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 Seminar


한국행정연구원, ‘제33차 공공리더십 세미나’ 개최


기후변화 따른 지구온난화로 평균치 벗어나는 폭우·가뭄 등 기후극한사상 증가
극한기후 대비한 물관리 정책 필요성 증가…바람직한 미래 물관리 방향 논의


7월 29일 오후 3시부터 한국행정연구원 강당동 2층 대강당서 열려

▲ 한국행정연구원 세종국가리더십센터는 미래 물관리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제33차 KIPA 공공리더십 세미나’를 지난 7월 29일 한국행정연구원 강당동 2층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사진제공 = 한국행정연구원]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물과 관련된 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수 증발이 늘어 강수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는데, 대기와 해양 간 물순환이 빨라져 일정하게 내리는 비는 줄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증가했다. 또한 공기 하강으로 인한 대기 무게 증가로 건조지역의 급속한 사막화 및 황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물 재난은 예상치 못한 폭우나 가뭄 등 평균치를 크게 웃돌거나 밑도는 잦은 ‘기후극한사상(Climate Extreme Events)’으로 발생하는 위기다. 이러한 현상은 계절별로 강수량 차이가 큰 우리나라 같은 국가에 특히 치명적이며, 폭우나 가뭄이 번갈아 일어나는 이른바 ‘강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해 물관리를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극한기후를 대비한 물관리 정책의 필요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행정연구원(원장 최상한) 세종국가리더십센터는 미래 물관리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제33차 KIPA 공공리더십 세미나’를 지난 7월 29일 한국행정연구원 강당동 2층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원내 최소 인원으로만 진행됐다.

“효율적인 담수 관리가 농업·사회·경제 문제와 직결”

▲ 박길용 세명대 교수가 ‘기후변화와 창조적 물관리’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행정연구원]
‘기후변화와 창조적 물관리’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박길용 세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의 수요와 수질에 대한 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의 수요를 파악하려면 지구적인 물의 저장소와 배분을 알아야 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지구상 물의 약 97.5%는 해수고 단지 2.5%만 담수(민물)다. 그 중 68.9%가 빙하고 나머지 30.9%는 지하에 묻혀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인류는 이용가능한 담수의 절반 이상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특히 세계 인구의 25%는 빙하에서 물을 얻고 있어, 지구온난화로 산악 빙하가 녹으면 단기적으로 물의 수량이 늘어나지만, 빙하가 다 녹아버리면 물공급이 끊기게 된다. 또한 세계 인구 절반의 식량을 생산하는 아시아 몬순(계절풍)의 강도와 위치가 변화하면 식량안보에도 큰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

따라서 담수를 어떻게 관리하는 지가 농업·사회·경제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현재 충분한 담수를 보유한 동아시아, 중앙아프리카 등도 물부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감소율이 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가능한 물이용을 최적화하고 물공급을 확대하고 극한기후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정책 수행이 따라야 한다”며 효율적인 물관리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물’ 관리해야 ‘보이는 물’도 잘 관리 가능”

박 교수가 강조하는 창조적 물관리란 풍부한 물과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수질과 수량을 통합 관리하는 물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물관리가 일원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통합되지 않은 하천·소하천, 발전용 댐, 농업용 저수지 등의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며 “향후에는 물과 자연 자원, 경제·사회 개발이 통합되는 3단계 물관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하천의 지속성을 고려해 이수(利水)·치수(治水)·친수(親水)를 하나의 유역 단위별로 전환하고, 유역관리청에 수질·수량 관리권을 부여해 강 지류와 본류, 상·하류가 연계된 관리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창조적 물관리 관점에서 기후변화 회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물 자산을 살펴보면 토양수와 식생수, 대기수 등 보이지 않는 물이 총 물 자산의 90%를 차지하고 하천수 등 보이는 물은 전체의 약 2.7%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보이는 물에만 초점을 두고 관리해온 탓에 전반적인 국토 물을 관리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이지 않는 물을 잘 관리하면 생태계도 살아나고 도시 침수 및 열섬현상 방지, 물의 소순환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수표면 근처 땅속 공극에 있는 토양수의 양은 하천수보다 훨씬 많고, 하천으로 천천히 물을 공급해 겨울에도 하천이 마르지 않게 해준다. 결국 보이지 않는 물을 제대로 관리해야 보이는 하천수와 지하수도 잘 관리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빗물을 떨어진 자리에서 모아 ‘물의 소순환’ 촉진해야”

보이지 않는 물관리에는 빗물관리가 핵심이다. 물의 순환은 빗물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국토의 92%는 시멘트로 포장되어 빗물을 보충하기 어려운 도시 지역으로, 물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침수나 열섬 등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에 따르면 빗물 재이용 수준은 연간 800만㎥ 정도로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빗물을 모든 수자원의 근원으로 생각하고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서 최대한 저장해 모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심 녹지 조성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빗물을 잘 흡수하는 지표환경을 만들면 지상 전역에서 골고루 수증기가 증발해 소규모 구름을 만들어 다시 비가 내리는 이른바 ‘물의 소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강수가 한 해 동안 균등하게 유지될 수 있어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다.

한편 수질관리 차원에서 박 교수는 “녹조발생과 수질악화 현상이 4대강 보(洑)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근본원인이 있는지 과학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설치된 16개 보에서 녹조 발생, 수질악화,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나오자, 문재인 정부 들어 환경부는 일부 보를 개방해 조류 변화와 수질지표 등을 모니터링했다. 그런데 환경부가 공개한 보 개방 관측 결과를 보면 녹조류가 감소세를 보인 것과 달리, 수질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인 BOD, T-P, Chl-a 등은 도리어 나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박 교수는 보 개방에 따라 대다수 지하수위 관측정에서 지하수위가 감소하고, 인근 지표면 물도 함께 쓸려나가 일종의 ‘지하수 사막화’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4대강 보는 수질뿐 아니라 지하수 수위 및 농업용수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유역별 과학적 조사를 기반으로 한 중장기 환경영향평가와 모니터링을 통해 보 해체와 개방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날 전문가토론에서는 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좌장), 배수호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김규원 한겨례21 선임기자, 김경우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사진 왼쪽부터)이 기후변화와 창조적 물관리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사진제공 = 한국행정연구원]

“주민 참여 바탕 지역사회 물관리 자치권 보장 중요”

이어 박광국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는 △배수호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김규원 한겨례21 선임기자 △김경우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참여해 기후변화와 창조적 물관리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배수호 교수는 물관리의 수요적 측면에 대한 접근부터 강조했다. 그는 “외국의 평균 수도요금이 ㎥당 1천651원(2020년, GWI)인 데 반해 우리나라 물값은 739원으로 너무 저렴하다”며 “적정요금을 책정해 물절약 효과를 높이고 확보한 물관련 재원을 시설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재이용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도 강조했다. 빗물 저장·활용 등 물재이용으로 물의 활용도를 높이고 물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또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의 참여 없이 물관리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도시 물관리에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지역마다 자연·인문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사회적으로 합의된 범위 내에서 지역사회의 물관리 자율권·자치권을 인정해 준다면 물 갈등 해결, 수생태계 보호 등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지향하는 물관리는 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물관리다. 물은 그 자체로 생명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물의 본래 모습을 최대한 존중하고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은 경제재이기 전에 공공재이며 나아가 공유재다. 이에 배 교수는 발상의 대전환을 강조하며 “공리주의적 관점으로 물을 바라봐선 안 된다. 인간 중심주의의 이분법적 구도를 뛰어넘고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천정책 밑그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 생각”

김규원 선임기자는 금강·영산강 보를 개방한 뒤 일부 수질 수치가 나빠졌다고 한 언론매체가 보도한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와 환경단체가 밝힌 원인을 인용, “첫째, 4대강 보로 인해 쌓여 있던 뻘흙과 유기물이 씻겨나가는 과정에서 일부 수치가 나빠졌을 수 있고, 둘째, 수질 수치는 비와 관련이 있어 해당 지역에 폭우가 내린 경우 수질이 좋지 않은 지천수가 흘러들어와 수질이 일시적으로 나빠졌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4대강 보 개방으로 지하수 사막화가 나타났다는 내용을 두고도 과장된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지하수위는 주변 하천 수위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이며, 보 개방으로 낮아진 수위가 사막화를 유발할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주변 지역의 농사 피해는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김 선임기자에 따르면, 현재 4대강 보 주변 농지에선 하천수위와 지하수위가 낮을 때 짓던 농사를 포기하고 높아진 수위에 맞는 농사로 바꾼 경우가 많다. 수막농사가 대표적 사례다. 보 개방이나 철거를 통해 하천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땅의 성질도 바뀐다. 그에 따라 농작물과 농사법이 달라진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 4대강 정책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보를 개방·철거하는 경우에도 거꾸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그는 “이렇듯 4대강 사업의 처리와 관련한 논란이 보 개방이나 철거 등 좁은 이슈로 다룰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선임기자는 또 “하천정책은 국토정책·환경정책·기후위기 대응과 같이 거시적인 틀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하천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지, 하천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큰 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하천과 함께 살아갈 시민의 생각이며,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그것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기자는 “2000년 전후로 4대강 본류의 치수와 수량 확보는 충분히 달성돼 하천정책 기조가 수질과 생태환경 쪽으로 전환되고 있었다”면서 “이런 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4대강 문제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녹화사업 활성화 통해 빗물관리 효율 높여야”

김경우 부연구위원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빗물관리 사례를 소개했다. 김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이 지역은 외부업체와 계약해 진행해오던 빗물(우수) 유출관리를 최근 몇 년간 비영리 조경업체인 KIB(Keep Indiana Beautiful Inc.)에 맡기고, 도시 곳곳에 수목을 심어 빗물을 여과하고 유출을 줄였다. 그 결과 빗물관리 효율성을 높임은 물론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이고 공기질을 향상시켰다. KIB는 현재까지도 지역 내 녹지공간을 유지·확장해오며 빗물관리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KIB가 도시 내 녹지공간을 꾸준히 확충할 수 있었던 데에는 회원 등 자원봉사자 도움이 컸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인디애나폴리스 사례는 지자체, 민간기관, 시민이 협업을 통해 빗물관리와 도심녹화를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면서 “서울시도 주민이 제안하고 참여하는 공동체정원 같은 도시녹화사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업을 보다 활성화하면 빗물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수질관리 차원에서 “민간부문이 생활하수, 산업폐수, 농·축산폐수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주체로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절해 수질개선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 혹은 음식점은 음식물찌꺼기, 폐식용유, 합성세제 등의 양을 줄이거나 오염을 적게 일으키는 물질로 교체하고, 산업체는 화학물질·중금속과 같은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야 한다. 농·축산가는 비료와 농약 이용에 주의하면서 농업폐수 배출을 조절해야 한다.

그는 이어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 부문은 민간 부문이 오염배출을 줄이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격려를 통해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이나 음식점에 생활하수의 올바른 배출방법을 유도하는 캠페인, 홍보 등을 시민단체 도움을 받아 진행할 수 있고, 산업체에는 규제와 함께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김 부연구위원은 “관련 제도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워터저널』 2021년 9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