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Guide

류재근 박사의 건강지키기⑩

더운 여름철 레지오넬라증 주의해야
 

 
때 이른 폭염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실내활동 빈도가 증가하면서 선풍기·에어컨 등의 냉방시설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냉방병의 일종인 레지오넬라증 발병 빈도도 해마다 증가해 문제되고 있다. 올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9년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2013년 21명이었던 레지오넬라증 감염자 수는 해마다 늘어 2018년에는 305명, 2019년에는 전년 대비 64.3% 증가한 501명으로 나타났다.

레지오넬라증은 냉각탑수, 건물의 냉·온수, 목욕탕 욕조수 등 인공수계시설의 오염된 물에 있던 레지오넬라균이 물방울이나 먼지 등과 함께 체내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발병하는 호흡기 감염증이다. 이 질환은 초기 독감과 비슷한 호흡기 증상을 나타내는 폰티악 열(Pontiac fever)과 2∼12일의 잠복기를 거쳐 폐렴 증세를 보이는 레지오넬라 페렴으로 나뉜다. 폰티악 열 유형은 두통, 발열, 오한, 근육통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2∼10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되며, 건강한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발병 초기 2∼12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열과 함께 폐에 염증이 생겨 기침, 호흡 곤란 등의 폐렴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주로 당뇨, 신부전 등 만성폐질환자, 암환자, 면역저하자, 고령자, 흡연자 등 기저질환자나 면역력이 낮은 계층에서 발병 빈도 수가 높다. 증상이 심할 경우 의식장애, 신부전 등 여러 장기에 이상이 나타나며, 끝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레지오넬라증은 1976년 7월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미국 재향군인회 총회에 참가하였던 재향군인(Legionnaire)들에게서 원인 모를 폐렴 증상이 나타나 환자 220명 가운데 34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역학조사를 거쳐 새로운 세균에 의한 감염병임을 밝혀냈다. 재향군인에게서 최초 발병되어 해당 세균에게는 레지오넬라(legionella), 감염병에는 레지오넬라증(legionellosi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국내에서는 1984년 7월 서울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의 중환자실 환자와 간호사 등 23명이 집단 폐렴이 발병해 중환자 4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역학조사 끝에 레지오넬라증에 인해 발병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뒤로 우리나라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해마다 여름철을 앞두고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백화점, 병원, 학교, 대형빌딩 등을 대상으로 냉각탑과 에어컨 등 균이 번식할 수 있는 곳에 철저한 소독을 당부해 레지오넬라증 감염 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레지오넬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에어컨의 냉각수나 필터 청소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특히 냉각탑수와 건물의 냉·온수 급수 시스템에서 균이 잘 번식하기 때문에 대형건물이나 공동건물에서는 철저한 위생관리가 요구된다. 또한 수온 및 소독제 잔류 농도를 관리해 균 증식을 억제해야한다.

일반 가정이나 회사에서는 유해 세균 번식이 잘 이뤄질 수 있는 샤워기나 수도꼭지, 장식용 분수 등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아울러 에어컨 사용 시 실내와 외부 온도차를 5도 안팎으로 유지해야하며, 1∼2시간 간격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따뜻한 물과 차를 수시로 마시는 것도 도움된다. 면역력이 낮은 사람은 평소 꾸준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생활로 체력 관리를 해야한다.  
 

[『워터저널』 2020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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