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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연도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2020년 09월 29일 (화) 09:50:28 워터저널 webmaster@waterjournal.co.kr

전문가 기고


“자연의 섭리에 따른 물관리로 왜곡된 물순환 개선 필요”

기후변화에 따른 호우 심화 전망…장기적 관점 연구·기술개발 필요
분산형 빗물관리·그린인프라·LID 도입해 호우 시 빗물 분산시켜야

(저영향개발)   
 

   
▲ 이 종 탁 박사
·㈜한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이사
·상하수도기술사
·VE전문가(CVS·CVP)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연도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복지의 시작은 자연재해로부터 국민 보호하는 일

올해는 ‘코로나19’에 더해 긴 여름 장마까지 찾아와 전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긴 장마와 태풍으로 섬진강·낙동강 제방 붕괴, 산사태 발생, 도로·교량 유실, 열차운행 중단, 농경지 및 마을 침수 등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속출했다. 사망 등 인명피해도 잇따랐다. 호우로 사망한 분들의 명복을 빌며 피해지역의 빠른 복구와 이와 같은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호우 피해를 계기로 가장 기본이 되는 복지가 무엇인지 되새겼으면 한다. 큰 비에 전 국토가 피해 입은 모습을 보면서 복지의 시작은 자연재해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필자는 지금까지 하천정비사업, 도심침수 예방을 위한 하수관로 정비사업 및 빗물펌프장 설치사업을 진행해 왔으며,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이 완료된 지역에서도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하곤 한다. 예상보다 비가 많이 내려서, 빗물펌프장으로 빗물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아서, 계곡에서부터 흘러들어온 나무나 돌이 하수관로를 막아서, 만조시간과 겹쳐서 등 원인은 많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겪으며 혹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근본적인 원인 분석 통해 대책 수립해야

큰 피해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근본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시대에 따라 사업을 유행처럼 단기간에 진행하다 보니 근본 원인을 분석할 시간이 없고 그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늘에서 내리는 비의 양을 인간이 정확히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본인이 사업에 참여한 지역의 하수관로나 빗물펌프장은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안전하다고 호언장담하는데 이는 자연 앞에서 자만하는 것이다. 하수관로나 빗물펌프장, 하천 정비를 아무리 완벽하게 해도 설계 홍수량 이상의 비가 내리면 언제든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설계 홍수량 이하로 비가 내린다고 해도 그 당시 상황에 따라 하수관로나 빗물펌프장에서 모두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앞에서 자만하지 말고 자연의 이치, 즉 순리를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는 도시화로 자연적인 물순환이 왜곡되어 있다. 도로나 주차장 등이 아스팔트 포장과 같은 불투수층으로 이루어져 하늘에서 내린 비가 지하로 침투되지 않고 바로 하수관로를 통해 하천으로 유입되다 보니 집중호우 시 그 양이 순식간에 증가한다.

   
▲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9월 9일 태풍‘마이삭’과‘하이선’으로 피해가 집중된 경북 울릉군 일주도로 현장을 이철우 경북도지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안영규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 등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 = 경상북도]

물그릇 확보해 ‘면(面)’적인 빗물관리 해야

하천이나 빗물펌프장, 하수관로와 같은 시설을 아무리 완벽히 정비한다고 해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의 양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땅속으로 침투시키거나 저류지에 물을 가둬 하수관로로 한꺼번에 집중되는 빗물의 양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쉽게 말해 크고 작은 물그릇(저류조)을 많이 만들어 빗물을 담아 놓고, 녹지나 공원 등을 이용해 빗물을 지하로 침투시키는 등 비가 내리는 유역의 면적 전체를 활용해 빗물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주택단지, 산업단지 및 도로 등을 건설할 때 투수성 포장, 빗물침투시설, 저류지, 빗물저장탱크, 녹지공간 확보, 옥상 녹화 등을 통해 기존의 ‘선(線)’적인 빗물 관리에서 벗어나 ‘면(面)’적인 관리를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홍수방지와 더불어 상수원 확보, 하천유지유량 확보, 도심 열섬 효과 저감, 비점오염 저감, 하천 수질관리, 지하수 함양 등에도 많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결국 우리 인간이 왜곡한 물순환을 원래의 자연적인 물순환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變化無雙)하게 내리는 비에 대비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가 어떻게 내릴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자연재해에 완벽하게 대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하수관로나 빗물펌프장에만 의존하던 배수시스템에 안전장치를 추가한 것이니 침수피해 방지에 효과는 있다.

많은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분산형 빗물관리, 그린인프라, LID(저영향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물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와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빗물을 빠른 시간에 하천으로 배제하는 배수시설만 중요시하고, 분산형 빗물관리, 그린인프라, 저영향개발(LID) 등을 등한시한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큰 피해 유발 사고, 사소한 곳에서 시작

인명피해나 재산상 큰 피해를 유발한 사고를 살펴보면 그 원인은 의외로 사소한 데에 있다. 2010년 D시에서는 한 달에 두 번이나 침수사고가 발생했는데, 빗물펌프장으로 유입되는 수로에 설치된 스크린시설이 협잡물에 막힌 것이 원인이었다. 스크린시설은 빗물과 함께 내려오는 나뭇가지나 비닐과 같은 협잡물을 제거하는 시설인데, 이 스크린이 제거해야 할 대상인 협잡물 때문에 물의 흐름을 막아 침수가 발생한 것이다.

스크린시설이 막히거나 고장나는 등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우회 수로를 설치해야 하는지만, 현장에는 우회수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스크린이 협잡물에 의해 막힐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우회수로만 설치해 놓았어도 침수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부산시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하차도의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 지하차도가 침수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대책을 수립했으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하차도는 도로 중 가장 낮은 구간으로, 빗물은 노면을 따라 유입되어 모인다. 그래서 지하차도에는 유입된 빗물을 하수관로나 하천으로 방류하기 위한 배수펌프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배수펌프 용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설계용량 이상으로 유입되는 빗물은 배수할 수 없으며, 혹시나 배수펌프 쪽으로 유입되는 수로나 유입구가 빗물과 함께 유입되는 비닐과 같은 협잡물 등으로 막혀도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대책 수립해야

지금까지 ‘설마 지하차도가 침수될까?’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는 많은 비가 장시간 지속되면 침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그에 걸맞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강우량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되거나 지하차도 배수펌프 수조의 수위가 경보 수위에 도달하는 등 침수 징후가 보이면 차량 진입을 통제해야 한다. 즉, 지하차도 전면에 차량 진입 통제를 알리는 전광판을 설치하거나 차량 진입 차단시설을 설치하고, 시민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해야 한다.

지하철 역사, 지하주차장, 지하상가 등도 배수펌프가 설치되어 있어 안전하다고 낙관하지 말고,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빗물이 유입되어 침수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야 빗물이 계단을 통해 지하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단벽 설치나 지하층 내부 사람들이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하는 안내방송 등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비(장마)로 곳곳에서 산사태나 사면 붕괴(斜面崩壞)가 일어난 것을 볼 수 있는데 발생현장 대부분이 인간이 자연에 손을 댄 곳들이다. 즉, 절토 및 성토 사면, 도로 인공 사면, 태양광 발전시설 부지, 석축이나 옹벽 등에서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사면 붕괴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전원주택이 붕괴된 토사에 매몰될 뻔한 아찔한 현장이었다. 그런데 주변 전원주택이 거의 같은 모습이었다. 급경사지 바로 아래에 주택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이 주택들을 보면서 ‘우리가 너무 낙관적인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호우처럼 장기간 많은 비가 내려 흙속에 물이 포화되면 사면 붕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가 사는 곳은 안전하겠지’, ‘지금까지 한 번도 사면붕괴가 일어나지 않았어’라고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면 사고에 대비할  그 어떤 대책도 필요하지 않게 된다.

‘양날의 검’ 물,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우리가 자연에 손을 댄 부분들이 가장 먼저 취약해져 피해가 발생한다. 자연은 스스로 자(自), 그럴 연(然), 글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여기에 손을 댔다면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최대한 처음과 같은 상태로 복원해야 한다.

우리가 자연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연도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면 자연은 그 대가로 인간의 재산과 생명을 앗아간다. 이번 호우피해 사례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지 않았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그 변화를 경험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시스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켜야 하며, 특히 우리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아울러 언제든지 이러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이자 복지의 시작이다.

끝으로 물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소중한 자원이다. 하지만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가는 위협적인 존재기도 하다. 인간이 물을 인위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을 한곳에 모아 관리하면 관리하기는 쉽지만, 모인 물의 양이 많아지면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문의 = avt1731@hanmail.net]

 [『워터저널』 2020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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