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통합물관리 시대, 탄소중립 실현방안


“온실가스 감축 위한 효과적 에너지로 ‘수열’ 주목”

K-water, 2030년 탄소중립 목표로 광역정수장 43개소에 수열에너지 공급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수열 활용 위해 제도 개선·기술적 과제 해결 필요

 

▲ 김 현 한
K-water 그린에너지처장
Part 03. 국가 수열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사업현황 및 활성화 방안

탄소중립 위해 수열에너지 역할 부상

2050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물에너지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수열에너지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면서 수열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됐고 지난해 6월 환경부 국무회의에서 친환경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다.

또한 올해 3월에는 「하천법」과 「수계법」이 개정되어 수열에너지에 대한 물이용부담금 면제, 하천수 사용료 감면 등으로 수열에너지 확산 저변이 마련됐고, 시공기준 내 하천수를 포함하도록 수열 설비 시공기준도 개정됐다. 아울러 2050 탄소중립 선언 및 국제적인 기후위기의 정책기조 강화를 위해 탄소중립 추진전략이 수립되고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다.

수열에너지는 물의 온도가 여름철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에는 대기보다 높은 특성을 활용, 물을 열원 삼아 겨울에는 난방으로, 여름에는 냉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다. 물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능력이 매우 커서 냉방 시 전력투입량 대비 약 4배 정도의 냉방효과를 내고 난방 시에는 약 세 배 정도의 난방효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냉난방 대비 에너지 절감 효과 커

국내 온실가스의 25%는 건축물에서 발생하며 그 중 냉·난방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율이 64%에 달한다. 또한 직장인의 근무활동별 온실가스 배출 비율은 조명 2.9%, 비사무용 기기 2%, 출퇴근 28.3% 등이며, 냉·난방이 각각 20.6%, 33.9%다.

이에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건축물의 연간 사용 에너지량의 4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고,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2020년 1월부터 연면적 1천㎡ 공공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화 내용을 명시했다. 이 가운데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건축물 신재생에너지 관련 법규를 준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에너지원으로 수열에너지가 주목 받고 있다.

수열에너지의 도입 시 장점은 인근 원수관로나 하천, 댐에서 에너지원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고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 등 대기오염물질 감축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흡수식 냉난방 대비 30% 정도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어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건물 냉방을 위한 냉각탑이 필요 없어 △소음·진동 피해 제거 △열섬·백연현상 완화 △건물 하중감소 △냉각수·동력비 절감 등 환경적·공간적·경제적 장점이 있다.

2006년 최초 수열에너지 도입·활용

K-water는 2006년 주암댐 발전소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성남정수장, 밀양정수장, 송전정수장 등 전국 13개 사업소에서 수열에너지(하천수)를 활용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뒀다. 사업완료 사업장을 대상으로 효과분석을 실시한 결과, 확보한 수열용량은 냉난방 부하 약 693RT(냉동톤)에 달한다.

K-water의 수열에너지는 롯데월드타워에도 쓰이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2014년부터 국내 최초로 광역상수도 원수(수도권 1단계 5만㎥/일)를 활용해 전체 냉난방 용량의 10%인 3천RT 정도를 수열에너지로 공급 중이다. 이를 통해 롯데월드타워는 에너지 사용량을 35.2%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38.5%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 롯데월드타워는 2014년부터 국내 최초로 광역상수도 원수(수도권 1단계 5만㎥/일)를 활용해 전체 냉난방 용량의 10%인 3천RT 정도를 수열에너지로 공급 중이다. 이를 통해 롯데월드타워는 에너지 사용량을 35.2%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38.5%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출처 = 롯데건설]

또한 환경부 시범사업으로서 한강홍수통제소와 한강물환경연구소에 수열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4월 준공된 한강홍수통제소 시범사업의 경우 하천수(광역원수)를 이용해 약 100RT의 수열에너지 대체 효과를 거뒀으며, 올해 6월 준공된 한강물환경연구소 시범사업은 하천수(직접취수)를 이용해 60RT 정도의 수열에너지로 대체했다.

▲ 한강 홍수통제소 수열에너지 공급 시범사업 시설. 사진 왼쪽부터 수열에너지 공급관로, 히트펌프, 열교환기.

안정성 검증·기술 고도화 노력 지속

더 나아가 K-water는 안정성 검증 및 기술고도화를 통해 수열에너지 확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정성 검증의 일환으로 K-water는 2010년 ‘동절기 수온저하에 따른 수열시스템 영향 연구’를 통해 성남정수장에 파일럿 플랜트를 구축, 축열조(원수라인과 열교환)를 활용한 열교환기로 결빙을 방지했다.

2019년에는 ‘수열이 정수장 수처리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 대청댐 및 팔당댐 원수를 대상으로 수처리 공정효율을 평가한 결과, 원수 최고수온인 37.5℃까지 수온별 탁도 제거율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1년 ‘수열이 하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통해 부산 에코델타시티(EDC) 수열로 평강천 수온 변화 모델링을 수행한 결과 최대 ±5℃의 수온변화에 따른 수생태계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열에너지 기술고도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수열 프리쿨링형 공조화 시스템 개발 △수열을 활용한 수처리 공정 개선기술 개발 △500RT급 대용량 수열 히트펌프 개발·실증 3개 사업을 국가 연구개발(R&D)로 추진 중이다. ‘수열 프리쿨링형 공조화 시스템 개발’ 사업은 48억 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댐 심층수를 열원으로 활용하는 프리쿨링형 공조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개발된 시스템은 강원도 수열융복합클러스터 데이터센터 냉방에 활용할 계획이다.

‘수열을 활용한 수처리 공정 개선기술 개발’ 사업은 2023년까지 35억 원을 들여 막여과 공정 및 농축폐수 승온시설에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개발된 기술은 산업용수 및 고도정수처리시설에 확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500RT급 대용량 수열 히트펌프 개발·실증’ R&D는 500RT, COP(성능계수) 5.2 이상의 고효율 대용량 히트펌프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개발 후 K-water 한강유역본부 내에서 실증할 계획이다.

‘수열에너지 보급사업’ 추진 계획

환경부가 올해 발표한 ‘친환경 수열에너지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2050년까지 수열에너지 2GW를 도입해 연간 2천138GWh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54만7천 톤의 CO₂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국가 수열에너지 개발 목표량을 2025년까지 250㎿, 2030년 1천㎿, 2040년 1천500㎿, 2050년 2천㎿로 단계적으로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정부 계획에 발맞춰 K-water는 수열에너지의 초기 투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 수요를 기반으로 한 국고지원 사업인 ‘수열에너지 보급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형 건축물(건물지원)이나 지자체(지역지원)를 대상으로 수열 인입관로 공사비, 건축물 내 냉·난방 설비 설치비 등 수열에너지 사업비의 국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천수를 이용해 추진 중인 대표적인 사업으로 강원도 수열 융복합 클러스터가 있다. 수열 융복합 클러스터는 소양강댐 심층수 24만1천㎥/일를 이용해 대형 데이터센터 3개소, 중형 데이터센터 3개소, 스마트팜에 약 1만6천500RT의 수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20년부터 2027년까지며 완공 시 전력 사용량을 최대 82%까지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43개 광역정수장 탄소중립 100% 목표

K-water는 또한 강원도 수열 융복합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절감이 우수한 댐 심층수를 활용해 수열 기반의 데이터센터 집적단지를 권역별로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2000년 53개에서 2019년 158개로 폭증하고 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해 연중 7〜13℃ 내외를 유지하는 댐 저층부의 냉수를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해 전력 에너지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계획이다.

 
열원별 시범·선도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해 수열사업 효과가 검증되고 사업활용 성과가 확산되면, K-water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나 삼성서울병원, 국회의사당,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등 수도권을 비롯해 청주, 장흥, 부산 등 전국적으로 수열에너지를 확산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K-water가 운영 중인 43개 광역정수장에 대해서도 2030 탄소중립 달성률 100% 달성을 목표로 수열에너지를 공급해 2030년까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65만1천 톤, 미세먼지 발생량을 767톤을 저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열원 냉난방을 도입해 정수장 전력사용량을 절감하고, 정수장 여유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열에너지 관련 제도·기술 보완 필요

다만 수열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정부와 공공기관 중심의 수열사업 추진 성과를 민간으로 확산하기 위해 현재 연면적 1천㎡ 이상 공공건축물만을 대상으로 의무화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연면적 500㎡ 이상 민간건축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건축물에너지평가프로그램(ECO2) 내에 수열에너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에너지자립률 계산이 어렵고, 2019년 10월부터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은 하천수 수열에너지에 대한 제도 보완이 미진한 상황이다. 이에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기준을 보다 신속하게 수립해 ECO2에 수열에너지를 등록하고 인증기준에 반영해야 한다.

수열에너지의 인정 범위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수열, 지하 유출수열(용출수) 등 미활용 열에너지가 다수 산재하고 수요 또한 증가하는 추세로, 철저한 수요·사례 조사를 바탕으로 법 개정을 통해 이들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현행법 상 수열에너지는 히트펌프 활용이 필수인데, 열교환기만을 활용한 프리쿨링 냉방 기술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다양한 수열원에 대한 수열시스템 기술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일례로 하천수 수열시스템의 기술기준을 마련할 때에는 취·배수 여건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취수관과 방류관의 적정 이격거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방류된 수열원이 취수부와 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안정적인 수열 공급을 위해 수열시스템 운영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원수관로에서 단수 발생 시 수열 취수·방류관을 복선 시공한다든지, 관로사고가 발생했을 때 부단수 복구 방법 등의 운영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열·지열·흡수식냉온수기·보일러 등 다열원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 계절별 원수 온도조건을 반영한 프리쿨링·히트펌프 연계 방안을 마련하고 홍수기 및 기상현상에 따른 이물질 유입방지를 위해 적정 스트레이너 선정·도입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워터저널』 2021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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