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이경수 박사

전문가 기고

“개천을 잘 관리해야 강(江)이 산다”

옛 물길 보존 위한 법적 근거 없어 관리 방치…실개천·개울·도랑 등 용어도 혼용
명확한 기준으로 구분되지 않고 환경지도 상에서는 ‘구거’로 통일해 표시해 문제
유역 통합물관리 위해 법제도 마련해 관리하면 수량·수질·수생태·재해예방에 효과

▲ 류 재 근 박사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 회장
·본지 회장
·전 한국물환경학회 회장(현 고문)
▲ 이 경 수 박사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시설연구사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이사
·한국교통대학교 공학박사(토목공학)

1. 하천의 구분

하천(River)은 지표면에 내린 빗물 등이 모여 흐르는 물길로서 「하천법」 제7조(하천의 구분 및 지정) 제2항 및 제3항에 따라 국가하천(Rivers of state) 또는 지방하천(local river)으로 지정된 것을 말하며, 하천구역과 하천시설을 포함한다. 또한 하천은 공공의 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규모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명칭과 구간을 지정 및 관리하고 있다.

하천의 분류기준을 보면 국가하천의 경우 국토보전상 또는 국민경제상 중요한 하천으로 △1. 유역면적 합계가 200㎢ 이상인 하천 △2. 다목적댐의 하류 및 댐 저수지로 인한 배수영향이 미치는 상류의 하천 △3. 유역면적 합계가 50㎢ 이상 200㎢ 미만인 하천 중에서 인구 20만 명 이상의 도시를 관류(貫流)하거나 범람구역 안의 인구가 1만 명 이상인 지역을 지나는 하천이다.

지방하천은 지방의 공공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하천으로서 시·도지사가 그 명칭과 구간을 지정하는 하천을 말한다. 「소하천정비법」에서는 「하천법」의 준용을 받지 않는 하천 중에서 일시적이지 않은 유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하폭 2m 이상, 하천연장 500m 이상인 하천을 소하천으로 정의하며, 도지사·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명칭과 구간을 지정 및 관리한다.

「소하천정비법」은 1995년 1월 당시 내무부가 국가의 제도적인 관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소하천이 각종 쓰레기 투기, 생활하수와 축산폐수 등 유입으로 황폐화되는 것을 막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한 법이다. 이에 따라 제도권 내에서 정비사업, 점용허가, 유지관리 등 국고지원에 대한 법적근거를 갖게 됐다.

2. 개울과 시내로 불리는 강의 근원, 실개천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마을 주변에 위치한 작은 물길을 ‘도랑’이라고 지칭해 왔다. 사전적 의미로는 매우 좁고 작은 개울이라고도 하며, 개천, 실개천, 소천, 시내, 개울 등으로도 불린다. 다시 말해 큰 하천이 없는 농촌의 물길을 도랑이라고 부르며, 대체로 농촌 혹은 산지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랑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는 ‘밭고랑의 방언’이다. ‘고랑’이란 땅과 땅 사이 길고 좁게 들어간 부분을 의미한다. 갈아놓은 밭에서 두둑하게 올라와 있는 부분을 ‘이랑’이라 하는데 이것의 반대 격이다. 이를 토대로 볼 때 도랑이란 건너뛸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폭의 물길을 말하며 특히 논이나 밭 사이에 물이 흐르도록 파놓은 물길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립국어원이 2014년 발행한 국어연감 중 홍윤표 전 연세대 교수가 쓴 글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도랑은 ‘폭이 매우 좁은 작은 개울’을 뜻하지만, 어느 정도 작은 개울을 지시하는지 알기 힘들다. 물이 흐르는 곳에 ‘개천, 개울, 내, 시내, 돌, 도랑’ 등의 이름이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작고 폭이 좁은 곳이 ‘도랑’이다. ‘개천, 개울, 내, 시내’는 논이나 밭에는 없는 것이고, ‘도랑’은 주로 논과 밭에만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한 우리 속담 중에 ‘도랑 치고 가재 잡다’라는 속담이 있다. 도랑을 말끔히 치우고 난 다음 아무 것도 없는 데서 가재를 잡으려 한다는 뜻으로, 일의 차례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애쓴 보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농사에서 물을 대고 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랑을 쳐서 물이 잘 흐르도록 하고 가재도 잡는다는 ‘일석이조’와 같은 의미로도 사용된다. 도랑 치는 것이란 논밭에 물길을 내는 행위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개울이란 우리말샘 국어사전에 따르면 ‘골짜기나 들에 흐르는 작은 물줄기’라고 나와있다. [그림 1]은 우리문화신문 2015년 2월 24일자에 게재된 고(故) 김수업 교수의 칼럼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에 실린 이무성 한국화가의 ‘개울과 시내’이다. 칼럼에 보면 “도랑이 흘러서 저들끼리 여럿이 모여 부쩍 자라면 그것을 ‘개울’이라 부른다. 개울은 제법 물줄기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거기에서 걸레 같은 자잘한 빨래를 하기도 한다”라고 나와있다.

▲ ※자료원: 김수업(2015)에서 재인용.

또한 “개울은 한 걸음에 바로 개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개천’ 곧 실처럼 가는 개천이 되었다가 거기서 몸을 키워서야 되는 것이다”라고도 하고 있다. 즉, 개울이 실개천이 되고 개천이 된다는 것이다. 류재근 전 국립환경과학원장의 글에서도 “실개천은 약간의 난류를 일으키면서 연속적으로 흘러내리는 작고 수심이 얕은 개울을 일컫는다”라고 나와있다.

종합하면 ‘도랑-개울-실개천-개천-하천’ 순서로 하천의 크기를 정리할 수 있다. 도랑은 논과 밭에 작게 나 있는 물길을, 개울이란 도랑이 모여 미역 감을 정도의 물줄기를 말한다. 이 개울이 실개천으로 흘러 커져야 개천이 되고 하천이 되는 것이다.

3. 실개천, 개울, 도랑의 연구

실개천, 개울, 도랑 등과 같은 옛 물길과 관련된 연구는 용어에 대한 불분명한 정의로 인해 많지 않은 실정이다. 2000년대 들어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소유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실개천, 개울, 도랑 등의 수생태계 보존에 관련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 중 도랑 규모에 대한 정의와 현황조사에 대한 연구로, 이용곤(2011)은 대하천 상류에 존재하는 소하천 중에서 생태환경적으로 정부의 관리를 받지 않고 있으면서 폭이 5m 내외, 평균수심이 최소 10㎝ 이상인 농촌 마을 앞을 지나는 하천을 도랑이라 정의했다.

▲ 도랑(왼쪽)과 개울(오른쪽) 사진.

또한 이상훈(2001)은 마을을 낀 작은 개울을 도랑이라 칭하며, 보통 폭이 2〜3m 이하, 길이는 500m 정도 규모를 지닌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러한 도랑이 현행 정부의 「하천법」이나 「소하천정비법」에서 따로 규정해 관리되지 않고 있어 체계적으로 관리할 법적 근거 없이 소하천, 실개천 등으로 혼용되고 있는 실정임을 지적했다.

▲ ※자료원: 이상혁, 2014.

금강유역환경청(2011)은 도랑을 Strahler ordering의 하천차수관점과 GIS를 활용한 방법으로 공간정보학적으로 접근해 체계적으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한 바 있다. [그림 2]는 금강유역환경청(2011) 등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도랑의 공간적 규모에 대한 개념적 모식도다. 금강유역환경청(2011)은 수치표고모델(DEM)을 이용해 생성된 물길을 유역상류에 존재하는 Strahler ordering의 하천차수 지정방법을 적용해 1차 및 2차 하천이 3차 이상의 하천과 만나는 지점을 도랑 출구로 해 도랑을 추출한 바 있다.

현재까지 실개천, 개울, 도랑 등과 같은 옛 물길에 관한 연구는 단순히 현황조사가 이뤄져 왔을 뿐, 이러한 옛 물길이 갖고 있는 공학적 의미와 가치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처럼 실개천, 개울, 도랑 등에 대한 관심이 미치지 못하면서 이들에 대한 법적·학술적 규정은 아직까지도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나라 하천 체계에서 실개천, 개울, 도랑 등의 위상을 고려하면 법으로 정의되는 하천 중 가장 작은 규모인 소하천보다 작은 물길로 법적인 규정이 없는 비법정(非法定) 하천에 속한다(이상혁, 2014).

4. 실개천, 개울, 도랑과 같은 옛 물길 관리의 문제점

실개천, 도랑과 같은 옛 물길은 마을의 역사와 문화, 하천, 강의 근원이며 발원지다. 이러한 옛 물길은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서식처이자 생명을 부양하는 공간으로 자연적인 공간으로 여겨진다. 최근 여가와 휴식을 위한 생태적 서비스를 즐기고자 하는 요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므로 옛 물길의 건강성과 생태계 가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가 커지고 있다(이용곤 등, 2011).

선진국들의 하천관련 정책은 전통적인 개발 위주의 수해예방과 물이용에서 벗어나 하천에 더 많은 공간을 부여하고 물순환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환된지 오래다. 이러한 변화는 수해예방과 물이용 역시 하천생태계 본래의 모습과 특성을 회복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의 결과로 풀이된다(황순진, 2009).

그러나 우리나라 도랑 및 실개천의 경우 「하천법」이나 「소하천정비법」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체계적으로 관리할 법적 근거 없이 소하천, 도랑, 실개천, 구거(溝渠) 등을 혼용하고 있다. 도랑 대부분은 마을단위의 농촌지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령화 및 인구감소 등의 영향으로 사람들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하·폐수, 축산폐수, 쓰레기 등으로 오염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실개천, 개울, 도랑 등에 대한 법·제도 미흡, 예산 부족 등으로 관리가 소홀한 실정이다(이용곤 등, 2011). 그 옛날 실개천에서 물장구 치고 빨래하던 모습은 이젠 완전히 사라지고 사람들의 먹는물마저 위협하고 있다.

특히, 법정 하천인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과 투자가 미흡하고, 방치되어 예전의 모습을 상실한 상태다. 도랑은 지하수, 하천 등과 이어지므로 오염물질의 유입, 복개, 인공구조물 설치, 건천화 등으로 훼손된 도랑의 환경개선은 수생태계 건강성 개선과 밀접하다.

또한 하천은 재난과도 밀접하다. 2020년, 여름철 사상 유래 없는 긴 장마(54일)로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읍·면·동 단위의 농촌, 산림지역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농촌, 산림지역에서 발생한 총 사망·실종자는 40명에 달한다. 장기간 장마와 정체전선 이동으로 전국이 집중호우 영향권에 포함되어 10년 만에 최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인데, 피해 유형 대부분이 산사태 또는 하천 급류 피해다.

▲ 경기대 인근 개천 모습.

이때 역시 피해는 주로 미정비 하천 또는 도랑과 같은 농촌지역 비법정 하천에서 발생했다. 주된 피해원인으로는 유량 증가 및 유송잡물로 통수능력이 저하된 도랑·배수로 등을 확인하거나 정비하던 중 실족으로 인한 인명피해였다. 또한, 피해지역 모두 2020년 여름철 풍수해 대응 재해우려지역(인명피해우려지역 등 2천589개소)에 포함되지 않는 등 모두 위험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관리 외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또한 하천 범람, 호안 붕괴, 급류, 내수 침수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역이 자연재해위험지구(침수·유실)로 미지정된 지역이다. 이처럼 하천을 중심으로 한 풍수해 재난에 취약한 행정 최일선 읍·면·동의 관리가 미흡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소하천으로 합류되기 직전의 하천인 개천, 실개천 등 소규모 하천은 물관리에서 가장 기본으로 취급되지만, 전국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인공화된 구거(溝渠) 또는 개천, 실개천, 시내, 개울, 도랑 등으로 혼용되고 있으며, 명확한 기준으로 구분되지 않고 환경지도 상에서 구거로 통일되어 표시되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5. 결론 및 제언

2018년 6월 물관리 일원화에 따른 부처별 하천관리로 국가·지방하천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관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소하천은 행정안전부, 발전댐은 산업통상자원부, 농업용저수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를 맡아 관리주체가 분산되어있다. 게다가 실개천, 개울, 도랑 등은 관리대상과 주체가 정해져 있지 않다.

실개천, 개울, 도랑 등과 같은 옛 물길은 지역적인 특성이 두드러지고 그 기능 및 기후적인 여건 또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국가·지방하천 또는 소하천에서 축적된 자료를 이러한 옛 물길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하천정비, 복원 등 하천관리는 반드시 유역규모에서 실행되어야 하며, 철저한 계획 및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하천과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기본방향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황순진, 2009).

실개천과 도랑은 유역의 실핏줄이자 하천의 뿌리로서 국가·지방·소하천에 비해 관리가 가장 미흡한 상태다. 특히, 「하천법」이나 「소하천정비법」에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관리할 법적 근거 없이 구거, 실개천, 개울, 도랑 등의 용어를 혼용하고 있다. 유역 통합물관리를 위해서 이와 같은 옛 물길을 법에서 정의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수량, 수질, 수생태, 재해예방 등을 유기적으로 관리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강의 근원인 실개천, 도랑과 같은 옛 물길의 오염과 방치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의 진리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하천법」 등 개정을 통해 용어를 정리하고 건강한 수생태계 보전과 안전한 하천관리를 시작해 청정한 생태계에서 흐르는 샘물 소리를 후대에 물려주길 바란다.

둘째, 도랑·실개천 등과 같은 옛 물길은 하천이 시작되는 곳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제도적 기반 마련 등을 통해 도랑, 실개천 등의 실태조사와 정화·복원사업을 활성화해 하류의 소하천, 지방하천과 국가하천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소한 소하천으로 합류되기 직전의 하천인 실개천·개천에서부터 점차적으로 시작되기를 권한다.

셋째, 읍·면·동 마을단위 지역에서 집중호우 발생 시 안전수칙 부실, 배수용량 초과, 범람, 위험지역 출입통제 미흡 등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구거 및 실개천, 도랑 등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천개수와 함께 비상시 대피 및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도랑과 실개천은 6〜9월까지 여름철에는 물이 흐른다. 그러나 11월 벼 수확 후 논에서 물 대기를 하지 않고 물을 빼면 하천은 건천화가 6개월 이상 유지되어 저서생물과 어류가 서식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도랑 및 실개천과 같은 옛 물길이 살려면 벼 수확 후 논에 물을 대야 농수로에나 개천에 물이 흘러 물고기가 잘 살고 봄에는 개구리, 두꺼비 산란의 장소가 될 수 있다. 늦기 전에 개천을 자연 상태로 되돌려 생태계가 살아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References)

·국립국어원(2014). 국어연감.
·김수업(2015).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개울’과 ‘시내’, 우리문화신문(2015.2.24.)
·이용곤(2011). 경상남도 도랑살리기 현황과 과제, 경남발전연구원.
·이용곤, 김영택, 박상술, 주기회, 이상용(2011). 경상남도 도랑살리기 현황과 과제, 정책포커스, 경남발전연구원, p. 1-44.
·이상혁(2014). 도랑의 생태환경성평가 지표의 개발, 충북대학교, 공학석사 학위논문.
·류재근(2021). 하천법에 소하천의 정의가 제대로 정립되어 하천관리를 제대로 해야한다. 환경칼럼, 류재근 박사의 네이버블로그(www.blog.naver.com/ryu1773).
·황순진(2009). 하천 생태복원에 있어 소하천의 중요성, 물과미래, 제42권, 제5호, pp. 38-4
금강유역환경청(2011). 금강유역 도랑 실태조사 및 복원사례 모델제시 연구.

[『워터저널』 2021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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