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수돗물 사고 대응 위해 미생물 전문가 육성하자”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연구위원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전)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2019년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올해에는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검출됐다. 정부에서는 음용은 자제하고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크립토스포리듐(Cryptosporidium),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 노로바이러스(Norovirus), 레지오넬라균(Legionella) 등 수인성 전염병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여름철에 바이러스보다 크기가 큰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하다. 이번 기회에 전국 정수장 대상으로 유충뿐만 아니라 미생물에 대한 수돗물 특별점검을 시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 동안 정수처리기준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바이러스까지 처리할 수 있는 소독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국제적으로 정수처리 선진화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번 유충사건을 계기로 정수장 전 과정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재택근무 시행이 확대되면서 매일 반복되는 인수인계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염소소독을 통해 정수처리한 수돗물에서 살아있는 유충이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흘러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염소소독한 수돗물에 금붕어를 넣으면 염소에 내성이 약한 금붕어는 금방 죽고 만다. 이번 유충사건은 정수처리 시스템의 노후화로 인한 문제인지, 관리 미흡으로 인한 문제인지 감독기관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정수처리시설 관리자는 정수처리과정부터 수도전까지 철저한 감시·관리를 해야 한다.

이번 유충사건이 발생한 까닭은 활성탄 여과지를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깔따구 유충 발생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수처리 시설상 문제인지, 물속에 유기물이 많은지, 소독약품이 적정량 투입되었는지, 유충이 모래여과를 통과할 수 있는 환경 상태인지 등 여러 발생원인을 검토해야 한다. 또 문제해결을 위해 정수처리 분야 전공자뿐만 아니라 생태학자, 환경공학자, 수처리 전문가, 미생물 전문가 등이 참여한 종합진단반을 꾸려 명확한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곤충, 원생동물, 조류,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 신종 질병을 일으키는 종류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국립연구기관은 1994년 후로 미생물 분야 전공자보다 환경공학에 중점을 두고 인력을 채용해 미생물 분야 전공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 기회에 국립기관에서 미생물 분야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또 정부에서는 수인성 전염병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및 수돗물 문제 발생 시 빠른 원인분석과 대책을 마련하여 상수도 관리의 과학적인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

아울러 정수장 근무자들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직업윤리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현재 정수장 근무인력은 대부분 토목, 기계, 전기, 화공, 환경 분야 전공자들로 구성되어 수질환경이나 미생물을 전공한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다. 앞으로는 수질환경, 미생물 등을 전공한 인력 충원과 더불어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미생물학적으로 안정된 수돗물을 생산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전문가 육성과 노후화된 정수처리 시설 현대화를 이뤄야 한다.

 [『워터저널』 2020년 8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