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Forum   물산업 고부가가치화 위한 디지털 전환


“자일럼, ‘디시전인텔리전스’ 통해
디지털 워터 솔루션 제공”

디지털 플랫폼과 머신러닝 접목…현 상태 분석하고 발생가능한 사고 예측·알림
관리자 의사결정·실행 지원해 예산절감 가능…미국·중국·독일 등지서 효과 입증

 Part 02. Harnessing the Power of Decision Intelligence(의사결정 인텔리전스 역량 강화)

▲ 이 석 용
자일럼워터솔루션코리아 사장

디지털 워터 컴퍼니로 혁신 도모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물기업 자일럼(Xylem)은 전 세계 7개 대륙, 150개국 이상에서 1만6천 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매출은 약 6조 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2018〜2019년 2년 연속 『포춘(Fortune)』이 선정한 ‘세상을 바꾸는 기업(Change the World)’에 들 정도로 물 분야에서는 사업 규모가 크다.

2011년 ITT(International Telephone & Telegraph) 수자원 사업 부문에서 분사한 자일럼은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플리트(FLYGT), 레오폴드(Leopold), YSI, WTW, 세니테어(Sanitaire), 로와라(Lowara), 하이팩(HYpack) 등 브랜드를 인수·합병하면서 성장한 전통 기자재 제조 기업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퓨어 테크놀로지(Pure Technologies), 센서스(Sensus), 비센티(Visenti), 엠넷(Emnet) 등 디지털 플랫폼 회사를 인수·합병하며 디지털 워터 컴퍼니(Digital Water Company)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 퓨어 테크놀로지는 누수 탐지 디지털 플랫폼을, 센서스는 스마트 미터링, 엠넷은 상하수도 분야 디지털 플랫폼, 비센티는 상하수도관망 진단·예측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비용효율적 시스템 구현 필요성 증대

기업은 일반적으로 물 인프라(Water Infrastructure) 정책을 결정할 때 △공정 안정성(Process Stability) △시스템 회복탄력성(System Resilience) △비용 적정성(Affordability)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이른바 ‘트릴레마(Trilemma)’에 빠진다.

공정의 안정성은 수자원 인프라의 안정성,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은 인구변화나 기후변화, 시설 노후화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도를, 비용의 적정성은 예산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 이석용 자일럼워터솔루션코리아 사장의 ‘Harnessing the Power of Decision Intelligence’ 주제발표 모습. [사진제공 = 한국물산업협의회]

현재 많은 기업이 공정의 안정성과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을 보다 비중 있게 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정 안정성-시스템 회복탄력성’ 목표는 비용의 적정성을 최하위 고려요소로 삼는 만큼, 예산을 기획하고 편성하는 과정에서 불분명하거나 과도한 지출을 초래할 수 있다. 그야말로 ‘가성비 떨어지는(Unaffordable)’ 상황이 벌어진다.

미래에는 비용 적정성의 중요성이 증가해 시스템의 회복탄력성과 비용의 적정성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프라 노후화, 인구변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비용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머지않아 기업의 필수적인 달성과제가 될 것이다.

시스템 탄력성·비용절감 위한 전략 수립

자일럼은 ‘시스템 회복탄력성-비용 적정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섯 가지 상호 연결된 전략을 수립했다. 첫 번째 전략은 ‘시스템 상 손실 저감(Reduce System Losses)’으로 시스템 내에서 누수 등으로 수도요금을 징수할 수 없게 된 물, 즉 무수수량(Non-revenue water, NRW)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개선사항을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발굴해 제시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전략은 ‘선제적인 자산관리(Proactively Manage Your Assets)’로 자본투자(capital investments) 효과를 증대시키고 시스템 장애요소를 줄여 리스크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 번째 ‘취수원부터 수용가까지 수질 보장(Ensure Quality From Source to Tap)’ 전략은 에너지와 운영비용을 최적화하면서 식수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네 번째 전략 ‘도시 지역 물관리(Manage The Urban Watershed)’는 도시 유역의 물관리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하·폐수를 안전하고 비용 효과적으로 회수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전략은 ‘물평등 증진(Advance Water Equity)’으로 시스템 운영과 이해관계자 정책 목표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마지막 ‘데이터 제어 강화(Gain Control of Your Data)’ 전략은 물 관련 인프라나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가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 데이터가 갖는 변용성(fungibility)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다.

디지털 솔루션 제공해 의사결정 지원

자일럼은 물산업 분야 디지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이들 여섯 가지 전략을 고수준(high level) 전략으로 설정하고, ‘디시전 인텔리전스(Decision Intelligence)’라는 자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에게 접근하고 있다. 디시전 인텔리전스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지능(DI) 개념에 디지털 플랫폼과 머신러닝을 접목시켜, 현 상태를 분석하고 향후 발생가능한 상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디시전 인텔리전스’는 현재 상태 감지(Sense), 발생가능한 상황 예측(Predict), 의사결정 및 실행(Act)의 세 단계를 거쳐 구현된다. 인프라나 시스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이나 시뮬레이션 모델링 등 고급 데이터 분석을 실시하고, 이상이 감지될 경우 실시간 제어·대응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의사결정자가 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조치를 취하도록 도와주는 접근법이다.

디시전 인텔리전스의 3단계 접근법을 자일럼의 여섯 가지 전략에 대입해 살펴보면, ‘시스템 상 손실 저감’ 전략에서는 연속·다중 매개변수 모니터링 등으로 현재 상태를 감지하고, 가상 DMA를 통한 모니터링으로 고급 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후, 누수와 같은 문제점을 실시간으로 가시화해 사용자에게 알리고 관련 대응 및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실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시 물 유틸리티에서 디시전 인텔리전스를 통한 디지털 솔루션 적용으로 하루 2만7천㎥의 누수를 저감한 사례가 있다.

자산관리로 예산 지출 생산성 극대화

‘선제적 자산관리’ 전략에서는 공신력 있는 개방형 데이터를 확보해 최적화된 시스템 수명 주기를 도출하고, 트리플 바텀 라인(Triple bottom line) 우선순위를 설정해 위험에 기반한 자산 갱신 권장사항을 제시한다. 주의가 필요한 우선순위 자산에 집중해 예산이 계획된 대로 지출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예산 지출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메릴랜드주 하워드 카운티(Howard County)는 상수도관망에 압력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데 디시전 인텔리전스를 활용, 송·배수관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와 향후 발생가능한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압력변화 감지 시 사고발생 이력을 추적하고, 디지털 트윈이나 머신러닝을 통해 관의 파손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예측해 관리자가 인프라·자산 손실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취수원부터 수용가까지 수질 보장’ 전략에서는 취수한 물이 수용가로 전달되는 과정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밸브나 에너지, 펌프 구성과 관련된 권장사항 등을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 관리자가 수질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도와준다.

미국 미시간주는 배수지에서의 수위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데 디시전 인텔리전스를 활용, 생산된 물이 어느 곳에 얼마나 머물다가 수용가로 전달되는지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물의 생산 일자와 사용량 변화에 따라 펌프 전력량을 효율적으로 제어해 사용자가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디지털 트윈 활용 예산 획기적 절감

‘도시 지역 물관리’ 전략에서는 도시 유역에서 수집된 물 관련 데이터를 분석 엔진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직관적인 시스템 인사이트(insight)를 제공한다.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건에 관리자가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실시간 제어 기능을 제공해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한 예로 독일 내 인구 약 40만 명이 거주하는 한 도시에서는 지역 하수처리장에 설치된 송풍기를 비롯해 기자재의 전력량 데이터를 수집한 후, 이들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예측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와 동시에 수도사업자가 정부의 하·폐수 방류수 배출기준을 충족하면서 하수처리장을 운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미국 사우스밴드시에서는 도시 월류수 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을 얻었다. 사우스밴드 시정부는 월류수 제어를 위한 토목공사 및 시설투자 비용으로 당초 약 1조 원을 예상했다. 그러나 디지털 인텔리전스를 적용해 강우 조건에 따른 밸브·펌프 제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디지털 트윈으로 향후 예상 강우량을 예측해 그에 맞는 운영방안을 적용하면서, 문제 해결에 드는 비용을 약 5천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데이터 통합한 자산관리 솔루션 제공

‘물평등 증진’ 전략에서는 소비자에게 추가 요금 지불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수도사업자가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계량기와 관련된 검사 리포트를 구현한다. 계량기 데이터와 이용자 요금 정보를 통합하고, 계량기 성능(오차·고장·작동) 및 각종 불일치 패턴을 분석해 성능이 떨어지는 계량기 유무, 계량기 교체·수리 일정, 연체·미납 해소를 위한 전략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정보를 파악해 수도사업자는 다음 연도 수도사업 계획 수립 때 해결책을 마련해 반영하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미국의 한 도시에 솔루션 적용 6개월 동안, 약 7억 원에 달하는 추가 소득이 발생했다. 지자체보다 물을 많이 사용하는 대규모 상업시설이나 산업단지에서는 이보다 훨씬 큰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 제어 강화’ 전략에서는 각종 물 관련 인프라나 시스템에 산재해 있는 IT 기술과 데이터를 하나의 전자 시스템(허브)으로 통합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선순위 자산을 구분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시간 경과에 따른 자산 성과를 분석하고, 분석결과를 토대로 자원·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미국 덴버시에서 디지털 솔루션 플랫폼을 활용한 IT 통합으로 인적 자원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예산 약 200억 원을 절감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자일럼의 디시전 인텔리전스는 보다 유연한 시스템을 구현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물산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자일럼의 물사업 추진방향이다. 자일럼은 앞으로도 기술개발에 매진하면서 다양한 적용사례를 확보해 나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시전 인텔리전스와 같은 디지털 솔루션은 앞으로 물문제를 최소 예산으로 획기적으로 개선 가능케 하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워터저널』 2021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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