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Ⅱ. 시민 안전을 위한 수돗물 유충관리 대책


“정수장 고도화·시민소통으로 수돗물 인식 높여야”

활성탄지서 정수지 향하는 후단에 방어막 설치 통해 유충 유입 방지
거버넌스 통한 시민참여 확대로 수돗물 불신 해소·음용률 향상 가능

▲ 독고 석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

Part 02. 수돗물 유충 관리 안전성 점검

연이어 터진 유충 사고, 대책 점검 계기

2020년 7월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 발생 사고가 터진 후 환경부는 그 해 9월 ‘수돗물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사후복구가 잘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한 달도 못 가 다시 제주 강정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제주에서 재발한 수돗물 유충 사고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후, 올해 4월 환경부는 전국 447개 정수장의 위생관리 실태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5개 정수장 최종 유출수에서 유충이 검출됐다. 환경부 검토 결과, 동일 취수원을 사용하는 경기도 연천군 연천정수장과 동두천시 동두천정수장은 원수 중 깔따구가 유입된 것이었고, 충북 제천시 고암정수장과 강원 화천군 산양정수장은 시설 노후화 및 미흡한 위생관리로 유충이 공기 중에서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 인천 공촌정수장(왼쪽) 및 부평정수장(오른쪽) 활성탄지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

활성탄지 관리 부실로 인한 유충 발생

앞서 인천 공촌·부평정수장, 제주 강정정수장의 운영상 문제점을 살펴본 결과 공촌·부평정수장의 경우, 방충망 설비 미비로 인해 유충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활성탄 크기 부적합, 활성탄 역세척 속도·주기 부적합, 스트레이너 크기 부적합, 수서곤충 제어를 위한 잔류오존농도 부적합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제주 강정정수장의 유충 발생 사고는 용천수와 하천수가 혼입되는 과정에서 유충이 유입된 운영상 문제로 모래여과층에서 제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더불어, 긴 역세척 주기(30일)로 인해 생긴 머드볼(mudball) 현상, 유량배분 미비로 인한 유량 편중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로 보아 수돗물 유충사고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기(공기)를 타고 정수시설로 성충이 유입되어 공정 중 산란, 유충이 성장하면서 각 가정으로 유입되는 경우이다. 인천·산양·고암정수장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상수원에 성충이 서식하다가 산란, 원수 중 유입해 발생한 것으로, 제주·연천·동두천정수장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원인이 어떤 것이었든 정수처리공정에서 잡지 못했다는 것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재 상수도 시설 수질기준에 유충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지만, 과연 시설기준만 변경한다고 해서 해결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깔따구, 높은 생존력 탓 사멸 어려워

사실 깔따구 애벌레(유충)는 공정상 차단해온 것이지 원수에 상존한다는 것은 정수장 근무자라면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유충은 이처럼 너무 흔해서 소위 다중장벽이나 제거장치를 만들어 철저하게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기후변화 관련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혹시 모를 곤충대증식과 같은 사태를 대비하려면 기존 공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깔따구 생태 특성을 살펴보면, 깔따구 애벌레는 수생생태계 중 가장 풍부한 파리목 중 하나로 모든 수생곤충의 25%를 차지한다. 서식 특성은 하천의 경우 10만 개체/㎡까지 증식가능하다. 활성온도는 외부 대기온도 영하 16℃(5천600미터 히말라야), 수심 1천 미터(바이칼 호수)에서도 살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생존력을 갖고 있다.

깔따구는 알, 유충, 번데기, 성충 순의 생애주기(라이프사이클)를 갖는다. 우선 깔따구의 알은 평균 300〜600개의 알이 한천질로 된 난괴로 산란 후 이틀 내로 부화한다. 진흙 속의 유기물을 먹이원으로 삼으며 깔따구 유충 기간은 수온과 수질에 따라 17〜27일까지 지속된다. 체액 속에 헤모글로빈의 1종 호흡색소가 함유되어 붉은색을 띤다. 유층집에서 3일간 유충에서 번데기로 변모하고, 성충이 된 후에는 3〜5일간 군무하며 생식한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깔따구 관련 연구에서 무엇보다 이목이 쏠리는 문제는 단연 깔따구의 인체 유해성 문제다. 다행히 한 해외자료(Anthony Olsen, 2004; Gerardi and Grimm 1982; Ali, 1991. Bay, 1993)에 따르면 “심미적 불쾌감에 대한 문제는 있으나 무척추동물 내 병원성 미생물이 인체에 직접적으로 유해하다고 보고된 바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향후 이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는 미국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자스를 비롯해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외에서 유충이 발생한 사례가 다수 있어 관련 논문자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 왼쪽부터 미국 오클라호마, 캔자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버클레이 지역 수돗물에서 유충 검출 모습.

대기 중 정수시설로 성충 유입 차단

유충 차단을 위한 방안으로는 우선, 위생안전 인증제도인 ‘ISO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과 식품안전관리제도(HACCP)를 도입해 특히 대기 중에서 정수시설로 성충이 유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방안이 있다. 정수장은 크게 밀폐형과 개방형으로 구분되는데, 개방형 정수장에 대해서는 이중문이나 포충기 등을 설치해 차단하자는 것이다.

또한 공정개선 측면에서 원수로 유입된 유충을 제거하기 위해 소독공정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해외자료를 보면 깔따구는 염소와 오존에 대한 저항성(생존력)이 상당히 크다. 현재 우리나라 먹는물 잔류염소 허용 기준이 0.1~4㎎/L 정도인데 깔따구는 8㎎/L에서도 30분가량 생존이 가능하며, 0.2~0.4㎎/L 정도로 유지되는 활성탄지 상충부 오존농도에서도 사멸하지 않는 저항성을 지니고 있다.

원수로 유입된 유충을 제거하기 위해 살충약품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영국의 경우, 활성탄지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살충제의 한 종류인 퍼미트린(permethrin)을 수질안전기준농도의 20분의 1로 공급해 깔따구를 제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현장적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암물질 등 오히려 인체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등 안전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정수장을 고도화하는 방안이 있다. 노후화된 정수처리공정을 현대화하는 데에는 일반적으로 정밀여과장치를 이용하거나 용존공기부상법(DAF)을 적용한 정수처리공정을 활용한다. 이 중 용존공기부상법은 미세한 기포를 이용해 물속의 고형물질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조류 및 난침강성 물질제거에 효과적이어서 추천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횡성·장성정수장에서 도입해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부산 명장정수장도 전처리로 도입을 설계 중이다.

정수장 고도화·다중 방어 강화 필요

 

해외사례 등을 참고하면서 국내에서 거론되는 바람직한 유충 차단 방안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활성탄지와 모래여과를 30㎝가량 두자는 것이 있다. 모래가 좋지 않다면 마이크로 스트레이너나 강한 거름망(거름시설), 예를 들면 약 10마이크로미터(유충 1령 크기와 유사)의 거름망을 설치하면 차단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유충경보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조류경보제와 달리 유충경보제는 경보 발생 시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줘 수돗물 사용과 음용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과 우려감이 든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시설이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문제가 발생했던 활성탄 여과지 끝단에 최종 방어막을 설치하는 등 기본으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유충의 정수장 유입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안은 활성탄여과지에서 정수지로 들어가는 후단에 최종 배리어(barrier), 이를테면 약 5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거름망을 설치해 유충 발생을 차단하는 방안이라고 판단된다. 물론 배수지에서 일부 유충이 들어가는 사례가 있지만 극소수의 상황이다.

수돗물 행정서 시민 소통 중요

한편 환경부는 지난 2019년 붉은 수돗물 사태 때 ‘수돗물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2020년 수돗물 유충 발생 사고가 터졌을 때에는 ‘수돗물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 두 가지 대책을 검토한 결과 기술 부문에서는 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국민소통 부문의 수돗물 행정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는 거버넌스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수돗물 행정에 시민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결국 시민의 수돗물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이 수돗물에 무관심한 이유는 수도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보니 수돗물 행정이 공급자 위주로 돌아가게 되고 시민의 참여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민참여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인사 및 예산 감축으로 이어지고 수도시설은 점점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열악해진 수도시설은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된다. 그러면 오늘날 붉은 수돗물 사태나 수돗물 유충 발생 사고와 같은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대거 투입된다. 과거에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 사태가 그랬다.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시민들이 평상시에도 수돗물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수돗물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는 결국 거버넌스를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2019년 수돗물 직접 음용률 5.7%

2019년 상수도 통계에 의하면 국내 수도 보급률은 99.1%에 달하지만 직접 음용률은 5.7%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 2019년 서울시 수돗물평가위원회가 실시한 한 수돗물 설문조사는 수돗물에 대한 수도종사자(전문가)와 일반 소비자(시민) 간 극명한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선 전문가의 경우 33.6%가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는 데 반해 일반 시민의 경우 2.1%만이 수돗물을 직접 음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돗물을 끓여 마시는 것 역시 전문가의 39.3%가 끓여 마신다고 답한 반면 시민은 15.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수(먹는샘물)를 마시는 비율은 전문가의 경우 8.4%에 불과한 반면 시민은 34%에 달했다. 이 밖에 정수기를 이용하는 비율은 전문가가 15.0%, 시민은 46.9%로 나타났다.

 

수돗물 분야에 많은 예산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수돗물종사자와 일반 소비자 간 음용률에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일방적인(공급자 위주) 수돗물 공급과 홍보방식에 있다. 전문가와 시민의 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산 투자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현대화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는 있으나, 시설이 개선됐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또 다시 붉은 수돗물이 나오거나 유충이 검출되면 시민은 앞으로 수돗물을 더 마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 수준 혹은 그 절반 수준까지라도 시민의 수돗물 음용률을 올릴 수 있는 세부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다행히, 올 6월 국가물관리기본계획를 정비해 제도적 여건은 갖춰져 있다. 계획을 들여다보면, 참여·협력·소통의 통합물관리 3대 혁신정책과 더불어 시민참여 플랫폼 구축, 시민참여센터를 통한 거버넌스 활용,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하는 수돗물 관리체계 구축 등 시민소통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물관리기본법」 제35조 2항과 제40조에는 시민의 활동, 특히 물 관련 거버넌스 활동을 지원하는 근거조항이 담겨 있다.

민·관 협력 통해 수돗물 불신 줄여야

물관리가 유역 중심으로 재편된 가운데, 정부는 이제 거버넌스를 통해 전문가와 시민 간 인식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관련 활동 지원, 정보 제공, 대화의 장 마련 등의 방안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민·관이 하나 되어야 시민의 수돗물 불신을 줄여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이 두 자릿수 수돗물 음용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끝으로, 기술적인 대안으로는 결국 활성탄지 후단에 안전한 거름망이 하나 있으면 된다고 판단된다. 현행 망사를 이용한 모니터링이 너무 오래된 방식이기 때문에 eDNA 또는 여러 가지 IT를 이용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해야 할 것은 공정별 생물증식 대응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이다.

또한 거버넌스 분야에서는 시민소통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하루빨리 만들어 대국민 수돗물 교육이나 학계·전문가·관계가 연계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책결정자를 비롯해 다양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노력이 요구된다.

[『워터저널』 2021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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