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하수기반 역학


“WBE, ‘무엇’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적용성 무궁무진”
(생활하수 기반 역학)                                                                                   

코로나19 유증상자뿐만 아니라 무증상자·사망률 예측 가능
정책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체계적 효과 볼 수 있어
 
 

▲ 김 성 표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Part 01. 포스트 코로나 시대 : 하수는 코로나를 알고 있다?!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야

국내에서 코로나19(COVID-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코로나19 극복에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지역 감염이 누적되고 깜깜이 환자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지역 감염 비율이 11%를 넘어가고 있는데 그 기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 6월 말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천만 명을 넘어서 국제적으로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창업주 빌게이츠(Bill Gates)는 4월 23일,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지금이 1차 현대 펜데믹 시대”라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2015년에도 그는 “바이러스가 인류 미래를 위협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경고했다.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Thomas L. Friedman)은 “역사적 분기점이 기원 전(BC, Before Christ)와 기원 후(AD, Anno Domini)를 차용한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눠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전에도 스페인 독감 등 여러 가지 이슈가 있었지만 지금같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름철에 감소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금 추세로 볼 때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또한 경제적인 문제도 얽혀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단순히 사회적 거리만 둘 것이냐는 의견이 있다. 예상컨대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대변서 검출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과(Coronaviridae)에 속하는 RNA 바이러스인 ‘SARS-CoV-2’ 감염에 의한 호흡기 증후군이다. 코, 인두, 목구멍, 후두 등 상기도에 감염되는 것으로, 기침이나 재채기 등으로 인한 비말 접촉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일반 호흡기 바이러스는 증상은 없지만 바이러스가 증식돼 전파력이 생기는 시기인 무증상 감염기가 매우 짧다. 그러나 코로나19는 1∼2일에서 길게는 14일 정도의 잠복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과 무증상 감염 상태일 때도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또 한가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진자 대변에서도 검출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코로나19 환자 대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 양성반응이 보고되었는데, 이는 코와 구강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양보다 더 많은 양이 검출되었다. 또한 ‘Sci. Total Environ. 2020’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20℃ 조건의 대변에서 3일, 분뇨에서 17일간 생존 가능하며, 염소 소독(〉0.5㎎/L)에 의해 제거된다.

[그림 1] 중국 코로나19 환자 대변과 코·구강에서 발견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농도

생활하수, 삶의 데이터 숨어있어

최근에는 여러 언론매체에서 코로나19가 하수에도 흔적을 남긴다는 연구 논문들을 계속해서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어떻게 보면 WBE의 좋은 예다. 여기서 말하는 WBE(Wastewater-Based Epidemiology)란 ‘생활하수 기반 역학’이다.

WBE는 하수를 통해 단순히 어떤 처리대상이나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오래 전 고고학에서 그 당시 사람들의 배설물로 영양상태나 식습관을 관찰하는 것, 어의가 왕의 배설물로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생활하수에는 삶의 데이터가 숨어있다.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들보다 음식물을 비롯해 여러 의약품이나 건강보조식품 등의 섭취량이 늘어났다. 그들이 사용한 생활하수를 활용한다면 생활상이나 우울증, 당뇨 등의 건강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을 WBE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체계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세계 각 국, WBE 활용 삶의 질 분석

체계적인 삶의 데이터 측정, 분석, 정책 환류체계로 이어지는 WBE의 하수역학 기반 커뮤니티 질병 모니터링 시스템은 총 5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해당 지역의 하수 유입구에서 하수 샘플을 채취해 바이오마커(Biomarker)를 분석한다. 도출 결과는 해당 도시의 정책 구축 및 정책 수행계획을 확립하는 데 기준이 된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보건의료 증진과 정책들을 유지하거나 변경·수립한다. 이 때 지역주민의 생물학적·화학적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림 2] 하수역학 기반 커뮤니티 질병 모니터링

세계 각 국에서는 이미 하수역학 공중보건 모니터링을 위한 하수 역학 연구, 하수 분석을 통한 마약 사용량 예측, 항우울제 사용량 분석 측정 방법 등 하수를 이용해 삶의 질을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마약류인 메스암페타인(methamphetamine)과 케타민(ketamine)을 불법으로 제조하는 업체를 추적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표 1] 해외 하수기반 역학조사 프로젝트 및 기술활용 현황

유럽 또한 ‘EuSeME(Europe-wide Sewage analysis to Monitor Emerging drug problems)’ 기술을 통해 불법 의약품 소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SCORE(Sewage Analysis CORe group Europe)’을 통해 암과 관련된 단백질 혹은 유전자 등 특정 휴먼 바이오마커(Human Biomarker)를 검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호주와 캐나다는 SARS-CoV-2를 검출하기 위해 각각 ‘ColoSSoS Project(Collaboration on Sewage Surveillance of SARS-CoV-2)’, ‘제이콥 파일럿 프로그램(Jacob’s pilot program)’ 및 폐수 관련 코로나19 연구 연합(COVID-19 wastewater coalition)을 추진하고 있다.

[그림 3] 네덜란드의 하수역학 기반 COVID-19 조기 검출 단계

이는 WBE가 ‘무엇’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그 적용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약품 대사물질이나 염증성 질환 부문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또한 그 중 한 분야인 셈이다.

WBE, 코로나19 무증상자 추정 가능

네덜란드는 6개 하수처리장에서 코로나19 유전자를 추출한 뒤 증폭시켜 발견된 타겟(target)을 N1, N2, N3, E라고 명명했다. 이것은 코로나19 감염 유무를 결정하는 4가지 변수로 한 개만 측정할 경우 불확실성이 크므로 3∼4가지 조합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사람들을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으로 신원을 파악하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감안해 3월 5일부터 4월 23일까지 국경을 폐쇄했다. 이 때 프랑스 파리의 주요 하수처리장 유입수 내 SARS-CoV-2가 검출되었고, 하수 유입수 내 SARS-CoV-2 유전자 신호가 증가함에 따라 사망률 또한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림 4] 프랑스 하수 내 바이러스 농도와 사망률의 상관관계

미국 콜롬비아 대학은 뉴욕 하수처리장을 분석했을 때, 해당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하수 내 바이러스 유전적 시그널이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세 나라가 실시한 실험의 공통점은 WBE를 통해 코로나19 유증상자뿐만 아니라 무증상자 및 사망률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기반 감시체계는 발열, 기침, 근육통 등 증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무증상자를 찾기 어렵다. 이와 반대로 하수기반 감시체계는 하수에 남아있는 바이러스를 추적해 증상이 없지만 전파 감염 우려가 있는 무증상자를 추정할 수 있다. 아울러 유전적 강도를 통해 대략적인 환자 수를 가늠할 수 있다.

[그림 5] 뉴욕 하수처리장 내 COVID-19 측정과 확진자 비교

WRF, 하수 관련 코로나19 브리핑 열어

미국의 물연구재단(Water Research Foundation, 이하 WRF)은 올해 초부터 각 국의 과학자들을 불러모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웹미나(webina)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눠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수행하도록 한 뒤 ‘하수처리장에서 코로나19의 유전적 지문에 대한 환경 감시’라는 주제로 5월 21일에 의회 브리핑을 가졌다.

첫 번째 샘플링 및 샘플 방법 구축 그룹은 △샘플 유형(일회성·연속성) △샘플링 시간과 위치 △하수 유속 △지역 인구수 △지역 생활상 및 보건지표 △하수 성상(TSS, pH, 온도, 잔류염소) △샘플 보관 방법 등을 파악했으며, 이 지표들이 서로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는지도 연구했다.

두 번째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사용한 코로나19 검출 그룹은 ‘SARS-CoV-2’ 유전자 검출에 있어서 재현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량분석을 구축하는 방법과 분석 방법에 대한 품질보증(QA) 및 품질관리(QC), 분석방법의 타당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대조군(Control)을 설정해 실험을 진행했다.

WBE, 전염병 발생 추이 예측 가능

나머지 두 그룹은 사례 연구(Case Study), 데이터 및 트렌드 분석, 바이러스 원단위 계산 등 데이터 분석을 위한 커뮤니티 모니터링과 이해당사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연구했다. 이 중 커뮤니케이션은 네 가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질병 본부와의 대화, 국민들과의 소통, 하수처리 운영자와의 안전, 의사 결정자들과의 대화 등을 중점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전문가가 쓰는 용어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적절한 용어선택을 세심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를 근거로 하수역학 모니터링에 의해 확보될 수 있는 4가지가 밝혀졌다. 첫 번째는 전염병 발생 추이를 예측해 전염병 확산 조기 검출 가능성과 전염병 확산 증감곡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특정지역 내 질병확산 역학 조사를 실시해 지역 감염 진단을 예측할 수 있다. 지역감염 진단을 위해서는 특정 지역의 상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세 번째로 하수처리시설 근로자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전염병 확산 증가 정보예측을 할 수 있다. 네 번째인 발원지 추적은 바이러스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어떤 시퀀싱(sequencing)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여전히 더 연구해야 할 항목이다.

 
국민 삶에 직접 다가갈 수 있어

그렇다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WBE를 활용하는 것이다. 물 관련 부문을 다룰 때 언급되는 물관리, 물산업 등은 상당히 거대한 담론이다. 그러나 WBE는 먹는 물에서부터 사용하는 물, 버리는 물 등 실질적인 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국민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대중에게 어필하기도 좋은 주제다. WBE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부분으로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하수 인식의 재조명이다. 예로부터 하수는 단순한 처리 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에너지원과 대체 수자원의 기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수는 이제 어떤 삶의 지표나 데이터를 바꾸는 빅데이터 라이브러리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활용해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세 번째, WBE를 활용해 ‘기법 전환’이 아닌 ‘체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체계 전환의 두 가지 방법으로는 녹색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추구해야 한다. 녹색전환이란 수도, 하수도, 댐, 도시 물순환 등 물관리 인프라의 기후변화 대응력을 강화하면서 연관 산업 분야의 수요와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전환은 물관리 인프라의 유지·관리·대응 분야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통한 스마트 관리체계를 도입하여 물산업과 디지털산업의 융합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WBE와 적절히 활용해 비대면 녹색 디지털 융합 스마트물관리체계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WBE, 삶의 질 높이는 하나의 방법론

WBE는 코로나19를 비롯한 물분야에 있어서 실질적 삶의 질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교통체계, 환경정보 등과 같은 자산 관리를 통해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정책에 도움을 주고, 원헬스(One Health)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융합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스마트 워터 시티 내 휴먼 안전 체제 전환 기법을 추진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물산업 육성 및 다른 분야와의 연계를 통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비용대비 적절한 조기 경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지역 내 핫스팟과 지역감염 변화 양상을 추적할 수 있다. 우리나라 또한 사례를 참고해 한국형 WBE 구축 시범 대상을 연구해야 한다.

끝으로 다양한 지역의 시범 연구자 그룹을 만들어 지자체와 연계해 상대적으로 간단한 측정방법 및 모니터링 체제를 연구하고, 포스트 코로나 대비 위해성 분석을 통한 다양한 목표 물질 추적 기법을 발굴해야 한다. 아울러 하수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전염병 방역 체계의 플랫폼을 개발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와 공조하는 과학기술로 발돋움해야 한다.

[『워터저널』 2020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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