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스마트 물관리
 

“물 분야 탄소중립 위해 ‘좋은 물거버넌스’ 구축 필요”
                        (good water governance)

중앙·지방정부, 공공기관, 기업, 시민 등 물순환체계 연관 주체 참여 중요
충분한 논의 거쳐 최적 대안 도출 위한 협력적인 의사결정체계 구축해야


[기조연설] 탄소중립 물관리를 위한 굿 거버넌스 전략

▲ 허 재 영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
탄소중립 향한 전 세계 움직임 가속화 전망

지금까지 전 세계는 지구, 환경, 기후, 인간, 공동체를 무너트리고 경제성장만 바라보며 내달려 왔다. 그 결과로 세계 곳곳에서 폭염·폭설·태풍·산불 등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큰 규모의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깨끗하고 충분한 물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생존과 번영을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해야 기후변화의 폭주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Net-Zero)을 실현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 EU(유럽연합) 등 주요 경제국가의 3분의 2는 이미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미국도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취임 직후 파리협정에 재가입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해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의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분야 중 하나다. 우리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구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 노력을 투입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고 오염시키고 있다. 2019년 유엔(UN)이 발간한 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물수요는 매년 1%씩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탄소중립을 이뤄야 하는 2050년이 되면 지금보다 20〜30%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물 분야는 더 이상 탄소중립을 지체할 수 없다. 물 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바로 지금, 물을 잘 관리하고 재이용해 물사용량을 줄이면서 수처리에 필요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탄소발생을 줄이는 등 물관리 전 과정에서 선제적이고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물 거버넌스(good water governance)’가 필요하다.

유역 중심 모든 분야 연관 주체 참여 가능해야

‘좋은 물 거버넌스’는 우선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물은 경계 없이 흐르고 순환하며 시간과 공간에 따라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또 수문학적 경계와 행정적 또는 경제적 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가피하게 갈등이 발생한다. 어느 한 지역에서 수자원이나 전력 확보를 위해 건설한 댐이 다른 지역의 환경을 파괴하고 결국 생존을 위협하는 사례를 세계 곳곳에서 적잖이 볼 수 있다.

따라서 물 거버넌스에는 자연수계의 수리학적 영역인 유역을 중심으로 중앙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기업과 시민 등 물순환 체계에 속한 모든 분야와 연관된 주체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유역 내 물관리는 수량·수질뿐만 아니라 침수 및 재해, 물산업 등 전체의 메커니즘(mechanism)에서 환경·보건·에너지·농업·산업 등 기반요소들과 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행정적 경계를 넘어 유역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소수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포용하면서도 넘어서는 방식으로 물관리 가치인 공익성을 추구하고 중장기적인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공익을 중시하는 물정책을 통해 얻은 혜택에 대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비용을 부담하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한다면 거버넌스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협력적 의사결정체계 구축 필요

하지만 물 분야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물 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추진 중인 수열에너지, 수상태양광 등 계획이 구상되고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사업 대상 유역의 새로운 이해당사자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분쟁과 갈등이 발생하기도 할 것이다.

이 때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합의를 이루는 데에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추진과정별로 물관련 재정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제도 현황 등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여러 가지 대안을 검토해 협력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즉, ‘좋은 물 거버넌스’는 사업이나 정책이 구체화되기 이전에 각 단계별 대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적의 대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협력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는 공공 정책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공고히 해 현재와 미래에 직면할 물문제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과감한 사회시스템 전환에 모든 역량 집중해야

좋은 물 거버넌스는 모든 이해관계의 책임과 권리가 균형 있게 작동해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체계다. P4G ‘물’ 기본세션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저탄소 물관리 솔루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 마련된 세션이다. 물론 통합적 정책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은 기술적·제도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감염병 위기가 세계 경제위기로 이어져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안전망까지 불안해진 현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닌 지금 해결해야 되는 과제다.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전 세계 시민이 과잉생산과 과잉소비, 빈곤층의 존엄성 붕괴,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 공동체 회복 등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당장 빠른 속도의 성장을 멈추고 사회 시스템을 담대하게 전환하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대륙별 중견 국가와 개발도상국이 모여 인류애와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P4G ‘물’ 기본세션은 어떤 국제협력보다도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이 실현되고, 하나의 성공사례로 만들어져 차곡차곡 쌓이면 인류에게 찾아온 지금의 위기는 더 나은 방식으로 더 오래 번영하는, 더 나은 사회를 맞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구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 있기를 소망한다.

▲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월 31일 열린 ‘2021년 P4G 서울정상회의’에 참석해 ‘탄소중립 물관리를 위한 굿 거버넌스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허 위원장은 “물은 행정구역을 넘어 유역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물 거버넌스에는 유역을 중심으로 물순환 체계에 속한 모든 분야 연관 주체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워터저널』 2021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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