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인천 수돗물 유충사고 진단과 대책


“정수장 내 깔따구 유입 원천 차단이 가장 중요”

수돗물 유충 관련 국내자료 미비…과학적 자료 기반 재발방지책 마련해야
정수장 운영·유지관리 사례 등 노하우·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 필요


▲ 독고 석
단국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Part 04. 인천 수돗물 유충사고 원인과 대책 제언

깔따구 유충, 밀폐된 시설서도 검출

수돗물 유충 사태는 7월 9일부터 많은 민원 신고가 접수되어 7월 26일 오후 1시 기준 총 257건이 접수되었다. 환경부에서 입상활성탄을 사용하는 고도처리정수장 4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인천 공촌·부평 △화성 화성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의령 화정 등 정수장 7곳에서 유충이 발견되었다. 이 중 3곳은 활성탄 여과지 시설이 밀폐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충이 검출되어 밀폐형 시설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검출된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여름철에 발생했다. 미국은 2013년 8월 오클라호마주 800여 명이 살고 있는 소도시에서 유충이 검출되어 수도공급이 차단되는 불편을 겪었다. 당시 수도당국은 인체에 무해하지만 직접음용은 자제하고 생활용수로 사용하라는 지침과 더불어 염소소독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수돗물의 잔류염소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2015년 7월 텍사스주 올드리버 윈프리(Old River Winfree), 2013년 8월 캔자스주 마르타빌(Marthavill)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다.

영국의 경우, 2007년 9월 스코틀랜드 오반(Oban) 지역에서 유충이 공(Ball) 모양의 덩어리 형태로 발견된 사례가 있다. 이번 공촌정수장과 유사한 사례로 2005년 9월 영국 래스터셔(Leicestershire) 정수장 250개소에서 유충이 검출되어 3만 가정이 피해를 입었다. 남아프리카에서도 2016년 3월, 2018년 1월, 2018년 6월에 세 차례 깔따구 유충이 검출됐다.

 

깔따구 한 마리 유입으로 대량증식 가능

이번 인천 공촌·부평정수장에서 발견된 깔따구는 등깔따구, 노랑털깔따구, 안개무늬날개깔따구, 용산무늬깔따구 등 4종이다. 깔따구는 수생생태계에 가장 풍부한 파리목 중 하나로 모든 수생곤충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개체수가 많으며, 하천에서 1㎡당 최대 10만 개체까지 증식할 수 있다. 또한 깔따구는 히말라야산 영하 16도에서 발견될 정도로 온도저항성이 높으며 바이칼 호수 수심 1천m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한 편이다.

▲ 인천 공촌정수장(왼쪽) 및 부평정수장(오른쪽) 활성탄지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

깔따구 생애주기를 보면 알을 까고 나온 깔따구 유충은 수면에 1∼2일 정도 머물다가 수면 밑으로 내려간다. 이 후 3령(instar), 4령을 거쳐 깔따구 유충의 체내에 헤모글로빈이 생성되어 붉은색을 띄게 되며, 헤모글로빈을 통해 자체적으로 산소를 공급할 수 있어 저서활동을 하게 된다. 이 때 먹이를 찾기 위해 바닥에 있는 모래를 파고들거나 숯을 파고드는 성향을 갖는다. 이 후 번데기가 되면 수면으로 올라와 수면에서 부유하다 성충이 된다.

특히, 중요한 점은 성충이 되기 전 번데기에 무성생식(처녀생식)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수장 내에 한 마리만 유입되어도 연속·대량증식할 수 있어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무척추동물 내 병원성 미생물이 인체에 직접적인 유해성은 보고된 바 없어 음용 시 인체 유해성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깔따구, 모래여과층 관련 연구 필요

대부분의 고도정수처리 정수장은 개방형으로 곤충 유입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깔따구 유입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깔따구 유충이 모래여과의 치밀한 구조와 활성탄 여과지를 통과하는지 여부다. 깔따구 유충이 모래여과층을 통과할 수 있다는 논문이 있어 모래여과층의 유속, 유기물, 모래크기 등을 고려한 심층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입상활성탄지(GAC) 내 깔따구의 서식형태를 살펴보면 깔따구 성충은 대기중에 서식하고, 알은 상층부, 번데기는 중층부, 유충은 하층부에 서식한다. 입상활성탄지는 2주정도 사용하면 생물활성탄(BAC)으로 변하여 유기물이 풍부해 증식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깔따구는 1㎥당 3만 마리가량 증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활성탄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입상활성탄지 내 상층, 중층, 하층으로 나눠 계절별 수온에 따른 연구결과를 보면 동절기에 상층부 수온이 낮아 중층부에 많이 서식한다. 수온이 올라가는 하절기에는 상층부에 유기물이 많아 상층부로 이동해 서식하는 특성을 보인다. 생존력이 높은 깔따구는 언제든 정수장에 유입될 수 있으므로 깔따구 등 곤충의 대량증식에 관해 중장기적인 과제로 고민해야 한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유충의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공개한 밀폐형 정수장 사진을 보면 완전히 밀폐되어 있지 않아 유지관리 담당자가 지나다닐 때 유충이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역세척 주기 조정해 수용가 유입 차단

깔따구 유충 처리에는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오존과 염소 주입농도를 높여 유충을 불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깔따구는 잔류염소 8㎎/L 이상에서 30분 이상 또는 오존 1㎎/L 이상에서 30분 이상 처리해야 불활성화된다. 하지만 염소주입농도를 높여 처리하면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THM)이 나오기 때문에 깔따구 잡으려다 발암물질이 방출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퍼메트린(Permethrin)’이라는 살충약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수질안전기준의 20분의 1 수준으로 퍼메트린을 투입하면 음용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세 번째 방법은 소독제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클로라민이나 황산동 둘 중 하나만 사용했을 때보다 클로라민과 황산동을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수온이 높으면 깔따구의 불활성화도가 높아져 수온이 높을 때 소독약을 사용하면 저온에 비해 효과가 좋다.

네 번째 방법은 활성탄지 내부에 산소공급을 차단해 유충을 제거하는 것이다. 활성탄지 혐기화를 통해 48시간 동안 무산소화하여 사멸시킨 후 역세척을 통해 제거하는 방법인데 이 방법은 아질산염으로 환원될 우려가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유충의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환경부에서 공개한 밀폐형 정수장 사진을 보면 완전히 밀폐되어 있지 않아 유지관리 담당자가 지나다닐 때 유충이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이중문 등을 도입해 완전 밀폐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또한 역세척 주기가 정수장 별로 차이가 나는데, 유충이 정수장 유입 후 활성탄지 상층부로 침입하기 시작하는 7일 이내로 역세척 주기를 조정해 유충이 유입되더라도 수용가까지 흘러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활성탄지 시설 철저한 관리 필요

미국수도협회(AWWA)의 매뉴얼에는 방충망 설치가 중요하다고 나와 있다. 입상활성탄 시설 중 유입방지시설이 미흡한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대상으로 미세방충망 커버, 포충기, 활성탄지의 완전 소등, 이중 출입문 설치 등 곤충 유입 방지대책이 필요하다.

깔따구 유충과 달리 깔따구 성충이 오존에 대한 저항력을 갖는다는 데이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사람도 오존시설에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마 성충도 접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도 연구를 통한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수처리 효율 향상과 더불어 깔따구 성충의 접근방지를 위해 잔류오존농도를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활성탄지 지지모래층을 30㎝로 개선시키는 방안도 있지만 활성탄을 재생시킬 때 모래랑 섞여 효율이 떨어져 적용하기 어렵다. 활성탄지 시설은 수용가로 수돗물이 흘러가기 전 마지막 시설이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자체 수도시설 운영능력 향상 필요

현재 정수장에는 베이비부머(babyboomer) 세대들이 기능직에서 물러나고 신진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그런데 신진인력은 자료, 노하우 등을 전수 받지 못한 상황으로 이들 역량을 증진할 교육 등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숙련된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무엇보다 운영·유지관리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하고 나면 노하우 등 정보를 얻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신진인력의 정보 고립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민간에 노하우, 정보를 공유하기 힘들다면 지자체 간이라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유역수도지원센터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여서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유역수도지원센터에 의한 지자체 운영 매뉴얼 검토, 정기적인 점검 및 기술지원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사후 점검이 아닌 정기적인 점검 및 매뉴얼 관리를 통해 지자체 수도시설의 운영능력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울러 올해 특히 대벌레, 메뚜기떼 등 많은 곤충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일부에선 코로나19로 인간 활동이 줄어 곤충과 동물이 극성기를 이룬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유충 대발생 시 정수장 운영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한 모래여과, 역세척 주기, 역세속도, 소독 농도, 제거방안 등의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워터저널』 2020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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