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200호 특집①  Ⅳ. 도시 물순환 건전성 회복 위한 정책방향


“건강한 물순환 도시 조성해 기후변화 대응 필요”

미국·유럽 등 선진사례 참고해 그린인프라 구축하고 도시물순환법 제정 시급
물순환 관리주체 간 역할분담 명확히 해야…빗물세·인센티브 도입도 고려해야


▲ 변 병 설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Part 02. 도시물순환 회복을 위한 정책방향

기후·환경 위기로 잠재 위험성 점점 커져

기후·환경 위기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2020년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Global Risk Report)에 따르면, 향후 발생가능성 및 영향이 높은 리스크 10개 중 △극한 기후 △기후대책 실패 △자연재해 △생물다양성 손실 △도시 환경 재해 등 환경 부문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환경문제의 위험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데이터를 보면 호우 피해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지난 여름은 장마전선에 의해 강한 강수대가 형성되면서 강수기간도 길고 강수량도 많았다. 대전·세종·충남을 포함한 중부지방의 장마기간이 54일을 기록,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되었다.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 및 침수 피해는 수도권, 부산광역시와 같은 도시지역에서 큰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도시 지역의 물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까닭에 발생하는 것이다. 도시의 물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은 사람에 비유하면 동맥경화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도시의 물은 여러 개발사업으로 인해 단절되고 파편화되어 있는 상태다. 끊어진 물순환의 고리를 연결해 순환성을 높이면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줄이고 기후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도시 물순환 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물관리 여건은 사람과 자연 모두를 고려하여 안전성과 건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엔(UN)이 지난 2015년 제70차 UN총회에서 결의한 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의 여섯 번째 목표인 ‘건강하고 안전한 물관리’ 부문을 보면, △물사용 효율성 증가 △물부족 대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취수 및 공급 보장 △물 관련 생태 보호·복원 등의 목표가 담겨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환경부도 지난 2018년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공개했다. 이 중 ‘건강하고 안전한 물관리’라는 목표에 △하수처리수 수자원 활용률 향상 △수질등급 달성률 향상 △빗물활용 실시 △생태하천 복원 등의 세부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물관리 여건은 또한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질적 개선, 그리고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비전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추진될 ‘한국판 뉴딜정책’과 ‘그린 선도국가 5대 목표’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판 뉴딜정책의 10대 전략 중 하나인 그린뉴딜에 안전한 물관리체계 구축 목표가 담겼고, 그린 선도국가 5대 목표 중 하나인 ‘스마트 그린 도시’의 4가지 사업모델 중 ‘회복력’ 유형에 물순환 및 물안전·안심과 같은 세부 분야가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강우유출·비점오염원 저감 중심이던 도시물순환 사업은 물순환 개념을 포함하는 다기능적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테면 각 지자체별로 물순환율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우수배제 등 구조적 설치 시설 위주에서 토지이용계획 및 설계 등 비구조적 전략까지 포함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물순환 관리 주체인 지자체와 사업자의 물순환 관리 역할을 명확히 분담할 필요가 있으며, 물순환 관리비용을 공공에서만 부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수배출자, 우수유발자 등에게도 일정한 책임을 부과하는 합리적 비용부담 체계를 구축하는 등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네덜란드, 공간규모별 맞춤형 물순환 계획 수립

물순환 해외 선진사례의 하나로, 네덜란드 델타 프로젝트가 있다. 광역(도시 전체) 차원, 커뮤니티(지구 단위) 차원, 건축물 차원 등으로 공간 규모에 따라 맞춤형 물순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건축물 차원에서는 입면녹화, 벽면녹화, 옥상에 연못 조성 등으로 강우유출을 저감하고, 광역 및 커뮤니티 차원에서는 유수지·저류지 설치, 공원 내 물 침투시설 조성 등으로 건전한 물순환을 도모하고 있다.

비가 오면 축적 기능을 발휘해 마치 스펀지처럼 빗물을 흡수하고 방출해 자연재해를 최소화하는 개념의 ‘스펀지 시티(해면도시)’를 조성한 사례도 네덜란드에서 볼 수 있다. ‘Benthem-plein Waterquare’ 광장 안 세 개의 분지는 비가 오면 빗물을 모아 분수대·식수대 등에 사용하고, 비가 오지 않을 땐 시민들의 오락 공간으로 활용된다. 비슷한 사례가 중국에도 있다. 난닝 나카오 습지공원은 1970년대까지 홍수피해가 끊이지 않던 난닝의 도시 전체 배수 설비를 강화하기 위해 조성됐다. 강 양쪽으로 습지경관을 조성해 빗물의 흡수·방출·이용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하노버 크론스베르크(Kronsberg)는 정원으로서의 도시, 사회적 거주지로서의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물관리의 점, 선, 면적 요소를 연계 도입하고 생태학적 최적화(Ecological Optimisation) 기법을 적용한 생태도시이다. 주택에서 나오는 빗물을 수로를 따라 흐르게 하여 조그만 연못에 모으는데, 빗물이 흘러넘치면 다시 더 큰 연못으로 빗물을 모으는 통합적 순환체계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독일 함부르크의 엘펠더 아우(Jenfelder Au)는 단지계획에 분산식 빗물관리 개념을 적용해 빗물이 단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빗물을 그린워터(Green Water), 그레이워터(Grey Water), 블랙워터(Black Water) 3종류로 나눠 그린워터와 그레이워터는 자연정화 용도로, 블랙워터는 에너지 생산용으로 활용하는 등 물의 성격에 따라 물사용 계획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코펜하겐, 조닝 기법 활용해 시민 안전 확보

덴마크 코펜하겐의 ‘클라우드버스트 콘크리트화 마스터플랜(Cloudburst Concretization Masterplan)’은 도시 차원의 물순환 계획이다. 공원, 광장, 도로, 도시운하, 녹색길 등을 조성하고 빗물이 하천과 발트해로 배출될 수 있도록 설계해 홍수피해를 최소화했으며 범람구역(Flood Zone)과 비범람구역(Safety Zone)으로 나누는 전통적 기법인 조닝(Zoning)을 활용해 물길을 조성해 시민의 안전을 확보했다.

 
‘물에 민감한 도시 설계(Water Sensitive urban design)’로 유명한 호주는 정부인 인프라교통부에서 도시 설계를 담당하고, 도시 차원에서는 이 설계요소가 정책방향의 전반적인 목적과 통합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정책방향을 바탕으로 개별 주가 처한 상황이나 수리수문학적 특성에 따라 관리하는 것이다. 물 민감 도시에서는 생물여과 시스템, 투과성 포장, 녹색 지붕, 입면녹화, 우수 저장 습지 등이 주요 인프라로 설계된다.

이처럼 해외사례 전반을 보면, 도시 전체, 생활권, 그리고 건축물 등 공간의 규모별로 물순환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 밖에 평상시 놀이터·공원 등으로 활용되는 도시기반시설을 저류지 및 집수구역으로 조성해 사용하는 점, 지하공간을 고려한 입체적인 물순환 계획을 수립한다는 점, 침수 위험성이 있는 공간을 취약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한다는 점, 공원 등 그린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를 적극 활용해 물순환을 추진하는 점 등이 중요한 시사점이다.

회복탄력성 확보 위해 물순환성 평가 필요

회복탄력성을 위한 물순환 지표는 도시 차원의 물순환 지표와 단지 차원의 물순환 지표로 나눌 수 있다. 도시 차원의 물순환 지표는 △도시여건 변화 △공간 쾌적성 △수환경 쾌적성 △잠재 위험도 △수재해 취약도 △물공급 안전성 △물이용 편의성 7개 지표와 24개 세부 지표로 구성되며, 이들 지표를 활용해 도시의 현황을 분석하고 도시의 물순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앞으로는 도시의 물순환성을 평가하는 인증제도 도입이 필요한데, 이때 인증이란 도시 전체를 인증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지구 단위 또는 단지 차원의 물순환성을 평가해 인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차원의 물순환을 평가하는 지표로 △물의 침투성 △물의 친수성 △물의 활용성 등으로 구성되며, 세부지표로는 생태면적률이나 불투수면적 비율, 식생시설 또는 모래여과장치 설치 정도, 저류지·유수지 조성 정도 등이 있다. 이러한 지표를 통해 단지의 물순환성을 종합 평가하는 것이다.

 
그린인프라가 침수 등 자연재해 저감에 효과

향후 도시 물순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크게 기술적, 제도적, 재정적 측면에서 변화를 이뤄야 한다. 먼저 기술적인 측면에서 그린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린인프라는 기존의 녹지나 생태네트워크 개념이 확장된 것으로, 전략적으로 계획된 높은 가치의 자연, 혹은 자연에 가까운 공간들의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때문에 이는 녹색울타리, 가로수와 같이 소규모인 점적·선적인 요소에서부터 생태계, 공원, 습지 등 대규모의 면적 요소를 망라하는 형태이다.

해외자료를 보면 구체적으로 옥상 녹화, 나무 심기, 생물여과, 투수성 포장, 우수 저장 등의 방법이 빗물 유출 저감에 굉장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K-water가 전국 154개 기초지자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취약지수와 침수피해액이 공원·녹지·하천의 수와 반비례하고 내수배제와 저영향개발(LID) 기법 등이 많이 보급되어 있을수록 피해는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그린인프라가 자연재해 피해·취약지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물순환법 제정해 입체적 물순환 촉진해야

제도적 측면에서는 먼저 도시물순환법(가칭) 제정이 필요하다. 도시 물과 관련된 기존의 법령을 보면, 「하천법」은 하천관리 목적이 크고 수자원 개발이나 수변 환경을 체계적으로 관리·규제하기에 한계가 있고, 「4대강수계법」은 수변구역 지정 후 특별한 관리방안이 없고 규제 위주 모니터링만 하는 형태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특정 위해행위 발생을 예방하거나 저감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미흡하다. 「물환경보전법」은 비점오염저감시설 설치 등 비점오염관리 기능 중심의 수질관리정책 목표만 제안하고 있어 도시 전체의 물순환성을 진작시키는 법령으로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며 입체적으로 도시의 물순환을 촉진·회복하기 위해서는 도시물순환법과 같은 통합 법령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

법령이 만들어지면 여기에는 도시물순환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아야 한다.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에는 물순환 현황 및 진단, 물순환 지표 및 목표율 설정, 목표 및 전략 수립, 관리구역 및 취약구역 설정, 물순환관리시설의 구축 및 관리방안, 물순환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 및 보급 등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물순환계획은 공간계획과 연계될 필요가 있다. 도시기본계획과  환경보전계획과의 유기적인 연계는 물론 도시기본계획 및 환경보전계획과도 연계가 되어야 한다. 마침 지난 2018년 3월 ‘국토계획 및 환경보전계획의 통합관리에 관한 공동훈령’이 마련되면서 환경계획과 공간계획이 연계·통합될 수 있는 발판이 구축됐다.

이 외에도 물순환 인증제, 물순환 등급제, 도시물순환계획 사전협의제, 물순환 지원기관, 도시물순환위원회 설치 등이 도시물순환법 안에 담겨야 한다.

 
도시 물순환 촉진 위한 인센티브 등 재정적 지원 필요

재정적 측면에서는 도시 물순환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이 요구된다. 일례로 도시계획 허가 시 도시물순환 관리·회복사업에 대한 국고 보조 및 융자를 지원하거나, 서울 광진구 스타시티 사례처럼 용적률을 상향해주는 식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농지보전부담금·생태계보전협력금 등 조세 및 부담금을 감면해주거나 도시물순환 특별회계를 통해 △물순환 관련 조사·연구비 △도시물순환 관리·회복 사업 △물순환 시설 설치 등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독일에서 시행 중인 빗물유출부담금(빗물세)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불투수면적에 비례해 빗물유출부담금을 부과하거나 빗물이 땅에 흡수되지 못하도록 한 개발사업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등의 패널티를 부과하는가 하면, 반대로 빗물을 이용한 옥외식물재배시설·녹화사업, 투수성 포장 등을 사용하는 경우 빗물세를 감면해주거나 인센티브를 통해 빗물 재활용 등을 유도해 하수도로 유입되는 빗물량을 감소시키는 등 물순환 촉진을 유도하는 장치로써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워터저널』 2021년 3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