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스마트 물관리


“전세계 기후위기 해결 위한 인식 전환·공동 노력 절실”

우리 시간, 조부모와 자손, 또 그 자손의 자손이 살아가는 시간과도 연결돼 있어
지금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는지가 후대에 큰 영향…즉각적인 패러다임 전환 시급


[영감연설] 기후위기 대응 물관리 시대와 인류의 변화
              (Valuing Sustainable Water Management)

▲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Andri Snaer Magnason)
작가 겸 환경운동가

100년 내 지구상 모든 물요소 균형 파괴 전망

향후 100년 안에 지구상 물을 이루는 모든 요소의 균형이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빙하가 사라지고 해수면은 상승할 것이다. 해양의 pH(수소이온농도)는 지난 천만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증가하고, 강우와 강설 패턴, 가뭄, 구름과 태풍 등의 기상현상 또한 우리가 기존에 알던 모습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문제는 언어로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 마치 우주의 블랙홀(blackhole)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블랙홀은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제 아무리 뛰어난 과학자라도 이것을 볼 수 없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로 언어의 범위를 초월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할 수 없다.

블랙홀을 보려면 그 주변을 봐야 하듯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래프와 데이터를 보기보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맥락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요소가 있는데, 바로 ‘시간’이다. 시간이 어떻게 우리를 형성하는지,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선대 노력으로 아이슬란드 빙하데이터 측정·수집

한 때 필사본 연구 작업을 하면서 소장한 필사본 중 아이슬란드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것이 있다. 이것은 토르, 오딘, 발할라 등 북유럽 신화가 보존된 원본이다. 어느날 책장을 넘겨보다 문득 “너의 가문은 사라지며 너도 언젠가 죽지만 명예는 영원하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가문과 조상에 대한 정보를 인터뷰하며 모으기 시작했다. 100년 전 평범했던 것이 지금의 나에게 특별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넘어, 나의 후손에겐 전혀 와 닿지 않는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기억을 보존하면 미래 세대가 과거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빙하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고 탐험하기 어려웠던 시절 나의 조부모는 빙하 탐험가였다. 결혼을 하고 조부모는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당시 조부모가 속한 빙하 탐사대는 일종의 영웅과도 같았고 할머니는 그 탐험을 허락 받은 최초의 여성이었다. 그들은 여행을 하면서도 빙하를 표시하고 측정했다.

이들의 4주간 여행은 생각했던 것보다 길고 험했다. 텐트에서 열흘 간 갇혀 있던 때도 있었다. 훗날 사람들이 할머니에게 여정이 힘들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할머니는 “어떻게 안 힘들었겠어요. 당시 나와 남편은 갓 결혼한 상태였고, 그때 내 남편은 어떻게 체온을 유지하는지도 몰랐어요”라고 답했다. 그렇게 아이슬란드 빙하는 조부모를 비롯한 몇몇 탐험가들 노력으로 거의 70년 동안 측정되고 표시됐다.

▲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아이슬란드 환경운동가 겸 작가가 지난 5월 31일 ‘2021년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진행된 ‘물’ 기본세션에서 ‘기후위기 대응 물관리 시대와 인류의 변화’라는 주제로 영감연설을 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빙하, 2160년이면 소실 예상

이들 덕분에 우리에게는 빙하에 대한 소중한 데이터가 남았다. 아이슬란드 빙하가 어떻게 지구온난화에 반응하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2000년과 비교해 2021년의 지금 빙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앞으로 100년 동안에는 또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이 가능해졌고, 그리하여 2160년이면 이 빙하가 사라질 것도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을 단시간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빙하에 대한 수십 년의 데이터를 남기는 것은 자연의 지리학적 변화 속도가 인간의 속도에 이르도록 만든 노력과도 같다. 빙하에 대한 정보는 한 사람의 일생으로 측정할 수 없다. 인간은 일생 동안 빙하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아이슬란드 빙하를 더는 찾아볼 수 없을 2160년을 이야기할 때, 이것이 얼마나 긴박한 일인지, 다시 말해 이것이 당장 현 세대인 우리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야기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그 답이 자손임을 깨달았다. 오늘날 대학에는 2000년대에 태어난 학생들로 가득하다. 이들이 현재 나의 조부모만큼 나이를 먹는 2090년이 되면, 그때는 건강하고 젊은 2070년대생이 그들과 같은 나이일 것이다.

이는 2160년이 되면, 우리 자손이 비록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깊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여전히 살아있을 시기라는 것을 알려준다. 따라서 시간은 내가 살아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의 조부모와 자손, 또 그 자손의 자손이 살아가는 시간과도 같다. 예를 들어 1973년생인 나의 시간은 조부모가 태어난 1920년대부터 나의 후손이 살아갈 2160년대의 시간까지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 아이슬란드 빙하는 2160년이 되면 더는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160년이 당장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현 세대인 우리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지금 우리의 행동과 결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빙하 녹는 속도 빨라지고 해양 산성화 심화 전망

따라서 이 시기에 일어날 모든 일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빙하가 물이 되는 전례 없는 시대에 다다르고 있다. 만약 빙하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계속해서 녹아 완전히 녹아버리는 2160년이 되면 해수면이 상승해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전부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와 같은 새로운 현상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해양은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하는데, 해양산성화는 해수 내 용존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함에 따라 pH(수소이온농도)가 높아져 해수의 pH값이 8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100년 내 해양의 pH 수치는 8.1에서 7.8 또는 심지어 7.7까지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pH 0.3이라는 수치가 그렇게 대단할까 싶기도 하지만, 이것은 5천만년만에 일어나는 가장 거대하면서도 가장 극적인 변화다. 당장에 이를 막을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인류는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양의 pH 수치가 감소하는 등 지구상 모든 물 요소의 균형이 더 빠르게 붕괴되는 것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작가는 “향후 100년 내 해양 pH 수치는 8.1에서 7.8 또는 심지어 7.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것은 5천만년만에 일어난 가장 거대하면서도 가장 극적인 변화”라고 심각성을 경고하며 즉각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30년 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0’으로 만들어야

사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화석연료 연소로 지탱되는 현 인류 문명이 일으킨 대표적인 전 지구 규모의 환경파괴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는 해마다 35기가톤(GT)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태우고 있다. 우리가 가진 거의 모든 것, 우리가 하는 모든 것,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이 화석연료를 태우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 즉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화석연료가 우리에게 주는 슈퍼파워 연소와 연결되어 있다.

이 모든 연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연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지구가 단 한번도 본적 없던 가장 큰 화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연간 35기가톤(GT)은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이 600회 발생하는 규모와 같다.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화산이 600회 폭발하려면 수 십 년에 걸쳐 매일 밤낮으로 화산이 폭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러면 지구상 거의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향후 30년이 아주 중요하다. 30년 안에 우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와 미래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는지가 그 시대에 영향을 미친다. 즉각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와 기술 분야에서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워터저널』 2021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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