탄발전소를 보유한 중국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겠다고 말만 할 뿐 석탄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있다.

국가 간 협력만으로, 정치가들 행정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기후변화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젊은 세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학교를 결석하고 지구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여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대중운동은 영국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 미국 선라이즈 운동(Sunrise Movement) 등이 세계 각지에서 싹트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가적 차원과는 달리 기업·지역 단위로 기후 운동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이를테면 기업은 100%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세계적 거대도시, 즉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의 40개 시장들이 모여 기후변화 문제를 촉구했다.

그린뉴딜, 에너지 전환·일자리 창출

밑에서부터 새로운 기후행동을 하자는 결의가 시작되면서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담론도 새로운 담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동안 진보좌파는 탈성장, 보수우파는 녹색성장을 주장했다. 기후위기가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한 자본주의적 성장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성장을 그만하자는 것이 좌파, 기후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삼자는 것이 우파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둘 다 실효성을 거두진 못 했다. 그래서 이 둘을 적당히 섞어 시너지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 끝에 나온 것이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다.

그린뉴딜은 일반적으로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미국이 과거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인 ‘뉴딜(New Deal)’을 합친 말이다. 때문에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꼽힌다. 현재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구조를 탈탄소로 전환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친환경 녹색 일자리와 투자를 늘리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린뉴딜은 코로나19 이후 시대,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의 핵심과제로 꼽힌다. 코로나19의 팬데믹(pe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잦아지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 출현은 인간의 환경파괴로 동물서식지가 감소하고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이 인간과 자주 접촉한 결과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이에 따라 인류에게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돌아볼 것을 요구한다.

 
삶의 방식 생태주의적 전환 필요

그린뉴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지구 위기는 인간이 매장자원을 무한정 소비하면서 기후변화가 닥치고 환경파괴가 발생해 생물이 멸종 위험에 처하고 인류는 생존 위기에 처하며 생겨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대로라면 2100년 즈음 인류가 지구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우려될 정도로 지구가 위기에 내몰렸다.

이제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생태주의적’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구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을 캐내고 자연을 파괴하면서 개발해 왔다면 앞으로는 지구가 생산하는 한도 내에서 소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또 화석연료와 채굴자원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가 이렇게 살았던 때는 원시사회와 유목사회다. 농경사회에 들어서면서부터 인류는 자연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린뉴딜이 인류가 원시사회와 유목사회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아니다. 그린뉴딜은 지구의 지속가능한 생산능력 한계 안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하면서도 다른 생물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생태주의적 이상을 그동안 인류가 발전시킨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실현하자는 것이다.

세계화로 연료·자원 소모 극대화

자본주의 때문에 기후위기가 발생했다고 단순하게 생각해 버리면 해결할 방도가 없다.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기 시작한 때는 세계화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본격적인 세계화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시작됐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실험적 세계화는 진행됐다.

한국과 대만을 상대로 미국이 자본을 대고 일본이 중간재와 자본재를 대고, 미국이 일본에 기술을 공급해 한국에서 생산한 소비상품을 미국에 파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반공전선을 구축해 세계패권을 차지했고 한국과 대만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일본은 고도산업사회로 변환이 가능했다.

미국은 이 새로운 발전 메커니즘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이것이 전면적 세계화다. 한국과 대만 자리에 중국이 들어오고 한국이 일본 자리에 끼어들었다. 실제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로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그리고 나서 중국으로 2차 세계화가 이뤄졌고 최근에는 인도, 베트남, 아프리카로 3차 세계화가 진행 중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우선 화석연료와 채굴자원의 소모가 극대화됐다. 특히 중국이 엄청난 양의 원유와 철광석, 쌀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브라질 등지에서 수입해 쓰기 시작했다. 산업이 성장하고 이용가능한 토지가 계속해서 줄어들다보니 식량이 부족해졌고 이에 해외에서 식량을 대량 수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효율성 추구하며 안전성 도외시

화석연료와 채굴자원 소모가 극대화되면서 온실가스 발생이 증가했다. 값싼 소비재, 값싼 연료와 자원으로 값싼 상품을 만들어내 선진국에 팔면서 낭비적 소비가 가속화됐다. 가령 100만 원 짜리 핸드폰을 2년 만에 갈아치우고 엄청난 양의 음식이 남아도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낭비적 소비도 결국 온실가스를 만든다.

중국은 그렇게 세계 제1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됐다. 경제성장에 힘입어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다. 2016년 기준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의 2배를 웃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소비 기준으로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된다고 하지만 상당량이 상품 안에 들어있는 온실가스이기 때문이다.

쓰레기도 늘어났다. 값싸게 소비하고 쉽게 버리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대개 처리 비용을 아끼려 쓰레기를 본국에서 처리하지 않고 개도국에 수출해 처리한다. 우리나라도 상당량의 쓰레기를 중국이나 필리핀 등에 보내 처리하고 있다. 그런 다음 해양에 투기하는데, 이 때문에 현재 태평양 한가운데 그린란드와 같은 섬나라 규모의 ‘쓰레기 섬’이 형성됐다. 이렇게 되면 생산과 소비, 분해가 모두 따로 일어나는 셈이다.

즉, 세계화를 통해 생산과 소비와 분해가 단순화되었다. 생산은 중국에서, 소비는 미국에서, 분해는 태평양이나 개도국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는 점차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안전성을 도외시하게 되었는데, 그러던 중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촉발시킨 것이 기후위기다.

세계화, 코로나19 확산시킨 주범

한편 인수공통전염병은 인류가 농경생활을 하며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생겼다. 최근에는 특히 바이러스성 인수공통전염병이 생겨나고 있다. 바이러스성 인수공통전염병은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인류가 자연을 파괴하는 것과는 관련이 있다. 이 전염병은 세계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빨리 퍼진 적은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불과 한두 달 만에 세계적으로 번졌고 현재는 퍼지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그린란드에도 퍼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처럼 빠르게 번져 위험하게 된 이유는 첫째,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사회안전망이 무너졌고 그 중 공적의료체계가 가장 크게 붕괴됐기 때문이다. 공적의료체계가 붕괴된 나라일수록 코로나19 피해를 크게 입었다. 둘째, 여행객 급증으로 전파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중국 여행객 수가 몇 년 새 급증했기 때문에 중국에서 한번 바이러스가 터지기라도 하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다. 셋째, 마스크와 같은 기초의료품은 개도국, 특히 중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그런데 중국에서 갑자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터지면서 이들 수출길이 막혀버렸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기초의료품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저지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마스크를 쓰는 것이다. 마스크 생산능력을 갖춘 중국, 남한, 대만 등과 공적의료체계가 체계적으로 작동한 독일, 캐나다 등이 방역에 성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스크 등 기초의료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거나 공적의료체계가 붕괴된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은 방역에 실패했다. 결국 세계화가 코로나19를 빠른 속도로 확산시키고 방역에도 실패하게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산업·농업 부문 대전환 필요

이러한 가운데 그린뉴딜은 세계화에 반대하기 위해 일어난 움직임이 아니며 단순히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살리겠다는 생태학적 구호도 아니다. 인간의 삶의 방식, 에너지 자원과 산업, 식품 부문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에너지 효율화), 순환경제, 지속가능 농업으로 대표되는 이 산업대전환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자원이 고갈되지 않는 산업을 추구하며 지속가능한 식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너지 부문은 가장 빨리 변화시켜야 하는 부문이다. 화석연료, 우라늄 등 비재생에너지를 태양, 바람, 물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원천을 바꿔야 한다. 에너지를 얻는 방식도 화석연료 등을 이용해 열과 전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태양, 바람 등이 보내오는 에너지를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등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얻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산업 부문은 선형경제(linear economy)에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 전환해야 한다. 생산과정에서 새로운 추출자원을 최소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자국에서 얻을 수 있는 지속가능 자원을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한번 생산된 상품은 최대한 길게 여러 번 사용하고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폐기물은 물리적·화학적 변형을 거쳐 재활용한 다음 생물기반의 플라스틱과 같은 지속가능한 재료로 사용해야 한다.

 
농업(식품) 부문의 경우 화학비료와 농약을 이용한 관행농법에서 벗어나, 스마트 농법 등 과학기술을 투입하고 식단개선을 위해 대체육 등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지속가능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원거리 운송이 아닌 근거리 농업으로 식품을 조달하고 식단을 개선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식품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 에너지 부문은 가장 빨리 변화시켜야 하는 부문이다. 화석연료, 우라늄 등 비재생에너지를 태양, 바람, 물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원천을 바꿔야 한다. 에너지를 얻는 방식도 화석연료 등을 이용해 열과 전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태양, 바람 등이 보내오는 에너지를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등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얻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 제조업 40.5%가 좌초 위기

그런데 그린뉴딜은 기존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을 큰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라는 말이 있다. 가령 재생에너지 가격이 현저히 떨어지고 비재생에너지인 석탄발전에 탄소세를 매기면 석탄발전소는 발전을 해도 수지가 안 맞아 문을 닫아야 하는 시점이 발생한다. 그 시점을 어림잡아 2025년이라고 하면 2025년부터 석탄발전은 좌초자산이 된다. 즉 에너지 전환으로 아무 쓸모가 없게 되어 버리는 자산이 된다.

 
이러한 개념은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가령 철강을 재활용·재사용하여 용광로를 돌릴 필요가 없게 되면 용광로가 있는 제철소는 무용지물인 산업과 공장이 된다. 그 순간 제철산업은 좌초산업이 되는 것이다. 현재 그린뉴딜로 위기에 처한 산업은 석탄발전소, 원전, 시멘트, 철강, 석유정제, 플라스틱, 석유화학, 내연기관 자동차, 조선 등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산업으로 그 수가 상당수에 이른다.

좌초위기산업이라 일컬어지는 산업은 그간 우리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왔다. 2017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제조업 중 좌초위기산업 비중은 생산액 기준으로 40.5%, 부가가치액 기준으로 30.6%에 이른다.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84만3천500여 명으로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28.5%나 된다. 이들 산업의 도태는 자연스레 지역사회 일자리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적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제적 대응·경쟁력 확보가 전략

그린뉴딜이라는 세계적 대전환의 흐름에서 우리나라가 준비해야 할 산업전환 전략은 우선 ‘선제적 대응’이다. 좌초산업의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재생에너지, 분산 스마트 그리드, 전기차 및 스마트 모빌리티, 항공·해운 녹색대체연료 등과 같은 전환산업을 먼저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 산업들은 전국적 분포가 가능한 산업으로, 산업이 전환되면 우리나라 국토 균형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신산업과 전환산업 간의 시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ICT, 데이터·인공지능 혁명, 생명과학산업 등과 같은 새로운 산업은 산업대전환에 필수 불가결하다. 재생에너지 전력망에 쓰이는 데이터·인공지능 기술, 지속가능한 농업과 대체육 개발을 위한 생명공학기술 등이 그 중요한 예다.

또 다른 전략은 ‘경쟁력 확보’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무역중심 국가기 때문에 현재까지 산업경쟁력이 중요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해 왔다. 그런데 에너지 가격을 높게 책정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단기적인 위기가 올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적자가 적어 재정 형편이 좋은 나라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재정투자를 늘리고 전환산업을 위한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에너지·자원 수입 대체 활용

우리나라에 산업전환 성공의 자원이 없지 않느냐는 문제제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첫 번째, 고등교육 이수율이 높은 나라다.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은 그간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산업 발달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연결된 좋은 일자리는 대기업 일부에 국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체로 좌초산업 부문에 속해 있다. 산업대전환이 다양하고 많은 과학기술자 등 지식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또 이들 중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사람에게는 많은 사업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두 번째는 높은 기술개발(R&D) 자금이다. 우리나라 R&D 지출 비율은 1인당 국민총생산(GNP) 대비 전 세계 2위다. 이 비용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산업대전환이라는 국가와 지구의 생존이 걸린 대과제 해결에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사용되는지 의문이다. 높은 고등교육 이수율과 연구개발 투자율을 최대한 활용해 먼저 산업대전환에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고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 이 과정 자체가 미래지향적인 좋은 일자리를 대량으로 창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막대한 에너지 및 자원 수입량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중심 국가로 수출을 위한 연료와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고 있다. 수입 규모는 연간 약 1천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20조 원에 이른다. 이들을 수입하지 않고 120조 원가량을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대신에 선행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투자하면 산업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에너지·자원·식품 재지역화 예상

그린뉴딜이 추진되면 경제구조에는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생필품, 에너지, 자원, 식품(상품)의 재지역화(Relocalize)가 그것이다. 여기서 지역이라는 것은 실제 지역일 수도 있고 국가일 수도 있고 국가 간 연합 형태가 될 수도 있다. 가령 에너지 부문의 경우 국제적 그리드(grid)로 묶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생산, 소비, 분해가 다극화되고 기후 안전도가 높아진다. 기후 안전도가 향상되면 기후위기를 예방하고 전염병 창궐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따른 규제 수단으로 우선 에너지에 탄소세(탄소관세 포함)를 매길 수 있다. 비재생에너지에 탄소가 발생하는 만큼 사회적 비용을 매기고 외부에서 탄소를 발생시키는 것에 관세를 물리는 것이다. 또한 비순환성 자원과 상품의 수입을 규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품 재사용률이 50%가 되지 않으면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식품도 비(非)지속가능식품, 이를테면 화학제품을 일정 기간 사용한 식품은 수입하지 못하도록 규제수단을 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T, 소프트웨어, AI, 데이터, 생명과학, 문화상품, 기술거래 등 세계화 지속 분야는 그린뉴딜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들 산업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 세계화에 힘입어 계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환산업과 신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

그린뉴딜 효과로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감염병에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산업대전환이 일어나면 인적교류가 줄고 공적의료체계가 완비되는 등 사회안전망이 획기적인 수준으로 확충된다. 둘째, 그린뉴딜은 기후변화 해결·완화 정책이지만 기후변화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사회복지 등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어 사회적 약자의 기후변화 적응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산, 소비, 분해가 재지역화됨으로써 국제적 갈등요소가 크게 줄어든다. 에너지, 자원, 식량의 대외 의존도가 감소하고 궁극적으로는 인류와 생물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워터저널』 2020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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