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통합물관리 시대, 탄소중립 실현방안


“하수관 온실가스 원인 ‘바이오필름’ 관련 연구 필요”

국내 하수관거 유래 온실가스 발생량 연간 1천만톤 추정…국내 연구 전무
바이오필름 억제·저감 기술, 탄소중립·기후변화 적응에 적용 시 기대효과 커

 

▲ 김 동 훈
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

Part 02. 기후변화 대응 하수관거 유래 온실가스 저감의  중요성

하수도, 인류 삶 영위에 중요 역할

온실가스는 하수관 내에서도 발생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하수관거 내 온실가스 발생량 산정치가 명확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수준이다. 과거 Non-CO₂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사업단 연구과제를 통해 가축분뇨 관련 연구를 4년 정도 수행하면서 분뇨 냉장보관의 가치를 발견했고, 이 아이디어를 하수도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축분뇨는 최종처리장으로 들어가기 전 가축사 아래 저장조에서 한 달에서 여섯 달 동안 저장된다. 축사 근처 냄새의 원인이 바로 이 저장조다. 저장조에 분뇨가 1〜6개월 동안 저장되는 동안, 축사에서는 이 분뇨를 가지고 고형연료를 만들어 쓰는 등 에너지화한다. 그런데 최장 여섯 달 동안 에너지를 만들고자 하는 물질들이 제대로 남아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냉장고에 저장·보관하는 방법이다. 어떻게 보면 엉뚱한 생각일 수 있지만, 분뇨를 냉장 보관하면 악취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기술이 될 수 있고, 미세먼지 저감까지 가능한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수도는 장티푸스, 콜레라, ARG 등 수인성 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고 도시 위생을 끌어올려 인류 평균 수명을 30년이나 연장하는 데 기여한 중요한 인프라다. 그런데 최근 하수도, 특히 하수관거는 나날이 민원 발생이 증가해 골칫거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악취 유발의 주원인이라는 인식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수관거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인프라다.

하수관 내 온실가스, 바이오필름이 원인

환경부의 국내 하수관거 유지관리지침 중 청소 및 준설에 관한 내용을 보면 △청소 및 준설은 연 1회 이상 실시 △하수 소통(疏通)에 지장이 없고 악취 발생 및 잡초 번성 등 비위생적인 요인 제거 △산소부족, 유해가스, 가연성 가스 유의 △고압세정기와 진공흡입기를 조합해 관거 청소 등이 주요 요령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하수도 내에는 많은 미생물과 병원균이 존재한다. 하수관 내 미생물이 관 벽면에 들러붙어 형성한 생물막을 ‘바이오필름(Biofilm)’이라고 한다. 바이오필름은 미생물(Cell biomass) 15%, DNA·우론산 1%, COD·미식별 35%, 부식물질 16%, 다당류 7%, 단백질 25%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다당류, 단백질 등을 전문용어로 ‘EPS(미생물체외분비물질)’라고 일컫는데, EPS 물질이 찐득찐득한 물성을 가져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하수관거 내 바이오필름은 생물반응조 역할을 해 유기물을 분해한다. 국내 가정에서 발생하는 하수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농도는 400〜500㎎/L 정도인 데 비해 하수처리장에 유입되는 하수의 COD 농도는 일반적으로 200〜250㎎/L이다. 수십 킬로미터(㎞)의 하수관거를 지나면서 COD 농도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하수관거 내에서 유기물이 분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오필름 안에 있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유독성 악취와 온실가스(CH₄, N₂O)를 일으킨다. 특히, 하수관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대부분 황화수소(H₂S)에 의해 발생하는데, 황화수소는 산화하면서(황산) 하수관을 부식시켜 싱크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한 산업 피해액이 미국에서만 연간 1조5천억 원에 달한다.

화학약품 이용 황화수소 저감 연구 활발

하수관 내 주요 악취배출원인 황화수소를 줄이기 위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많이 진행됐으며 일반적으로 화학약품을 이용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철(Fe2+, Fe3+)을 사용해 황(S)을 S0 또는 FeS(황화철) 형태로 침전 △수산화나트륨(NaOH), 수산화마그네슘(Mg(OH)₂)을 투입해 pH를 상승시켜 균의 생장을 억제 △질산이온(NO2-), 질산염(NO3-)을 이용해 황산염(SO42-)의 황화수소화 억제 등의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해외 연구 동향을 보면, 호주는 바이오필름 생성을 억제하기 위해 하수관거 표면에 미생물 부착을 어렵게 하는 코팅제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나 중국에서는 역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질소원을 투입해 황화수소 발생을 억제·저감하는 연구를 수행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하수도기술이 악취 배출, 즉 황화수소 저감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를 통해 공기주입식 SOB(Sulfur Oxidizing Bacteria) media 장치와 스프레이식 물 분사 방법을 이용한 악취저감장치를 개발했다. 공기주입식 SOB media 장치는 자연유착식 정화조 방류조에 공기공급장치와 SOB media를 설치함으로써 공기와 미생물을 이용하여 수중 악취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쉽게 말해 황화수소를 먹는 미생물을 이용해 후처리식으로 황화수소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스프레이식 악취저감장치는 미세노즐을 이용해 스프레이 방식으로 물을 분사, 악취를 저감한다. 이는 상수도관의 압력을 이용해 무동력 시스템으로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수도 규모 작을수록 메탄발생량 증가

최근 온실가스 및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면서 하수관거 유래 온실가스 발생량 산출 및 저감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온실가스의 주요 발생원은 메탄이다. 사람 장(腸) 내에서 메탄이 생성되는 것과 같이 바이오필름 내에 있는 혐기성 미생물들이 메탄을 생성한다. 하수관거 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연구는 국내에서 현재까지 전혀 진행된 바 없다.

해외사례를 보면 호주가 가장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호주에서 다양한 지역의 하수도를 대상으로 메탄 발생량을 산정한 결과, 연장, 직경, 평균유량 등 규모가 작은 하수도일수록 하수도 연장 당 메탄발생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호주에서는 연장 50㎞ 하수관거에 미생물을 억제하는 살생물제(Biocide)를 개발해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한 연구도 진행된 바 있다.

 
홍콩은 1㎏/㎥의 음식물쓰레기를 일부러 하수에 첨가해 하수관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음식물쓰레기가 하수관거에 유입되면 분해성 COD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아세트산염(acetate)과 수소(H₂)가 증가해 메탄 발생량이 약 60%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초음파를 이용해 바이오필름의 응집력을 약 30% 약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했다. 약화된 응집력으로 바이오필름의 부착력 또한 저하됐고, 이는 하수관 청소 효율 향상으로 이어졌다.

바이오필름 억제 기술 지속적 연구 필요

하수관거에서 유래하는 악취와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수동적인 방법과 적극적인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수동적인 방법은 황화수소와 메탄의 기화를 방지하고 이들 생성균의 활동을 억제시켜 고체 형태의 황(S)을 침전시키는 방법으로, 이미 발생된 황화수소와 메탄 배출을 저감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적극적인 방법은 바이오필름의 생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이다. 초음파를 이용해 바이오필름의 응집력을 약화시킨다거나 자외선(UV)을 이용한 살균, 전기를 이용한 산소 생성 등이 여기에 속하는 기술이다. 이와 관련해 아직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방법만 개발되면 물산업은 물론,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기술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바이오가스화 플랜트 효율 향상 가능

하수관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 모델링이나 실험데이터를 통해 도출된 적은 아직 없다. 그런데 앞서 서술했듯이 국내 가정에서 발생하는 하수의 COD 농도가 500㎎/L이고 실제 하수처리장에 유입되는 하수의 COD 농도가 200㎎/L이라고 대략적으로 설정했을 때, 관거에서 줄어든 COD 농도만큼 메탄이 생산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관련 계산식(Guisasola, A., et al., 2008)에 대입해 산정하면, 국내 하수관거 유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무려 1천만 톤 CO₂eq.에 달한다. 하수관거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이다.

환경부는 2010년부터 하수처리장 에너지자립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수처리장 에너지 자립화를 위해 주로 활용되는 방식은 하수처리장에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설치하는 것이다. 바이오가스화 플랜트에서는 슬러지를 가지고 메탄과 에너지를 만든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COD농도를 그대로 하수처리장까지 운반한다면 하수처리장에 더 많은 유기물을 공급해 바이오가스 플랜트의 에너지 생성량을 늘릴 수 있다.

하수 내 유기물 보존으로 산화 과정에서 필요한 송풍량이 늘어나기도 하겠지만 그 이상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관련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를 통해 최대 40%의 하수처리장 에너지 자립화가 가능하다. 이처럼 하수는 하수처리장에 도달할 때까지 에너지원이고 하나의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에는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하수관 유래 온실가스 관련 연구 필요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 빈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하수관거 균열 사고가 늘고 있다. 또한 계속되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하수관거 내 온도가 1〜2℃ 정도 상승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하수관거 내 온도가 상승하면 병원균의 개체수와 다양성이 증가하는 위험이 있다.

최근에는 항생제 사용량 증가로 하수관거 내에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다량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저항성 유전자가 생태계에 유출되면 생태계는 큰 혼란을 겪게 된다. 또한 전 세계 환경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하수관거 내에 미세플라스틱을 중심으로 병원균(미생물)이 많게는 5배 더 서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하수관거를 청결하게 관리하면서 관거로부터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면 탄소중립은 물론, 기후변화 적응에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수관거 유래 온실가스 저감 연구는 호주나 중국에서 연구되고 있기는 하나 전 세계적으로 보면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그러니 국내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자기장, 초음파, 자외선 등을 하수관거 내에 적용하거나 가정에서 나오는 하수를 열교환해 낮은 온도로 공급하면 하수관거 내 미생물을 억제하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연구를 수행해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 하수관거 유래 온실가스 발생량 산정 및 저감 기술을 선점하면 국가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에도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워터저널』 2021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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