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나노입자로 물속 방사성 세슘 99% 이상 제거
한국원자력연구원, 세계 최초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나노흡착제’ 개발
산성에 강한 티타늄 활용 강산성 폐수·바닷물 속 세슘 99.8%·99.1% 제거
물속 방사성 세슘(Cs)을 99.8% 이상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세슘 입자만 선택적으로 빠르게 흡착할 수 있는 나노입자로, 물속 방사성 세슘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정화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의 양희만 해체기술연구부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갖춘 ‘세슘 제거용 꽃모양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나노흡착제(Hf-TiFC, Hollow flower-like Titanium FerroCyanide structure)’ 개발에 성공했다고 지난 4월 28일 밝혔다.
세슘은 방사성 폐수 정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효율적인 제거가 어렵다. 특히 방사성 폐수의 특성상 세슘과 화학적 거동이 비슷한 나트륨(Na), 칼륨(K) 등 경쟁이온이 다수 섞여있어 세슘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세슘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흡착제 개발이 보고되고 있지만 대부분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바닷물과 같이 경쟁이온이 많거나 제염 후 만들어진 폐수처럼 강산성인 환경에서는 세슘 제거 효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나노흡착제는 세슘 흡착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특별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세슘 흡착에 활용되지 않는 입자 내부는 빈 공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입자 표면은 표면적이 큰 겹꽃 모양의 나노구조로 합성했다.
그 결과 Hf-TiFC 나노흡착제는 속이 비지 않은 기존 미립자 형태의 금속-페로시아나이드에 비해 세슘 흡착 속도가 1만 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수습 당시 사용됐던 타이타노 실리케이트와 비교하면 32배 빠른 속도다.
흡착 용량 역시 1g당 최대 454㎎으로 기존 금속-페로시아나이드 대비 3배, 타이타노 실리케이트 대비 1.7배 수준이다. 꽃 모양의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나노흡착제는 실험실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 더욱 유용하다. 대표적인 경쟁 이온인 칼륨이 5천㎎/L 이상 들어있는 폐수에서도 세슘만 선택적으로 흡착해내는 비율을 의미하는 분배계수가 타이타노 실리케이트보다 261배 높았다.
현재 사용되는 세슘 흡착제 대부분은 pH(수소이온농도) 1 이하의 강산성 폐수에서 흡착 성능이 저하되는데, 연구진이 개발한 Hf-TiFC 나노흡착제는 산성에 강한 티타늄 덕분에 강산성 폐수에서도 99.8% 이상의 세슘을 제거할 수 있다. 같은 티타늄을 사용한 타이타노 실리케이트의 세슘 제거율(81.3%)보다도 월등히 우수한 결과이다. 연구진은 이 나노흡착제를 이용해 바닷물 속 세슘을 99.1% 이상 제거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원자력시설 사고 시 발생하는 대량의 방사성 폐수나 원전 해체 시 발생하는 강산성의 제염 공정 폐액을 처리할 때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해당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 출원 중이며, 향후 미국, 일본, EU 등 해외에도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워터저널』 2020년 6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