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통합물관리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기본계획(안), 물관리 정책 비전·목표와 연계성 모호”

물관리 최상위 법정계획 위상 걸맞게 「물관리기본법」과 정합성 유지 중요
물기본권 보장은 국가·지자체 몫…인프라 관리 위한 전향적 예산계획 필요

 

▲ 최 용 주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국회물포럼 미래혁신위원)

Part 02.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에 대한 미래혁신위원회 의견 - 인공계 물순환 관련

기본계획안, 여전히 미흡한 점 커

2020년 10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 초안과 6개월 여 지난 오늘 환경부가 공개한 수정안을 보고 그동안 상당히 많은 변화와 개선이 이뤄졌음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나라 물관리의 소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중요한 계획인 만큼 계획안을 읽는 입장에서 여전히 미흡한 점이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는 「물관리기본법」 제27조(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 등) 제1항에 명시된 사항 및 시행령 제13조 제1항에 명시된 “그밖에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담겨야 한다. 이 같은 포함 내용은 이번에 수정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 제1장 ‘계획의 개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관리기본법」이 정한 바에 따라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 제3장에는 국가 물관리 정책의 비전, 목표, 혁신방향, 추진과제 등이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우선, 이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 알기 힘들었다. 게다가 현재 물관리 분야 97개 법정계획에 관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또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 제4장을 보면 분야별 전략 및 추진과제가 나온다. 환경부 설명대로 △물환경 자연성 회복 속도 제고 △지속가능한 물이용 체계 확립 △극한 홍수에도 안전한 방어체계 구축 △물산업 육성 및 국제협력 활성화 △조사·정보·연구개발 선진화 및 미래형 인력 양성 △기반시설 관리체계 효율화 부문별 추진과제 여섯 가지와 하위 전략이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전략들이 상위 추진과제와 얼마나 연관성을 갖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물관리 기본원칙 반영여부 확인 어려워

무엇보다도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 제1장 계획의 개요를 보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기본법」이 정한 12대 물관리 기본원칙을 준수한다”고 나오는데, 기본원칙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열두 가지 물관리 기본원칙은 △물의 공공성 △건전한 물순환 △수생태환경 보전 △유역별 관리 △통합물관리 △협력과 연계관리 △물의 배분 △물수요 관리 등 △물사용 허가 등 △비용부담 △기후변화 대응 △물관리 정책참여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물관리 기본원칙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갖는 위상이 모호해짐은 물론이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을 기준 삼아 수립되는 유역물관리종합계획(안) 수립에도 차질이 생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의 부록1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기본방침(안)’을 보면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은 12대 물관리 기본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나온다. 이는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의 기본방침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제시하는 바를 따른다는 「물관리기본법」 내용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실제 현재 한강, 영산·섬진강, 금강, 낙동강 4대강 각 유역에선 유역물관리종합계획 수립 용역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당장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12대 물관리 기본원칙이 어떻게 구현됐는지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상태로는 유역물관리계획을 수립하는 주체가 12가지 물관리 기본원칙을 계획에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알기 어려울 뿐더러 수립 주체 간 논쟁을 일으킬 소지도 있다.

종합하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관리기본법」이 정한 열두 가지 물관리 기본원칙을 어떻게 준수해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고자 하는지 분명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국가 물관리 최상위 법정계획이라는 위상에 맞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근거법인 「물관리기본법」과 정합성을 갖고 수립되었음을 계획안 본문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건전한 물순환, 물기본권 개념서 출발

한편 인천 붉은 수돗물(赤水) 사태부터 수돗물 유충 발생사고, 대구 수돗물 과불화화합물 검출 사고, 한강 미세플라스틱 문제, 낙동강 폐수 유출 문제 등 여기저기서 터지는 수돗물 사고는 여전히 사회갈등 요인, 국민의 건강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도 단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인체 건강을 위협하는 수인성 질병의 하나다. 물의 위협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물 관련 위협요소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새롭게 등장하는 오염물질, 유해물질에 대비한 인프라 관리와 혁신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0년 기준 상하수도 부문 인프라 투자 예산은 전체 물관리 예산의 57.8%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지만 실제 인프라를 운영하고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국민이 내는 사용요금은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낮은 요금현실화율은 예전부터 계속해서 지적되어 온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 제5장 ‘중·장기 예산투자 방향’을 보면 물관리 중·장기 예산투자 방향과 재정구조 개편, 재원확보 방향 내용이 수록되어 있기는 하나, 상하수도 요금 등 현실화율과 부담금 징수율 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향상할 것인지 뚜렷한 계획이 들어있지 않다.

「물관리기본법」제4조(물이용 권리와 의무)를 보면 “누구든지 사용 목적에 적합한 수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이용할 수 있고…”라는 내용이 나온다. 즉 물을 이용하는 것은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 중 하나다. 물의 공급은 돈을 지불한 만큼 물의 편익을 향유한다는 개념보다는 기본권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인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요금현실화율을 높이는 것이 아닌, 국민 기본권과도 같은 상하수도 인프라 관리 수행을 위한 분명하고 전향적인 예산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방향성 분명한 물환경 전략 필요

한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 제4장을 보면 분야별 전략 및 추진과제 중 수질개선 및 수질문제 해결방안 부문이 ‘물환경 자연성 회복속도 제고’라는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인 제목 아래에 수록되어 있다. 국민들에게 좀 더 좋은 물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향성이 분명한 물환경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국회물포럼 미래혁신위원회가 제시하는 수정대안은 △쾌적하고 건강한 물환경 회복 △물환경의 건강성 회복 속도 제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위한 물환경 관리 등이다. 수정대안이 여러 개 제시됐다는 것은 해당 제목에 의문을 제기한 전문가 의견이 많았음을 알고 환경부는 다시 생각해주길 바란다.

물이용체계 확립 전략 재설정 제안

마지막으로 환경부가 제시한 여섯 가지 부문별 추진과제 중 ‘지속가능한 물이용체계 확립’ 내용을 보면 하위전략의 첫 번째로 ‘미래 물부족 대비를 위한 수요관리 강화 기반 조성’이 설정되어 있다. 이어 △공급시설 효율화 및 수원다변화를 위한 수자원 확보 △합리적 물배분 기반 마련 △국민에게 신뢰받는 수돗물 공급체계 구축 △물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지역의 물기본권 보장 △가뭄관리 체계 선진화 및 메가가뭄 대응체계 구축이라는 전략이 차례로 등장한다.

그런데 「물관리기본법」 제5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명시된 “국가는 물관리 기본이념에 따라 지속가능한 물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국민 삶의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책무가 있다”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물관리 정책과 관할 구역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물관리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할 책무가 있다”는 내용을 감안하면, 국민이 감당해야 할 수요관리 부문을 첫 번째 전략으로 내세우기보다 공급관리 측면을 먼저 고려했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공급시설 효율화 및 수원다변화를 위한 수자원 확보 △국민에게 신뢰받는 수돗물 공급체계 구축 △미래 물부족 대비를 위한 수요관리 강화 기반 조성 △합리적 물배분 기반 마련 △물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지역의 물기본권 보장 △가뭄관리 체계 선진화 및 메가가뭄 대응체계 구축 순으로 전략을 재배치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환경부는 ‘지속가능한 물이용 체계 확립’을 위해 수돗물 만족률, 가뭄피해 인구 등과 같은 현행지표에서 유역 이수안전도, 유역의 물절약량, 탄소저감량 등과 같은 차세대 지표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이 국가 물이용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관한 지표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지표다. 꼭 수돗물 만족률 지표가 아니더라도 국민의 물이용 만족도와 관련된 지표를 주요 관리지표로 다시 포함했으면 한다. 더불어 설정된 차세대 지표 중 유역의 물절약량 지표는 유역의 용수 수요 감소량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워터저널』 2021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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