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통합물관리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물발자국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 필요”
(Water footprint)                                                                 

불확실한 기상·기후 예측력 높이면 국가 물관리에 큰 도움 얻을 수 있어
도시 내 녹지 확보로 물순환 촉진해 홍수·가뭄 등 물문제 근원 해결 가능


▲ 김 동 균
홍익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국회물포럼 미래혁신위원)
Part 03. 자연계 물순환과 통합물관리

수자원 시스템, 국민 복지와 밀접

물은 인류가 생존하고 번영하는 데 있어 공기와 함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원이다. 식량을 얻기 위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수력에너지를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부개척사, 우리나라 발전사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3년에 지어진 국내 최대 용량의 소양강댐이 국가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한 나라의 수자원 시스템은 국민의 복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상하수도 시설을 포함하는 위생시설의 보급률과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명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상하수도 시설은 1980년대 가나, 콩고 등 후진국 수준에 불과했으나, 현재 유럽의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급격히 성장해 세계 최고 수준의 물복지를 누리고 있다.

비록 급격한 발전의 이면에 생태계 건강성 훼손이 자리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자 했던 선대의 순수한 염원으로 생각하면, 눈부신 발전사에 생태계 건강성 훼손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놓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 안타깝다.

일상생활서 엄청난 양의 물 소비

수자원 개발로 인한 생태계 건강성 훼손의 원인을 살피다 보면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물 발자국은 하나의 재화가 생산되기까지 소비되는 모든 물의 총량이다. 가령 한 사람 당 아침식사의 물 발자국은 약 1천400리터, 티셔츠와 바지 등 옷 한 벌의 물 발자국은 1만 리터가량 된다. 이러한 물 발자국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소비하는 많은 양의 물을 얻기 위해서는 수자원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즉 수자원 시스템 개발에 따른 생태계 훼손의 원인은 특정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다 좋은 것을 누리면서 편안한 삶을 살고자 하는 모두의 기본 욕구가 원인인 것이다.

따라서 「물관리기본법」과 그에 따른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이 생태계 보전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편익을 다소 희생해서라도 생태계를 보전하겠다고 하는, 다시 말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물 발자국을 줄여보겠다고 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인간·생태계 편익 동시 고려해야

물 발자국의 개념을 좀 더 깊이 파고들다 보면 ‘인간의 편익’과 ‘생태계 보전’이라는 가치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20년 여름 섬진강댐 하류에서 발생한 홍수가 두 가치의 충돌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평상시 댐의 홍수 여유고(餘裕高)를 일정량 확보하는데 최근 생태유지용수 추가 확보를 위해 홍수 여유고를 줄였다. 이러한 상태에서 지난 여름 예상보다 많은 강수량으로 댐 만수위(滿水位)까지 물이 차오르자 정부는 급작스럽게 방류를 결정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방류된 물은 제방을 무너뜨리며 많은 피해를 유발했다.

이 같은 사례들을 일반화하여 인간 위주의 물관리 정책과 자연친화적인 물관리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간 위주의 물관리 정책은 많은 홍수여유고, 적은 생태유지용수와 같이 인간의 편익을 우선시하는 물관리 정책이다. 반면 자연친화적인 물관리 정책은 적은 홍수 여유고, 많은 생태유지용수 등 생태계 서비스를 인간의 편익보다 중시하는 물관리 정책이다.

인간과 생태계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정책은 인간의 편익과 생태계 편익을 더한 것이 최대일 때에 해당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은 주로 인간의 편익을 극대화한 물관리 정책이기 때문에 자연친화적인 물관리 정책도 동등하게 고려하는 것이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수립의 가장 중요한 취지라고 판단된다.

생태계 편익, 불확실성 커

이와 같은 분석은 이론적으로는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복잡하다. 주어진 정책에 대한 인간의 편익과 생태계의 편익을 정량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생태계 편익의 경우 식생, 물고기 등과 같은 환경적인 요소와 생태계 개선으로 인간이 얻는 정서적 행복감과 같은 주관적 요소가 개입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 관련한 정보가 모호해 선택 가능한 정책의 폭이 매우 넓다.

이는 이해당사자 간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4대강 보와 관련된 것이다. 생태계 보전을 원하는 측에서는 보의 철거를 요구하고, 물 관련 재난을 걱정하는 측에서는 보를 보전해 확보한 표면수와 지하수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을 낮춰 최대한 정책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계획되어 있는 다양한 하위시스템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전체론적인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정책이 홍수나 가뭄, 산사태 등과 연관된 수문순환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지하수 고갈, 식수원 오염과 관련된 지하수 시스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며, 생태계 훼손, 토양오염 등 수생태계 시스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천 구조물 조정에 신중 기해야

정부가 물관리 일원화를 이뤄 정부조직의 일원화라는 첫 단추는 잘 꿰었지만 이것이 각 분야의 화학적 결합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계에서도 전체론적인 관점에서 시스템을 분석할 수 있도록 더욱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국회물포럼 미래혁신위원회가 이번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을 살펴본 결과 생태계의 종적·횡적 연결성 확보를 위한 하천 구조물의 조정 분야는 홍수·가뭄 등 국가재난과 연관지어 살펴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국가재난은 국민의 생존, 사회의 동요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것과 관련된 정책에 수정을 가할 때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댐의 신규 건설 항목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수립 기조인 생태계 보전과 상충하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존 보를 최대한 활용하고 보 상류 수위 상승을 통해 충전된 보 주변지역의 지하수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 밖에도 극한 가뭄을 대비한 대체수자원을 확보할 때 지표수·지하수·토양오염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BMP기법, 가뭄 문제 해결에 도움

수자원 시스템에서는 비가 가장 중요한 드라이버(driver)이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체크하는 것이 카드게임에서 상대방의 패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기상예측 능력을 향상시키고 기후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성과를 얻는다면 도시홍수 대비 정밀한 댐 운영, 기후변화 대응능력 향상 등 국가 물관리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상기후·기상 예측능력 향상과 관련한 항목을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여기에 활용 가능한 기술은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도 연관되어 있어 미래 활용성이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도시는 인간 위주의 물관리정책에 의해 개발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도시지역에서 자연친화적인 물관리 정책을 통해 인간의 편익과 생태계의 편익을 동시에 극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것이 비가 내린 곳에서 홍수에 바로 대비하고 수자원을 확보하는 ‘BMP(Best Management Practice)’ 기법이다.

최근 연구를 보면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종료되는 2030년대에 전국적으로 극한 가뭄이 발생하고 21세기 말경에는 ‘메가(mega) 가뭄’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BMP 기법은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리적인 정책 도출해 추진 필요

더불어 도시 내 녹지를 확보하고 녹지공간을 균등하게 배치하면 도시의 물순환을 촉진해 홍수와 가뭄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서울의 열화상지도를 보면 경의선숲길(일명 연트럴파크) 덕분에 마포구가 타 지역보다 확연히 낮은 온도를 보인다. 향후 기후변화 때문에 폭염재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도시 내 녹지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동시에 관광자원 확보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빗물이용 시스템을 활용하면 홍수·가뭄 등 물 관련 재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도심지역에 그린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를 확충해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무작정 바다로 흘려보내지 말고 각 가정에 모아 수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상습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이 같은 시스템을 공격적으로 적용해 효과를 살피는 방안을 제안한다.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걱정 없이 물을 쓸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물복지를 누리는 것은 그간 산업계와 환경계가 함께 꾸준히 노력한 결과다. 앞으로 보다 효과적인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는 물발자국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부처 간 화학적 결합, 학계 융합을 통해 정책의 명료성을 확보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도출해 정해진 정책 범위 안에서 시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 본문 중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는 발제자 요청으로 정정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워터저널』 2021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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