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Seminar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한국부식방식학회
‘지하매설물 스마트 통합 안전관리체계’ 포럼 공동 개최


지반침하 등 지하 안전사고 발생빈도 증가…부식 등에 의한 노후화가 주원인
상하수도 등 지하매설물 안전 확보 위한 관리체계 보완 및 극복방안 등 논의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부식방식학회는 9월 21일 오후 2시 ‘부식환경에서 지하매설물 스마트 통합 안전관리체계’라는 주제로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이성민 한국부식방식학회 회장의 개회사 모습.
최근 지반침하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지하 안전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하 난개발과 지하매설물 부식 등에 의한 노후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하공간 활용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지하매설물 안전 확보를 위한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과총)와 한국부식방식학회는‘지하매설물 스마트 통합 안전관리체계’라는 주제로 지난 9월 21일 오후 2시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지반침하 등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과 최근 시행된 「지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현장적용의 애로사항, 지하매설물 안전관리체계의 과학적 보완 및 극복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포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카카오TV와 네이버TV,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지하시설물 안전관리, 산업화 사회의 핵심 과제”

이성민 한국부식방식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각종 지하 구조물과 배관 시설물 등은 우리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하지만 적절한 유지·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엄청난 재앙이 되기도 한다”면서 “지하시설물 안전관리는 산업화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안전이 미래를 가르는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활약해 온 전문가들을 초청해 이번 포럼을 진행·계획했다”면서 “산·학·관·민 모두가 소통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안전관리 기술 및 의식 수준을 한층 높이는 새 지평을 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우일 한국과총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 지하매설물 및 인프라들은 대부분 1970년대에 건설되어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제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지하 안전의 효율적이고 선제적인 관리를 도모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상축사를 통해 지난달 경기도 구리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거대한 싱크홀 사건을 언급했다. 윤 의원은 “이 같은 지반침하 사고는 2014∼2019년 5년간 전국서 총 631건이나 발생했다”면서 “지하시설물 안전확보에 각별한 노력이 요구되는 가운데 이번 포럼을 그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하공간 효율적 이용 위해 지하시설물 전산화 필요”

이날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첫 발제를 맡은 이강원 서울공간정보 대표는 “지하공간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서는 지하시설물 전산화를 통한 신속한 유지관리 및 정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하시설물은 일반적으로 상하수도·송유관·가스관·송전선로·통신선로 등 지표면 아래에 매설된 시설물을 뜻한다.

이 대표에 따르면 도시 미관을 증진하고 유지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매설되는 지하시설물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하시설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자료도 부정확해 시설물 훼손 및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 하루 평균 지반침하 발생건수는 2.6건이다.

이 대표는 “2013년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울시에서 발생한 싱크홀 중 88%가 하수관 손상으로 인한 것이고 나머지 12%도 상수관 손상, 인접 굴착공사 등에 의한 것”이라며 “이는 도로와 같은 노후화된 인프라를 수리·교체·확장하면서 기존 지하시설물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그밖에 사용된 지하시설물 재질과 유형, 설치기술, 이음부 유형, 부식 방지조치나 유지관리 방법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 이강원 서울공간정보 대표의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 발표 모습.

“품질등급 제도화와 관련 기술개발 이뤄져야”

이 대표는 “싱크홀과 같은 지반침하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등과 같이 국가 차원에서 지하매설물 위치정보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표준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측량과 물리탐사·지상시설물 측량·조사자료 등을 통해 지하시설물 품질을 4등급으로 나누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지하시설물에 대한 품질 등급제도가 없어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지하시설물 관리의 해외 선진사례로 일본을 소개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지반침하가 빈번한 나라다. 앞서 일본 하수도협회는 지난 2007년 8월 ‘하수관거의 엑센트 매니지먼트’연구를 통해 상하수관로 고장은 초기 고장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데이터를 보면 10년 이내 열화율은 전체의 45%에 달한다.

이에 일본은 2030년까지 하수관 장수명화를 위해 제2기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수관 정보를 파악하고, 하수관 설치 초기부터 각종 조사를 통해 지반침하, 하수관 열화현상 등을 파악하는 등 하수관 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장수명화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차세대 지하시설물 위치 탐사장비와 관련 기술개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20대 에너지 회사 절반 이상이 지하매설물의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활용해, 정밀한 정확도를 자랑하는 탐사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현장 지하 인프라를 시각화하거나 증강현실 기기를 지하시설물 탐사에 활용하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기술을 참조해 우리나라도 땅 속의 인프라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지하공간통합지도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른 안전관리 플랫폼도 더욱 공고히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하공간통합지도로 스마트 안전관리 도모”

이어진 발제에서 장용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하매설물 스마트 통합 안전관리 플랫폼’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장 연구위원은 앞서 이강원 서울공간정보 대표가 언급한 ‘지하공간통합지도’ 제작과 이를 토대로 한 지하매설물의 스마트 안전관리 체계에 대해 설명했다.

지하공간통합지도는 지하를 개발·이용·관리하는 데 필요한 지하정보를 통합한 지도이다. 통합 대상 정보는 상하수도 등 6종의 지하시설물과 지하구조물, 지반정보, 지상 및 관련 제도에 관한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장 연구위원은 “지하공간통합지도를 토대로 체계적인 지하정보 생애주기 관리, 지속가능한 지원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지하정보 활용 지원센터를 운영함으로써 사용자 편의 중심의 지하정보를 구축하고 지하공간통합지도 활용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정보 활용 지원센터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및 동법 시행령 등에 따라 신설된 기관으로 △체계적인 지하 정보 생애주기 관리 △지속가능한 지원 체계 구축 △지하공간통합지도의 활용 정착 및 활성화 등을 운영목적으로 한다.

장 연구위원은 해당 분야 기술개발의 시급성도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 구축한 지하공간통합지도가 공공기관과 지하 안전영역 평가 전문 민간기관 등에 제공되고 있으나 활용도는 높지 않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도의 자동화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지하공간통합지도 정보는 6개월 단위로 갱신되고 있어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러 가지 안전문제에 즉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갱신 자동화 기술개발을 통해 지하공간 통합지도의 최신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장용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이 ‘지하매설물 스마트 통합 안전관리 플랫폼’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2023년까지 지하공간통합지도 완성 계획”

현재 국토부는 ‘지하 안전사고 없는 스마트한 국토 실현(삶의 영역을 넓히는 지하정보 미래기술)’이라는 비전 아래 지하공간정보 통합 구축방안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목표는 △신뢰성 있는 지하공간정보 통합 구축과 국민 안전 확보 △지하정보 활용기반 강화 및 종합적 도시정보 제공 확대 △스마트한 지하공간정보 활용 지원 등이다. 지하공간정보사업 조기완료 및 확대 추진을 위해 전국 6대 지하시설물 통합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을 2022년까지 완료하고 2023년까지 지하공간통합지도를 완성할 계획이다.

끝으로 장 연구위원은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 댐’을 언급했다. ‘데이터 댐’이란 광범위한 데이터를 댐에 가둬두고 네트워크(수로)를 통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장 연구위원은 “과기부 주도의 데이터 댐에 지하공간통합지도를 제공해 디지털 뉴딜 정책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술개발과 제도개선 등을 통해 지하공간통합지도 기반의 스마트 통합 안전관리 플랫폼을 활성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시설물 안전관리 방안 주제로 다각 토론

이날 전문가토론은 이성민 한국부식방식학회 회장을 좌장으로 진행됐다. 윤원섭 창신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임기창 울산대학교 ICT융합안전연구센터 연구교수, 김종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박영우 한국가스기술공사 가스기술연구원 원장, 양치훈 건설기계부품연구원 본부장, 우달식 한국계면공학연구소 소장이 패널로 참여해 ‘지하 안전관리 방안 다각도 모색’이라는 주제로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다. 

▲ 주제발표가 끝난 후 ‘지하 안전관리 방안 다각도 모색’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전문가토론에는 관련 분야 7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성민 회장은 “오늘 포럼은 국민들과 과학기술인이 만나는 자리로서 안전관리에 관한 현재 과학기술의 노력을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포럼을 통해 관리의 주체가 되는 기업, 학계, 지자체, 정부와 국민이 서로 소통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찾길 바란다”고 포럼을 열게 된 소회와 목적을 말했다.

윤원섭 교수는 “지하시설물에 관한 재난 안전 위험성을 인지하여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 재난 안전 시스템은 사후대응에 맞춰져 있다”며“지하시설물 안전관리를 위해 여러 전문 분야의 다각적인 활동이 필요하고 이를 통한 정책, 시스템,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창 교수는 “지하매설물 재난을 포함한 사회적 재난은 자연 재난보다 원인이 복잡다단해 주관기관도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며 “지하배관 통합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지하배관 안전관리 데이터의 통합 관리와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하수도, 부식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대표 배관”

김종천 연구위원은 “지하에 매설된 상하수도는 「상수도법」과 「하수도법」이 환경부 소관 법령으로 제정되어 있다”며 통신, 전기, 열 배관 등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규정 및 규제 없이 혼재해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부터 「지하안전관리특별법」이 시행됐고, 최근에는 지하정보 구축을 위한 지하공간통합지도 제작 등 통합체계 구축에 관한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그간의 노력을 설명했다.

박영우 원장은 “천연가스는 4만5천㎞가 넘는 상수도를 제외하고 7대 지하매설물 중 82%를 차지하고 특히, 천연가스는 한 번 사고가 나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식, 배관 제조, 용접결함 등 위험요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드론 활용 취약 구간 배관 점검 △굴착 장비 개체인식시스템 △IoT 기술을 통한 실시간 관리 등 4차산업혁명 접목 핵심기술과 천연가스배관 건전성 유지관리 체계에 대해 소개했다. 

양치훈 본부장은“울산과 여수의 지하매설물은 60년 가까이 된 노후화 시설이지만, 화학물질 취급량과 위험물 저장량은 전체의 과반수를 차지한다”면서 고위험물질 관리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양 본부장은 이어 “안전한 관리를 위해 2018년에 국가산업단지 마스터플랜을 추진했고, 이를 기초로 울산시와 정부부처는 울산 국가산단 지하배관 안전관리센터 구축 추진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달식 소장은 “부식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대표적 배관이 상하수도”라며 2019년 5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논란을 언급했다. 우 소장은 이어 “정부는 2024년까지 노후 상수도관 전면 교체를 목표로 스마트 상수도 관망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수돗물은 특히 부식성 지수가 높기 때문에 붉은 수돗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수장 단계에서 수돗물 부식성 지수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아직 후속방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워터저널』 2020년 11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