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통합물관리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회복탄력성 반영한 적응형 통합물관리 필요”

기존 이수·치수·환경 중심 물정책에 하천공간·하천이용 부문도 고려해야
수질·수생태계 측면에서 육상·연안·해양 연계한 통합적 관리 반영 필요


Part 05. [전문가토론] 통합물관리와 국가물관리기본계획

 

국회물포럼(회장 변재일 국회의원)은 마무리 단계에 있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보다 나은 계획수립 방향을 논의하고자 지난 3월 17일 ‘통합물관리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라는 주제로 제12차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부산 남구갑, 국회물포럼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토론에는 박제량 홍익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국회물포럼 미래혁신위원),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 이창희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전 한국물환경학회장), 최희철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교수(전 대한환경공학회장) 등 전문가 4명이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토 론 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국회물포럼 부회장, 좌장)
•박제량 홍익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국회물포럼 미래혁신위원)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
•이창희 명지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전 한국물환경학회장)
•최희철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부 교수(전 대한환경공학회장)

■ 박수영 의원(좌장)   부산은 매년 홍수에 시달리는 동시에 전국에서 가장 비싼 수돗물을 마시는 악조건의 도시다. 부산의 국회의원으로서 부산이 더 이상 물과 관련된 재난에 시달리지 않고 저렴한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오늘 토론회에서 좋은 의견이 제시되면 좋겠다.

“통합물관리에 적응 개념 반영해야”

■ 박제량 교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뉴노멀(New Normal)’이다. 물관리 분야는 특히 기후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뉴노멀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러나 뉴노멀이라는 것은 새로운 평균이나 변동 범위로 안착된 상황이라기보다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뉴노멀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를 추진하기 위해 수립하는 계획이 결국 시시각각 변하는 미래의 상황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통합물관리 패러다임에 ‘적응’이라는 개념이 더해진 적응형 통합물관리가 필요하다.

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에 대비해 시설을 보강하고 강화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예기치 못한 충격에 언제든 피해 입을 수 있다는 인식도 중요하다. 다양한 위험기상 시나리오 아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회복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에 반영해야 한다.

“회복탄력성 개념에 대한 고려 중요”

이는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이 통합물관리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모두 고려돼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현재의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에도 수자원 다변화, 물관리시설 연계성 강화, 분산형 하수처리와 같이 회복탄력성 이론에 부합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다만 이러한 계획이 효율성 증대라는 논리 위에 세워져 아쉽다. 효율성은 회복탄력성과는 다소 상반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자칫 기대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수많은 물관리 요소와 이해당사자가 얽힌 통합물관리는 그 자체로 복잡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수록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내에 수립될 수많은 계획의 중요성, 시급성, 예산가용성 등을 따져 계획의 우선순위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토대로 유역물관리기본계획에 대한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유연성이 확보되길 바란다.

불확실성이 큰 계획의 경우, 모든 유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기보다 한 유역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결과가 만족스러울 때 다른 유역으로 순차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환경부는 유역물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기존 부정확한 자료에 대한 정리 필요”

■ 염형철 대표 기존 부정확한 자료 정리와 관행적으로 주장했던 내용 개선 등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환경부가 제시한 2030년 물수급 전망을 보면 물수요량은 2020년 249억㎥에서 2030년 245억㎥로 4억㎥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 물공급량이 259억㎥가량이기 때문에 약 10억㎥의 여유량이 확보된 상태고, 2030년에는 약 14억㎥의 여유량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환경부는 2030년에 약 4억㎥의 물부족을 전망했다. 게다가 모든 유역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농업용수 공급기준을 기존 10년 빈도 가뭄이 아닌 사상 최대 가뭄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즉,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큰 가뭄이 도래했을 때에도 농업용수 100% 공급을 목표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국가를 봐도 10년 빈도 이상의 가뭄을 기준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나라는 없다.

이 같은 다소 과감한 결정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임의로 연구를 진행해 도출한 결과다. 이처럼 개선해야 할 관성, 또는 관행적인 자료들은 사회 전반에 불신과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둘러  합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투자와 목표 연계가 향후 중요 과제”

두 번째, 소위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상당히 모호하게 작성돼 있다. 다시 말해, 투자를 했을 때 어떤 점이 좋아질지가 불명확하다. 도입 예정인 차세대 지표 중 ‘국내 물산업 해외시장 점유율’은 과연 국내 물산업의 발전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을지, 또 ‘물조사·정보자료품질선진화율’은 선진화하려는 내용이 무엇이고 무엇을 비율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상하수도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나라지만 국민의 수돗물 음용률은 현저히 낮고, 근 20년 동안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하천의 수질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투자가 목표와 동떨어진 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와 목표를 연계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수도요금 현실화 문제의 경우, 서울은 이미 수도요금 현실화를 이뤘지만 농촌은 현실화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보다 수도요금이 약 두세 배나 높은 실정이다. 결국 수도요금 현실화 문제는 시·군 별로 나눠져 있는 수도요금을 통합해 유역별로 단일화하는 방안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이수·치수·환경 부문으로 물정책을 펼쳐 왔다. 이제는 하천공간 내지는 하천이용에 관한 부문을 고민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5%를 하천부지가 차지하는데, 이 부지가 제방 안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공간에 대한 계획과 공간을 시민들이 이용함으로써 삶의질 향상을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산림·연안·해안까지 연계성 고려해야”

■ 이창희 교수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이 「물관리기본법」의 원칙을 전반적으로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첫 번째, 근본적인 물의 개념에 담수만 포함된다는 점이다. 즉 기수나 해수와 같은 물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지금의 계획은 마치 국가담수기본계획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실제 우리나라 물관리가 직면한 여러 현안을 보면 이것이 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새만금사업 추진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해수유통 문제는 수질·수생태 악화 뿐 아니라 농업용수를 포함한 용수공급까지 얽힌 문제였다. 뿐만 아니라 담수호로 계획했지만 해수가 유통되는 화웅호 문제나 담수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수질·수생태 악화 때문에 해수유통이 필요한 홍성호, 보령호, 부남호 등의 저수지 현안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않아 아쉽다.

두 번째, 유역관리의 핵심은 산림에서 연안·해안까지 연계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육상·해양으로 이원화된 독특한 환경관리체제를 갖다 보니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은 환경부 소관인 하천·호소관리만을 반영하고 있다. 수용체 중심의 수질관리 측면에서 보면 이것은 매우 왜곡된 관리다.

실제 오염이 상대적으로 심한 연안의 특별관리해역 수질개선을 위해 해수부가 연안수질오염총량관리제 등 제도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육상 오염원의 관리수단 부재라는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적어도 수질·수생태계 측면에서 해수부 소관 계획까지 포함한 육상·연안·해양의 통합적 관리가 기본계획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구상이 하천에만 국한되어 있어 정책의 취지가 하천-하구-연안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낙동강과 같은 하구 기수역 복원 검토 외에 하구순환 복원에 대한 내용은 불명확하다. 진정한 생태적 연결성 회복을 위해서는 전체 하구의 49%가 하굿둑으로 막혀있다는 점을 고려해 전향적인 하구복원 정책이 계획에 담겨야 한다.

“분절된 물관리 법·제도 정비 선행돼야”

■ 최희철 교수 분절된 물관리 법·제도를 정비해 효과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과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을 연동해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통합과 물순환 철학을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자연계·인공계 물순환, 그리고 빗물활용 등을 좀 더 정량적인 지표로 반영해 측정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부문에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과 같은 지구적 재난을 대비한 계획도 고려돼야 한다. 탄소중립 준비 기본계획 중 ‘수상태양광 확대계획’은 지역환경 훼손 등 논란이 많은 사안으로 기본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 이 밖에도 유역 이수안전도와 같이 정의조차 어려운 차세대 지표가 상당수 제시됐는데 유역 물사용 안전도와 같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하천기본계획’과 ‘댐 및 주변지역 친환경활용계획’은 유역물관리에 매우 주요한 계획이나 국가·유역 물관리위원회의 심의대상이 아니므로 시행령 개정이 요구된다. 또한 유역 거버넌스와 같은 물관리 기능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유역물관리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특히 환경부 유역환경청의 역량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안)에서 재정계획이 정리될 여지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예산과 법령이다. 1〜2조원 상당의 하천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됐지만 환경부 예산은 변화가 없고 오히려 감소하는 것처럼 보여 개선이 필요하다. 또 오염원인자부담원칙에 근거해 사람, 사업장, 토지계 세입·세출 항목을 환경개선특별회계나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에 좀 더 구체적이고 정량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물 관련 인프라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서는 일반관리예산을 더 확보해 중장기 사업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물 관련 하천사업은 지방이양대상사업에서 예외로 하고 국고보조사업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4대강 지원예산은 영산·섬진강 유역의 예산을 확대하는 등 기존의 불균형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워터저널』 2021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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