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스마트 물기술 발전방안

① 상하수도 기술혁신 장애요인과 물기술인증원 역할 / 최승일 고려대 명예교수

 
물기술 상용화하는 단계에 많은 장애요인 존재

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개발해 그것을 일정 규모로 키워 상용화할 만한 실적을 내고, 기술을 시장에 진입시켜 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생기며 경제가 발전하는 일련의 선순환 고리가 계속해서 커져야 한다. 때문에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물산업 육성의 시작점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모두는 아니다. 기술을 키워 상용화하려면 현장에 적용해봐야 하는데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나마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주는 것이 물산업클러스터다. 클러스터 내 1천㎥짜리 실증플랜트에 신기술을 적용해 직접 실험하고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장 진입을 하는 데에도 벽이 존재한다.

클러스터 내 1천㎥짜리 정수장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기술이 실제 10만㎥ 규모 플랜트에 적용할 수 있을까와 같은 의문이 생긴다. 10만㎥짜리 플랜트는 30만 시민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니 겨우 1천㎥ 규모에서 성공한 기술을 아무 거리낌 없이 100배 차이나는 10만㎥ 플랜트에 적용했다가 무슨 문제라도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 지고 시민들 민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방기업 가점제도와 최저가 경쟁 입찰도 걸림돌이다. 지방기업 가점제도는 지자체에서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기업에 가점을 주는 제도인데, 소수점 이하의 점수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쟁 입찰에서 과한 가점은 경쟁을 무의미하게 하고 기업의 기술개발 욕구를 감소시킨다.

최저가 경쟁 입찰에서는 입찰에 성공하기 위해 60% 수준의 가격으로 입찰을 하는데, 이러한 비용으로 제대로 된 공사가 될 리 없고,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은 물기업이 대기업의 하청을 받으면서 실제로는 더 적은 공사비용으로 공사를 해야한다. 이러한 걸림돌은 결국 기업과 국가 물산업 전체를 망가뜨린다.

또한 소나기식 발주 관행도 문제다. 전문 물기업은 조금씩 사세를 확장하며 성장해야 하는데, 일이 한꺼번에 터지면 그만큼 여기저기서 인력 수요가 늘어나 전문 인력이 이탈하는 경우가 생기고 회사 사정도 위태로워진다. 위기를 잘 버텼다고 해도 사업이 끊기면 갑작스럽게 불린 덩치를 감당하지 못하고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기업과 산업의 생태계를 해치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물산업 육성의 길은 요원하다.

환경부, 신기술 적용 공무원에 대한 면책조항 필요

이러한 벽을 깨기 위해 환경부는 스타기술, 혁신제품, 성과공유제 등 여러 지원을 하고 있으며, 실제 이들은 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살펴보면, 인증기술의 적용 비율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수도의 경우 기술 인증을 받으면 최대 10배 밖에는 현장 적용이 안 된다. 1천㎥짜리 상용화에 성공한다고 해도 잘해야 정수장 1만㎥에 들어갈 수 있는 규모밖에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실 규모와 동일한 분산형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 대구시 테스트베드를 보다 활성화하여 상용화의 한계를 하루빨리 극복해야 한다. 이 밖에도 고성능 사양의 설명서 표기,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환경부의 지원도 있어야 하겠지만 신기술을 적용하는 공무원에 대한 면책조항이 필요하다. 이에 어렵게 만든 것이 「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10조(우수제품 등의 사업화 지원)에 나와있는 ‘공무원이 선의로 좋은 기술을 받아들였다가 문제가 생길 때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하지만 조항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조항이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관계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경쟁 입찰 시 지방기업에 대한 과도한 가점을 방지해야 한다. 이러한 관행이 지속되는 한 물기업은 해당 지역에 갇히게 되고 결과적으로 물시장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한편, 기술 평가와 입찰가 평가에 대한 적용 비율을 기술은 최소 80%, 가격은 최대 20%로 설정하도록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연구비와 사업비를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소위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 연구비와 사업비가 한꺼번에 쏠려버리고 나면 공사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도 기업도 발전할 수 없다. 

인증원, 인증 고도화·사후관리 통해 공신력 확보해야

이러한 가운데 한국물기술인증원은 무엇보다 인증의 공신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우선 자체 실험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인증원이 대구에 터를 잡은 가장 큰 이유는 물산업클러스터에 200억 원 규모 물 분석장비가 있다고 하여 자체적인 실험능력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분석 전문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물 속 오염물질은 ㎍/L(ppt) 수준 이상의 측정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를 검증할 분석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실험능력과 인력 확보로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갖추고 나서 물산업 시장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인증의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수도법」 제14조에 따라 인증을 받은 수도용 자재 및 제품은 3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여기에 한 번 인증 받은 자재 및 제품이라도 끝까지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필요하다. 나아가, 인증원이 국제인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유수의 해외인증기관과 교류 및 상호인정 협정 체결을 통해 인증원에서 인증을 받은 자재 또는 제품이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도록 해야 국내 물산업의 해외진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곧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역할이자 해야 할 일이다.

② 국민 중심의 수돗물 서비스 혁신 추진계획 / 강왕희 K-water 경남서부권지사장 

 
소통 창구 부재로 수돗물 관련 부정적 언론노출 증가

2018년 상수도통계에 따르면 국내 수돗물 보급률은 97%를 넘어섰다. 다시말해 물이 없어서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수돗물 음용률은 49.4%에 불과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수돗물을 마시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돗물을 음용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다. 지난 2019년과 2020년 인천에서 터진 붉은 수돗물 사고와 수돗물 유충 사고로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 신뢰가 곤두박질쳤다. 추락한 수돗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K-water는 최근 대두된 4차 산업혁명 기술 등을 활용한 ‘국민 중심의 수돗물 서비스 혁신방안’을 수립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돗물 서비스 현황을 살펴보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수돗물 음용률이 매우 낮은 편이며 연이은 수돗물 사고로 생활용수로서의 입지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또 고도정수처리 도입, 노후관 개량 등 시설 개량 위주로 예산이 편성되다 보니 위생 및 안전 관리에는 비교적 소홀했다. 이 외에 중복투자, 지역 간 요금격차 등의 문제점이 상존하며, 국민과 소통하는 창구가 없어 소셜미디어로 인한 부정확하거나 때늦은 정보 확산으로 인해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노출이 증가했다.

깨끗한 수돗물 공급기반 구축·과학적 운영관리

K-water가 설정한 수돗물 서비스 혁신방향은 △보다 깨끗한 수돗물 생산·공급기반 구축 △보다 과학적인 운영·관리체계 확립 △보다 앞서가는 기술개발·인재육성 △보다 소통하는 수돗물 서비스 혁신 네 가지다. 세부과제를 살펴보면, 깨끗한 수돗물 생산·공급기반 구축을 위해 먼저, 위생관리 강화를 위한 시설개선을 추진한다. 깔따구유충과 같은 소형생물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3중 유입차단장치를 설치해 다중방어체계를 구축하고, 활성탄지 기능을 강화해 유충의 유출을 방지할 계획이다.

또한 수돗물에 식품 개념을 적용해 관리하고자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증(ISO 22000)을 도입한다. 성남·화성 정수장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후 2021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간다. 정수장에는 그린 리모델링을 통해 환기·채광·조명 조건을 개선하고 수열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려 넷제로(Net-Zero) 정수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두 번째 혁신방향인 과학적인 운영·관리체계 확립을 위해 물공급 전 과정 실시간 감시체계(스마트물관리)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광역·지방상수도에 스마트 물관리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들 인프라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유역수도지원센터로 모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플랫폼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시 말해, 물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가공·분석·활용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광역상수도 부문 스마트 물관리 계획을 보면, 취수원에 실시간 원격수질감시장치를 2021년까지 구축하고, 정수장에는 AI 또는 빅데이터 기반의 정수처리공정을 도입해 정수처리공정을 완전 자동화할 계획이다. 또 관망에는 실시간 수량·수질·수압 감시체계를 2023년까지 구축하고 생애주기를 고려한 투자 의사결정시스템인 자산관리체계를 2030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지방상수도 부문에서는 환경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 지방상수도 인프라 구축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2022년까지 스마트 지방상수도를 완성하고, 재염소설비, 정밀여과, 자동드레인, 스마트미터 등 지자체 운영 특성을 고려한 20여 맞춤형 대표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스마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유역수도지원센터는 국가상수도정보시스템을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이관 받는 2021년부터 K-water에서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광역·지방상수도에 대한 원격운영정보시스템을 구축한 후, 2023년부터는 유역수도지원센터가 국가물정보 허브로서 물공급 전 과정 실시간 모니터링 및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유역수도지원센터에 수집된 정보는 위치기반 실시간DB를 통해 전 국민에게 투명성 있게 전달될 예정이다.

국민과 소통하는 수돗물 서비스 제공 위해 노력

세 번째 혁신방향인 기술개발 및 인재육성 분야에서는 물관련 R&D를 통해 유충의 거동 및 사멸 조건을 연구해 유충을 방지하도록 하고, 이물질·색도·망간·경도 등 국민 감성을 고려한 수돗물 수질관리지표 개발을 추진한다. 또 유역수도지원센터 직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환경부와 광역지자체, K-water 간 유역수도지원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직무별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해 추진할 계획이다.

제도개선 사항으로는 광역·지방상수도 통합운영체계를 마련해 통합지자체 간 요금을 동일 생활권에 있는 지자체의 경우 동일 수도요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남 통영, 사천, 거제, 고성 지역의 경우 수도요금 단일화에 합의했다. 정부정책 제안 내용으로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소규모 수도시설에 현장(In-site) 처리가 가능한 분산형 용수공급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네 번째 혁신방향인 국민과 소통하는 수돗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국가상수도정보시스템(시설정보 위주)과 유역수도지원센터의 운영지원시스템(운영정보)을 결합해 국민, 지자체, 기업에게 물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시민단체와 연계해 물교육, 워터투어 등을 추진해 온·오프라인 소통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③ 스마트 관망관리시스템 정밀여과장치 / 최인종 ㈜미드니 대표이사

 
이중 자동 역세필터, 이중여과 방식 이물질 배출

2010년 설립된 ㈜미드니는 롯데케미칼㈜ 다음으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기업집적단지에 연구소와 생산공장을 준공한 클러스터 2호 입주기업이다. 당시 정부의 물산업 육성 전략에 따른 물산업클러스터 및 기업집적단지 조성과 대구시의 글로벌 물산업도시 비전에 대한 확신이 연구소 및 생산공장 준공의 계기가 됐다. 이후 ㈜미드니는 지역의 우수인재를 채용하고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19년 환경부 지정 제1기 혁신형 물기업으로 선정됐다.

수처리 장비 개발·공급업체인 ㈜미드니는 주로 살균장치, 자동역세필터, 상용 RO 시스템, 지하수 정수장치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6년 간의 자체 R&D 끝에 개발한 이중 자동 역세필터(Daul Stage Auto Backwashing Filter)로 알려져 있다. 필터(정밀여과장치)는 환경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의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미드니의 이중 자동 역세필터는 이중여과(이중챔버) 방식으로 이물질을 배출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원수에서 이물질이 들어오면 비중이 큰 물질을 싸이클론(원심분리) 헤터를 통해 하부챔버로 떨어트리고, 미세 이물질은 챔버 위로 부상하도록 하여 제거한다. 부상 이물질을 제거하는 웨지 와이어 스크린의 표준은 50㎛로 정했다.
보통 여과를 통해 엘리먼트에 이물질이 쌓이게 되면 운전 중에 차압이 발생하는데, 이 장비는 차압이 없다. 자체 설정값을 0.5로 오버세팅을 해놨는데 설정한 차압에 도달하면 이를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역세정이 진행되며 이물질은 필터하우징 외부로 배출되도록 되어 있다. 이 밖에도 기계식 여과장치이기 때문에 별도의 소모품 교체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중 자동 역세필터는 바스켓타입으로 출시되어 있다. ㈜미드니는 현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사업화 과제 지원을 받아 캔들타입 개발을 진행 중에 있으며 올 연말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캔들타입은 시간당 5천㎥ 처리용량으로 설계할 계획이다. 바스켓타입에서 캔들타입으로 전환하면, 같은 용량에서 사이즈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정밀여과장치 적합인증 받고자 기술개발 매진

한편 정밀여과장치는 시장에 다양한 형태로 나와 있으나, 안타깝게도 「수도법」 14조에 명시된 규정을 모두 만족하는 장비는 없다. 또한 수도용 위생안전기준(KC인증), 성능인증, 적합인증 모두를 획득한 장비도 아직 없다. ㈜미드니 역시 모든 인증에 만족하는 장비가 없지만,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하여 현재 적합인증을 받기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 중에 있고 모두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정밀여과장치로 보통 스트레이너 타입과 정밀여과필터 등이 사용된다. 산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일반 스트레이너 타입의 큰 단점은 엘리먼트(eliments)로 이물질이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진흙, 모래 등이 박히는 등 충격부하 시 엘리먼트가 폐색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역세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엘리먼트를 교체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정밀여과필터(장치)는 수도용 자재 특성상 지하에 매설되는 경우가 많아 수시점검을 통해 카트리지를 교체하는 데 많은 불편이 따른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자동운전이 불가능해 폐착 발생 시 수압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미생물 번식으로 수질오염이 발생해 수질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미드니가 정밀여과필터 제품을 가지고 있음에도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제품 성능 공동검증 시행

㈜미드니는 정부의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 구축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정밀여과장치에 대한 KC인증을 획득했다. 민수(民需) 사업만 하다가 공공 부문으로 처음 뛰어들다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다. KC인증과 성능인증을 받기까지 2년이 걸렸고 이 두 인증을 갖고 시장에 나가보니 적합인증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수의계약을 위한 요건도 따로 갖춰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나마 ㈜미드니는 역량이 있어서 버텼다고 자부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사업에 뛰어들면 백발백중 망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장비 구축에만 10억 원 가까이 드는데 전체 기업의 80%가 중소규모인 물기업에서 이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면서 무리 없이 사업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물기업의 현주소이고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관련 제도를 어떻게 유연하게 적용하느냐가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드니는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정밀여과장치 제품 성능에 대한 공동검증을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시 내 4곳에 시범 설치해 운영 중이다. 특히 이 중 한 곳은 대학교인데, 이전에 수질입자성 물질 관련 수질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다가 지금은 민원 발생이 완전히 해소됐다. 이처럼 설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운영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드니는 현재 대구시로부터 구매연계 기술개발, 공공구매 지원, 맞춤형 기술지원, 온라인 수출상담회 개최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에는 이러한 지원을 발판 삼아 위드코로나 시대에도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사업 추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④ 개량된 압력식 섬유여과기의 정수처리공정 적용 성능평가 / 이용두 ㈜생 사장

 

섬유사 다발을 압착해 공극 작게 만들어 여과

㈜생의 섬유여과기는 공장·하천 등 오폐수를 여과하는 기능을 한다. 대표 모델로는 압력식 여과기인 PCF 필터와 중력식 여과기인 GFF 필터가 있다. PCF 필터는 섬유사 다발을 다공관(판) 주위에 설치, 회전기구 등으로 압착해 공극을 작게 만들어 여과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급속모래여과기 대비 크기는 5분의 1, 무게는 10분의 1 이하로 소형·경량화 했다. 역세란 여과재 세정 시 압력수를 원수 흐름과 반대로 여과액 배출구에서 위쪽으로 통하게 하고 이물을 내보내는 것이다.

PCF 필터 재질은 폴리프로필렌(PP)이며 단일섬유의 직경은 43㎛이다. 필터 두께 10㎝ 기준 심도(Depth)는 과거의 경우 역세 200㎜, 여과 100㎜이었고, 현재는 역세 230㎜, 여과 150㎜다. 아웃사이드 면적(Area of Outside)은 기존 제품은 3.107㎡, 새 제품은 3.390㎡이다. 또 여과속도는 130〜140m/시 정도이며 일정한 압력으로 필터 기능을 한다.

원수 탁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제거효율 달라져

이 필터장치는 부산 해동수원지에서 파일럿 실험을 거치고 현재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가동되고 있다. 부산 해동수원지에서는 pH에 따라 알럼(Alum), 팩(PAC) 등으로 응집제를 바꿔가면서 실험했다. 파일럿 장치는 400㎥/일 규모로, 기존의 정수처리시스템 응집침전 여과를 단일 시스템으로 간단하게 만들었다. 응집은 라인 믹서(Line Mixer)를 통해 단 몇 초만에 이뤄지도록 했고 여과는 직접여과 형태로 구성했다.

실험원수를 취수한 해동수원지는 면적 2.17㎢에 평균 수심 20〜30m(가장 깊은 곳이 30m)이며, 부피(volume)는 1천850만㎥에 달한다. HRT(수리학적체류시간)는 약 14일이다. 가뭄 때는 낙동강에서 물을 보충하기도 하며, 실험기간 동안 평균 탁도는 약 5.86NTU로 나타났다. 입자 크기는 대부분 매우 가늘었으며, 크기 단위로 환산했을 때 약 8.1㎛(마이크로미터)로 측정됐다.

부산시 수질연구소(BWQI)에서 실험한 결과를 보면, 필터 미디어(Filter Media) 두께가 100㎜일 경우, 여액의 탁도가 0.093NTU, 제거율은 98%로 나타났다. 또한 RO 전처리로서의 적합성 실험을 위해 DOC(용존유기탄소)와 Mn(망간), THMFP(트리할로메탄생성능)를 검사한 결과, DOC 제거율은 36.7%, Mn은 52.5%, THMFP은 53.1%를 보였다. 유기물 농도 등 효율은 상당 부분 유효할 정도로 타 UF에 비해 높은 효율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THMFP의 경우 2018〜2019년 실험한 결과 평균 제거율이 53%로 나타났지만 전체 수질과의 효율은 거의 비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DOC와 Mn의 경우도 효율과 농도가 상대적으로 비례하는 경향으로 파악됐다.

필터 미디어 두께, 150㎜가 100㎜보다 성능 뛰어나

한편, 필터 두께를 15㎝로 바꿨을 때 실시간 측정되는 효율을 보니, 여과(필트레이션) 주기는 60분, 하루에 처리하는 양은 441.7㎥/일이며, 탁도 제거율은 평균 99.2%로 나타났다. 평균 탁도는 필터 사용 전 8.12NTU에서 0.067NTU로 줄어들었다. 이로 보아 PCF 필터가 정수장에서 사용하던 기존 시스템보다 훨씬 적은 면적으로 큰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수는 탁도가 평균 8NTU에서 높은 경우 16NTU까지 큰 변화를 보였는데, 처리수 탁도는 평균 0.56NTU 정도로 굉장히 안정적이고 큰 변동 없이 잘 처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 필터 미디어 두께를 100㎜와 150㎜를 비교한 결과, 여과 속도는 두께가 100㎜일 때 5.77m/시, 150㎜일 때 5.52m/시였으며, 평균 탁도 제거율은 100㎜일 때 98.1%, 150㎜일 때 99.3%(평균 탁도 0.066NTU)로 150㎜짜리 필터 미디어가 100㎜보다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PCF 필터는 현재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전 자동으로 가동되고 있는데, 2020년 7월 22일부터 9월 20일까지 2개월 동안 운영조건을 필터 미디어 두께 150㎜, 여과속도 4.8m/시, 역세속도 6.0m/시, 여과시간 60분, 역세 시간 3〜5분 등으로 설정해 실험한 내용을 보면, 원수 수질은 평균 탁도 24.9NTU로 변동이 심했는데 처리수 수질은 평균 0.065NTU로 만족할 만한 수준을 보였다. 탁도 제거율은 평균 99.7%로 나타났다.

PCF 필터 탁도 제거율 99%…항시 0.1NTU 이하 유지

PCF 필터와 UF 필터의 처리수 수질을 SDI 파울링 지수(SDI 15)로 비교한 결과, PCF 필터는 평균 3.3, UF 필터는 평균 2.3으로 나타나 PCF 필터가 전처리로서 충분히 효과적이며 자체처리만으로도 정수처리 대체품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평균 탁도 제거율은 PCF 필터가 98.8%, UF 필터가 99.8%로 PCF 필터가 UF 필터에 비해 효율은 조금 낮지만 우려될 정도는 아니었다.

DOC와 망간의 경우 PCF 필터의 제거 효율이 UF 필터보다 오히려 높았는데, PCF 필터에는 응집제를 투여하기 때문에 콜로이달(colloidal, 입자의 크기가 분자나 이온보다는 크지만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입자인 상태)까지 응집되었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THMFP 제거율 또한 PCF 필터 58.6%, UF 필터 38.6%로 PCF 필터가 높게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PCF 필터는 평균 탁도 제거율 99%, 항시 0.1NTU 이하의 좋은 결과를 나타내며, 때문에 기존의 응집침전 여과시스템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⑤ 미래 K-브랜드 정수장 구축을 위한 기술 혁신 / 홍승관 고려대 교수

 

정수처리 혁신기술 개발해 수돗물 신뢰 회복 필요

최근 한국판 그린 디지털 뉴딜이 화두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도시공간 생활인프라의 녹색전환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생태계 구축의 세 가지 큰 축 아래 친환경·저탄소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도시공간 생활인프라의 녹색전환 중 ‘깨끗하고 안전한 물관리체계 구축’을 보면 ICT(정보통신기술)·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스마트 상하수도 관리체계 통합 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스마트 상하수도 △먹는물 관리 △수량·수질 관리 △기후위험 대응 등이 세부 과제로 포함되어 있다.

이 중 스마트 상하수도와 먹는물 관리 내용을 살펴보면 정수시설 고도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먹는물 관리 부문에서 ‘광역상수도 중 수질개선이 필요한 12개 정수장 시설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은 겉보기에 새로운 내용 같지만 정수장을 고도처리 하겠다는 기존과 다를 것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의 유충 사고, 붉은 수돗물 사고 등을 보면 이제 고도정수처리사업만으로 정수장 이미지를 혁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신뢰를 끌어올리고 한층 새로워진 K-브랜드 정수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도산화 공정 또는 막여과 공정 등을 조합해 우리나라만의 안전하고 혁신적인 정수기술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양한 막여과 공정 조합으로 고도정수처리 효율을 증대시킨다거나 정수장 운영 자동화, 원격 제어를 통해 공급의 안전성을 강화한다거나, 또는 음료수 생산과 같은 수준의 안전성을 가진 기술을 정수처리시설 설계·운영에 도입하는 등을 통해 우리나라 정수처리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으면 한다. 이것이 곧 K-정수장이 될 수 있다.

스마트 워터·에너지 인프라 접목해 친환경 기술 완성

한편 차세대 해수담수화 기술의 화두는 스마트 친환경 담수화 기술개발로 해수담수화 분야 또한 정수 분야가 추구하는 방향과 상통한다. 결국 저에너지, 저탄소,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연계하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을 해야 하며, 단순히 음용수뿐만 아니라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분야도 흐름에 발맞춰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하구원이나 강의 하구에 분산형 정수장을 지었다고 가정할 때 평소 물이 있을 땐 정수장으로 시설을 운용하다가 가뭄이 지역적·시간적으로 들면 해수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연구소에서 일반 정수장 시설을 해수담수화의 전처리 기술로 활용하는 것을 제안한 개념으로 특허를 냈으며, 2019년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개최한 가뭄포럼에서는 K-water 사장상을 수상했다.

이 같이 고도화된 멤브레인 기술과 고도정수처리기술을 조합해 현재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는 스마트워터그리드(SWG)에 접목시켜야 한다. 상수도 서비스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떨어지고 혹여 사고라도 발생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때문에 사고가 나자마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해주는 센서 기술이 중요하다.

에너지 기술과도 접목이 되어야 한다. 스마트 워터와 에너지 인프라가 접목되었을 때 소위 친환경 기술이 완성된다. 즉 저탄소 워터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이 기술을 총괄하는 개념이 나오는데 ‘디지털 워터’이다. 스마트 워터, 사물인터넷(IoT), 워터4.0 등 개념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러한 기술이 생활에 잘 적용되기만 하면 새로운 가치창출을 도모할 수 있다.

한 가지 좋은 예가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은 실시간 데이터를 축적한 다음 가상공간에서 분석·시뮬레이션하여 최적의 결과를 도출, 현실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가상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술로 플랜트에 대한 설계와 유지보수가 가능하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유지관리 비용을 더 절감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자동화, 원격제어, 무인운전 등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미래에는 ‘코로나19(COVID-19)’와 같은 사태가 기후변화에 의해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가진단, 자율운전 기능을 갖춘 증강현실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의 K-브랜드 정수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국민이 신뢰하는 K-정수장으로 거듭나야

정수장 브랜드화의 해외 사례로는 네덜란드가 있다. 네덜란드는 ‘무염소 정수처리공정’을 하고 있는데, 언론에 보도될 만큼 주목받고 있다. 이 공정은 △다단계 여과시스템을 사용 △강물을 모래언덕의 지하수 형태로 저장·공급 △엄격한 AOC(동화가능 유기탄소) 제어로 미생물 증식 예방 등이 주요 특징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무염소처리가 결국 네덜란드 정수 브랜드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K-브랜드’라고 하는 우리만의 정수장 형태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고도산화와 막여과 공정 조합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 연구는 지금 이곳,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서 이뤄져야 하며, 개발된 기술에 대해서는 한국물기술인증원이 인증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기술혁신 측면에서 스마트워터그리드기술, 언택트(Untact) O&M 기술, 에너지 인프라 연계 기술 등이 모두 포함될 때 비로소 K-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

⑥ 대구시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강변여과 제안 / 김승현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대구 물문제, 강정보에서 하천표류수 취수가 핵심

대구 지역은 강정보에서 하천표류수를 취수해 원수로 사용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가 소독약품의 사용, 둘째가 응집제의 사용, 마지막이 미량유해물질에 대한 불안이다. 이러한 세 가지 문제가 대구 물문제의 핵심이다. 원수를 염소로 소독하면 부산물로 트리할로메탄(THM)이 생성되는데, 이 THM은 1,4-다이옥산과 더불어 과불화화합물 그룹(groupB2)에 속하는 발암물질이다. 또한 응집제로 사용하고 있는 알루미늄은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2018년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낙동강 미량유해물질에 대한 비표적 스크리닝 조사’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농약, 의약품, 중간생성물, 산단 발생물질 순으로 낙동강 상수 수질을 가장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는 다른 미량유해물질보다 농약이 주요 토픽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농약은 젖혀놓고 산단 배출물질과 씨름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강변여과 통해 미량유해물질 대부분 제거 가능

국내에서 강변여과는 부유물질(SS) 정도만 처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이미 100여 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해 미량유해물질 제거 효과가 입증되어 보편화된 식수 생산 방식이다. 2003년 독일 카를스루에 물기술연구소 소속 슈미트(Schmidt) 박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에서의 많은 연구와 장기간 조사를 통해 미량유해물질 제거에 관한 강변여과의 효과가 입증됐으며, 강변여과를 통해 제거되지 않는 물들은 입상활성탄(GAC)이나 오존과 같은 후처리를 통해 대부분 제거된다’고 한다.

또한 2012년 미국 수도협회(AWWA) 산하 물연구재단(WRF)이 미국과 독일의 하천수, 강변여과수 수질을 비교한 결과 미국보다 유럽의 하천이 농도, 오염물 종류 면에서 더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강변여과의 미량유해물질(368개) 제거율은 50% 이하가 15개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미량유해물질 제거율이 미국에도 적용 가능했으며, 체류시간이 하루 이상이면 강변여과는 믿을 수 있는 기술인 것으로 입증됐다.

유럽의 먹는물 중 강변여과 비중(Tufenkji 등, 2002)에 관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스위스 80%, 프랑스 50%, 핀란드 48%, 헝가리 40%, 독일 16%, 네덜란드 7% 등으로 강변여과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강변여과 시 강변여과수가 원수가 되어 수질이 좋아지고 정수공정의 간소화와 동시에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량유해물질에 대한 방어벽 역할을 할 수 있다.

터널식 강변여과 적용 시 수량 확보·수질 향상 가능

강변여과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site specific) 기술로, 지질조건, 하천조건, 기후조건, 지리적 여건, 기술수준 등에 따라 적용(표현) 형태가 달라진다. 대구 강정보는 8m 두께의 모래층 및 모래자갈층으로 이뤄져 있어 대수층이 얇고 기반암은 사암과 혈암으로 구성되어 있어 부수기가 수월하며, 퇴적층 토양의 유기물 함량이 높아 유럽식 강변여과를 적용하면 철·망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독성유기물을 제거하기에는 유리하다. 하지만 강정보 부근에서는 집약식 농업이 이뤄지고 있어 유럽식 강변여과를 도입하면 농약과 비료가 다량으로 흘러 들어와 적용에 한계가 있다. 주민들의 심한 민원 등으로 미국식 강변여과 또한 적용하기에 부적합하다.

강정보 부근은 강변여과를 하기에 매우 불리한 여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질의 여과수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방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천 밑에 터널식 강변여과를 도입하면 된다. 터널식 강변여과는 낙동강변 양옆에 깊이 30~40m의 수직정을 뚫고 하천 본류 아래에 양쪽 수직정을 수평으로 연결하는 관과 그 관 양옆으로 팔처럼 여러 개의 관(최대 길이 90m)을 매설해 강변여과수를 취수하는 방식이다.

터널식 강변여과를 적용하면 하적층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큰 투수계수로 강변여과에 유리하고, 15만〜30만㎥/일의 거대용량의 수량 확보가 가능해 민원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체류시간 조절로 여과수질 조절이 가능해 양질의 여과수를 얻을 수 있으며, 주변 지하수위 저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민원 발생의 소지도 없다. 이 밖에도 철망간, 농약, 비료 등 주변 유입 오염물 차단이 가능하고, 집수관별 유량 자동제어, 선별적 역세 등으로 유지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터널식 강변여과 적용 시 여과수질은 유럽식 강변여과에 비해 오염물질, 특히 독성유기오염물질 제거에 적합하다. 또 호기·혐기대 조성으로 미량오염물질 제거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대구시로부터 ‘대용량 강변여과의 수질에 관한 실험연구’ 용역을 받아 미량유해물질 21종에 대한 제거율을 조사한 결과 1,4-다이옥산, 카바릴(carbaryl)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의 제거율이 최소 50%에서 최대 100%에 달했다. 하류로 갈수록 유기물 함량이 많고 세립질 지층구조여서 유해물질 제거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제거율이 아무리 좋은 강변여과 방식도 자연식이기 때문에 한 번씩 유해물질이 안 걸러지는 경우가 발생해 막을 통한 후처리가 필요하다. 특히, 나노여과를 후처리로 적용하면 강변여과를 통해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한 과불화화합물이 99%까지 제거되어 완벽한 상수를 공급할 수 있다. 대구시에서는 취수원 다변화의 일환으로 강변여과를 소규모부터라도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⑦ 하수관거 TOC 통합센서 개발 / 이영진 한국세라믹기술원 박사

 

퇴적면적 감지센서·TOC 측정 분야 연구 수행

하·폐수 수질오염물질의 유기물질 측정지표가 2021년 1월부터 COD(화학적산소요구량)에서 TOC(총유기탄소)로 변경됨에 따라 올해부터 하·폐수 수질 측정을 TOC로 해야 한다. 기존 방식이 환경에 치명적인 난분해성 유기물질을 정확히 측정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데 따른 조치다.

1년간의 유예기간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COD에서 TOC로 측정지표를 바꿔야 하는 일종의 의무가 생긴 것이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 TOC 수질측정을 하기 위해서는 하수관거 안에 넣을 만한 소형의 TOC 측정장비가 필요한데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은 냉장고 만한 계측기 수준의 TOC 장비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세라믹기술원(이하 기술원)은 환경부가 발주한 ‘상하수도 지능형 관리기술 분야 사물인터넷 기반 하수관만용 복합 수질 및 수량 계측 시스템 개발’이라는 연구과제를 5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다. 주요 과제 내용은 △하수관거 내 유량, 수위, 퇴적물, TOC 및  각종 악취 유발 가스 성분 등 다항목 측정 시스템 개발 △사물인터넷 기반 하수관망용 다중센서 허브 시스템 개발 △하수관망 실시간 수량 및 수질 다항목 성능 최적화 및 상용화 기술 개발 등이며 과제 수행 기간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총 60억 원을 지원받는다. 기술원은 퇴적면적을 감지하는 센서(배열 초음파 기반 퇴적측정센서 개발)와 TOC 측정 센서(수질센서 자동 유지관리 장치) 개발을 담당한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으로서 세라믹에 대한 연구개발, 기업지원, 시험분석, 정책지원 등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이다.

퇴적센서, 8개의 초음파 측정 방식으로 구성

기술원은 맨홀 밑 공간에 초음파 퇴적센서를 달아 초음파의 신호 유무에 따라 퇴적물을 감지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여기에 유속을 측정하기 위한 레이저 센서를 별도로 설치한다. 또 하수 샘플링을 통해 수질을 측정하는 TOC 센서와 관거 내 악취를 측정하는 센서를 설치할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만을 이용하는 독립전원을 통해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송출해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구상하고 있다.

초음파 퇴적센서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각종 오물이 모이는 하수관거 내에는 복잡하고 정밀한 센서를 배치할 수 없으므로 복잡하지 않고 고장이 나도 부담이 없는 저가의 센서여야 한다. 또 수면 밑에 있는 바닥의 높이를 측정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워 기존 초음파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으며, 8개의 초음파 센서를 배치해 크게 4개의 채널로 구성하고자 한다. 한 쪽에 초음파를 쏘면 보통 전파가 반대쪽 벽을 맞고 돌아오는데 퇴적물이 쌓이면 쌓일수록 초음파가 돌아오지 않는다. 이 같이 초음파 수신여부를 통해 퇴적물의 높이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퇴적물 측정이 진행된다.

시중에 초음파 센서는 많이 나와 있지만 기성품을 사용하려고 보니 막상 형상부터 중심 주파수 등 연구에 활용하기에 좋은 제품이 없었다. 이에 기술원이 직접 초음파 센서를 만들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케이스 재질과 방사각도였다. 초음파 센서가 수중에서 전파(초음파)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케이스 재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기계적 강도와 정도를 갖는 합성 수지계 소재를 적용했고, 장착 위치, 사이즈 등을 고려해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친 결과에 따라 약 41°의 방사각을 갖도록 설계해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다양한 배관 사이즈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TOC 센서, 저가·소형화 필수지만 장애요소 많아

TOC 센서는 샘플링, 전처리, TOC 분석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샘플링과 전처리 부분에 상당히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하수관거에 적용하기에 장애요소가 많다. 또 소형화·저가화 하지 않으면 법 기준을 맞출 수 없고, 환경부에서 요구하는 TOC 센서는 계측기 수준의 검출 능력을 요구하고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 관거 내에 계측기 수준으로 측정할 필요는 없고 농도를 단계별 정도만 검출해도 큰 오차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 방식을 따르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샘플링을 위해 취수를 해야 하는데 취수한 물의 농도가 높아 희석하고 이물질을 걸러내야 한다.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원심분리기를 적용했다. 전처리 과정은 샘플링을 통해 나온 결과물을 산성화시켜 TIC(총무기탄소)를 제거하고 이산화탄소(CO₂)로 산화시켜야 한다. 산화 방식은 고온산화법과 UV를 쬐는 방법이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 UV를 사용하는 게 좋지만 농도가 높아 어쩔 수 없이 고온산화법을 적용해야 한다.

TOC 분석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야 하므로 광학식(NDIR) 센서를 사용해야 한다. 광학식 센서는 원리상 길이가 충분해야 하는데, 너무 짧으면 농도 검출이 되지 않아 분석장비의 크기가 커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TOC 센서를 저전력화·소형화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 2〜3차년도에는 역으로 환경부에 제안을 할 계획이다. TOC 측정을 위해 복잡한 장비 도입 없이 단순히 TC(총탄소)만 측정해도 소기의 목표인 TOC 모니터링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⑧ LOC 기반 수질 모니터링 센서 / 공성호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실험실서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칩 위에 구현

수질 모니터링 센서에 관한 연구개발(R&D)은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현상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로 이뤄지다가, 최근 들어 글로벌 환경관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수질측정 핵심기술 확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연구개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수질측정 핵심기술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기존 수질측정 장비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관련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마침 경북대 전자공학부 연구실에서 갖고 있는 기술 노하우를 활용하면 시대가 요구하는 수질측정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개발된 시스템이 수질환경뿐만 아니라 화학, 생물학 분야에도 확대 적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니터링 센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LOC 센서는 ‘Lab-On-a-Chip’의 약자로, 분리, 반응, 혼합, 합성, 분석 등 실험실(Lab)에서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칩(a-chip) 상에서(on) 구현한 것이다. 이 때 칩은 반도체 칩을 의미하며, 이 작은 기판 위에 화학·생물학적 분석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장치를 ‘멤스(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s, Mems)’라는 기술로 집적한 기술이 LOC 기술이다. 멤스 기술은 반도체 공정 기술을 응용해 미세 전자기계 시스템을 가공하는 기술이다.

LOC 센서는 화학·생물학적 분석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핵심 기반 기술이다. 시료투입, 반응, 분석, 측정 일련의 과정에 끊김이 없고, 분석시간이 짧으며 극소량의 시료만 필요로 한다는 것이 특징적인 장점이다. 크기가 휴대 가능한 소형이며 운용비용이 적게 소요된다는 장점도 있다. 수질측정, 약품검사, 의료진단, 생화학검사, 생활 편의, 조직검사 등 비교적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전처리 시 광촉매법 활용한 365nm 파장의 UV 사용

이 기술을 활용해 상용화한 전처리장비가 오토클레이브 장비다. 120도 이상의 고온과 1.1〜1.2바(bar)의 고압에서 시료를 전처리한 후 발색제를 투입해 발색된 총인(T-P), 총질소(T-N) 시료 농도에 따라 흡광도법으로 측정한다. 비어-람베르트 법칙(Beer-Lambert Law)에 따라 광경로와 흡광계수가 정해져 있을 때, 시료의 두께와 농도가 클수록 빛의 흡수율이 증가한다.

경북대 전자공학부 실험실에서 개발한 LOC 기반 다중 수질측정기는 전처리부, 발색부, 혼합부, 측정부 등 모든 파트를 LOC 기판(칩)에 집적해 초소형화한 제품이다. 측정 항목은 T-P, T-N, TOC(총유기탄소), 수온, pH, 탁도 등 6종이고 이 중 T-P, T-N, TOC 3개를 중요 검출 항목으로 설정했다. 또한 분석시간 20분 이내(평균), 정확도 95% 이상, 센서 크기 수 cm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처리 방법은 T-P의 경우,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인(P)에 산화제를 투입해 전처리를 하고, 인산염 이온(PO43-)과 반응하는 발색제를 섞어 혼합시켜 흡광도법으로 측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이와 달리 다중 수질측정기는 광촉매법을 활용한 365나노미터(nm) 파장의 UV 방식을 사용한다. 촉매로는 이산화티타늄(TiO₂)을 사용한다. 기존 기술과 차별점은 촉매반응을 일으키는 표면적을 최대화하기 위해 표면이 나노구조를 갖는 반응부를 만든 것, 반응부에 멤스 기술 기반의 마이크로히터를 내장해 전처리 시간을 줄인 것, 그리고 측정부에 온도 보정 및 측정의 민감도·정확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T-N의 전처리 방법은 발색제를 제외하면 T-P와 동일하다.

T-N, T-P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TOC의 경우 T-P, T-N과 전처리부 구성은 동일하다. UV에 해당하는 파장으로 이산화티타늄을 촉매로 활용해 전처리하면 탄소 농도에 따라 이산화탄소 가스가 발생하는데, 이 가스 농도를 pH 지시약의 일종인 BTB를 이용해 흡광도법으로 측정한다. 그 결과 농도에 따라 선형(linear) 경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능·안정성 극대화 위해 신호처리회로 개발

최근에는 시스템(모듈)화로 성능과 안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도보정 등 기능을 가진 신호처리회로(ROIC)를 개발했다. 회로는 메인보드, LOC 칩, 광원, SIPM 포토디텍터(detector)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원부에는 360나노미터(nm)짜리 파장을 갖는 LED가 6개 정도 들어 있으며, 아래쪽에 T-N, T-P, TOC를 측정하기 위한 광원이 위치해 있다. 다중 수질측정기의 신호처리는 ‘차동법’을 이용한다. 광원, 샘플, 센서가 있는 측정 영역을 두 군데 만든다. 하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측정해서 측정값을 얻고 다른 하나는 샘플을 넣지 않고 정데이터에서 노이즈 값을 빼는 방식을 사용해 정확도를 높였다.

다중 수질측정기의 특징은 측정하고자 하는 샘플의 농도가 높아지면 흡광도가 높아져 출력단의 신호가 약해지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피드백을 통해 광원에 들어가는 빛의 전기적인 신호를 조절해 출력단의 값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이렇게 해서 공급이 되는 전류를 가지고 거꾸로 농도를 읽어냄으로써 측정 범위가 굉장히 넓어지고 감도도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 제품과의 차이점은 다중 수질측정기는 소형화된 제품임에도 복합 측정이 가능해 짧은 전처리 시간으로 상용화된 장비와 유사한 측정 성능을 보인다는 것이다. 전처리만 놓고 보면 상용화된 장비와 1% 이내의 차이를 보였다. 향후 다중 수질측정기가 초소형화·저가화 되면 중소형 하천에 띄엄띄엄 있는 측정소에 이것을 도입해 실제 지류의 오염원까지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워터저널』 2021년 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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