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200호 특집①  . 물산업 공공부문 해외사업 추진현황(상)


“‘까리안’ 사업, 한국판 광역상수도 첫 수출 사례”

총 2천억원 규모…자카르타 등 3개 지역에 40만㎥/일 수돗물 공급
3월 중 특수목적법인 설립해 PPP 계약 진행 후 올해 말 착공 예정


▲ 임 경 희
한국수자원공사 글로벌사업처 부장
Part 01. 인도네시아 까리안 광역상수도 사업개요

자카르타, 수질악화·지반침하 심각

신(新)남방의 거점국이자 신흥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인도네시아는 최근 경제성장과 함께 급증한 도심인구로 식수원 수질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자카르타는 주민의 60% 이상이 지하수를 주요 식수원으로 이용한다. 그런데 하수처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미처리 하수가 다시 지하로 유입되면서 지하수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과도한 지하수 취수로 최근에는 바닷가 쪽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맞물려 지반이 가라앉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매년 25㎝씩 가라앉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구과밀화에 따른 식수원 수질문제, 지반침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수원을 지표수로 전환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2천억 원 규모의 ‘까리안(Karian) 광역상수도 사업’을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함께 진행키로 했다. 까리안댐을 수원으로 활용해 취수시설, 도수시설, 정수장 및 송수시설 등을 설치하는 전체사업 기간은 2022년 1월부터 2054년 12월까지 33년이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17년 한국·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수자원공사가 광역상수도 사업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제안해 사업화한 것이다. 정부 간 협력을 토대로 물관리 전문 공공기관이 사업을 제안해 수주하고 향후 설계 및 시공에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형태인 ‘물산업 팀코리아(Team Korea)’ 해외진출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민·관투자사업으로 진행해 비용 절감

‘까리안 광역상수도 사업’의 사업 범위는 사업비 조달 측면에서 크게 세 부분으로 설정되어 있다. 한국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진행되는 댐 및 취수시설 건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협증진자금(EDPF)을 지원 받는 도수시설 건설, 그리고 한국수자원공사가 제안형 민·관투자사업(PPP)으로 진행하는 정수장과 송수시설 건설 및 운영관리이다.

사업 범위를 이 같이 나눈 이유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업의 모든 과정을 도맡아 진행할 경우 수도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요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 정수장과 송수관로 사업은 민·관합작사업으로 진행하고, 그 외 취수장과 도수관로 공사는 EDCF나 EDPF를 활용해 수도요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 범위를 나눴다.

‘까리안 광역상수도 사업’의 수원으로 활용할 까리안댐의 위치는 자카르타와 인근지역에 원활한 용수공급을 위해 반텐(Banten)주 르박(Lebak)군으로 정했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까리안댐 건설공사는 올 9월까지 완공 예정이며, 완공되면 약 2년에 걸쳐 담수할 예정이다. 까리안댐은 길이 516m, 높이 63m, 저수용량 2억㎥ 규모다. 시공은 대림산업이 51%, 인도네시아 국영 건설사인 위카(WIKA)가 27%, 와스키타(WASKITA)사가 22%를 담당한다. 감리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3년간 정수장(39만7천㎥/일) 및 송수관로(25.2㎞) 건설 후 30년간 운영관리를 담당한다. 사업 완공 시 자카르타주와 땅그랑시, 남땅그랑시 3개 지역에 하루 약 40만㎥의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다. 자카르타 서부지역을 기반으로 용수공급의 약 70%가 자카르타 시내로, 나머지 두 곳에 각각 15%씩 공급된다. 정수처리 방식은 국내 정수처리 방법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형 3가지 금융모델 도입 추진

현재 사업구조를 보면 특수목적법인(SPV) 설립 후 사업이 진행되며 자기자본(equity) 30%, 차입(debt) 70%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주인 한국수자원공사와 인도네시아 건설 공기업인 아디 카리야(Adhi Karya)가 7:3의 비율로 자기자본 출자를 할 예정이다. 대주단으로는 한국수출입은행이 확정 상태이고, 다자개발은행(MDB)인 IFC 또는 ADB가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으며 현지은행이 참여할 예정이다.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은 인도네시아 인프라 보증기금(IIGF)이 담당한다. 또한 한국수자원공사는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와 PPP 및 용수구매 계약을 직접 체결해 운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했다. 운영관리는 SPV 직영으로 건설관리는 한국 건설사를 선정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신(新)남방정책 특별위원회 소관 중점추진 과제로 한국·인도네시아 정부 간(G2G) 협력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아울러 한국수자원공사 주도로 개발·발굴된 사업으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경협증진자금(EDPF), 민·관투자사업 상업금융(PPP), 한국형 3가지 금융모델을 도입해 추진하는 ‘코리아 패키지(Korea Package)’ 사업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EPC사를 국내 기업으로 선정할 예정으로 이 경우 국내 설계·기술 및 기자재의 해외진출로 한국의 우수 기술을 널리 알릴 수 있어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선도 및 국내 물산업 성장 견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지화폐 적용 환율변동 리스크 최소화

그러나 장기사업인 만큼 여러 재무 및 금융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성이 크므로 수익 안정성과 건설·운영관리 부문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는 우선, 중앙정부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 요금지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재무부 산하 인도네시아 인프라 보증기금(IIGF)의 보증으로 지급보증을 강화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테이크 오어 페이(Take Or Pay)’ 방식으로 상수도 요금을 지불해 안정적 수익창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사용량에 관계없이 물가변동을 반영해 사용하는 만큼 달러가 아닌 현지 화폐로 적용해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차입금의 50%는 현지화(IDR)로 차입해 환리스크를 원천 제거했고, 미국 달러(USD)로 차입한 금액의 50%는 스왑(Swap)거래를 통해 리스크를 줄였다. 건설 단계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EPC(설계·구매·시공) 전 과정 턴키(Turn-Key) 계약을 통해 EPC 계약자에게 설계·시공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감축을 시도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1년 3월 중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하고 PPP 계약 진행을 예정이다. 이어 선정된 EPC사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하고 금융종결(Financial Closing) 이후 올해 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며 그렇게 되면 2024년 4분기부터 용수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터저널』 2021년 3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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