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년특집  . 정수기 품질검사제도 발전방안


“정수기 품질에 대한 투명성 있는 정보 제공해야”

수질공정시험방법·정수기 성능검사기관의 분석한계 단위 통일 필요
꼼꼼한 성능검사와 더불어 적절한 사후관리가 동반되는 것이 중요

Part 05. [전문가토론] 정수기 등록 및 검사제도 개선 위한 발전방향

토 론 자
•박상열 정수기 품질심의위원회 위원장(좌장)
•임채환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전무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고영호 한국환경수도연구원 센터장
•윤용수 단국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지난 11월 23일 한국물기술인증원 주최로 서울 연세빌딩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정수기 품질 및 성능검사 강화를 위한 워크숍’에서는 박상열 변호사(정수기 품질심의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전문가토론이 진행되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채환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전무이사,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고영호 한국환경수도연구원 센터장, 윤용수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정수기 품질검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 박 상 열
정수기 품질심의위원회 위원장 / 변호사
“정수기 품질검사 제도, 과거에 비해 큰 발전 있어”

■ 박상열 위원장(좌장)  네 분의 발표를 보면서, 정수기 품질검사 제도가 이것이 처음 도입된 22년 전에 비해 상당히 큰 발전을 이뤘다고 느꼈다. 정수기 품질검사기관이었던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과 정수기 성능검사기관인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먼저 이 일을 오랜 기간 수행한 임채환 한국정수기협동조합 전무께서 과거의 제도 운영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어떤 점들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 간단하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이어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고영호 한국환경수도연구원 센터장, 윤용수 단국대 교수 순으로 발언해 주시면 된다.

▲ 임 채 환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전무
“정수기 품질 사후관리에 대한 검토·개선 필요”

■ 임채환 전무   지난 1년 6개월 간 정수기 품질심의위원회 간사로서 수많은 회의를 진행하며 느꼈던 문제점을 이야기하겠다. 첫 번째는 현행 정수기 품질의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 정수기 인증의 경우 품질검사기관에서 공장심사부터 품질심사, 사후관리까지 완전히 책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품질검사기관이 아닌 시·도에서 검사절차와 행정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다행히 이제 한국물기술인증원으로 인증 업무가 이관됐으니, 이 문제는 차차 검토하면서 개선해 나가면 된다.

두 번째, 우리나라 먹는물 수질공정시험방법에 명시된 분석의 한계와 정수기 성능검사기관에서 수행하는 분석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관한 것이다. 그간 ㎎/L(ppm) 이하 단위에서 분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향후 환경부와 정수기 품질심의위원회가 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면, 이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정수기 관련 민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매달 환경부로 어마어마한 양의 정수기 민원이 접수되는데, 민원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품의 결함보다 사후관리, 렌탈, 보상 등 서비스 전반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룬다. 환경부에서는 이것이 정수기협동조합의 회원사 문제라며 우리 조합에 민원 해결을 요청해오고 있다. 결국 우리 조합이 이 많은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정수기 관련 민원은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는 민원 순위에서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소비자 민원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추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우리 조합에서는 일단 부품과 필터에 대한 단체표준 임의제도를 만들어 운영하자는 의견이 있어 그렇게 했다. 현재는 정수기 사후관리에 대한 단체표준을 도입·인증하기 위해 1년 동안 관계 전문가·기업체·시민단체와 함께 단체표준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이에 따라 향후 정수기 품질심의기관 운영을 할 때에는 필터의 단체표준 인증 획득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 김 연 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정수기 업계 발전과 더불어 관련 민원 또한 지속 증가”

■ 김연화 회장  민원이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은 결국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인증제와 신고제를 함께 시행하는 경우에 적절한 사후관리가 동반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물론 사전예방이지만, 지자체나 업체, 개인 차원에서 자율적인 방식으로 시행한 사후관리가 소비자 민원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나타내는지 확인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 정수기 품질에 대한 투명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정수기 역사를 돌아보면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가 터지고 나서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것이 물의 미네랄 성분을 다 빠지게 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직수식 정수기가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수기 내부의 보온재 역할을 하는 스티로폼에 습기 등으로 곰팡이가 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퓨리파잉(purifying)’ 정수기까지 나왔지만 이것도 최선은 아닌 상황이다. 정수기는 수돗물을 거르는 장치이기 때문에 수돗물에 없던 성분이 나와서는 안 되는데, 이물질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이 기기상 용출 문제인지, 수돗물 자체적인 문제인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기업 관계자들의 인식 개선과 책임의식 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필터’라고 생각한다. 요즘의 소비자들은 제조원과 수입원, 나아가 필터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을 정확하게 알고 싶어하기 때문에 명확한 성분표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단체표준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면 표시사항란에 인증을 받았다고 정확히 표기해야 한다.

한편, 정수기를 렌탈하여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정수기에 대한 신뢰성을 잃어 해약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정수기 렌탈을 하면 3∼4개월에 한 번 용역업체 직원이 방문해 점검을 하는데, 직원의 업무 전문성이 떨어져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수기 제조업체에서는 보통 관리점검을 담당하는 용역업체를 따로 두기 때문에 전문성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다. 렌탈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와 업체 간 마찰을 빚는 경우도 발생한다.

정수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떨어진 신뢰는 정수기 관련 인프라나 단체표준 인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수기 판매·렌탈 기업들의 마인드가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도 많은 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차원에서 물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제공하는 물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문제가 생기면 기업의 책임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제조업체, 관리업체 종사자를 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정수기 수질검사 때 적용할 지표세균 결정 시급”

▲ 고 영 호
한국환경수도연구원 센터장
■ 고영호 센터장   앞서 언급된 다른 문제를 제외하고서는 가장 문제되고 있는 것이 일반세균 지표가 과연 정수기 수질검사에 적합하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과거 환경부에서도 계속 논의해 온 문제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일반세균을 정수기 검사 지표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 때문에 소비자가 정수기를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 건지, 아니면 정수기 수질검사에 적합한 별도의 지표세균을 만들어 검사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검토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사료된다.

“먹는물 수질기준 낮아 분석결과 신뢰성 떨어져”

■ 박성열 위원장(좌장)  심의를 진행하다 보면, 먹는물 수질기준치가 너무 낮다보니 분명히 기준 이내이기는 한데 물질의 수치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을 때 이것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분석결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정수기 어딘가에 용출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정수기 품질심의위원조차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성능검사기관의 장으로서 실제 성능검사를 하면서 시험방법이나 기기 상 한계 등 느꼈던 애로가 있으면 말씀 부탁드린다.

“원활한 성능검사 위해 기업도 함께 노력해야”

■ 고영호 센터장  성능검사 때 비소(As)와 같이 나와서는 안 될 물질이 나오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그럴 때에는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여러 번 테스트와 조사를 거친다. 부품의 용출검사 부문에서 검출한계나 정량한계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용출되면 베이스(base) 물을 따로 검사해본다. 이 물을 따로 검사한 실험수와 용출수를 비교해 보면 둘 중 한 곳에서 반드시 용출성분이 검출된다.

비소의 경우, 활성탄 필터에 석탄재 등을 사용할 때 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다. 정수처리, 멤브레인을 잘 거치면 괜찮지만, 드물게 그것이 얼음으로 바로 들어가기도 한다. 얼음에서 탈리되어 나오는 경우를 몇 번 목격했다. 원인을 분석해 보기 위해 조사도 많이 해봤지만, 기업들이 문제를 말하지 않고 쉬쉬하는 경향 때문에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데 문제가 있다.

과거에 질산성질소가 섞여 나온 적도 있었는데 그 때도 업체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알고 봤더니 탱크 등 재질을 만들면서 질산화 세척과정을 거쳤는데, 그 과정에서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아 섞여 나온 것이었다. 이렇듯 현재의 검출한계가 낮은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기업들이 내용을 잘 알지 못해서 그렇다. 우리도 성능검사기관으로서 더 노력하겠다.

▲ 윤 용 수
단국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유효정수량 검사·정수성능시험 방법 개선 필요”

■ 윤용수 교수  품질검사기관이 된 한국물기술인증원에 크게 두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한 가지는 현재 지자체에서 1년에 한 번 하도록 되어 있는 수거검사가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해 달라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유효정수량 검사 또는 정수성능시험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수기 완제품은 보통 4단계 필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1단계와 2단계인 세디멘트 필터와 프리카본 필터의 경우 교체주기가 3개월 내지 6개월이다.

다른 필터인 역삼투(RO) 또는 한외여과(UF)의 교체주기는 보통 짧으면 1년, 길면 2년으로 산정되어 있지만, 교체주기 산정기준에 대한 근거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효정수량 시험을 할 때 세디멘트 필터의 수명인 3개월 분량의 정수량을 초과해 시험을 계속 하게 되면, 이미 1단계 세디멘트 필터는 수명이 다 한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에 대한 유효정수량은 적게 측정될 수 있다.

심지어 통수가 안 되어 시험이 중단되는 경우에는 시험 중단까지의 정수량을 유효정수량으로 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기준치보다 적은 정수량이 측정되어 더 많은 필터를 사용자가 구입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세디멘트 필터의 수명이 3개월이라고 하면, 유효정수량 실험방법을 바꿔 그에 해당하는 물을 통수하고 필터를 교체한 후에 유효정수량 시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터·부품 종류별 용출검사 항목 선택할 수 있어야”

앞선 발제에서 단체표준 인증심사 프로세스의 하나로 랜덤 샘플링을 통해 검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기존에 생산되고 있는 제품의 경우에는 랜덤 샘플링이 가능하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제품에도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이 현재 인증 심사 프로세스를 준비하고 있으니 추후 이 문제에 대한 고려를 꼭 해주시기 바란다.

부품 인증을 받는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과연 용출안전성 검사에서 기존의 수도기자재 기준 규격에 맞는 항목 전부를 검사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필터 종류별, 또한 부품 종류별로 용출될 수 있을만한 물질이 무엇인지 예측이 가능하다. 따라서 항목을 조정하는 것이 제조업체들의 부담도 줄이고, 생산원가도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환경부 지정고시에 의하면 정수기 생산 대수에 따라 3천 대 당 1번 자가품질검사를 하도록 되어 있고, 이보다 수량이 많은 경우에는 6개월에 한 번 자가품질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자가품질검사가 사후관리 차원에서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품질검사기관 또는 품질심의위원회에서 감사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단체와 연계를 통해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시에 보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워터저널』 2021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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