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통합물관리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올바른 물관리기본계획 수립해 후대에 물려줘야”

물관리기본계획, 물문제 대응·기후변화 반영한 물관리 패러다임 담아야
인공계 물순환과 자연계 물순환이 상호균형 이루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


▲ 한 무 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국회물포럼 총괄운영부회장)
Part 04. 국가 물관리 정책에 대한 12가지 우문(愚問)

물문제 원인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그동안의 문제점을 파악해 대책을 세우고 기후변화와 사회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을 담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데 기여해야 한다. 앞서 환경부가 발표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에 대한 열두 가지 우문(愚問)을 제기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현답(賢答)을 찾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물관리기본계획(안)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첫 번째는 ‘여러 가지 물문제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이다. 매년 하천, 도시, 유역, 상하수도 분야에서 수많은 물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과 예산을 편성해 해결하고 있지만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근본적인 원인의 진단이 부족해 미흡한 처방만 해왔기 때문이다.

제방붕괴, 식수원 오염, 관로 파손, 관로 노후, 수질오염, 내수침수, 싱크홀, 건천화와 같은 물문제의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면 탄소를 줄여야 하겠지만 잘못된 물관리 때문이라면 제대로 된 물관리로 해결이 가능하다. 따라서 문제의 원인을 올바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 대책을 도출해 문제 재발을 막아야 한다.

면(面)적인 물관리로 관리범위 확장해야

두 번째는 ‘물순환 과정의 전주기를 고려하고 있는가?’이다. 「물관리기본법」 제12조(통합물관리) 조항을 보면 “국가와 지자체는 지표수와 지하수 등 물순환 과정에 있는 모든 형상의 물이 상호 균형을 이루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물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시행할 때에는 물순환 과정의 전주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원활한 물순환을 위해서는 하천, 상하수도와 같은 인공계 물순환과 빗물, 토양수, 지하수와 같은 자연계 물순환이 상호 균형을 이루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 물관리기본계획(안)은 오로지 선(線)으로 이뤄진 하천관리와 상수도 공급에만 치중해 있다. 이는 물순환 과정의 일부에만 한정된 계획으로, 유역에 떨어지는 빗물을 비롯해 전체 면에 존재하는 토양수와 식생수, 지하수를 포함하는 면(面)적인 물관리로 관리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세 번째로 ‘진정한 의미의 통합인가?’이다. 통합이란 물요소 간 상호균형은 물론, 물 분야와 자연·경제·사회 타 분야와의 상호관계까지 고려하는 개념이다. 「물관리기본법」 제12조 3항에 따르면 진정한 의미의 통합물관리는 수량확보와 수질보전 외에도 재해방지, 자연환경, 경제·사회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현재의 물관리는 단지 하천에서의 수량과 수질 통합이라는 협소한 의미에 그친다. 탄소 절감과 기후위기 등을 종합 고려한 통합물관리 패러다임은 각 분야 물관리의 연계성을 높이는 것이다. 즉 독립된 개념이 아닌 상호보완적 개념의 물관리가 필요하다. 

 
물부족 회복탄력성 높일 대응책 필요

네 번째 질문은 ‘물부족 상황에 대한 대응책이 있는가?’이다. 우리나라는 시기별, 지역별, 상황별로 자연적 요인 또는 사회적 요인 때문에 물부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이에 도시의 물자급률을 지표로 삼아 관리하고 수원을 다변화해 비상시 단수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다섯 번째  ‘물공급에서 탄소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일 1천만㎥가량의 물이 운반되는 동안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정부의 2050 넷제로(Net-zero) 정책에 맞춰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물공급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물공급 방안에 대한 에너지 평가가 필요하다.

현재 대체수자원으로 고려되는 여러 가지 대안 중 물 1㎥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량을 비교해 보면 해수담수화가 가장 많고 하수처리수 재이용, 광역상수도, 지하수 순으로 빗물이용이 가장 적게 나타났다. 탄소량은 결국 운반되는 물의 유량, 운반 거리, 운반 높이 차에 의해 결정되므로 물공급 시스템에서 탄소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물을 적게 쓰고 운반 거리를 짧게 하며 높이 차는 작게 하는 등 분산화하는 형태로 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분산형 물공급 시설은 물의 이동거리와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구체적 목표수치·목표연도 설정해야

여섯 번째 ‘계획을 검증할 만한 정량적인 목표가 있는가?’이다. 구체적인 목표수치와 목표연도가 있어야 정책의 수정과 예산 투입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물관리기본계획(안)을 보면 정성적인 목표 나열에만 그치고 있어 정책과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을 확인할 수 없고 피드백에 의한 보완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장 핵심적인 목표나 방침을 분명히 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테면 1인당 하루 물사용량을 2030년까지 230L로 줄여 물부족을 해소한다든가 물공급에서의 탄소량을 2030년까지 30% 줄이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 다음에는 계획에 따라 실행하며 계획의 진척도를 측정하고, 성과 달성도와 방식을 평가해 성공 또는 실패 요인을 검토한다. 검토 후에는 개선·수정을 통해 반성한 점을 다음 계획에 피드백을 거쳐 보완을 거듭해야 한다.

일곱 번째 질문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기후, 지형, 문화, 전통을 고려했는가?’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홍수, 봄에 가뭄 등 강우 분산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고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뤄져 물을 관리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여건이다. 하지만 이 같이 열악한 강우 및 지형 특성에도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을 만들어 온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갖고 있다.

제 아무리 좋은 선진국의 기술과 정책이라도 우리나라의 물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물관리기본계획(안)에는 우리나라만의 자연적인 특성을 반영해 문화, 전통에 맞는 물관리 기술·정책을 개발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최악의 자연조건을 극복한 대표적인 한국형 물관리 사례로 서울 광진구 스타시티의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시설이 있다. 이처럼 우리 고유의 자료와 기술을 개발하면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민이 함께 하는 바텀업 물문화 필요

여덟 번째 질문은 ‘물 수요관리의 목표치는 있는가?’이다. 물의 수요관리는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물을 적게 사용함으로써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으로, 전 세계적인 추세다. 물을 적게 사용하면 탄소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불편을 느끼지 않고 물을 절약하는 기기가 개발되어 있고, 참조할 만한 해외 성공사례도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이번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에도 물 수요관리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지만 뚜렷한 목표치와 목표연도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올바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물사용량은 300L로 선진국의 두 배에 달한다. 2030년까지 230L로 줄이는 목표를 먼저 세워 실행해야 한다.

아홉 번째 질문은 ‘시민과 함께 하는 물문화 육성은?’이다. 공급자 중심의 탑다운(top-down) 방식의 물관리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참여해 물문화를 조성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물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민들에게 물문화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알리고 교육해야 하며, 나아가 「물관리기본법」제35조 1항에 명시된 물문화 육성 내용을 물관리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열 번째 우문은 ‘물산업, 우리나라만의 차별화된 일등상품이 있는가?’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산업에 관심을 두고 세계 물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제품 혹은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열악한 기후와 지형을 극복한 물관리 스토리가 있다. 따라서 이것을 강조한 이론과 기술을 개발해 상품화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만이 팔 수 있는 일등상품을 개발하고 해외에 팔기 위해서는 적합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정부지원책이나 육성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물 분야 ESG 도입·선도해야

열한 번째 질문은 ‘환경부는 ESG를 고려하는가?’이다. 요즘 전 세계 기업의 화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이다. ESG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환경(Environment), 그 중에서도 ‘물’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새로운 질서 아래에서 물 분야 종사자가 이를 잘 선도하고 시장을 만드는 주도적인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환경부의 조직개편 및 조직확장에 ESG 개념을 도입하면 새로운 조직 정비에 대해서도 합리화할 수 있다. 특히 물관리 전반을 관장하는 환경부가 물을 관리하는 기관과 물을 사용하는 기업체를 관리·지도할 때 ESG 개념을 도입하면 물 종사자의 역할, 물시장의 영역이 확장되고 환경부의 기여도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한편 지난 45년간 물관리 분야에 종사하면서 쌓은 지식과 물관리에 대한 충정으로 수많은 질문을 했지만 한 번도 명쾌한 답을 들은 적이 없다. 서산대사가 남긴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눈길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에겐 이정표가 되리니.” 오늘 발표된 물관리기본계획(안)이 눈길의 첫 발자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손들에게 좋은 물관리를 남기기 위해 모두가 함께 현답을 찾아 올바른 물관리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면 한다.

[『워터저널』 2021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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